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회 - 괴물
결국은 그리 되고 말았다. 참고 피하려 했지만 결국은 또 다시 참지 못하고야 말았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더 참았다면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동시에 떠오르며 공존하지 못하고 뒤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많은 것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자유롭고 싶은, 결코 하고 싶진 않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결론에 또 다시 괴로운 마음으로 현성이 작은 한숨을 내쉰다.
“괜찮십니까…?”
그리고 고개 돌린 곳에는 부어오른 뺨 덕분에 일찍 퇴근을 해야 하는 혜주가 되려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다른 사람보다 퇴근 시간이 이른 까닭에 혹시나 해서 현성이 그녀의 집까지 동행하는 길. 택시를 타고 가며 별 다른 이야기가 오가지 않는 어색한 정적 끝에 그가 던진 물음에 혜주가 ‘괜찮다.’ 하고 별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거 하다 보면 가끔씩 그 칸다. 빙시 같이 그냥 경찰 부르고 말지…”
괜찮다고 하는 그 목소리가 되려 그의 마음을 더욱 더 죄어 온다. 혜주의 목소리에 현성이 ‘미안합니다… 누나.’ 하고 다시 푹 고개를 숙이자 혜주가 ‘뭐가…’ 하고 천천히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까칠한 모습 그대로지만 기운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현성이 입술을 꾹 개물고 그녀를 바라본다.
아무리 당찬 성격의 아가씨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맞고 나니 많이 놀라고 얼떨떨한 모양이다. 평소와 다르게 주춤한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울컥 하고 치밀어 오르는 울화가 느껴진다. 정말로 가만히 있는 사람을 이렇게 들쑤시는 것도 모자라… 왜 그 곁의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까지 이렇게 손을 댄단 말인가? 참고 참아왔던… 참는 게 이긴다는 생각을 밀어낸 채 현성이 주먹을 불끈 쥔다.
“니… 그거 나가기 싫어 했잖아…? 왜 그걸 못 참노, 빙시야.”
그런 그를 보며 혜주가 그의 꾹 쥔 손이 떨려오자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본다. 보통 때보다 부어 오른 뺨이 자꾸만 눈에 담겨 현성이 이 작고 가녀린 여자에게 손을 댄 건 정말로 용서할 수 없는 짓이란 생각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거서 참으면 빙시잖아요.”
“뭐가? 바보가…? 참는 게 이기는 기다. 경찰 부르면 되는데 빙시 같이… 가 일부러 니 불러 낼라고 그칸거잖아.”
혜주가 보기에도 세상은 너무나도 불공정한 구석이 있었다. 대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녀석이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나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현성을 가만두지 못해 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 대체 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일 덕분에 덩달아 뺨을 맞고 충격을 받은 것도 받은 것이지만… 그보단 그에 대한 안타?움이 더욱 더 크게 밀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그 바닥 생활을 오래도록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장현성이란 남자만큼 슬픈 눈을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까. 그 슬픈 눈망울에 미안함이 가득 차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리고 그 울화를 풀지 못해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그 눈동자에 혜주가 천천히 그의 가슴팍에 이마를 기댄 채 속삭인다.
“…그냥 하지 마라. 니 싫어하잖아… 그러고 넘어가자. 그게 이기는 거다.”
상처를 보듬는 듯 한 따뜻함 목소리가 포근히 그의 마음을 안아 주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따뜻하면 따뜻 할 수록 분노 또한 커져 간다.
“…미안해요, 누나.”
고개를 흔들며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그가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니가 뭐…’ 하고 고개를 흔든다.
“금마가 이상한 거지. 미친 놈 같이…”
아무래도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그 화가 왜 그렇게 치밀어 오른 건지… 이유야 분명히 알 수 없었지만 누구든 그럴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두지 않고 괴롭힌다면 온 힘을 다해서, 사력을 다해서 저항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처럼 겉으론 센 척 해도 속으론 체념하고야 마는 것은 현명한 게 아니라 어쩌면 세상풍파에 너무나도 지치고 시달려서 아무런 의지도, 목표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그녀가 다시 그의 품에 얼굴을 기댄다.
그 가녀리고 자그마한 얼굴이 그의 가슴팍에 닿았을 때 ‘지키고 싶다.’라는 본능이 꿈틀하고 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현성이 씁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정말로 지켜주고 싶다. 그녀는 그에게 어느 샌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단 것을 그제야 깨달은 듯 그가 그 어깨를 꼭 끌어안고 싶단 충동을 느끼지만 그리 하지 못한 채 그저 미안하고 속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 볼 뿐이다. 그런 그의 심정을 알았을까? 고개 숙여 그의 가슴팍에 기대어 있던 혜주가 슬쩍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 그녀가 옅은 미소를 띤 채 ‘바보가?’ 하고 다시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그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어 현성이 어색하게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어느 샌가 택시는 그녀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사실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오피스텔과 건물들이 즐비한 자리는 어둠이 내려 깔려 여자 혼자 다니기엔 무척이나 위험스러워 보인다. 그 어둠을 바라보며, 함께 택시에서 내린 현성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고 그녀를 에스코트 한다. 그 손길에 혜주가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택시에서 내리곤 ‘조금 더 걸어가야 된다.’ 하고 이야기 한다.
