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힐끗힐끗.
페른 교단의 사람들이 홀로 앉아 있는 에반을 보는 자꾸 쳐다보았다.
이미 그가 보여준 능력으로 인하여 감히 말을 걸 생각을 못하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에반은 그걸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들이 다가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다가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들의 그런 눈초리가 약간은 짜증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화를 내야 하나?’
에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에반에게 다가갔다.
페른 교단의 성기사 중 한 명이었다.
“무슨 일이지?”
에반이 약간은 까칠하게 나갔지만 삼십대의 성기사는 정중히 에반에게 자신을 소개하였다.
“페른님의 미천한 종인 프리번이라 합니다.”
“그래서 무슨 볼일인가?”
“저희가 가진 신성력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시다고요?”
“그게 문제가 되나?”
“아닙니다. 문제라니요.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왜 말을 걸었지?”
“저는 자작님의 검술 실력을 풍문으로만 들었기에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서 이렇게 말을 건 겁니다.”
에반이 프리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나를 이기고 싶은 건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혹시 데런이라고 아십니까?”
“데런?”
“예.”
에반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기사단에 그런 이름을 가진 기사가 한 명 있지.”
“그가 본래 저와 먼 친척이 됩니다. 그가 가끔 편지를 보내오는데 그 안에 자작님의 실력이 월등하다는 소리를 몇 번 본 적이 있어 청하는 겁니다.”
“그 이유뿐인가?”
“그렇습니다.”
그가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로 자신의 실력을 에반을 통해서 검증을 해보자는 마음이 강할 뿐이었다.
“그런 것이라면 내 상대해 주지.”
“감사합니다.”
신성력이 흐르는 갑옷을 입어 보이지는 않지만 에반은 갑옷 안에 그가 아주 단련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수많은 고련을 거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몸과 또한 그 안에 담겨있는 정순한 기운이 에반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성기사가 되었지?”
에반이 조금은 넓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프리번에게 물었다.
“십 년 정도 되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페른 교단에 성기사가 없다고 했는데…….”
“현세에 암흑이 드리울 걸 아는데 어찌 힘을 키우지 않겠습니까? 다만 저희는 현세의 암흑이 도래한다면 그걸 막기 위해 모처에서 노력을 해왔고 사람들이 몰랐을 뿐입니다.”
“그렇군.”
“하지만 저희에게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지?”
“저희는 틀어박혀 열심히 실력을 키웠을 뿐 실전을 겪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에 에반이 황당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그 너머에 있는 이들도 보았다.
페른 교단의 인원은 사제가 오십 명에 성기사가 이백 명이었다.
성기사 한 명이 익스퍼트 최상급에 가까운 마나를 품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실력이 굉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어떠한 위험이 있을 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실전도 한 번 치러 보지 않은 이들이 무턱대고 이렇게 원정대를 꾸렸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죽으러 가는 길에 낀 것인가?’
그런 생각까지 들기에 에반이 프리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도움을 청하지 않았지?”
“도움이라니요?”
“출발하기 전 약간의 시간이 있었다. 왜 그때 우리 기사단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페른의 종으로써 암흑을 막으러 가는 길에 기도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원정대의 인원이 속속들이 모여는 들었지만 그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바로 계속 기도를 하고 있었던 듯했다.
“허…….”
잠시 할 말을 잃고 그를 바라보다가 멀찍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네르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루네르라면 그런 사정을 알 텐데도 그냥 출발한 것이 이상했지만 더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프리번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희와 대련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대련?”
“예.”
“지금 이 속도라면 일주일 안에 폰다 왕국으로 들어간다. 일주일 만에 실력을 가다듬길 원하나?”
“하지만 저희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문제였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잠시 생각을 하던 에반이 그에게 말했다.
“알았다.”
“정말입니까?”
“그래. 대신 성녀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프리번은 그 말에 안색이 변했다.
“그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그치려는 것이 아니니 이쪽으로 불러.”
“예.”
프리번이 대답하고 성녀가 있는 쪽으로 갔다.
그러자 성녀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이미 이쪽에서 하는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저도 그들에게 실전 경험이 없는지는 몰랐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자고 했지요.”
“어딜 다시 돌아간다는 거지?”
“이대로라면 마기 안에 있다는 마물들에게 먹이가 될 뿐이에요. 그런 일은 없어야죠.”
