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63화 (63/281)

- 63 회 - 괴물

누군가는 순수한 열정으로, 그리고 진정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현성에게 있어서 이 모든 것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그다지 달갑지는 않은… 그러나 어쩌면 가장 잘 할 수도 있는 일!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든 일어나 지금의 그를 지탱하고 있는 모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흉한 용모로 인해서 오랫동안 가져왔던 대인기피증과 자기비하도, 그와는 반대로 순수한 열정으로 격투계에 뛰어든 영찬도… 그 순간만큼은 벽이 되지 못했다. 되려 바닥까지 내려와, 밑바닥까지 가라앉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그에겐 거슬리는 장애물일 뿐…!

이제는 잘 될 일만 남아 있을 뿐이다. 마음 깊이 상처 난 아영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도, 그리고 모든 것을… 뒤집을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그 굳은 결의가, 차라리 죽는다면 죽지 패배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매섭게 빛을 내뿜으며 현성이 주먹을 뻗는다!

-후웅!

190센티, 84킬로그램의 건장한 남자가 던진 주먹이라곤 믿을 수 없는 빠른 주먹이 순간 영찬의 얼굴을 스친다. 정확히 얼굴을 노리고 던진 잽이었지만…!

-오싹…!

반사적으로 펀치를 피해낸 영찬이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며 주먹을 스치고는 범상찮은 공격에 이대로는 곤란하다 생각한 듯 그를 향해 주먹을 뻗는다.

-부웅!

그러나…! 그 주먹을 뻗어도 상대는 닿지가 않는다. 키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리치 차이도 있을 것이라 예상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10센티의 키 차이를 넘어서서 30센티의 리치 차이가 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 영찬이 주먹을 뻗어도 닿지 않는 그를 보며 낭패라 생각한 바로 그 순간…!

-퍼억!

스쳤던 잽이 이번에는 그의 안면에 정통으로 들어온다.

“으윽!”

순간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매서운 주먹은… 분명히 힘을 싣지 않고서 때린 주먹일 것이다! 하지만 아파도 너무 아프다! 잽을 맞고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라면 말을 다 한 셈 아닌가?!

순간 고개가 뒤로 젖어진 영찬이 이익 하고 이를 꽉 깨물고 자세를 낮추며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던 위빙 동작으로 그의 주먹을 피해내려 한다. 하지만 특유의 따닥 하는 리듬과 함께 경쾌한 스탭을 밟으며… 어제의 움츠러 든 것 같은 모습은 하나 보이지 않고 마치 먹이를 앞에 둔 범처럼 사나운 눈으로 현성이 주먹을 뻗는다.

-뻐억!

“큭!”

도저히 저 덩치와 체격에선 연상할 수 없는…! 마치 2시합, 라이트 급을 연상케 하는 어마어마한 핸드 스피드가 피하는 것도 무용지물이라는 듯 그의 안면을 히트한다! 그 펀치에 영찬이 다시 주춤하다 이내 이를 꽉 물고 풀 스윙으로 반격의 펀치를 날린다.

-부웅!

그러나… 타고난 리치 차이를 선보이며 경쾌한 백스탭과 함께 현성이 어깨에서부터 일자로 뻗는 정석적인 잽으로 다시 그의 얼굴을 뒤흔든다!

-퍼억!

그 안면을 뒤흔든 잽이 스트레이트 성으로 치고 들어오자 순간 영찬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 거린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와아아아!’ 하고 함성을 내지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들의 싸움을 바라본다. 얼핏 보기엔 정말로 가볍게 펀치를 가져다 댄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데 저 두툼한 몸의 영찬이 비틀 거릴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강한 펀치력을 가졌단 말인가?

“맙소사…”

정문호 대표가 턱받침을 준비하라던 김관수 관장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동안 현성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 매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시 성큼성큼 그에게로 다가간다.

장충 체육관의 관중들이 방어 따위는 생각지 않고 어그레시브하게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피가 끓어오르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와아아!’ 하고 감탄을 터뜨리는 동안…!

-후웅!

스치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주먹이 다시 한 번 영찬의 얼굴을 스친다. 경기 시작한지 채 20초가 되기도 전에 벌써 이렇게 수세에 몰릴 줄은 몰랐다는 듯 생각보다도 너무 공격적인 현성의 모습에 당황한 영찬이 ‘누가 당할 것 같아!’ 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다시 가드를 굳힌 채 그에게로 반격의 펀치를 날린다.

“으압!”