“…여기 원래 이래 어두워요?”
그의 물음에 혜주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팔에 팔짱을 낀다. 평소보다 더 많이 그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지금 누구보다 힘들 그를 위로하기 위함일까? 그러나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꽉 안은 팔이 무척이나 고맙다고 생각하며 현성이 한참 작은 그녀를 힐끔 바라본다.
당차 보이다가도 지금은 영락없는 여자다. 아마도 그게 그녀가 남들에겐 잘 보여주지 않는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더욱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미안한 마음과 속 상한 마음에 다시 한 번 현성이 한숨을 내쉬자 혜주가 그를 올려다보며 ‘왜 자꾸 한숨인데…?’ 하고 물음을 던진다.
“…그냥요. 내 때문에…”
“니 때문 아니라고, 빙시야! 그런 또라이들 한 동네에도 몇 명씩 있다. 그냥… 운 없는 거다. 니 탓 아니다.”
욕을 하고 나무란다면 차라리 덜 미안할 법도 하다만… 괜찮다는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그가 더 미안한 기색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괜찮다니까. 바보가?”
이내 다시 그녀가 도도한 얼굴을 하고서 힐끔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무거운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렇게 그녀를 걱정해주는 게 싫을 리 없지 않은가? 이렇게나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요령 없는 20살. 세상풍파에 너무나도 지친 그녀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너무나도 정겹다.
“미안하면 그냥 그거 하지 마라. 경찰 신고하라 얘기도 안 하고… 그냥 넘기며 된다. 한 대 맞은 거야 액땜했다 치지 뭐.”
다시 기운을 내고 쿨하게 이야기 꺼내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그게 그녀 답다 생각하며 고개를 흔든다.
“…그래도 그거는 안 됩니더.”
그 말에 혜주가 ‘니 참 고집 세네.’ 하고 힐끔 그를 바라본다.
“가가 그러니까 그래 두들겨 패고 싶나?”
“…예.”
“얼마나 가가 니 성격 돋구었으면 그카노… 에휴.”
왠만해선 묵묵히 참고 넘어가는 현성이 그리 단호하게 이야기 할 정도면 정말 너무한 게 아닌가 하고 혜주가 한숨을 깊게 내쉰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내 때문에 다른 사람 피해 보는 건 못 참심다.”
그녀의 목소리에 현성이 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 한다. 20살.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자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을 피해 다녔을 뿐. 대부분의 싸움이 원해서 한 게 아니라 휘말린 것들이었고,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더러운 인상이라고 시비를 걸고 욕을 하고, 한 번 시작했던 싸움은 멈추지 않고 다른 다툼들을 불러왔다. 치기 어린 마음에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더 독하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악착 같이 버텨 왔던 것이 점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는 절대로 누군가를 괴롭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이 그러한 괴로움이었으니까. 그걸 나 하나 억울하다 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가 시키는 것은 한참이나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니 때문에 피해 본 거… 아무 것도 없다…”
“누나 다쳤잖아예! 그거 절대로 못 참심다. 다른 사람 건드려도 못 참겠지만… 더요! 절대로 못참심다.”
그 자신이야 그 빌어먹을 놈에게 어떤 소리를 듣던지 참으면 된다. 참으면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순간 그 이야기를 꺼낸 현성이 크게 움찔한다. 흥분한 듯 튀어나온 그 본심에 그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순간 어찌 할 바를 모르며 ‘그게… 그런 게 아니고요…’ 하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고개를 휙 돌린다.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항상 도망치고, 밀어내고… 이렇게 솔직하게 가까이 다가와서 그를 사람처럼 대해준 여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괴물같은 용모를 하고서 그런 마음 자체를 품는다는 자체가 민폐가 아니던가? 분명히 싫을 것이다. 이렇게 생긴 녀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정말로 싫을 것이다. 차마 이야기를 꺼내면 멀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현성이 ‘정말로 아닙니더…’ 하고 앞서 걸음을 옮기자 혜주가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는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불 같이 화를 내고, 그렇게 싫어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한다고 하는 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 거린다. 쿵쿵 하고 뛰어오르는 가슴에 그녀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잔뜩 움츠러 든 덩치 큰 남자는 정말로 좋아한단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은연중 진심 담긴 한 마디를 하고 저렇게 움츠러들어 있다. 거짓말엔 눈꼽 만큼도 재주 없는 그 남자의 너무나도 솔직한 뒷모습에 혜주가 무어라 이야기 해야 할 지 모르는 기분을 느낀 채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야!”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뒤에 있는 혜주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순간 현성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다. 손목에 끼고 있는 빨간 머리끈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미소와 함께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심장이 순간 멎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예…?’ 하고 물음을 던진다.