“잘 아는군.”
“그런데 프리번 경이 에반님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아시고는 부탁을 하려 한 것 같아요.”
“흠.”
잠시 생각을 하던 에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만은 저들과 어울려 주지.”
“정말요?”
“그래. 무모하게 들어가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다면 내가 짜증이 날 것 같으니까.”
“감사해요.”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군.”
“무엇이 이상하다는 거죠?”
“이 인원으로 마족을 잡으러 가는 건가?”
“이건 일차 원정대예요.”
“일차 원정대?”
“예. 저희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실상을 파악하고 길을 만드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본 교단의 최정예들이 모여든 것이고요.”
다른 곳 같으면 우선은 실력이 없는 이들을 밀어 넣고 경과를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페른 교단은 자신들이 가진 전력의 반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이렇게 선발대로 뽑았다. 그것만 보아도 페른 교단이 꽤나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럼 들어가서 살펴보고만 나오는 건가?”
“예. 살아 있는 사람들도 살리고요.”
“별것 없군.”
“그러나 지금까지 이 간단한 일을 해낸 이들이 아무도 없지 않아요?”
그녀의 말이 맞다.
다오와 각 나라들이 파견한 사람들 중 돌아온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 봐주지.”
에반이 일어섰다.
“정말 고마워요.”
그걸 보면서 루네르가 재차 감사의 표시를 했다.
“대신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으니 조금은 이동 속도를 늦춰.”
“그럴 거예요.”
에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을 걸어갔다.
그들은 에반이 허락을 한 것 같아 표정이 환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에반의 훈련 방식을 몰라서 좋아하는 것뿐이었다.
에반이 프리번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바로 대련을 해주지. 그러니 나와.”
“알겠습니다.”
프리번이 재빨리 일어나 에반에게 다가왔다.
에반은 홀로 자신의 앞에 선 그를 보며 뭐라 한마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자신들의 실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보여주려면 한 명을 상대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 페른의 종…….”
프리번이 예를 갖추어 대련 신청을 하려 하자 그걸 에반이 막았다.
“그만! 마물들과 싸울 때도 이렇게 할 건가?”
“예?”
“난 실전 경험을 키워주기 위해서 전투를 할 거다. 시시한 대련이라 생각하지 말아라.”
“예. 알겠습니다.”
프리번이 바짝 얼어서 대답했다.
벌써부터 기세에 밀린 것이다.
에반이 손을 까닥였다.
“덤벼.”
“검은?”
“그런 것은 상관 말아라. 날 그저 마물이라 생각해.”
그 말에 프리번은 침을 한 번 삼키더니 검을 뽑았다.
스르릉.
갈 벼려진 검이 햇살을 받아 빛이 났다.
그러자 그 검은 순식간에 제 모습을 잃고 땅에 박혔다.
푹.
“어? 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감히 잡히지 않은 프리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에반을 바라보았다.
에반이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마물들이 검을 뽑을 시간까지 기다려 주리라 기대 마라.”
퍽.
쿵.
그 말과 함께 가볍게 프리번의 복부를 쳤고 프리번은 몇 미터를 날아가 그대로 꼬꾸라졌다.
“프리번.”
“정신 차려.”
그는 의식을 잃었는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에반은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다음 나와.”
“제가…….”
“말은 필요 없다. 그냥 베어.”
그 말에 앞에 나온 성기사가 검을 빠르게 뽑고는 에반에게 휘두르려 했다.
흠짓.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의 온몸을 두드리는 미증유의 기운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굳었고 에반은 그를 프리번과 똑같이 만들어주었다.
퍽.
쿵.
“다음.”
에반의 목소리에 성기사들은 몸을 떨었다.
* * *
성기사들을 가르치는 일은 간단했다.
어차피 수련은 충분히 되어 있으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연습뿐이었다.
실전 연습을 한 첫날 이백 명의 성기사들은 한 시간 반 만에 모두 뻗어 정신을 잃었다.
한 사람을 상대하는데 채 일분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 후 그들은 자신의 현재 실력을 십분 깨달았고 에반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에반은 간단한 일이라 생각한 실전 연습이 성기사들에게는 아주 고역이었다.