이를 악 물고 내뱉은 기합과 펀치! 레슬링으로 단련이 된 근육질 몸, 특히나 두꺼운 전완근에서 나오는 펀치가 위협적으로 현성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지만 현성은 눈조차 깜빡하지 않는다.

-오싹…!

그것은 일찍이 영찬이 아마추어 레슬러 생활을 청산하고 격투기를 배우면서, 타격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왠만한 운동으로 인해서 단련이 되어 어떤 트레이닝이든 견딜 수 있다 생각했지만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날아올 땐 저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되었고, 그것은 아직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콰직!

그는 달랐다!

“컥!”

그 와중에도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그의 펀치를 어렵잖게 피해내고 꽂아넣은 펀치가 순간 영찬의 콧등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뿜자 그게 시작이라는 듯 현성이 주먹을 뻗기 시작한다.

-퍼벅!

연이어 날아든 원투가 깔끔하게 영찬의 안면을 가격하자 영찬이 저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아 버린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강렬한 펀치가 너무나도 빠르게 안면을 흔들자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도 그가 그럼 안 된다 의식하며 눈을 뜨려 하지만 집요하게 안면을 노리는 펀치가 다시 날아들 뿐이다!

빌어먹을…! 하고 속으로 거친 말들을 삼키며 순간 영찬이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가드를 견고히 굳이 몸을 낮춰 그의 허리를 잡으려 하지만-!

-뻐억!

그 긴 팔은 오히려 그의 턱을 뒤흔들고 다시 재빨리 거리를 벌일 뿐! 턱에 들어온 쇼트 펀치가 충격이 제법 컸던지 순간 영찬이 비틀하며 ‘대체 이게 뭐야!’ 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몸의 열이 오르기 시작한 듯 방어나 물러섬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현성이 그를 향해 덤벼든다.

-퍼억!

“우왓!”

이번에는 가드 위를 아예 노리고 친 듯 어마어마한 스트레이트가 영찬의 몸을 밀어낸다. 그리고 영찬이 이대론 곤란하다 생각한 듯 가드를 굳게 올리기 시작한다! 애시당초 처음의 게임 플랜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물론 상대가 어느 정도 타격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공격적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더불어… 이 정도로 맹렬한 공격들을 퍼부을 줄도!

그 생각에 영찬이 어느 샌가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가드를 올린 채 기회를 엿보는 동안 또 다시 그 무시무시 할 정도로 빠른, 그리고 도저히 잽이라곤 생각도 하기 싫은 펀치가 날아든다.

-파앙!

가볍게 톡 친 듯 가드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주먹이 무척이나 아픈 듯 영찬이 인상을 구겨보지만 현성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단단히 가드를 올린 그를 코너로 밀어 넣고…!

-파방!

연이어 펀치를 날리기 시작한다!

“크으윽!”

파바방! 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날아드는 어마어마한 주먹 세례에 관중석이 달아오른 듯 ‘와아아아아!’ 하는 함성이 커져가기 시작한다. 실로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시계는 채 1분을 넘기지 않았지만… 거의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성의 공격은 매서웠으니까! 그 함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영찬의 마음도 조급해져 간다! 경기 시작 이후 그가 주먹을 뻗은 것은 고작 해봐야 두어번…! 어디서부터인지는 몰라도 경기가 말렸다 생각이 된 듯 그가 당황하면 안 된다! 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며 무리해서 주먹을 뻗기 보단 더욱 더 견고하게 가드를 올린다.

-뻐억! 퍽!

“큭!”

그 가드 사이를 송곳마냥 날카롭게 들어와서 뒤흔드는 그의 살인적인 펀치가 아프긴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영찬이 그 바디를 옆구리를 후려치는 현성의 주먹에 인상을 구기지만 끝끝내 안면의 가드를 풀진 않는다! 그런 그를 보며 영찬 측의 세컨들이 ‘영찬아! 기회를 노려야 된다! 버텨!’ 하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이건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소리친다.

그 외침에 영찬이 ‘버티긴 하겠는데…’ 하고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띤 채 입술을 꽉 깨문다! 하지만 아파도 너무 아프다…! 그 단련된 몸이 맷집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지만 그에게 날아드는 주먹은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민욱이라는 천재 킥복서가 왜 펀치 한 방에 무너졌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뼈저리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타격으로는 답이 없다…!’

초심자라 해서 너무 우습게 본 것이 아무래도 그의 실수일 것이다. 그가 격투기 판을 우습게 보고 덤벼들었다 생각했지만 실질적으로… 상대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은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반성하며 영찬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켜야만 한다 생각하며 다시 어금니를 꽉 깨문다!

