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장 (3/60)

제2장

똑똑.

“네프 집사입니다.”

“들어오세요.”

쥬드 크라우스 백작의 말에 집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그것이…….”

집사가 한참을 난처한 듯 말도 제대로 못하고 서 있었다. 그에 쥬드가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네프 집사가 그리 뜸을 들입니까?”

네프 집사는 쥬드의 아버지인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가주였을 때부터 계속 백작가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언제나 할 말을 하는 이였기에 이렇게 머뭇거리는 모습은 정말 쥬드조차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잠시 동안 말을 하지 못했던 집사는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자신이 에반 도련님이라는 주장하는 사람이 응접실에 와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쥬드는 그 말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뒤로 의자가 넘어지는데도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쥬드에게 집사가 한마디 더 보탰다.

“예.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그것이…… 가서 보시는 편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집사는 뭐라 말을 하려다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어 쥬드에게 그렇게 말했다.

“일단 알았습니다.”

쥬드는 집사의 이상한 태도에 속으로 의아해하면서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 뒤로 한 명의 기사와 두 명의 병사가 쥬드를 따랐다.

쥬드는 그들이 따라붙든 말든 거의 뛰듯이 응접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응접실 앞에 도착했을 때는 지금까지 급하게 온 것과는 달리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응접실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두려움과 함께 기대감을 교차시키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을 쥬드에게 선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뒤에 있던 집사가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문을 열어드릴까요?

“아닙니다. 제가 열겠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뒤로 하고 쥬드가 문을 열었다.

오래된 탓인지 약간의 소음이 들리며 천천히 열리는 문 사이로 누군가가 서 있는 보였다.

그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문 쪽을 돌아보았다.

“어?”

조금은 매서웠던 눈매가 살짝 위로 올라가며 인상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리고 경직되어 있던 얼굴도 입가에 호선을 그리자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다.

‘형님.’

자신이 일곱 살 때 사라진, 하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에반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선뜻 다가갈 수는 없었다. 너무 젊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젊은 모습의 에반이 입을 열었다.

“쥬드냐?”

“맞습니다. 헌데…….”

쥬드가 더 말을 잇기 전이었다.

어느새 성큼성큼 다가온 에반이 쥬드를 안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에 그 뒤에 있던 기사나 병사들이 일순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주를 정체불명의 남자의 품에 안기게 했다.

“오랜만이구나, 쥬드.”

담담하지만 그 안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떨어져야 하는데.’

쥬드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에반을 밀어낼 수가 없었다.

아주 오래전 자신이 달려가면 언제나 웃어주며 자신을 안아주던 형의 품이 생각이 난 것이다.

‘이게 얼마만이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옛 추억을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 있던 집사가 조용히 말했다.

“가주님.”

“크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쥬드가 조용히 에반을 떼어내었다.

에반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놀란 것을 알았다.

‘왜 그러지?’

에반으로서는 자연스러운 표현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해보고 싶은 행동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행동이 사람들의 표정을 보자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은 사과를 해야 했다.

지금은 쥬드가 이 백작가를 책임지는 가주다.

가주는 언제나 위엄이 있어야 하며 고고해야 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 그렇게 들었다.

“미안하다. 내가 실수한 것 같구나.”

“아닙니다.”

에반의 사과에 쥬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잠시 에반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앉으시죠.”

“그러지.”

자신의 나이의 반 정도밖에 먹지 않은 모습의 에반이다.

집사가 당황할 만도 했고,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안긴 순간 쥬드는 자신의 형을 떠올렸고 그에게 지난 일을 들어 보아야만 했다.

쥬드 백작이 먼저 앉고 에반이 그 맞은편에 앉자 그가 입을 열었다.

“우선은 너무나 젊은 모습에 제가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정말 제 형님이 맞으십니까?”

“그렇다.”

“증명할 수 있으십니까?”

“어떻게 증명하지?”

“저와의 추억거리나 또는 아버님과의 추억거리를 한번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 말에 에반은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예전의 자신이 이곳에 살 때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했다.

저쪽 세계에서 살아갈 때 어느 순간 희미해졌었던 그들과의 추억이 새삼 다시 떠오르며 에반의 입가에 살짝이나마 미소를 맺히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쥬드도 마찬가지였다.