“이래 어두운 데 내 혼자 두고 갈 거가? 바보 빙시 쪼다야.”
이내 그녀가 흥 하고 도도한 얼굴로 걸음을 옮겨 다시 그의 곁에 섰을 때. 현성이 ‘아…’ 하고 뭐라 말을 하지 못 하고 우물쭈물 하며 그저 그녀를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화상 자국을 입은 얼굴에 그려진 그 당황스러운 감정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생각하며 혜주가 그의 팔에 팔짱을 낀다.
“…무섭다. 내 무서웠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거리에서 그녀가 그 떨림을 온전히 드러낸 채 속삭인다. 그 말에 그가 이 여자를 반드시 지켜주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며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본다. 그 자그마한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고 아무 것도 그녀에게 위해가 될 수 없도록 지켜내고 싶단 욕심이 마음속에서 꿈틀하고 고개를 치켜든다.
“그러니까 니가… 잘 지켜죠.”
치 하고 옅은 미소를 띤 채 혜주가 그를 바라본다. 아직도 부어오른 뺨이 어색하던지 금방 그 뺨을 어루만지며 ‘대답!’ 하고 그녀가 그를 째려보자 현성이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는 두근거림으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혜주가 그의 팔을 안았을 때… 그 뭉클한 느낌은 단순히 몸과 몸이 닿은 게 아닌 마음과 마음이 닿은 것만 같은 느낌으로 전해져 온다.
“아직은… 니가 꼬맹이니까 내가 니 지켜주께. 빙시야.”
그리고 새침한 얼굴로 혜주가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 스친 수줍음을 도무지 믿을 수 없는지 현성이 얼떨떨한 기분으로 멍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풋풋해도 이렇게 풋풋할 수 있을까? 닳고 닳은 여자에겐 과분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혜주가 쓴웃음을 띤 채 힐끔 그를 바라보자 그 눈빛이 수줍다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내 눈을 왜 못 쳐다보노. 바보야.”
샐쭉한 얼굴로 이야기 하긴 했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껍데기만 남아 있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이렇게 온전한 감정 그대로 그녀를 좋아해주었단 것의 감동을 말이다. 그 감정을 가슴 깊이 느끼며 혜주가 현성을 바라본다.
“밥 묵고 갈래…?”
그 순간 현성이 ‘아…’ 하고 멈칫하며 조금 부끄러운 기색이 비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깊은 새벽. 그들에겐 이르다면 이르고, 늦다면 늦은 애매한 시간. 그 시간에 그녀의 말은… 현성이 조금 긴장한 듯 멈칫하자 혜주가 ‘변태야!’ 하고 웃으며 소리친다.
“그냥 집 밥! 니 이상한 상상 했제?! 죽는다!”
그 말에 그가 그제야 안도한 듯 ‘아…’ 하고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천국과 지옥. 그 사이를 몇 차례나 오가며 오늘도 다시 또 절망과 분노로 떨어질 것만 같았지만… 결국 그녀를 통해 다시 천국으로 올라온 기분이다.
“누나.”
그리고 그가 그녀를 부르자 혜주가 ‘뭐?’ 하고 그를 째려본다.
“하여튼 므시마들 응큼한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투덜투덜 거리는 그 모습에 그가 다시 웃음을 띤 채 조금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자 혜주가 흠흠 하고 어색하게 기침을 한다. 그리고 그가 뭔가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우물쭈물하고 서있다 용기를 낸 듯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그녀를 안아 본다.
“아…”
사알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수줍은 탄성. 그리고 그가 바짝 굳은 모습으로 어색하지만… 처음으로 용기 내어 도망치지 않고 다가와 그녀를 안았을 때, 그 떨림과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혜주가 미소를 띤 채 수줍게 그의 품에 안기어 본다. 무척이나 어색한 듯 하면서도 마음이 요동치는 것이 죽어버린 심장이 다시 살아난 기분이다. 그것은… 과거의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그 심장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살며시 눈을 감았을 때.
“아프지 마이소.”
눈물까지 글썽이게 만드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너무나도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귓가를 타고 온 몸으로 퍼진다. 그리고 그녀가 두 손을 뻗어 그의 너른 몸을 꼭 끌어안는다. 어릴 때 시골의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안아본 아름드리 나무처럼 듬직한… 그러나 그것보다 몇 배는 따뜻한 그 체온을 느끼며 그녀가 처음으로 ‘서혜주’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채… 다정한 음성으로 속삭인다.
“…니도. 빙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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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봄이다 - 성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