전혀 실감하지 못했던 30센티의 거리 차이는 주먹을 뻗어봐야 닿지도 않을뿐더러 이렇게 현성이 예열된 상황이라면 치명적인 공격이 안면으로 내리 꽂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맺집이 좋아도 안면의 맺집을 키우는 수는 없었다.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현성이 체력이 좋아도 이렇게 일방적인 공격을 가하면 분명히 그 체력도 떨어지고 말 것이다! 김관수 관장은 아무래도 그 공격력을 믿고 초반에 승부를 보라 주문을 했을 것이고, 그 초반을 버텨낸다면…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충분히 역전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영찬이 더욱 더 가드를 견고히 하며 그의 주먹을 버텨내려 한다.

-퍼억!

“큭!”

하지만…!

날아드는 펀치가 심지어는 가드 위를 때리는데도 너무나 아프다! 그 차원을 달리하는 주먹이 무하마드 알 리가 그랬던 것처럼 초당 서너번씩 날아들자 버티기가 힘이든 듯 영찬이 ‘빌어먹을!’ 풀스윙으로 그의 안면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러본다! 이대로면 버티지 못하고 자신이 먼저 무너질 것만 같단 조급한 마음이 스치는 순간…!

-부웅!

하지만 다시 허공을 가르는 그의 주먹! 이내 경쾌하게 물러선 현성이 바로 지금이라는 듯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앞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주먹을 뻗는다!

-퍼엉!

순간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영찬의 얼굴이 뒤로 젖혀지며 그의 머리가 케이지에 부딪친다. 그리고…!

-퍼버벅!

연달아 세 번의 스트레이트가 영찬의 안면으로 꽂혀 들어가자 순간 장충 체육관이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와아아아아아아! 와! 우와아아!

사람들의 함성으로 요동치기 시작한 장충 체육관을 느끼며 영찬의 세컨들이 ‘빠져나와! 정신 차려!’ 하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동안…! 정문호 대표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주먹을 꼭 쥔다.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과연 그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에 또 걱정을 더했던 게 바로 그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것은…

“우아아아아!”

괴성을 내리지르며 영찬이 다시 반격의 주먹을 뻗어보지만 얄미울 정도로 깔끔하게 벋어나며 다시 현성이 영찬의 안면을 흔든다. 애시당초 다른 곳은 노리지 않겠다는 듯 그의 펀치가 다시 영찬의 얼굴을 흔들자 벌에 쏘인 사람처럼 퉁퉁 부은 영찬이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린 채 휘청휘청 뒤로 물러선다.

거의 일방적인… 미스 매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에 정문호 대표가 김관수 관장을 바라보며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하고 덜덜덜 떨리는 전율을 느끼며 물음을 던진다.

“내 말 안 하드나?”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김관수 관장도 티내지 않고 있지만 역시나 흥분한 듯 희열에 찬 얼굴로 그 듬직한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가르쳐 준 그대로, 짜놓은 플랜 그대로. 모든 플랜을 100% 완수해낼 수 있는 듬직한… 제자.

“잘한다, 현성아!”

그런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게 최선이라는 듯 김관수 관장이 소리치자 순간 현성이 귀를 쫑긋하며 여유있게 그를 돌아본다. 그리고 꾸벅 인사하는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집중해야지! 자식이!’ 하고 소리치자 현성이 ‘아..!’ 하고 재빨리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미 영찬의 상태는 만신창이와 다름이 없다. 상대가 그런 여유를 부려도 어떻게 할 수 조차 없는 듯 그가 무력감에 지친 숨을 토해낸다.

“헉… 헉… 헉…”

1라운드가 벌써 2분째 접어드는 동안 정타 한 번 날리지 못하고 두들겨 맞은 것이 전부…! 아마 보통 맷집이라면 무너지고 말았겠지만 레슬링으로 단련된 체력 덕분에 버티고 있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대론 너무 억울하다는 듯 다시 거리를 좁혀 오는 그를 바라본다.

-퍼억!

그리고 일직선으로 뻗은 잽이 다시 한 번 강렬하게 영찬의 얼굴을 흔든다! 그 충격에 영찬이 비틀 거리며… 30센티라는 좁디 좁은 거리가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져 막막한 심정에 눈물까지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다시 가드를 올린다.

-퍼억!

