- 64 회 - 괴물
“수고 많이 했다! 자! 다 같이 건배!”
대회가 끝이 나면 그냥 저녁은 당장 축하를 위한 자리를 가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데미지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휴식일 테니까. 하지만 현성의 경우는 조금 남달랐던 모양이다. 그도 그런 것이…
-챙!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소주잔을 들고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술을 마시는 그의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말짱했으니까! 더불어 마음에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나 짐들도 모두 떨쳐낸 듯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 보이는 모습이 당일 이런 축하 회식 자리를 가져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크…!”
그런 탓일까? 김관수 관장이나 기철, 태수와 예린까지…! 모두가 대승을 거둔 현성의 모습에 많이 들뜬 모양이다.
“아, 술이 다네! 달아!”
장충 체육관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다시 귀여운 중년으로 돌아온 김관수 관장이 술 맛이 좋다 허허 웃음 짓는 동안 현성 역시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이기고 나서… 모든 걱정을 떨치고 나서 마시는 술이라서 그런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웃음 짓는다.
“자, 안주.”
그리고 곁에서 팔짱을 낀 혜주가 승리한 그를 무척이나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며 지글지글 익어가던 고기 한 점을 짚어 입가에 가져대자 현성이 ‘아…’ 하고 김관수 관장과 기철, 태수의 눈치를 살핀다.
“넣어둬라! 넣어둬!”
“아 부러워 죽겠네! 난 언제 여자친구 사귀노! 누님, 어디 좋은 여자 없심까?”
“기철이 니는 예린이 있잖아?”
“아, 내가 싫거든요! 기철이 오빠는!”
이내 왁자지껄하게 네 사람이 저마다 한 소리를 꺼내며 다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동안 혜주가 조금 창피해진 듯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채 ‘빨리!’ 하고 재촉한다. 그 재촉에 현성이 고기를 받아먹자 혜주가 이내하게 바라보는 김관수 관장과 또 티격태격 하면서도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기철과 예린의 모습에 조금 당황한 듯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다 이야기를 꺼낸다.
“연애 하는 거 첨 봐요? 다들 왜 캐요?”
오히려 창피하니 당당하게 나가잔 식의 그 당돌함에 기철이 ‘아! 누나! 소개팅 좀!’ 하고 애원의 눈빛을 보내자 혜주가 생글생글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음… 내 아는 아들은 다 발랑 까진 가시나들 밖에 없어서가… 내 같이 이쁘고, 또 남자친구한테 잘 해주는 아는 없는데… 그냥 좀 델꼬 다닐만 한데 돈에 환장한 아들은 많이 아는데 괜찮겠나?”
그 말에 기철이 크윽 하고 고개를 흔든다. 그러는 동안 혜주가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 여지껏 술을 마시며 그렇게 기분 좋은 적이 없었던지 행복한 얼굴로 현성의 팔을 꼭 끌어안는다. 그녀에게는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현성이 드디어 일이 잘 풀리려고 하는지 승리를 거둔데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이겼으니까! 물론 상대 선수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크지만… 사람이 것이 참 이기적이다. 그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것과는 별개로 상처 하나 생기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좋은 듯 혜주가 평소보다 더 애교있게 다가오자 현성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기철아, 뜨거운 물 좀 뿌리뿌라. 달라붙어도 너~무 달라붙네!”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씁쓸한 웃음과 함께 한 마디를 거들자 순간 태수와 기철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오늘 하루 종일 들러붙을 건데요!”
그런 김관수 관장을 바라보며 혜주가 말 안 듣는 둘째 딸처럼 살랑살랑 웃음과 함께 더욱 더 현성의 팔을 꼭 끌어안자 김관수 관장이 뭐든 좋다는 듯 ‘그래,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성급했던 데뷔전이라 평을 받았던 만큼… 이 날의 압도적인 승리는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특히나…
“자, 현성아.”
김관수 관장이 오늘의 주역인 그에게 소주병을 들자 현성이 ‘아, 관장님.’ 하고 그에게 미소를 띤 채 소주잔을 들어 올린다. 냉기가 흐르는지 하얗게 서리가 낀 소주병에서 쪼르륵 하고 맑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 나와 현성의 잔을 반 정도 채우자 김관장이 천천히 소주병의 기울기를 완만히 하며 이야기 한다.
“첫 승 축하한데이.”
