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9장 (49/60)

제9장

“구스? 구스 맞니?”

“어머니! 흑. 흑.”

구스와 그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두리번거리면서 자신의 가족을 찾고 있었다.

에반은 인장을 없애면 없앨수록 요령이 생기는지 갈수록 빠르게 인장을 없앴고 구스의 어머니가 깨어날 때쯤 되자 마을 사람들 전부의 인장을 없앤 에반이 나마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는 듯 멍한 표정이었다.

에반이 구스에게 다가갔다.

“고맙습니다. 에반님.”

“그저 해야만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나저나 마을의 규모에 비해 사람들이 너무 적구나.”

구스의 어머니가 말을 해주었다.

“없는 분들은 병에 걸려 죽었거나 미쳐서 마을에서 쫓겨났어요. 지금 마을 사람들은 그 수가 확연히 줄었죠.”

“주위에 마을이 더 있습니까?”

“있긴 하지만…….”

그녀가 말을 흐렸다.

그걸로 그 마을에 살아남은 이가 아무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흑마법사가 이들을 노예로 만든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흑마법사마저 없었다면 아마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죽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시겠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폰다 왕국은 살 곳이 못 된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갈 곳도 없다.

“혹시라도 크리프 왕국으로 갈 생각이 있습니까?”

“예?”

“저는 한 가문의 부가주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 인원을 받아줄 재량은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를 받아줄까요?”

구스의 어머니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분명 이상하게 볼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전염병이 어느 마을에 돈다면 그 마을 사람들은 전부 다 병자가 된다.

구스의 어머니는 지금 자신들이 전염병에 걸렸다고 믿고 있었으니 그가 한 말을 쉬이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건 상관없습니다. 그들은 저를 믿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걸리는 것이 있으니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무르십시오. 밖으로 나가면 마물들이 있으니 여기가 안전할 겁니다.”

“어디를 가시려 합니까?”

“이번 일의 원흉을 잡아야 하지요.”

웅성웅성.

그 말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동요했다.

그들은 전염병을 퍼트린 자가 악마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 악마를 잡는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동요하는 건 당연했다.

“위험한 일이 아닙니까?”

구스의 어머니가 물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바로 떠날 건가요?”

에반이 고개를 저었다.

“몸을 지킬 수 있게는 해줘야지. 내가 그냥 떠난다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의 말은 믿음이 갔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 사람이 에반에게 인사하자 너도나도 에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에반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용사 같았다.

* * *

에반이 그들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강제적이지만 단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 중 몇몇은 구스처럼 바디 체인징을 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각이 없을 뿐이지 이미 익스퍼트 중급의 마나를 가질 수 있는 준비된 기사들이었다.

이들 모두를 거두어 에반이 잘만 가르친다면 엄청난 전력을 얻는 것과 같았다.

에반은 그들에게 하루의 시간을 들여 크라우스 가문의 병사들에게 가르치는 크라우스 공법을 알려주었다.

마을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라는 뜻도 있지만 나중을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또한 신성력을 이용해 음식을 정화하는 법도 알려주었다.

마기가 깃든 음식을 먹으면 다시 오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에반은 나마스를 따라 길을 나섰다.

나마스의 말에 따르면 이 길을 따라 왕성을 가면 더는 마을이 없을 거라 했다.

흑마법사들 중 단 백여 명만이 왕성을 나가 마을을 장악했다 한다.

서너 명씩 모여 있으니 폰다 왕국의 전체 마을 중 서른 개 정도만이 그들이 장악을 한 것이다.

폰다 왕국 전체 크기를 보자면 아주 미미한 숫자였고 마을 하나당 삼백여 명 정도가 살아남았다고 친다면 채 만 명도 되지 않은 인간들이 살아남은 것이다.

에반은 그제야 실감이 났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은 것이다.

그 정도의 사람이 죽었다는 건 에반을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었다.

더욱 빨리 왕성으로 향한 그는 마을을 떠난 지 사흘째가 되는 날 왕성에 도착을 했다.

왕성이 있는 곳은 그 나라의 수도이다.

당연히 왕도는 클 수밖에 없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자 귀기가 서린 듯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왕도를 가로질러 왕성에 도착했다.

“여기인가?”

“그렇다.”

“들어가지.”

