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회 - 괴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굳어 있던 몸을 풀고 움직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덜컹…
토네이도 짐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가게로 출근 했을 때. 그 뿌듯함이나, 그 즐거움을 누릴 겨를도 없이 ‘이제 남은 시간은 어떻게 하지…?’ 하는 막막한 걱정이 들었던지 현성이 저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짓는다. 따로 숙소인 모텔로 들어가서 쉬다 나오질 않아 시간은 평소 출근 시간보다도 1시간 정도나 앞당겨져 있었다. 물론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니 가서 쉬어도 되겠지만…
“휴…”
그런 곳에서 누워버리면 일어나지 못하고 잠이 들 것 같은 불안감이 있으니까. 이내 한숨과 함께 현성이 가게 카운터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앉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모르게 하품이 밀려오고, 개운했던 몸은 다시 욱신욱신하는 고통과 함께 나른하게 늘어지고 있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멍하니 카운터를 바라보던 그가 이제 며칠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러면 안 된단 생각이 들었던지 쓴웃음을 띤 채 어떻게든 잠을 쫒아내려 해보지만 계속 그러다보니 오히려 지금이 그 사이에 있는 유일한 휴식 시간인데 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번 물꼬를 튼 생각은 무척이나 많이,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나 기철, 예린, 토네이도 짐의 식구들과 함께 있을 때와는 다르게 부정적이고 우울하게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신의 체력이 약한 줄은 몰랐는데… 이래서 정말 아영이가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자신도 잘 해낼 수 있을까?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도 확정적인 것은 없고… 만약 데뷔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당장에 거기에 올인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각박한 이 생활을 선수 데뷔를 하고도 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고… 단지 그거 하나 잘 된다고 해서 모든 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창호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하고 이래선 아영이는 물론이거니와 혜주가 이 일을 그만둘 수 있도록 할 수도 없을 텐 데…
“…하아…”
새삼스럽게 ‘넌 걱정이 너무 많아.’ 라고 이야기 한 민욱의 말을 떠올리며 현성이 쓴웃음을 짓는다. 아마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걱정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처음에 소년원을 나와서 그저 자기 앞가림만 하면 된다 생각하고 조급해 했던 때보다도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아영에게도 도움을 주고, 혜주도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오히려 혼자였을 땐… 그땐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지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야 더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려 한단 것이 어렵단 걸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삶 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아영과 혜주가 니까짓 게 뭔데 그리 하려 하냐 이야기를 하면 할 말도 없고… 누군가는 그런 그를 보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왜 그렇게 무식하게 인생을 살아가냐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부인하고 싶었던 어리석은 삶, 어리석은 인생을 굳이 스스로 또 선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렇게 된다면 행복 할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득이 된다, 안 된다를 따지기도 하지만 최소한 아영이나 혜주에게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단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녀들에게는 얼마든지 손해를 입어도 좋을 것 같았다. 멍청한 짓인지 몰라도 손익보단 ‘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을 그 스스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들 속에서 몸이 점점 늘어지고 만다. 밀려드는 잠기운 속에서 왠지 모를 ‘부모님’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현성이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마음의 짐을 조금 떨쳐낸 것인지 자신도 ‘그리 되고 싶다’ 생각하며 고개를 떨군다. 결국 피곤한 와중에 생각이 뒤숭숭하게 일어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다보니 저도 모르게 잠이 든 모양이다.
그러는 사이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을 따라서 또각또각 하는 구두 소리가 울린다. 아가씨들이 출근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만… 어느 샌가 가게로 나온 혜주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딸랑딸랑 하는 종소리가 은은히 울린다. 그러나 잠이 든 그는 그 소리조차 듣지 못한 모양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주가 ‘역시나…’ 하고 그를 보며 반가운 미소 반, 안타까운 얼굴 반을 하고서 작은 한숨을 내쉰다.
“이카니까 전화를 못 받지…”
부재중 통화를 남기고 혹시나 해서 모텔이 아니라 가게로 왔더니… 역시나. 소파에 뻗어 있는 그를 바라보며 혜주가 짠한 마음이 들었던지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그의 옆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아 본다. 입을 벌리고 숨도 안 쉬고 잠을 자는 건지 완전히 곯아떨어진 그 모습이 정말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제 잘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하지만…
“…우에 버티노.”
밤새도록 일을 하고 고작 4-5시간 잠을 잔다. 그리고 또 하루 일과를… 무얼 하는지는 몰라도 그저 헬스장 나가서 한 시간 런닝머신 끄적이다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꾸만 걱정이 되는지 글썽한 눈으로 혜주가 잠이 든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짧은 머리카락이 스르륵 하고 손 끝에 걸리는 기분이 좋지만… 이렇듯 피로에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편치가 않다.