그 말에 현성이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가슴 벅찬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현성이 ‘다 관장님 덕분입니더…’ 하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물론 그에게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겠지만 김관수 관장의 플랜은 완벽했다. 타고난 긴 리치와 스탠딩 압박을 통해서 영찬의 태클을 유도해내고 그것을 니킥으로 잡는다…! 그것은 마치 과거 미르코 크로캅이 프라이드에서 데뷔 했을 때 일본 레슬러 파이터 후지타를 쓰러뜨렸을 때와 같은 양상이자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는 완벽한 승리인 동시에…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 되었고, 그것으로 파이트 머니 외의 보너스를 받아내는 쾌거를 올리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로드원 역시 신생 단체이고 그렇게 정황이 좋지 않아 메이저 단체인 UFC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에겐 단돈 100만원이라도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잘 된다…’라는 것을 언제나 희망처럼, 뜬구름 처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가져본 것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옴이 느껴졌을 때. 그 벅찬 기분을…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들에게 어떤 감사를 표해야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김관수 관장은 단순히 스승이 아니라 그에겐 구원자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자슥! 고마우면 술 한 잔 따라봐라!”
그 수줍어 하는 모습에 현성이 웃음과 함께 소주병을 받아 들고 김관수 관장의 잔을 채운다. 쪼르륵 조심스럽게 채운 술 잔을 보며 흐뭇한 미소 짓고 있는 김관수 관장의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가슴뭉클함을 느끼며 현성이 술 잔을 다시 든다.
“이야, 현성이 니. 나는 채워 주지도 않고 달리잔 거가?”
태수와 기철이 섭섭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조금 당황한 듯 ‘어… 그게 아니라…’ 하고 말하자 혜주가 샐쭉한 얼굴로 이야기 한다.
“전국일주 몰라요? 태수 오빠도 글코, 기철이 니도 술 마실 줄 모르네.”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그녀의 말에 태수와 기철이 ‘아 맞나!’ 하고 껄껄 웃음을 터뜨린다.
“근데 진짜 오빠랑 언니랑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완전 미녀와 야순데… 진짜 둘이 싸우고 막 그카지 말구요! 진짜 오래오래 보고 싶다!”
그 와중에 김관수 관장이 보호자로 3잔을 허락받은 예린이 발그레해진 얼굴로 기분이 좋은 듯 ‘야호! 하고 이야기 하자 이번에는 혜주가 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태수가 ’혜주는 뭐, 이제 다른 남자 못 만나지!‘ 하고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가 ’왜요…‘ 하고 부끄러워 하며 다시 현성의 팔을 꼭 안는다.
“옛 말에 몬 생긴 남자한테 ?진 여자는 출구가 없다 캤다 아닙니까?”
“안 못 생겼거든! 죽을래!”
기철이 히히 웃음과 함께 짓궂은 소리를 더하자 울컥한 혜주가 발끈해 소리친다. 그 모습에 현성이 그저 바보처럼 웃음 짓는 동안 김관수 관장이 ‘내 술 채워 놓고 너거들끼리 그카기가?’ 하고 삐진 듯 기철과 태수, 예린, 혜주를 바라보자 이내 그들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감수성의 중년이 삐질까 무서운 듯 ‘아니요!’ 하고 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라몬 자! 현성아!”
그 몸 사리는 모습에 만족한 듯 김관수 관장이 잔을 내밀자 현성이 오늘은 정말 웃을 일 밖에 없단 생각에 기분 좋은 미소로 다시 잔을 부딪친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스승과 제자’가 사이 좋게 잔을 부딪치고는 다시 술을 비웠을 때.
“크아…!”
감탄을 터뜨리는 김관수 관장에게 현성이 조심스럽게 고기를 한 점 집어 올린다.
“허허허! 이거 봐라! 기철아! 니는 이런 게 안 돼 있어! 자슥아! 좀 배워라!”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어느 샌가 발그레해진 얼굴로 고기를 받아 먹고는 허허 웃음을 터뜨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기철이 ‘난 그런 건 잘 못하겠던데…’ 하고 현성을 바라보자 현성이 미소와 함께 힐끔 혜주를 바라본다.
“교육을 잘 받아가…”
그 말에 혜주가 또 얼굴을 붉히며 ‘뭐, 좋은 거 가르친 거지!’ 하고 대답하자 김관수 관장이 마냥 좋은 듯 미소와 함께 ‘그래, 그래! 혜주 니가 최고다!’ 하고 엄지를 치켜든다. 그리고 이내 현성이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전국일주를 하긴 해야 겠다 싶었던지 옆 자리에 앉은 태수의 잔에 소주를 채운다. 그 모습에 태수가 크으 하고 감격한 듯 입을 연다.
“내 대한민국 챔피언 될 사람 잔 받는기가? 아, 그래! 현성아! 끝나면 오늘 입은 내 티셔츠에 싸인 좀 해도! 가보로 삼아야 되겠다!”