나마스가 그를 데리고 도개교를 건너려 했다.

“나마스!”

그때 나마스를 부르는 자가 있었다.

역시나 어두운 로브를 입은 흑마법사였다.

“아드리브. 오랜만이군.”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자네는 우리가 세울 왕국의 기초를 다지고 있어야 할 텐데.”

“다 이자 때문이네.”

“누구지?”

그제야 아드리브는 에반을 돌아보았다.

나마스가 말했다.

“마신님께 반기를 든 자이지.”

“그게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다. 마신님을 이 세상에서 없애고 싶다고 하는군.”

그 말에 아드리브가 마법을 준비하며 물었다.

“배신인가?”

“배신? 내가 왜 배신을 하겠나? 그저 이자의 만용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보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나?”

“죽고 싶다는데 그렇게 해줘야지.”

아드리브는 잠시 나마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마신님께 그런 수고를 끼칠 수야 없지.”

파악.

말을 하는 순간 검은 불길이 에반에게 날아왔다.

쾅!

에반의 있던 자리에 매캐한 연기가 솟아올랐고 아드리브는 그걸 보면서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애송이를 데려오다니 나마스 그대도 많이 약해졌군.”

하지만 말을 하던 아드리브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에반이 그 자리 그대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이것이 환영인사인가?”

“네놈!”

퍽.

아드리브가 다시 덤비려 할 때 에반이 손을 먼저 휘젓자 그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몇 차례를 구르고는 움직임이 멎었다.

목뼈가 부러져 절명한 것이다.

“들어가지.”

나마스는 질린 눈으로 에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그를 안내했다.

마음속에 약간의 불안이 생겼지만 애써 그 불안을 지웠다.

아무리 그가 인간 중 가장 강자라 하더라도 상대는 마신이다. 절대 인간이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마스의 생각이었다.

* * *

“데리고 왔습니다.”

에반이 성 앞에 도착했을 때쯤 카마트는 페른 교단 일행을 하스의 앞에 선보이고 있었다.

“이들인가?”

“예.”

루네르가 하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하, 하스?”

“호. 날 아나?”

자신을 알아보는 루네르를 보면서 하스는 하스의 기억을 뒤적였다. 그리고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브릴리언 가문의 장녀. 루네르 브릴리언. 그리고 이 몸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군.”

루네르는 하스의 말에 이질감을 느꼈다.

하스가 가문을 나간 후 세 번 정도 마주쳤었는데 그때마다 하스는 루네르를 보며 증오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하스는 루네르를 볼 때 호기심 말고는 다른 감정이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넌 하스가 아니군.”

그에 하스가 고개를 저었다.

“난 하스가 맞아. 내가 하스로 살기로 했으니 말이야.”

“하스는 어떻게 되었지?”

“내가 하스인데 하스가 어디로 갔겠나? 그저 예전의 하스라면 나를 받아들임으로써 평안을 얻었을 것이다.”

으득.

루네르가 순수하게 분노했다.

루네르는 하스를 어릴 적 정말 잘 따랐다. 자신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오빠는 그녀의 왕자님과 같았다.

조용하지만 사려 깊었던 하스의 예전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가 변해야 했던 이유를 알고 있기에 그녀 또한 마음을 일부로 차갑게 하며 누가 떠밀지도 않았는데 다오에 들어갔고 십이사도의 자리에 올랐다.

브릴리언 가문의 입김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녀의 능력이 그 정도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그 안에 끼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세 번을 마주쳐 세 번을 하스를 놓아주었다.

하스는 그때마다 더욱 루네르를 죽이고 싶어 했다. 예전의 하스는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앞에 하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를 보니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하스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하스는 하스이기 때문이다.

“분노하고 있구나.”

“그래.”

“이상하군. 이 몸의 기억을 보자면 하스는 너를 아주 싫어했는데 말이야.”

“네가 평가를 할 정도로 간단한 관계가 아니다.”

“그래?”

하스가 눈을 반짝이며 루네르를 훑어보았다.

“그나저나 흥미로운 것을 심장에 지니고 있군.”

섬뜩.

루네르는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주춤 물러났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온몸이 굳어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어 있었다.

그건 모두 하스가 그들을 제압한 탓이다.

아무리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하려 해도 그들은 인간이었고 하스는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루네르는 입을 질끈 깨물고는 말했다.