처음 대련을 했을 때와는 다르게 에반은 검을 들었는데 에반의 살기어린 검에 허둥지둥하다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검을 놓치거나 에반이 휘두른 검면에 맞아 날아갔다.
그러자 성기사들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에반에게 덤비는 것을 제안했다.
본래부터 그렇게 가르치려 했던 에반은 한 번에 열 명씩을 상대했다.
처음에는 자신들을 열 명씩 상대한다고 하자 에반도 무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검을 맞댄 후 그대로 사라졌다.
열 명의 성기사들이 채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것이다.
그 이유는 에반이 뿌리는 살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살기는 처음 접했던 그들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에반이 휘두르는 검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에반이 뿜어내는 살기는 인세의 것이 아니었다.
신성력으로 살기를 대항해 보려고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살기로 인해 굳어진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에반은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해왔기에 성기사들은 이동을 하면서도 휴식을 취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언제 어디서 날카로운 검이 자신을 겨눌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성기사들 중 온전한 자가 없었다.
긴장된 몸은 적응을 못하는지 그들에게 근육 경력이나 마비 증상을 일으키게 했고 에반의 지침으로 그걸 신성력으로도 풀 수가 없어 더욱 몸은 고되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 말이 맞는 듯 그런 지옥 같은 나날이 계속되자 몸이 그걸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에반이 뿜어내는 살기로 인해 언제나 굳어 있던 몸이 그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그가 휘두르는 검도 제법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적응이 되려는 찰나 에반은 사제들을 투입시켰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성기사들을 보조하게 되는 것은 사제들이었고 그들도 실전 연습을 해 어이없는 죽음을 피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사제들이 대련에 끼어들자 또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되었던 살기는 한층 강해졌으며 휘두르는 검은 눈으로 쫓기도 어려웠다.
성기사들은 그런 에반을 보며 그가 원정대 전체를 홀로 상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 때문에 다수가 한 명을 공격한다는 약간이나마 가졌던 미안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오크가 드래곤을 생각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들은 최선을 다해 에반을 상대하면 되었다.
한 번에 열두세 명의 성기사와 사제들을 상대했지만 에반은 지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에반과의 한 번의 대련이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한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오 분을 넘기는 조가 없었다.
그랬기에 채 두 시간도 안 돼 에반은 이백오십 명을 상대하고 시간이 남으면 또다시 상대를 해주었다.
그럼으로써 지치는 건 에반이 아니라 긴장으로 인하여 몸이 굳은 성기사와 사제들이었다.
* * *
챙.
“큭.”
에반의 검이 갑옷의 틈을 스치며 지나갔다.
성기사가 고통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주저앉자 재빨리 한 사제가 치유를 하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쓰러진 성기사를 뛰어넘은 에반이 그 사제을 공격했고 사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을 보며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못하고 그대로 굳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옆에 있던 사제가 재빨리 신성 마법을 펼쳤다.
“성령의 빛.”
파악.
한순간 광채가 폭사되면서 에반의 몸을 뒤덮었다.
그러자 에반은 꼼짝할 수 없었고 뒤에서 달려들던 성기사가 움직이지 못하는 에반에게 신성력을 듬뿍 담은 검을 찔러 넣었다.
에반은 자신의 몸을 멈춘 빛무리를 깨면서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걸 본 사제가 얼른 다른 신성 마법을 펼쳤다.
“홀리 핸드.”
거대한 손이 에반의 발을 묶었고 성기사들의 검이 기어이 에반을 갈랐다.
“헉. 헉.”
“하악. 하악.”
그제야 성기사와 사제들이 주저앉았다.
방금 에반을 상대하면 성기사 셋이 죽었지만 어쨌든 에반을 물리친 것이다.
그때 에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긴장을 푼 것인가?”
“아, 아닙니다.”
에반이 멀쩡한 모습으로 그들을 돌아보자 그들이 움찔했다.
지금 그들은 에반을 가상의 마물로 여기고 실전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처음으로 에반이라는 마물을 죽인 것이기에 기뻐하고 있건만 에반이 그들을 꾸짖자 그들은 바짝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너희는 만족했을지 몰라도 나는 너희가 너무 부족하다 느낀다. 나와 같은 실력을 지닌 마물이 한 마리뿐이라 생각하지 마라. 마물들이 언제 뒤를 기습할 줄 모르는데 마물 한 마리 잡았다고 그렇게 퍼질러 있다가는 셋뿐 아니라 그대로 전멸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나?”
