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회 - 괴물
좁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무척이나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짧은 계단 이후의 목적지가 어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리고 가려 했던 길조차 아니었기 때문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처럼… 생소하기 그지없는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현성이 조금 두근거리는 심장을 꾹 누르며 고개를 들어 목적지를 바라본다.
‘토네이도 짐’이라 적혀 있는 간판은 다소 화려한 구석이 있었는데, 어쩌면 조금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만화 같은 회오리 바람 로고가 순수한 김관장이나 기철과는 얼핏 어울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작나…”
입구에 멈춰선 현성이 선뜻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토네이도 짐의 간판과 그 옆에 설치된 피켓들을 바라본다. 기철과 김관수 관장의 사진이 붙어 있고 그 아래로 그들의 약력일 주르륵 쓰여져 있는 피켓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춰선 현성이 후우 하고 숨을 고른다. 맘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던지라 여기까지 와서도 아직 머뭇거리고 멈춰 있는 자신이 우스운 듯 쓴웃음을 띤 채 괜시리 김관장과 기철의 약력을 살펴보던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확실히 대단한 사람들이었구나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걸 떠나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송기철이라는 이름 석자 아래에 딥(DEEP) 현(現) 라이트 급 챔피언이라는 현재진행형의 약력. 그 이름을 유심히 바라보며 현성이 ‘챔피언…’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토네이도 짐의 유리문으로 고개를 돌린다.
유리문 사이로 얼핏얼핏 비치는 사람들은 이미 9시가 넘었지만 저마다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파란색 매트가 깔린 바닥에서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고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선수는 아닐테지만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유리문 뒤에서 바라보던 현성이 저 사람들은 선수가 아니라 그냥 취미로 이런 걸 배우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조금 더 망설여지는 감이 적잖게 있었다. 그냥 기철이나 김관장 같은 사람을 들어오면 바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 생각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격투기와는 무관해 보이는 일반 사람들도 트레이닝을 하고 있단 것이 왠지 모르게… 또 움츠러들었던지 현성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입구에서 어물어물 하는 동안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텅텅텅!
요란하게 계단을 뛰어 오르는 소리에 현성이 움찔하며 김관장과 기철의 피켓 옆으로 물러서서 뒤돌아보자 그곳에는 실버백 고릴라 같은 머리를 한 듬직한 체구의 남자가 보인다. 아마 퇴근을 하고 늦은 시간에 운동을 하러 온 사람인지 가방을 둘러맨 그가 현성이 입구에 서있자 계단을 뛰어 오르다 인기척을 느끼곤 고개를 든다.
“어…?”
그리고 그가 고개 들어 현성을 보자마자 마치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인 마냥 놀란 얼굴을 하자 현성이 왜 그러나 하고 어색하게 옆으로 물러선다. 계단을 오르던 남자가 계속 힐끔 힐끔 그를 바라보다…
“혹시 장현성 씨…?”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예?’ 하고 조금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아… 예…”
그리고 어색하게 인사하며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남자가 ‘아 진짜 맞네요! 아…! 여기는 어쩐 일로!’ 하고 반가워 하며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온다. 180센티 정도 되는 큰 키에 얼핏 보기만 해도 두툼한 몸이 힘이 무척 좋아 보이는 그가 ‘진짜 반갑습니데이!’ 하고 손을 내밀자 현성이 당황한 듯 ‘아… 예… 그게…’ 하고 무어라 이야기 하지 못하고 그의 손을 잡는다.
“이야! 손 진짜 크시네예! 진짜 방송 너무 잘 봤어요! 와 그거 보고 내가 진짜 속이 다 뒤집어 지는 줄 알았는데…! 진짜!”
그제야 현성이 ‘아, 방송…’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그가 실감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곳에 와서야 실감하게 된 듯 그 어색해 하는 모습에 남자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진짜 멋졌심다!’ 하고 그 어깨를 두드리자 현성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듯 어색한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무어라 이야기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이상 야릇한 기분에 그가 어색해 하는 동안 ‘근데 여는 우에 오셨습니까? 혹시 운동?’ 하고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그냥…’ 하고 고개를 흔든다.
“김 관장님이… 한 번 와 보시라 그래가… 물어보고 싶은 거도 있고 해가지고예.”
덩치와 달리 수줍음 많은 그 음성에 남자가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같이 드갑시다!’ 하고 미소 짓는다. 무척이나 남자답고 시원스러운 그 모습에 현성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망설이고 있던 차에 잘 됐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직도 이런 환대가 너무 어색해서 어떨떨하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유가 분명한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을 터. 남자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 ‘들어 오이소!’ 하고 손짓하자 순간 체육관 안의 사람들이 그 입구로 이목을 집중한다.
“행님, 오셨어예?!”
그러는 동안 그 너머의 현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인사를 하자 그가 ‘어, 오야! 야들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천천히 체육관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어?!”
너 나 할 것 없이 토네이도 짐 안의 사람들이 그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한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존재가 너무 신기하고 이상한 듯 현성이 꾸벅 인사를 하자 ‘장현성 선수?!’ 하고 사람들이 소리친다.