에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의 삼십 년 전의 아주 어릴 때의 추억을 그 자신도 꺼내 보고 있었다.

시녀가 차를 네 번째 따를 때가 되어서야 에반이 입을 다물었다.

그로서는 정말로 오랜만에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루에 단 한마디를 해도 어색했던 에반은 자신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줄 몰랐다.

잠시 입을 다문 에반을 쥬드가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다가 물었다.

“대체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겁니까?”

“나도 자세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조금은 음침해 보이는 노인이 날 데려가 실험을 했다는 것 정도밖에 알 수가 없다.”

“시, 실험이요?”

“그래. 그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도 않고 날 매일 매일 괴롭혔지. 나는 언제나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그리고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아는 건 마지막으로 눈을 떴을 때 내가 폴로냐 산의 중턱에 있었다는 것일 뿐이다.”

“으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대체 누가 크라우스 백작가의 장자를 납치해 괴롭힌단 말인가?

“조금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군요.”

“그래?”

에반은 태연하게 되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살짝 불신을 가라앉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다시 에반이 말했다.

“그는 날 처음 본 날 나에게 이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을 했었다. 넌 내가 실험하기 좋은 신체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이야. 아마 그것이 내가 고통스런 나날을 지내야 했던 이유일 것이다.”

쥬드는 그러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는 에반을 보며 그의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그렇다면 여기는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폴로냐 산을 올라오던 켈베스 마법사와 마주쳤다. 그는 처음엔 날 경계하더니 내가 에반이라고 하자 이것저것 물어보더구나. 그러고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날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그렇군요.”

마법사에게는 어느 정도 진실을 보는 눈이 있었다.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면 마법사가 고서클이 아닌 이상 그의 진실함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마법사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켈베스는 5서클의 마법사이기에 믿을 만했다.

“집사.”

“예. 가주님.”

“켈베스 마법사를 모셔오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에……반 형님.”

잠시 망설이던 쥬드가 에반이라 불렀다. 어느 정도 그를 믿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어떤 것이든 물어보아라.”

“실종 당시 형님이 가져가셨던 단 하나의 물품은 무엇이었습니까?”

“난 가지고 나간 물건이 없다.”

“예?”

쥬드가 당황하며 에반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에반이 멀뚱히 쥬드를 쳐다보았고 쥬드는 에반에게 다시 물었다.

“정말 가지고 가신 물건이 없으십니까?”

“그래. 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으음…….”

너무나 당당한 그의 대답에 쥬드가 침음을 흘렸다.

자신의 형님 같기도 한데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답답한 에반에게 쥬드가 살짝 힌트를 주었다.

“분명 목걸이 같은 것을 가져가지 않으셨단 말입니까?”

“목걸이라. 설마 어머니의 초상화가 담겨 있는 목걸이 말이냐?”

“예. 그것 말입니다.”

에반이 목걸이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까지 알자 쥬드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건 세상에 자신과 형님밖에 모르는 사실이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은 후 그 괴로움에 어머니의 물건과 초상화까지 모두 태웠다. 그러자 두 사람은 어머니를 기억할 모든 것을 잊어버렸었는데 그걸 가엽게 보았는지 한때 어머니를 그렸던 분이 아버지 모르게 자신과 형님에게 준 작은 초상화 두 장이 있었다.

그걸 보며 밤새 울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쥬드는 에반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것까지 안다면 정말로 에반이 자신의 형님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에반이 말했다.

“하지만 난 그걸 가져간 적이 없다.”

“예?”

“내가 기억하기로는 난 잠을 잘 때는 그걸 언제나 숨겨놓았었다. 아버지가 내가 잠들었을 때 몰래 와 그 목걸이를 가져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 방의 비밀장소에 숨겨 놓았었지.”

“그럼 그것을 지금도 찾으실 수 있으십니까?”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나긴 한다.”

그 말에 쥬드가 일어섰다.

“왜 일어나지?”

“함께 형님 방으로 가죠.”

“내 방?”

“예. 아직도 나갈 때 그대로이니 바로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뭐?”

놀라는 일이 거의 없는 에반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방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형님의 방이 있습니다.”

“흠.”