그러나 여지없이 꽂혀 들어가는 바디 샷! 두 달 동안 갈고 닦은 펀치 스킬이 민욱과의 일전에서 보여줬을 때완 비교도 할 수 없이 세련되고 정교해지자 그 충격은 배가 된다.

“…어떻게 저 짧은 시간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욱이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피가 들끓는 듯 주먹을 움켜쥔 사이에 다시 한 번 더 현성의 주먹이 영찬의 가드를 때린다.

“우아아아!”

그 충격에 영찬이 가드가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든 다가가 펀치를 먹이려 하지만 여지 없이 날아드는 펀치가 그의 안면을 뒤흔든다!

-휘청…!

충격이 쌓인 듯 다리가 휘청하자 영찬이 엉거주춤하게 다시 가드를 올린 채 뒤로 물러나 헉헉 숨을 몰아쉰다.

강하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다시 영찬이 주먹을 들어 올린다. 온 몸이 천근만근이고 그를 혼쭐 내주겠다던 말과 달리 지금의 멘탈이 너덜해진 듯 그가 이제 날아오는 주먹을 버틸 자신이 없단 생각에 어느 샌가 마음에 두려움이 생긴 것을 느끼며 주춤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지친 숨을 고르며…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보는 화상 자국 난 얼굴이… 사람들의 말처럼 정말로 ‘괴물’처럼 보이는 듯 영찬이 펀치 공방전은 안 된단 생각에 꿀꺽 침을 삼킨 채 주먹을 움켜쥔다.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그가 내뱉었던 말이 족쇄가 되어 오히려 그를 향해 돌아왔을 때…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영찬이 순간 몸을 낮춰 그를 향해 달려간다.

무엇인가를 해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10년을 넘게 연습한 그의 태클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듯 일방적으로 몰리던 영찬이 그를 향해 낮은 자세로, 총알처럼 날아들자 다시 관중석이 ‘와아아아!’ 하고 요동친다. 그리고 그 소리에 영찬이 힘을 얻은 듯 고작 2달! 테이크 다운에 대한 대비를 한다 하더라도 이것을 막아내거나 버틸 순 없을 것이라 확신한 바로 그 순간!

영찬이 번뜩이는 현성의 눈을 보고 순간 무엇인가가 잘못됐다 생각했을 때…!

-콰직!

어마어마한 소리가 장충 체육관을 가득 울린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함성이 잣아 든다. 대체 그 짧은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사람들이 입을 다문 동안 이마와 코 안면에서 심하게 출혈이 생긴 영찬이 비틀거리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털썩…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지 못한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동안… 쓰러진 영찬 위로 찐득한 피가 묻어난 현성의 무릎이 드러난다. 그리고 심판 배훈이 완전히 의식을 잃은 듯 쓰러진 영찬에게로 다가가 두 팔을 교차하며 흔들자 순간 케이지의 문이 열리고 의료진들이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현성이 조금 미안한 듯 움찔하며 쓰러진 영찬을 바라보는 동안… 심판 배훈이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그의 팔을 들어 올린다. 그의 손짓에 움찔하며 잠깐 현성이 움츠러 들었을 때… 쓰러진 영찬이 걱정 되는 듯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넋을 놓고 경기를 바라보던 MC 용준이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한 혈기를 목소리로 토해낸다!

“승자는 장!현!성! 괴물 신인의 등장입니다! 맙소사! 장현성 선수가 떠오르는 신예 김영찬 선수를 1라운드 2분 36초 만에 쓰러뜨리고 첫 승을 신고합니다! 압도적입니다! 말 그대로 괴물의 등장입니다!”

그리고 연이은 MC 용준의 외침에 순간 정적이 사라지고 장충 체육관이 떠나갈 듯 한 엄청한 환호가 울린다.

-와아아아아아! 와아! 와아아아!

그 어마어마한 소리가 쏟아지는 케이지의 중앙에서 여전히 현성이 이 모든 것이 어리둥절한 듯 그저 멍하니 쓰러졌던 영찬이 다시 의식을 회복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안도 하는 동안…

“현성아!”

선제 타격전 이후 영찬의 그라운드를 유도, 잽으로 시작해 무릎으로 끝낸다는 플랜을 가져온 김관수 관장이 100%… 아니, 그 이상으로 완벽하게 플랜을 소화해낸 그를 바라보며 현성아! 하고 달려간다. 그 뒤로 기철과 예린, 태수 역시 그의 압도적인 첫 승에 덩달아 흥분한 듯 저마다 ‘현성아!’, ‘현성이 오빠!’ 하고 환호 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환호가 가득한 그 자리에서 현성이 아직도 얼이 빠진 듯 얼떨떨한 얼굴을 하는 동안…

“현성아!”