“예.”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그들이 일어나 에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대련을 마치고 나면 언제나 하는 행동이었다.
에반이 간이로 설치된 막사로 들어가려 할 때 루네르가 다가왔다.
“고마워요.”
“별거 아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개죽음은 피해야지.”
“그래도 정말 고마워요.”
루네르는 정말로 에반이 고마웠다.
이주간의 지옥 같은 훈련으로 성기사들은 실전 연습을 제대로 한 것은 물론 마기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이제는 들어갈 시기가 온 것 같아요.”
“그런가?”
“예.”
“그럼 내일부터는 몸을 제대로 추스르라고 해.”
“예.”
에반과의 대련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몸에 이상이 온 이들도 많았다.
이제 폰다 왕국으로 들어가기 앞서 그런 몸을 제대로 원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피로도 완전히 없애야 했다.
“그 대신 한 가지는 계속하라고 해.”
“무엇이죠?”
“몸을 신성력을 보호하는 것.”
“왜죠?”
“몰라서 묻나?”
“예?”
“마기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보나?”
“별 영향이 없는 것 아닌가요?”
“그건 아주 농도가 약한 마기다. 어느 정도 마기의 농도가 짙어지면 인간이라고 해도 제대로 피할 수 없어.”
“그런 건가요?”
“그래.”
“난 엘프숲에서 마기를 겪어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생겨난 마기는 농도가 약했지만 충분히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정도였어. 그러니 열심히 하라고 해.”
“예.”
루네르는 에반의 말을 들어 성기사들과 사제들에게 평소에도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하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의외로 그들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이는 에반이 그들에게 매일 살기를 비침으로써 그 살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매일 연습한 결과였다.
그들은 그렇게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고 마기가 퍼져 있는 영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 * *
“여기인가?”
“그런 것 같군요.”
그들은 말과 마차를 마부와 그 외 그들을 따라온 이들에게 맡겼다.
이제 이 안으로는 페른 교단의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가지 못한다. 그건 죽음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신관님들을 모실 수 있어서 저희가 더 영광이었습니다.”
루네르의 말에 대표 격으로 있던 마부가 손사래를 쳤다.
“이제 가까운 마을에서 기다리세요.”
꼭 다시 나와 보겠다는 표현이었다.
“그러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예.”
루네르가 웃으면서 대꾸하고는 몸을 돌렸다.
앞에 검은 기운이 넘실대는 것을 보니 몸이 저절로 긴장이 되었다.
“으음.”
“들어가지.”
에반이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 먼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행동을 보여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것 같았다.
“같이 가요.”
그 뒤를 루네르가 따라 들어갔고 그 후 다른 원정대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쿠쿠쿵.
하늘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붉은 하늘에 검은 대지 그리고 어두운 풍경은 절대 이곳이 인세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모두가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에반이 그들을 깨웠다.
“모두 정신 차려.”
“음.”
“아.”
그들은 겨우 정신을 차리면서 에반을 바라보았다.
에반은 그런 시선을 무시한 채 루네르에게 말했다.
“어서 네가 저들을 이끌어라.”
“네.”
루네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기사 셋을 불렀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벅차하는 것 같네요. 저희는 여기에서 좀 더 적응을 할 테니 그대들이 위험이 없는지 보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세 명으로 괜찮나?”
“여기는 초입부분이에요. 그리 큰일은 없을 거라 봐요.”
“그건 그렇군.”
에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네르의 선택은 탁월했다.
처음에는 숨도 쉬기 어려웠던 성기사와 사제들이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적응을 한 것이다.
그 후 그들은 순찰을 돌리면서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틀을 더 이동을 했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던 그들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마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이 정도의 긴장감이 딱 좋다고 에반은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이틀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지 페른 교단의 사람들은 겨우 안정된 표정을 지을 수가 있었다.
그때쯤이었다.
주위를 수색하려 간 성기사 세 명 중 한 명이 원정대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뛰어 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더 앞으로 가서 그를 맞이한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이죠? 바른 경?”
바른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루네르에게 말했다.
“저쪽에 생존자가 있습니다.”
“생존자?”
루네르의 눈이 크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