다시 한 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았다.

‘기쁨인가?’

처음에 사부에게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인 공무를 배울 때는 즐거웠다. 이것을 익히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말에 더욱 힘을 내서 배운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이 되어버렸다.

감정이 서서히 마모가 되고 어느 순간 즐거움도 슬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유일하게 표출하는 감정이 분노와 짜증뿐이었다.

사부에 대한 분노가 그 감정만은 남게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인 기쁨은 아마 자신의 방이 있다는 것과 목걸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데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세계에 있을 때 목걸이를 걸고 자지 않은 걸 얼마나 후회했던가?

어렸을 적에는 그 때문에 사부 몰래 눈물을 흘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에반의 행동이 처음으로 급해졌다.

“빨리 가자.”

에반이 먼저 응접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자신의 발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이동하던 에반은 아주 익숙한 방문 앞에 서서 예전을 생각했다.

“왜 그러고 있습니까?”

쥬드의 물음에 에반이 대답했다.

“예전 생각이 나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에반이 문고리를 잡아당겼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

“아…….”

꼭 삼십 년 전으로 돌아온 듯 보이는 자신의 방을 보자 에반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홀리듯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침대에 그대로 누웠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푹신함에 그대로 잠이 들 것 같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쥬드가 에반을 불렀다.

“형님?”

“아아. 그렇지. 목걸이를 찾아야 하지.”

에반은 쥬드의 부름에 곧장 일어서더니 침대의 옆구리를 한참을 더듬다가 어느 부위를 눌렀다.

달깍!

무언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에반의 손에는 목걸이가 들렸다.

에반은 찬찬히 목걸이를 살펴보다가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 담긴 어머니가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말 돌아왔구나.’

진짜 자신의 집에 돌아왔음을 실감하는 에반이었다.

* * *

에반이 자신의 방에 있을 때 쥬드는 그 방에서 나와 자신을 찾아온 켈베스를 만나고 있었다.

“켈베스 마법사, 정말 저 상태가 가능한가?”

“예. 가능합니다.”

‘알 게 뭐야.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그렇게 말하는 켈베스였다.

그에 쥬드는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찌 저렇게 젊어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제가 보았을 때는 에반 님께서 흑마법사에게 당하신 것 같습니다.”

“으음…… 흑마법사라니…….”

흑마법사는 역사에서도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전이다.

천 년 전까지만 해도 흑마법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마족이 나타나고 흑마법사는 마족을 소환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륙의 모든 나라가 흑마법사를 공적으로 선포했다.

흑마법사들은 몇백 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신들을 탄압한 이들에게 복수를 감행했고, 그 공격에 수많은 피해자가 생기자 그저 배척만 하던 이들 또한 눈에 불을 켜고 흑마법사를 잡으려 했다.

마지막으로 흑마법사가 나온 것이 백여 년 전으로 그때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한 왕국의 수도를 죽음의 도시로 만든 후 그 자신들 또한 여러 나라의 병사들에게 공격을 당해 대부분 죽임을 당했다.

그 후 더욱더 흑마법사에 대한 감시가 심해지면서 모든 나라를 초월한 하나의 기구가 만들어졌고 그때부터 흑마법사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켈베스가 너무나 쉽게 흑마법사란 이름을 꺼내니 쥬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예. 흑마법사들의 마법이나 실험은 저희 백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꽤나 화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함은 말할 것도 없고 기괴한 실험들이 많아 어떤 면에서는 흑마법사가 실험하던 장소를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흑마법사는 이미 모두 사라졌지 않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모습을 감춘 겁니다. 다오 기구가 설립된 이래로 어쩔 수 없이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었고 설혹 그 흔적이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다오에서 철저하게 은폐하여 현재는 흑마법사에 대한 진상을 아는 곳은 다오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오에게 연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닙니다. 그냥 지켜보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흑마법사라 하여도 한 명뿐이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다오에서 백작가를 휩쓸고 가면 에반 님이나 이 백작가에 많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켈베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다오를 바라보았다.

마족인 에반을 다오라고 해서 막을 수 없다는 생각과 또한 정말로 다오의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음. 알았네. 하지만 형님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이미 쥬드는 에반을 형님으로 믿는 것 같았다.