유독 그의 귀에 쏙 들어오는 목소리! 그리고 어느 샌가 케이지 안으로 달려 들어온 혜주가 ‘꺅!’ 하고 눈물까지 흘리며 그에게 뛰어 안기자 현성이 그녀를 끌어 안고 드디어 미소를 짓는다. 그 순간 더욱 더 함성이 커지고 마치 메인 이벤트를 본 마냥 사람들이 미쳐 열광하는 모습에 정문호 대표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입술을 꾹 깨물고 그를 바라본다.

“우우우우! 멋지다! 최고다!”

그리고 그가 순수한 격투기 팬의 한 사람으로써, 대한민국 격투계의 역사를 흔들 ‘괴물’의 등장에 아낌없이 박수를 치는 동안…

“이겼어! 진짜… 진짜 이렇게… 너무 대단하다!”

스태프들과 함께 그 장면을 촬영하고 있던 지선 역시 글썽이던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옆에 있던 민욱에게 기뻐 소리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욱이 본인 역시 피가 끓어오르는 듯 사촌누나의 말에 그 말 많은 입을 다물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친다.

“진짜 또 기절해도 좋으니까 한 판만 더 붙어보자! 진짜!”

그 끓어오르는 혈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다시 민욱이 소리치는 동안… 그 환호와 축복의 승리 속에서 현성이 이 모든 것들이 아직 너무나도 어색하고, 익숙치 않은 듯 혜주를 꼭 안고 있다가 ‘누나, 내 이겼는데 와 우노…?’ 하고 울고 있는 그녀에게 물음을 던진다.

“좋아서 카지, 바보야!”

그 외침에 현성이 ‘내 이겨가…?’ 하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자 혜주가 ‘안 들린다! 크게 말해라!’ 하고 빽 소리를 지른다. 그 목소리도 간신히 들릴 정도로 환호가 멈추지 않는 상황 속에서 현성이 ‘내 이겨서 좋나, 누나?!’ 하고 소리치자 혜주가 고개를 흔든다.

“니 한 대도 안 맞아서 좋다! 빙시야!”

그리고 다시 그녀가 그의 품에 안긴 동안 김관수 관장과 기철, 예린, 태수가 ‘잘했다! 이 자슥! 오늘 사고 쳤네!’ 하고 들뜬 얼굴로 그의 등을 두드린다.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김관수 관장과 팀 동료들의 모습에 현성이 덩달아 기쁜 듯 환한 웃음을 짓는 사이…

다시 케이지 안으로 들어온 MC 용준이 ‘첫 승리 소감 좀 이야기 해주세요! 장현성 선수!’ 하고 그에게 마이크를 들이댄다. 그 모습에 현성과 혜주가 조금 당황한 듯 ‘예, 예?’ 하고 얼이 빠진 모습으로 대답하자 경기와는 또 다른 그 풋풋한 모습에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다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곧 카메라가 그를 비추며 전광판으로 현성과 혜주의 모습이 비추자 혜주가 새빨게진 얼굴로 재빨리 예린의 옆으로 도망치듯이 숨어 버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MC 용준이 ‘여자친구?’ 하고 물음을 던지자 그저 팔푼이 같은 웃음으로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한 번 더 ‘오!’ 하고 함성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곧 연이어 웃음이 터진 동안… 현성이 다시 마이크를 내민 용준을 바라보며 그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 장현성 선수! 아무래도 소감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첫 경기, 첫 승…! 어떤가요?”

경기는 끝이 났지만 이벤트는 끝나지 않았다. 그 생각 때문인지 용준이 다시 빠르게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어색하게 마이크를 받아 들고서 전광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지 머리를 긁적인다.

“그… 그냥…”

그리고 그가 많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여지껏 있었던 일들이 새삼스럽게 갑자기 생각이 나는 것인지 말을 잘 하지 못하던 현성이 이내 눈시울을 촉촉히 하며 옅은 미소를 짓고는 이내 김관수 관장과 기철, 예린, 태수, 그리고 혜주를 바라보며 천천히 이야기 한다.

“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심다. 앞으로도… 말보단 결과로 보여드리겠심다… 모두 감사합니다. 잘 해보겠심다! 감사합니다!”