토네이도 짐에 다니기 전부터 그의 팬을 자청하던 태수인지라 그 말에 현성이 그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맞다! 그카고 보이까 관장님! 아까 트리코스타서 연락 왔던데요! 현성이 괴물 티셔츠 한 번 같이 만들어 보자고!”
이미 ‘토네이도’라는 별명을 가진 기철의 티셔츠를 제작한 바 있는 트리코스타 사에서 경기를 보자마자 기철에게 연락을 했던 모양이다. 보너스 수여식과 마무리로 바빴던 터라 그 사실을 잊고 있던 기철이 태수의 이야기에 그제야 그 내용이 기억이 난 듯 이야기를 꺼내자 김관수 관장이 ‘그래?’ 하고 반색하며 현성을 바라본다. 현성과 혜주가 어리둥절해 하며 기철과 김관수 관장을 바라보자 이내 술 기운 오른 예린이 자꾸만 입을 열고 싶어지는지 ‘내! 내가 이야기 할래! 오빠!’ 하고 손을 들고 이야기 한다.
“트리코스타라고 티셔츠 만드는 회사 있는데 거서 기철이 오빠 티셔츠도 만들고, 우리 체육관 티셔츠도 만들어 줬거든요! 근데 거는 진짜 좀 유명세 있는 선수들 티셔츠만 만들어 주는덴데 거서 연락온 거 보면 아마 현성이 오빠야 대박 날 거에요! 상품성 있는 선수한테만 연락 하니까, 만약에 거서… 티셔츠를 만들어가… 팔면 그 파는 만큼 얼마를 떼가 오빠한테 들어오는 거죠! 맞제, 오빠야?”
속사포처럼 두두두 쏟아진 예린의 말에 현성과 혜주가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기철이 씩 웃음 짓는다.
“다른 말로 하면 니 벌써 스폰서 할라고 트리코스타서 연락 왔다 카는거다!”
그 말에 조금 더 쉽게 이해한 듯 현성과 혜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게 정말로 현실인지 잘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현성이 그저 쑥스럽고 어색한 미소를 짓는 동안 태수가 ‘그라몬 축하 확실히 해야지!’ 하고 소주병을 든다. 그 말에 현성이 소주잔을 들고 소주를 받는 동안 태수가 ‘진짜 축하한데이, 현성아!’ 하고 괜시리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 하자 현성이 다시 미소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댇바한다.
“고맙심다, 태수 행님.”
“아… 나, 진짜… 진짜 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해가… 아! 씨! 쪽팔리네! 와 이카노!”
감수성 예민한 중년은 아무래도 김관수 관장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헤이 전 사장! 와 이카노! 여 서울까지 와가 뚝 못 하나!”
김관수 관장이 허허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등을 두드리자 태수가 ‘아이 참!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하고 경상도 사나이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는 듯 눈가를 슥슥 닦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 모습에 예린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체육관 남자들이 다 눈물이 많아요! 기철이 오빠야도 혼자 터미네이터 2 보고 울었대요!”
“야! 마지막에 진짜 슬펐다니까…! 니는 진짜! 확… 마..!”
그 말에 다시 웃음이 빵 터진 듯 모두가 웃음 짓는 동안 현성이 진심으로 고마운 사람들 속에서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 술 잔을 들어 올린다. 그 모습에 태수가 글썽하다 다시 허허 웃음을 터뜨리며 그와 잔을 부딪친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술을 넘기고 크으…! 하는 소리와 함께 현성이 안주를 챙기려 하자 태수가 고개를 흔든다.
“아까 그거 관장님 먹인 거잖아. 내 관장님이랑은 간접 키스 하기 싫다.”
“나도 싫다! 자슥이 우락부락해가!”
에잉! 하고 최고 연장자 두 사람이 아웅다웅 하는 모습에 다시 또 웃음 짓는 동안 기철이 이제야 자기 차례라는 듯 ‘자!’ 하고 잔을 내민다.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가 첫 승을 거둔… 예린을 제외하고는 그가 토네이도 짐의 유일한 선수였던지라 유일한 후배의 모습에 미소로축하를 대신하자 현성이 쑥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은 듯 오랜만에 마시는 술의 알딸딸한 기운에 취해서 ‘고맙심다, 행님!’ 하고 인사하며 잔을 채운다.
“오늘은 니가 쏴도 되겠다, 현성아! 보너스는 어디에 쓸기고?”
그 말에 현성이 음… 하고 생각하다 ‘아직은 잘…’ 하고 고개를 흔든다. 한결 같이 수덕한 그 모습에 기철이 소주병을 받아서 그의 잔을 채우며 곁에 앉아 연달아 술을 마시는 현성이 걱정되던지 걱정스런 눈빛을 보이는 혜주를 보며 미소와 함께 이야기 한다.