그것에 켈베스는 안도했다. 괜히 에반과 문제를 일으켜 그가 진면목을 보이면 가장 먼저 죽는 것은 자신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그대로 소개하십시오.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중년의 나이라도 어려 보이는 사람이 이 대륙에는 꽤 많지 않습니까? 흑마법사에게 실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들만 입조심을 시키면 될 일입니다.”

켈베스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미 에반과 그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다. 켈베스는 조심스럽게 그냥 에반의 아들 행세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운을 띄웠었고 그에 단호하게 에반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진짜 에반인데 어떻게 아직 있지도 않은 아들 행세를 하라고 하는 거냐?’

그 말을 하며 자신을 쏘아보는 그의 모습에 오금이 다 저려오던 켈베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쥬드에게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건 자신이 나서서 어떻게든 하면 될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마도사이다.

마도사인 자신마저도 에반이 마족인지 아닌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없었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진실 같았다.

그 정도면 다오에서 누군가가 오더라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다오와는 얽히고 싶지 않기에 최대한으로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 * *

“그래. 나를 인정한 것이냐?”

켈베스와 이야기를 끝내고 에반의 방으로 들어온 쥬드에게 에반이 담담하게 물었다.

“예, 형님.”

그의 직설적인 화투가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쥬드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제야 내가 진짜로 돌아온 것 같구나.”

“잘 오셨습니다.”

그때 에반이 자신이 앉은 침대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쥬드는 그 행동에 반가워하며 에반에게 다가가 그 자리에 앉았다.

자신이 아주 어렸을 적 에반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줄 때면 언제나 가리키던 자리였다.

벌써 나이가 사십대에 성큼 다가간 쥬드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감정도 순간이었다.

에반의 말이 쥬드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지?”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 생각을 하던 쥬드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십오 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십오 년 전 돌아가셨다고?”

“예.”

에반은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에반이 보기에 자신의 아버지인 루크 크라우스는 백 년이 지나도 살아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렸을 적이지만 그때 아버지는 언제나 강한 인상을 에반에게 주었었다.

강한 가주였고 그 아래 아버지를 따르는 이들도 모두 강했다.

그런데 그런 분이 십오 년 전 돌아가셨다고 말을 하니 에반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셨지?”

“그건…….”

쥬드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때의 일은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던 일이기 때문이다.

“쥬드…….”

망설이고 있는 쥬드가 에반의 부름에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 투명한 눈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 * *

에반이 실종된 후 루크 크라우스 백작은 에반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에반을 찾는 것은 인간인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에반을 포기할 생각을 할 때쯤 왕국에 전쟁이 일어났다.

국왕이 죽은 틈을 타 왕자끼리 내전이 일어나고 그 내전 중에 옆 나라가 쳐들어온 것이다.

내전은 내전대로 일어나고, 외전은 외전대로 일어나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변경백들은 어떻게 해서든 쳐들어오려는 외적을 막으려고 노력을 하건만 내전은 쉬이 끝나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전력을 깎아내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분연히 일어섰다.

아들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깃들었다는 자책감이 그에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그는 백작가에 충성을 하는 기사들을 이끌고 수도로 올라와 외전 때문에 모인 귀족들에게 선언했다.

“세 명의 왕자들이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난 나라를 위해 모두를 죽일 것이오.”

그의 선언이 나라로 퍼져갔고 귀족이건 평민이건 그의 선언을 들은 모두는 너 나 할 것 없이 미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왕자들 또한 그의 선언에 코웃음을 치며 더욱 왕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였고 당연히 내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왕자였다.

일왕자는 수백 명의 기사가 지키는 성 안에서 사라졌고 삼 일 후 이왕자가, 또 삼 일 후 삼왕자가 자신의 거처에서 사라졌다.

처음에는 왕자가 사라진 것을 감추려 했던 각 왕자들을 따르던 귀족들도 나머지 왕자들도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안 순간 내전은 자연스레 멈추었다.

세 왕자 중 한 명만 사라졌다고 한다면 더욱 전쟁이 거세졌겠지만 셋 모두가 사라지니 각 왕자들의 세력들은 조용히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세 왕자가 다시 나타난 곳은 다름 아닌 수도에 있는 왕성이었다.