다시 현성이 용준에게 마이크를 내밀고는 장충 체육관에 환호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에게 꾸벅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짝짝짝 하고 다시 열화 같은 박수 세례가 터져 나오는 동안… 정신을 차린 영찬에게 현성이 다가가 미안한 듯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자 영찬이 괜찮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미안하네. 더…”

영찬이 그를 우습게 보았던 것을 사과하는 동안 현성이 이건 정말로 싸움과는 다르단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영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꾸벅 인사한다.

“…아입니다. 고맙심다… 진짜로.”

그 모습에 사람들이 다시 한 번 함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는 동안… 영찬이 정신이 없는 듯 현성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박수 쳐주는 그의 모습에 다시 사람들이 환호에 환호를 더하며… 다시 현성이 퇴장하기까지 환호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그가 다시 백스테이지 뒤로 토네이도 짐 식구들과 혜주와 함께 사라졌을 때. 그때까지도 그의 여운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맴돈다.

5월 12일.

‘괴물’이 첫 등장을 마친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기다리신 만큼 꽉꽉. 경기 장면이 생생했으면 좋겠네요.

잡설~

굿 네이버스 바우처 활동 합격 했습니다. 그리 거창한 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 말고 보람이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글 쓰는 일과 아이들 멘토링 해주는 일. 둘 다 정규직은 아니고 프리랜서이긴 한데 이 일은 철저히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고, 바우처 활동은 아이들과 함께 해야만 하는 완전 상반되는 일이다 보니 기대가 크네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급해 하던 마음도 이제 사라졌네요. 글도 안 되고, 취업도 안 되고, 다 안 된다는 생각만 그득하다 하나가 풀리니 이렇게 맘도 편해졌습니다.

어젠 갑자기 멘붕이 와서 모든 게 다 허무하게 느껴졌는데… 아 왜 그랬지 하고 쪽팔리기도 하고, 가을이라서 좀 많이 민감하네요. 다 엎고 먼치킨, 하렘, 대리만족 삼박자에 충실한 글로 벌이나 대충 채우고 말까 하다가도 다시 맘 잡습니다.

그런 일 하게 됐는데 최소한 애들한테도 너희가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내가 이런 글을 쓴다 자부심 있게 이야기는 할 수 있는 글을 써야 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종종 인기 없다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찡찡 거려도 좀 봐주세요.

자주 그러진 않잖아요 ㅋ사실 원래 그러려고 무척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놈이니까… 아직 제가 생각해도 어리니까. 내년 되면 20대 후반인데… 사실 어리다고 할 나이는 지났지만 저 좀 동안입니당. 민증 검사 자주 받아용.

근데 요즘은 잘 안 하네요… 단골이라서 그런가봐예…

아무튼 킬링 컨텐츠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킬링 컨텐츠가 시간만 죽이는 용도 이외에도 기능할 수 있단 걸 해보고 싶은 맘이 크네요. 작품에 대한 욕심이라고 해야 할 지… 그런 퀄리티에 대한 욕심이요. 돈도 많이 벌면 물론 좋겠지만…

이것 저것 시도하면서 어느 정도 그 부분은 포기하고 시작한 감도 있지만 또 반응이 있으니 기대 하게 되고, 기대만큼 반응이 이어지질 않으니 실망하고. 뭐 그랬던 것 같아요. 응원도 많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도 많단 걸 알지만-

그래도 솔직히 ‘직업’은 ‘숫자’에 제일 ‘민감’하잖아요. 숫자가 떨어지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지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도 쭉 느끼고 있고, 어느 정도는 통달했다가도 헉 하고 멘붕오기도 하고. 예전엔 그런 걸 별로 느끼진 못했는데… 잘 나갈 땐 진짜로…ㅋㅋ

아무튼 앞으로도 쭉- 이런 식으로 써나가려고 합니당. 아무리 킬링타임이라도 보고 나선 뭔가 남는 게 있도록. 그렇다고 재미 없으면 또 안 되겠지만 아무튼 뭐 그래요. 그건 주관적이니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그냥 무작정 쓰는 거지 뭐 별 거 있겠어요?

그동안 꽁해 있던 게 오늘에서야 다시 풀리네요. 여러분 제가 이렇게 귀엽습니다. 찌질하게 귀여운 맛에 빠지면 약도 없어요. 우리 엄마도 ‘저거 또 지랄한다’고 마냥 웃으세요. 다 같이 웃고 넘어가요. 그럼 다음 편으로 넘어 갑니당. 내일 정오쯤 올라갈거에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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