아마 별 다른 사이가 아니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별 다른 사이가 아닌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처음부터 이 사람이 내 맘에 들어올 것이다 생각을 하고 만나진 않는다. 깨달았을 땐 이미 내 맘 속에 그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이라고… 그녀 또한 그것을 최근에 깨달았기 때문인지 괜시리 속상한 기분으로 글썽글썽 하는 눈을 하고서 지친 그를 바라본다. 덩치만 컸지 속은 순해 빠져서 어쩜 실속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고 주고 싶단 생각이 든다. 함부로 사람에게 마음을 품지 않으며, 함부로 다가서지 않는 외로운 꽃 같은 그녀에게… 다가가 품어주고, 사랑을 베풀고 싶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잠 든 모습이 아이 같다 생각하며 혜주가 글썽한 눈에 옅은 미소를 띤 채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잠을 잘 때에도 화상 자국이 난 얼굴을 가리는 게 습관이 된 건지… 아니면 그쪽이 편해 그리로 얼굴을 기대고 있는지 몰라도 아무 상처 없는 얼굴을 어루만지다보면 또 괜시리 속이 울컥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제 다시 일어서려 하고, 한 걸음 용기 내어 가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너무 상처가 많다. 그 상처들을 보듬어 주고 싶지만 한 마디 말도 어색해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용기 없는 여자가 자신이란 것을 알기에 속 상한 듯 한숨을 내쉬며 혜주가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살며시 잠든 그의 품에 기대어 본다. 행여나 이리 자다 감기는 걸리지 않을까? 이야기 하진 못해도 마음이 그러한 것을. 그녀가 잠든 그를 조심스럽게 안고 있는 동안…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간 현성이 움찔하며 눈을 뜬다.
“아…”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 그 사실을 눈치 채고 깜짝 놀라 눈을 뜨자마자… 익숙한 향기가 코 끝을 찌른다. 그 향기와 왠지 모를 따뜻함. 충혈된 눈으로 현성이 고개 돌린 곳에는 오랜만에 출근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는 혜주가 보인다.
“누나…”
그리고 그가 반가운 마음에 미소 짓다가 두 눈을 부비며 잠기운을 떨쳐내자 혜주가 ‘치…’ 하고 볼멘 소리를 낸다.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여자들처럼 챙겨주고 싶은데 왜 또 이렇게 마주 보면 이야기를 할 수 없는지… 자꾸만 속 상하단 생각이 들었던지 마음에도 없이 고개 돌린 그녀를 바라보며 현성이 ‘언제 왔어요…?’ 하고 웃으며 물음을 던진다.
“몰라.”
오랜만에 한 출근. 오랜만에 만난 시간. 잘 하고 싶은데도 괜히 어색하게 굳은 모습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그 목소리에 혜주가 더 몰라 움찔한다. 그런 게 아닌데 왜 이렇게 툭툭 말이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녀가 멈춰선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고 있자 현성이 ‘누나…?’ 하고 그녀를 부른다.
“무슨 일 있어요?”
그 물음에 혜주가 ‘아니…’ 하고 고개를 흔든다. 이내 또 한숨을 푹 내쉬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반가운 마음이 한 가득 찼다가도 왜 그러나… 하고 잘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다시 홱 고개를 돌린다.
“니 전화도 안 받고…! 가게 문도 열어 놓고 자면 어떡하노!”
이런 게 아닌데… 또 맘과는 다르게 툭 튀어나온 그 말에 그녀가 속상해서 더 이상하게 말이 나온단 생각이 들었던지 맘처럼 쉽게 되지 않는 그 일에 입을 꾹 다문다.
다정해지고 싶다. 다른 여자들처럼 애교도 부리고, 힘들어 하는데 기분도 풀어 주고 싶다. 그런데 그런 걸… 막상 또 이런 상황에서는 하질 못하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며 현성이 ‘미안해요.’ 하고 이야기 하며 아직도 충혈된 눈으로 미안한 듯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몰라…’ 하고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인다.
별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나무라고 싶어도 아니었는데… 그런데 그가 그런 눈빛을 하고 그런 말을 한다. 그게 무척이나 속이 상했던지 말로는 하지 못해도 최소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그녀가 그를 꼭 끌어안는다.
“내… 화 난 거 아이다…”
웃음 파는 일을 몇 년이나 해왔는데 정작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이렇게 솔직해지기가 힘이 든 걸까?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화를 내고 나서야 밀려오는 미안한 마음에 훌쩍이며 이야기 하자 현성이 조금 얼떨떨하긴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괜찮아예…’ 하고 그녀의 등을 다독인다.