그것도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선언했던 대회의장에 세 왕자가 나타났다.

그 자리에서 세 왕자의 중간에 선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말했다.

“내가 정말로 못할 것이라 보았습니까?”

그러면서 자신의 장검을 바닥에 꽂아 넣는 루크 크라우스 백작을 보며 세 왕자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했다.

그렇게 내전은 종식이 되었다.

왕자들은 볼모가 되어 자신이 자란 왕궁 안에 사로잡혔고 서로를 잡아먹으려 싸우던 세 세력은 힘을 합쳐 옆 왕국인 폰다 왕국의 병력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의외로 폰다 왕국의 저력은 강했다.

그들이 가세했건만 그래도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지루하게 이루어졌고 어쩔 수 없이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나섰다.

그리고 전설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가 나타나는 곳은 언제든 승리의 깃발이 나부꼈으며 그가 가리킨 곳은 초토화로 변했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를 전장의 지배자라 부르며 존경을 했고 난세에 영웅이 나왔다고 환호했다.

그렇게 그가 외전에 참여한 지 이 년, 폰다 왕국은 자신의 땅의 반을 내주며 연전연퇴를 거듭하고 있었고 크리프 왕국은 언제나 승리만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로 크리프 왕국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쓰러진 것이다.

적장의 검이나 병사들의 창이 그를 쓰러뜨린 것이 아니었다.

그건 어이없게도 한 잔의 차였다.

누군가가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먹는 차에 독을 풀었고 아무런 의심 없이 차를 마신 루크 크라우스 백작은 하루가 지나기 전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독을 먹은 루크 크라우스 백작은 비록 죽지 않았지만 상당히 위독한 상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전장에서 벗어나 백작가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 여파로 언제나 승리를 하던 크리프 왕국도 승리 대신 패배를 하는 날이 늘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폰다 왕국과 휴전을 하게 되었다.

이미 내전과 외전을 합치면 사 년이란 긴 시간 동안 전쟁을 했기에 크리프 왕국도 굉장히 피폐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왕자들을 억류하던 크라우스 백작가의 기사들이 왕성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루크 크라우스 백작이 쓰러졌음에도 왕자들을 억류하고 있었지만 외전이 끝나자 자신들의 임무를 마쳤다는 듯 왕성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 후 내전 아닌 내전이 또 일 년간 지속되었지만 그것이 왕국에 피해를 주지 못했다.

왕자들은 크라우스의 기사들이 언제 또다시 나타나 자신들을 죽일까 두려워 소극적인 전쟁을 벌였고 그렇게 해서 왕좌에 오른 것이 바로 이왕자인 루드 모플로 왕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을 때 크라우스 백작가로 돌아온 루크 크라우스 백작은 일 년이 지나도록 독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정말 지독한 그 독은 치료를 하면 할수록 더욱 깊숙이 몸속에 파고들어 끝내는 독이 온몸에 퍼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백작가를 찾았다.

그들의 목적은 루크 크라우스 백작의 병문안이 아니었다.

찾아온 이들은 백작가의 힘을 가지고 싶어했다.

루크 크라우스가 죽는다고 하더라고 그가 소유하고 있는 기사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을 가질 방법이 분명히 있었다. 아직도 실종 처리가 되어 있는 장자가 이 열쇠였다.

만약 자신이 크라우스 백작가의 장자가 된다면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탐낸 많은 이들이 자신이 실종된 장자라면서 찾아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기꾼들은 절대 크라우스 백작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왕자들마저 외전을 위해 억류를 했던 크라우스 백작가이다.

크라우스 백작가가 가진 독기를 사기꾼들은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크라우스 백작가에 찾아오던 이들이 뜸해졌고,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찾아왔던 이들도 백작가에서 기사들을 모두 왕가에 바치자 완전히 발길이 끊어졌다.

자신들이 탐낸 힘이 사라진 크라우스 백작가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루드 왕은 힘을 고스란히 내어준 백작가에 위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아무리 외전 때문이었다지만 자신을 감금했던 크라우스 백작가였기에 왕가 모독죄가 적용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공식적으로 백작가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 선언 이후 몇 달을 더 병상에서 지낸 루크 크라우스 백작은 끝내 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고, 그 후 십오 년이 지난 오늘 에반이 크라우스 백작가를 찾아온 것이다.