“예…? 선수는 아닌데…”
너무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는지 현성이 몰려드는 사람들의 이목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한 듯 어색한 웃음을 띤 채 고개를 흔들자 ‘관장님은 어디 가셨노?!’ 하고 실버백 고릴라 헤어의 남자가 목소리를 높인다.
“광장님, 지금 관장실에서 통화하고 계신데예…!”
그리고 우르르 몰린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현성을 구경하려는 듯 몰려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조금 움츠러 든 얼굴을 하고서 괜히 왔나 싶은 생각에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이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여지껏 그가 사람들의 눈길을 받았을 때엔 대부분이 무섭다, 두렵다… 혹은 경계의 빛이었지만 그들은 달랐다. 그 미묘한 차이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다들 운동 안 하고 뭐 그래 떠들고 있… 어?! 현성 씨!”
아마 회원들을 지도하다 그 소리를 듣고 나온 모양인지 착 달라 붙는 테크핏 상의를 입은 기철이 현성을 발견하고는 놀란 얼굴로 소리치자 현성이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기철아! 내 오늘 여 오는데 이 앞에 서성이고 있길래 안에 데리고 왔다!”
“태수 행님, 큰 일 하셨네예! 아, 일로 와요! 거는 잘 갔다 왔어요?!”
반가운 기철의 목소리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 참 희한한 기분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 덩치 크고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그를 이렇게 환영해준다는 것과, 그 체육관 안에 따로 운동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여자들도 그를 두려워하는 빛이라기 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말이다.
“관장님 지금 안 그래도 지선 피디님이랑 통화하고 있는데… 잘 됐네요! 좀 기다리고 있어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온 현성을 이끌며 기철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자 현성이 어색하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이야… 근데 진짜 난 오늘 여서 현성씨 볼 줄은 몰랐는데!”
생각지도 못한 그의 방문이 반가운지 기철이 들뜬 얼굴로 이야기 하자 현성이 자꾸만 어색한 기분이 들었던지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다 그가 피켓에 적혀 있는 그의 이력을 떠올리며 힐끔 기철을 바라보자 기철이 담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환한 웃음을 짓는다. 밝고 자신감 가득한 얼굴. 그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그 얼굴에 현성이 ‘부럽다…’는 생각을 더하는 동안…
“예린아! 여게 손님 차 좀 태워도!”
“…오빠! 내 여기 회원이거든요?”
“야, 우리 체육관 최고 미녀가 니 아이가! 그래도 귀한 손님 오셨는데…!”
그 외침에 예린이라 불린 여자가 푸힛 웃음을 터뜨리며 ‘여 내 말고 전판 다 남자니까 그렇죠!’ 하고 대답하며 정수기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을 어색하게 바라보던 현성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체육관을 돌아보자 기철이 그 옆에 앉아서 ‘근데 어쩐 일이에요?’ 하고 물음을 던진다.
“그냥… 한 번… 보러 오시라 그래가…”
“아… 어때요? 좀 체육관… 우리 인테리어 정리한 지 얼마 안 되가 좀 어수선한 거도 있는데… 괜찮죠?”
밝은 얼굴로 기철이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주변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내부는 꽤 넓고 커보였다. 그리고 뭣보다 링도 있었고, 미트와 샌드백, 웨이트를 위한 덤벨들까지… 운동에 필요한 기구들이 가득한 그 분위기가 낯선 듯 어색한 얼굴을 하는 사이에 큰 키의 예린이 ‘자요!’ 하고 녹차 티백을 담은 종이컵을 그에게 내민다.
“아… 고맙심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현성이 종이컵을 받자 예린이 ‘와 근데 진짜 크시네요!’ 하고 그와 기철을 번갈아 바라본다.
“기철이 오빠야, 옆에 있으니까 초딩 같다.”
“…내 니보단 훨씬 크거든?”
“삼센티가 언제부터 훨씬이에요?”
“야! 그건 내가 작은 게 아니라 니가 큰 거지!”
“오빠가 초딩 같은 거에요!”
이내 활발한 목소리로 기철과 티격태격 하는 그들의 모습에 녹차를 받은 현성이 오전의 김관장과 기철이 떠올랐던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모르긴 몰라도 이곳은 이렇게 밝고 즐거운 곳인 것 같단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든다. 물론… 그렇게 웃을 여력은 없는 상황이란 생각도 들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던 기철이 ‘니 절루 가라!’ 하고 예린을 쫒아내고는 진땀 뺐다는 듯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며 이야기 한다.
“자가 워낙에 좀 싸움닭 같은 아라가… 원래 저 이런 사람 아닙니다. 아시죠?”
“아… 예…”
어색한 그 대답에 기철이 ‘아유 저걸!’하고 예린을 바라보자 예린이 이내 푸헤헹 하고 웃으며 다른 여자 회원들 틈으로 몸을 숨긴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여자 회원들의 동작을 봐주고 지도하는 모습에 현성이 그녀도 여기 선수인가… 하고 기철을 바라보자 기철이 ‘자, 진짜 싸움닭이에요.’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일본서 활동 하고 있는 친군데, 아무튼…!”