“네가 관심 가질 물건이 아니다.”

그 말에 하스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하. 웃기는군. 그런 건 네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나와 같은 브릴리언 가문의 사람이니 나도 참견을 해도 되지.”

“너와 같은 취급을 하지 마!”

“어째서?”

“넌 그저…….”

그녀가 말을 하려 할 때 밖에서 은은한 폭음소리가 들렸다.

하스가 그 소리를 듣고는 미소 지었다.

“벌써 반을 돌파했군. 카마트.”

“예. 하스님.”

“가서 손님을 맞이해라.”

“이곳으로 데리고 옵니까?”

“네가 막을 수 있다면 한 번 막아보아라.”

“알겠습니다.”

“그래도 넌 내 종이니 힘을 주지 않을 수 없지.”

하스의 말이 끝나자 카마트는 자신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걸 느꼈다.

“아아아…….”

카마트가 희열에 몸부림 쳤다. 그리고 잠시 후 마기가 끊기자 카마트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스가 그런 카마트를 보면서 말했다.

“이제 가보아라.”

“예.”

그가 물러가고 다시 루네르를 바라보았다.

“하던 말을 계속해봐라.”

“넌 그저 하스의 껍데기를 쓰고 있는 추악한 마족일 뿐이다.”

“누가 날 마족이라 했지?”

“그럼 아닌가?”

“난 인간이다. 너와 같은.”

“헛소리.”

“그리고 브릴리언 가문의 사람이기도 하지.”

“미쳤군.”

“뭐, 믿지 않으려면 믿지 않아도 된다. 진실이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걸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난 사실만을 말할 뿐이야. 내 몸에 용족의 피와 함께 마족의 피가 흘러 버려지기도 했지만 분명 브릴리언 가문의 사람이지. 그렇기에 예전에 너희에게 은혜를 줬기도 했고 말이야.”

루네르는 하스의 말에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하나를 생각했다.

술법을 뛰어넘는 걸 만든 위대한 존재가 자신의 가문의 사람이며 그가 만든 개념과는 다른 형태의 것을 브릴리언 가문에 남겼다는 것이다.

그 이름을 담는 것만 해도 불경스럽기에 입에 담지 않았지만 루네르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크루세스?”

“내가 그렇게 불렸던 때도 있었지.”

“말도 안 돼.”

“어차피 믿으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 말에 루네르는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그 이면에 있는 진실도 알고 있었다.

지금 앞에 있는 하스가 말한 것처럼 크루세스는 마족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브릴리언 가문에서는 그를 태어나자마자 내쳤었다.

그러자 문득 하스가 떠올랐다.

“설마…….”

“호. 이제 이해를 한 건가?”

“하스는 축복 아래 태어났어. 그건 말도 안 돼.”

“마기를 처음부터 뿜어내면 나처럼 내쳐지거든. 그래서 예전에 지상에 올라왔을 때 장난을 좀 쳐놓았지.”

“어떻게…….”

“너도 마법을 배워 알겠지만 마법은 클래스가 올라갈수록 말도 안 되는걸 보여준다.”

“그럼 하스가 저주를 받은 몸이 되었던 것이 너 때문이라는 이야기냐?”

“아니지. 나 때문에 하스가 태어날 수 있었던 거지.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는 하스라는 존재는 있을 수 없었겠지. 나의 능력을 끌어내줄 그런 인간이 말이야.”

“으으으.”

루네르는 격정에 차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하스가 말했다.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너도 같은 처지가 될 거니까 말이야.”

“무슨?”

“사실 하스는 진짜 마족의 피를 이어받지 않아 조금 불안하거든. 그런데 넌 완벽하단 말이야. 네 몸에 있는 그 물건이 더욱 날 강해지게 해주겠지.”

그러면서 하스가 손을 펼쳐 루네르의 몸에 대었다.

“아, 안 돼.”

“넌 나중에 나에게 감사할 거야.”

마기가 루네르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신물이 반항을 해보았지만 마기는 신물이 신성력으로 바꾸는 속도보다 더 빨리 마기를 그녀의 몸에 집어넣었다.

“커, 컥.”

말도 꺼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녀에게 덮쳐왔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때였다.

쾅!

대전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하스는 루네르의 몸을 집어삼킬까 하다가 입맛을 다시면서 손을 떼었다.