“내가 잘못한 거 맞는 건데요.”
부드럽게 그녀를 받아들이는 그의 목소리에 혜주가 ‘아니…!’ 하고 이내 글썽이던 눈에서 눈물을 뚝 흘린다.
“나는… 그러고 싶어가 카는 거 아니고… 안 되는데… 그게…”
마치 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 이야기 하지 못하고 갑갑해 하는 그 모습에 그가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 만큼이나 표현에 인색하고… 익숙치 못해 하는 그녀란 걸 모르는 게 아니니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틀린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서혜주였고, 그게 그를 위한 일이지 그를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알아요.”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 맘을 알고 있다는 한 마디. 그 말과 함께 다시 그가 그녀를 꼭 끌어 안는다. 밀려왔던 피로도… 졸음도 모두 싹 달아나는 듯 한 묘한 기분이 전신을 휘감았다.
“얼마나 걱정하는지 다 아니까… 그카다 화장 번지면 또 어뜩할라고요…?”
위로 해주고 싶은 건 자신이었지만 결국 또 위로 받는 것도 서혜주다. 그 생각에 혜주가 ‘씨…’ 하고 괜시리 볼멘 소리를 내며 다시 그를 끌어안는다. 아가씨에게 화장이야 당연한 일이라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꾸미고 온 걸 알기는 할까?
“…니가 내 화장 망치는 주범이다…”
중얼중얼 투정을 부리는 그 목소리에 현성이 ‘진짜요…?’ 하고 웃으며 물음을 던지자 혜주가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럽게 닿은 입술이 속 상한 마음들을 모두 어디론가로 날려 보낸다. 그리고 그 입맞춤에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으로, 세상 그 어떤 남자도 하지 못했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를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이 밀려오곤 했다.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이, 따뜻한 체온이, 그리고 그 이상의 온기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지껏 만나왔던 거짓말 같은 사랑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말로 그에게 깊이 빠졌단 사실을 떠올리며 혜주가 다시 한 번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사랑스러운 말도 해주지 못하고, 다정하게 애교도 잘 부리지 못하지만 아낌없이 마음을 꺼내 보이고 싶어서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듯…
하지만 정말로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그 역시 수줍어 말로는 꺼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단 것이다. 그 마음이 온전하게 닿는 것을 느끼며 현성이 다시 혜주를 꼭 안는다.
“좋네예.”
그 말에 혜주가 ‘으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더 세게 그를 끌어안는다. 이렇게라도 힘든 게 나아진다면 모든 힘을 다 짜내서라도 꼭 안아줄 텐데…
“…빨리 잘 됐으면 좋겠어요. 맘 고생 안 시키구로.”
그리고 그가 수줍은 듯 은근히 꺼낸 말에 혜주가 ‘뭐… 모르지!’ 하고 다시 웃으며 그의 뺨에 입술을 가져단다. 쪽 하고 가볍게 닿는 입술에 현성이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그녀가 반대쪽 화상이 있는 얼굴에도 입술을 맞춘다.
“아…”
그 느낌을 무어라 이야기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그가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용기를 내어 그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 채 이야기 한다.
“나는 여기도 좋다… 다 좋다…”
이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본다. 맨 정신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일테니까. 장현성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을 통 틀어서.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여 그가 그저 미소만 짓고 있는 동안 혜주가 부끄러워서 눈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도망치듯이 그를 꼭 끌어안는다.
“다 잘 될 거다. 니는 다 잘 할 거니까. 내기 할래…?”
그리고 다시 새초롬하게 꺼내든 그 말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뭐 내기 할래…?”
그 말에 현성이 ‘어…’ 하고 생각하다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그럼 니가 지면 니 앞으로 평생 내 말만 듣고 살아야 된다. 알겠제…?”
그런 그에게 대답을 강요하는 대신 혜주가 다시 새침데기 같은 얼굴을 하고서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그 말에 현성이 웃음과 함께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어? 누나도 왔네요?”
언제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는지 범수가 출근을 한 모양이다.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혜주가 ‘엄마야!’ 하고 재빨리 옆으로 지켜 앉자 범수가 ‘허허허…’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눈치 없이 내 들어왔나… 미안해요, 누나! 미안하데이, 현성아!”
“뭐, 뭐 카노!”
새빨게진 얼굴로 소리치는 혜주의 모습에 범수가 이런 모습을 같이 일을 하면서 처음본다는 듯 마냥 흐뭇한 웃음으로 현성을 바라본다. 그 역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범수라지만 이런 현장을 목격당한 게 조금은 민망했던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오셨어예…? 행님…’ 하고 인사를 하자 범수가 웃으며 대답한다.
“현성이 화장 이쁘게 잘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