그리고 그가 현성을 다시 바라본다. 여기에 그냥 온 건 분명히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 듯 그 눈빛에 현성이 녹차로 시선을 돌리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하고 대답한다.
“어떤거요…?”
기철의 물음에 현성이 그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다. 그 입장에서도 이것들이 조금 우습게 느껴지긴 했다. 그에겐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는 기철이나 이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격투기란 것에 대한 열정이나 사랑이 있어서가 아니라 깡패짓보다는 이 짓이 낫기 때문에,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해서 찾아온 셈이니까.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창피한 기분이 들었던지 현성이 대답을 잘 하지 못한다. 그 모습에 기철이 흠… 하고 그를 바라보다 내심 그 사정을 알고 있으니 표현을 잘 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한 듯 ‘혹시 샌드백 쳐본 적 있어요?’ 하고 물음을 던진다.
“예…?”
그 물음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자 기철이 ‘일로 와봐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120 Kg 샌드백 앞으로 그를 이끈다.
“열은 이만치 받는데 사람은 못 치겠고… 가끔씩 그럴 때 있거든요. 진짜 가슴이 답답할 때! 그때 가끔씩 샌드백 한 번 시원하게 두들기고 나면 기분이 팍 풀려요. 한번 쳐볼래요?”
그도 아직 20대 중반이라 해도 현성보다는 인생을 더 오래 살았기에 그 심정을 아는 걸까? 대답 대신 답답함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 하는 그의 모습에 현성이 머뭇거리며 그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 머뭇거리지 말라는 듯 기철이 고개를 끄덕인다. 한 번 해봐요 하는 그 눈빛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샌드백을 툭 쳐본다. 안에 모래 같은 것이 들어있는지 주먹에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툭…
그리고 그가 가볍게 한 번 더 샌드백을 치는 동안 토네이도 짐 안의 사람들이 힐끔 그를 돌아본다. 190 가까운 키는 둘 째 치고 한 덩치 하는 태수나 보통 성인 남자보단 덩치가 좋은 기철을 애처럼 만들어 버리는 그 덩치. 한껏 사람들이 기대감 가지고 보는 동안 현성이 왠지 모르게… 이거라도 시원하게 치고 나면 기분이 풀릴까 하는 생각으로 샌드백을 바라본다.
여전히 힘들고 막막한 길.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아영까지도 책임 지고, 어떻게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마음을 먹었다. 부디 그것이… 잘 되어야만 한다.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은… 더 이상은…! 그 갑갑한 기분이 턱 밑까지 꽉 차오른 것을 느끼며 현성이 꿀꺽 침을 삼킨다.
그에겐 기철이나 다른 사람들처럼 격투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그리고 그걸 꼭 하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게 없다. 과거 지선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 할 때 느꼈던 열정 같은 것이 말이다. 그런 걸 찾고 싶지만 살아가기 너무 각박하고… 지금은 그 혼자 건사하기도 힘든 와중에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다. 그것이 부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나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지 않을까 너무나도 두렵고 걱정이 된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현실을 넘어서는 방법은… 딱히 별 다른 수가 없어 보인다.
-툭…
막막하기 그지없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최악을 면했다 생각하니 더 나쁜 것이 찾아와 괴롭게 한다. 그러나 그걸 두고 도망칠 수는 없고… 외면 할 수가 없다. 울고 있던 아영의 얼굴. 그리고… 그가 떨쳐내야만 하는 것들을 떠올리며 현성이 순간 주먹을 움켜쥔다. 열정이나… 그런 것들은 모르겠다. 단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그런 걸 꿈꾸고 따지기엔 너무나도 각박하기에…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야만 했다.
그게 그로써는 무척이나 화가 나고, 무척이나 견디기 힘든 일이었지만.
-끼이익…
그리고 흔들리는 샌드백을 향해서 그가 드디어 주먹을 들었다. 그 해결되지 않는 갑갑함이, 응어리가 분노가 되어 터져 나온 듯…!
그와 동시에 김관수 관장이 통화를 끝내고 관장실에서 밖으로 걸어 나오며 작은 한숨을 내쉬는 동안…
-퍼어엉!
“아이고! 깜짝이야!”
샌드백이 터질 것 같은 어마어마한 소리가 토네이도 짐 안을 가득 채운다. 철렁이며 120 킬로그램의 샌드백이 사방으로 요동치고 그 옆에 서있던 기철이 하마터면 샌드백에 맞을 뻔 했다는 듯 놀란 얼굴로 흔들리는 샌드백을 붙잡는다.
“…와…”
예린과 태수를 비롯해 모두가 그 어마어마한 위력의 주먹에 눈에 휘둥그레져 그를 바라보는 동안 현성이 주먹이 터진 듯 까져 피가 뚝뚝 흐르는 손등을 하고서 밖으로 나온 김관수 관장을 바라본다.
“…현성아…?”
막 지선과 통화를 끝낸 그가 현성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단 생각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동안 현성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다시 꾹 움켜쥔 채 김관수 관장에게 대답한다.
“저… 이거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심까…? 내 목숨 걸고 하면 진짜 많이 벌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