그녀의 몸을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 그렇다면 이 용사놀이의 재미를 제대로 못 볼 것 같았다.

하스는 일단 용사놀이의 끝을 장식하고 루네르의 몸을 차지할 생각을 했다.

앞에 있는 자가 하스를 쳐다보고는 그를 알아보았다.

“하스?”

“호. 너도 날 아나? 오늘은 예전의 친구들이 많이 모여드는군.”

“아니, 하스가 아니군.”

“날 금방 알아보는군. 에반.”

하스는 하스의 기억을 뒤져 지금 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알아내었다.

“넌 누구지?”

“하스다.”

“그렇게 불리고 싶은가?”

“그래.”

“그렇다면 그렇게 불러주지.”

“에, 에반 공.”

루네르가 땀이 범벅된 얼굴로 에반을 쳐다보았다.

“왕국을 벗어난다더니 왜 여기 있지?”

“그렇게 되었어요.”

“어이. 날 잡으러 왔으면 나와 대화를 하라고.”

그 말에 에반이 하스를 돌아보았다.

그에 하스가 만족을 한 듯 웃었다.

“좋아. 좋아. 그래야지. 그나저나 바깥으로 보낸 내 종들은 어떻게 했지?”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도 살아있을 가치가 없겠군.”

“자신의 주제를 잘 아는군.”

“하하하. 정말 대단해. 인간이 홀로 이곳에 와서 내 앞에서 고개를 똑바로 들고 서 있는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군.”

예전에도 크루세스라는 이름 때문에 그 누구도 그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었다.

“네가 저 위쪽에서 혼자 놀았다면 내가 찾아올 일을 없었을 거다.”

“크리프 왕국을 위한 충심인가? 이건 정말 용사의 기백이 느껴지는군.”

하스는 아직까지 에반을 무시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인간은 절대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

그것이 하스가 가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하찮은 인간을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죽게 해주고 싶었다.

“고통이 뭔지 알려주지.”

마기가 에반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곧 하스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곁으로 다가간 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뭐지? 너 또한 기운을 변환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몸 안에서 변화가 되는 것이 아닌 허공에서 변화가 되었다.

이런 경우는 하스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흥. 그렇다고 해도 발악일 뿐이지.”

하스는 다시 마기를 그에게 보냈다.

이번에는 질과 양에서 조금 전보다 더욱 강했다.

쿠쿠쿠쿠.

마기가 에반에게 모이면서 대전이 흔들리는 가운데 에반은 아무렇지 않게 그 기운을 받아내었다.

아무리 기운이 많아도 마기보다 신성력이 강해지는 것이 더 빨랐다.

그리고 종래에는 마기가 다가가기도 전에 신성력이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하고는 하스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그 때문에 하스는 안색을 변화시키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하스의 얼굴을 엄청 굳어있었다.

“그럼 이건 어떨까?”

갑자기 에반이 서 있는 바닥에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뇌전이 꽂혔으며 물이 쏟아지고 대지가 갈라졌다.

하지만 에반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하스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방금 공격은 8클래스의 힘을 담은 마법이었다.

그런데 에반은 움직이지도 않고 그걸 막아낸 것이다.

에반이 피식 웃었다.

“너의 힘은 이 마기와 마나인가?”

“…….”

하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건 긍정을 뜻하는 침묵이었다.

“만약 네 힘이 그것이 다라면 너는 나와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아.”

“네가 이긴다는 소리냐?”

“아니.”

“그렇다면?”

“너는 내 털끝도 다치게 할 수 없다는 소리다.”

하스의 굳었던 얼굴이 균열이 갔다.

그리고 큰 웃음이 터졌다.

“파하하하하.”

한참을 웃던 그가 갑자기 웃음을 그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에반에게 말했다.

“넌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군.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체도 남겨놓지 않고 없애주지.”

그 말과 함께 폰다 왕국에 뿌려놓았던 모든 마기를 다시 몸 안으로 채워 넣기 시작했다.

루네르는 그 엄청난 마기의 유동에 그대로 기절을 해버렸고 폰다 왕국 전체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반은 하스가 마기를 채워 넣는 모습을 제지하지 않고 그저 지켜만 보았다.


 

「공간의 절대자」 6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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