“누나! 누나는 연하에다 몸도 좋고, 돈도 잘 버는 남자친구 생겨가 완전 좋겠네요!”
그 외침에 혜주가 ‘응?’ 하고 그를 바라보다 이내 배시시 웃으며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둘이 보기 좋으니까네, 이번에는 누나가 대신 대타 좀 해줘요!”
기철이 연달아 술 마시는 현성을 배려하려는 듯 센스 있게 이야기 꺼내자 혜주가 걱정하던 차에 마침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 모두가… 그녀가 과거에 어디에 몸을 담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것을 포기 하고 그를 만나서 그의 뒷바라지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단 것도.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그어 버리기엔, 까칠해 보이는 외면 뒤에 숨겨진 따뜻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근사한 여자. 그런 그녀와 아끼는 후배가 계속해서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듯 기철이 현성 대신 잔을 든 혜주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현성아, 니 진짜… 제수씨라 캐도 되나? 제수씨 맞죠, 관장님?”
“그래! 그래 되네!”
“제수씨!”
기철의 말에 김관수 관장과 태수가 좋은 말을 찾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자 다시 또 혜주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한다. 하지만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그녀가 ‘뭐요…’ 하고 까칠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려다가도 웃음이 터져 나와 손으로 입을 가린 동안 기철이 다시 현성을 바라본다. 그녀 못지않게 부끄러워하고 있는 후배의 모습에 그가 잔을 들고 소리친다.
“자, 혜주 누나한테 좋은 거 많이 사주고,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잘 해레이!”
그 말에 현성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예. 진짜로요… 진짜 좋아하니까…”
조금 취기가 오른 듯 그가 수줍어 하며 있는 그대로 말을 꺼내자 김관수 관장과 태수가 서로 얼싸 안고 ‘아우우우우! 이것들!’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꺄~ 언니!”
예린도 덩달아 그 갑작스러운 고백에 오두방정을 떨자 혜주가 부끄럽고 기분 좋은 듯 한 번 힐끔 현성을 보곤 ‘내 지켜 볼 거다…’ 하고 기습적으로 기철의 잔에 짠 하고 건배를 하곤 소주를 들이킨다. 그리고 현성이 바로 준비된 안주를 가져다주자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입을 가린 채 혜주가 웃음을 터뜨린다. 찰싹찰싹 그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하는 모습에 기철이 크으… 하고 그들을 바라보며 ‘오늘 한 대도 안 맞은 거 여서 다 맞네!’ 하고 미소 짓자 혜주가 ‘아이다!’ 하고 손사래를 치며 다시 웃음 짓는다.
“다음은 내에요? 내? 내? 내?”
그리고 이번엔 예린이 자기도 동참하고 싶은 듯 이야기를 하자 현성이 아직 미성년인지라 조금 머뭇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 혜주가 ‘안 돼!’ 하고 웃다 말고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며 소주병을 든다.
“내 눈에 흙이 드가도 다른 여자랑 같이 술 마시는 건 못 본다!”
그 질투심에 예린이 ‘우와, 언니 대박…’ 하고 그녀를 바라보자 이내 혜주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뭐… 그냥 그렇게 집착 하는 거 아이고… 그냥 같이!”
뒤늦게 변명처럼 주절주절 이야기 하는 그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게 웅얼웅얼 귀여워 보여 다시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딸랑딸랑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한창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현성과 혜주, 토네이도 짐 식구들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대회를 마무리 하고 온 정문호 대표와 오형석 대표, 그리고 지선에… 처음 보는 남자 두 사람이 정장을 입은 채 함께 들어오고 있다.
“오 지선 씨랑 다 왔네!”
김관수 관장이 모두들 반갑다는 소리치는 동안 예린이 자기 짠 타이밍을 놓쳤다는 듯 서운한 눈으로 한숨을 내쉬자 혜주가 몰래 그녀의 잔에 술을 채운다. 그 술에 또 신이 나서 예린이 ‘언니밖에 없어요!’ 하고 킥킥 거리며 속삭이는 동안… 정문호 대표와 오형석 대표, 지선이 들뜬 얼굴로 현성을 바라보며 ‘오늘 정말 잘 봤어요!’ 하고 한결 같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그 와중에 현성이 익숙한 세 사람의 축하에 꾸벅 인사를 하다가도 같이 온 남자 둘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이내 정문호 대표가 그 뿐 아니라 김관수 관장과 기철도 알아보지 못 한 두 사람을 소개한다.
“이쪽은 아디다스 코리아의 최성수 이사님이랑 주경률 팀장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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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일어나는 바람에… 나이키보단 아디다스죵. 아다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