* * *

조용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에반은 쥬드의 말이 끝나자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에 모셨지?”

“선조들이 묻혀 있는 곳에 모셨습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구나.”

“찾아갈 것입니까?”

“그래. 찾아가 봐야겠구나.”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지만 그 안에 슬픔이 담겨 있다고 쥬드는 생각했다.

“그럼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럴 것 없다. 어차피 어디인지 알고 있으니 나 홀로 찾아가겠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쥬드가 일어서려 하자 에반이 그를 붙잡았다.

“쥬드.”

“예. 형님.”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잠시 서 있던 쥬드가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려 에반을 보았다.

“그냥 잊어버리십시오.”

“누구인지는 알고?”

“모르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쥬드는 누가 아버지를 죽였는지 알고 있을 거라 에반은 생각했다.

“알았다.”

하지만 에반은 그런 모른척 했다.

이제 집에 온 이상 남는 것이 시간이다. 그 시간을 이용하여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면 된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 * *

크라우스 백작가에 삼십 년 만에 실종되었던 현 가주의 형이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오랜만에 사기꾼이 백작가에 찾아왔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며칠 후 쥬드는 자신의 형이 돌아온 사실을 인정했고, 그 때문에 백자가의 영향이 미치는 마을들이 한순간 뒤숭숭해졌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순찰을 빙자해 마을을 돌아다니던 쥬드의 아들 데일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돌아왔다고?”

“가주님의 형이라는 분께서 돌아왔다고 합니다.”

데일과 함께 나왔던 클락이 데일에게 공손히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데일이 옆에 있던 프타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렇게 호들갑이지?”

클락은 데일에게 보고를 할 때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방으로 뛰어들었기에 묻는 것이었다. 데일의 말에 클락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만약 데일의 머리 역할을 하는 프타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면 자신은 데일에게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호들갑을 떨었다고 두들겨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프타도 이번 일이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발을 치켜들고 있었던 데일은 프타의 말에 발을 내리며 물었다.

“가벼운 일이 아니라고?”

“예. 지금 소가주님의 나이가 몇인지 아십니까?”

“내가 바보냐? 내 나이도 모르게? 이제 열여덟이지.”

“맞습니다. 벌써 성인식은 작년에 마친 어른이라고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그렇지.”

아직도 아이 취급하는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데일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의 좋았던 기분을 내려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가주님께서는 소가주님을 정식으로 소가주 자리에 올리지 않았을까요?”

“야! 거기서 왜 그 이야기가 나와?”

그건 데일의 약점이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소가주라고 불러주기는 하지만 쥬드는 그가 성인이 되고도 아직까지 정식적으로 후계자 자리에 그를 앉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와 후계자 다툼을 할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데일 하나만 낳았던 그의 어머니는 그가 여덟 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떴고 그 후 아버지인 쥬드는 이곳저곳에서 들어오는 모든 혼사를 물리쳤다.

당연히 외아들이었고, 핏줄은 자신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소가주라는 직위조차 주지 않는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데일은 더욱 삐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 이야기를 프타가 아닌 다른 사람이 꺼냈으면 어쩌면 옆구리에 찬 검으로 그 이야기를 꺼낸 당사자를 베어버렸을 정도로 그는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주는 머리가 좋은 프타가 이야기를 꺼낸 터라 데일은 그저 소리를 치는 것으로 자신이 화가 났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프타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전 지금까지 가주님께서 소가주님의 행실이 약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서 후계자 문제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약간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사실 쥬드만 모르고 있을 뿐이지 데일을 욕하지 않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저택으로 소문이 들어가지 않게 눈과 귀를 막지 않았다면 이미 사단이 나도 벌써 났을 터였지만 몇몇의 인물 때문에 그 소문은 저택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말을 멈추어 자신을 노려보는 데일과 시선을 마주친 프타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주님의 형이라는 에반 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그걸 은폐하는 것이 아닌 바로 공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이상해?”

“예. 당연히 이상합니다. 가주님께서는 본래 이 백작가문을 이었어야 할 정통 후계자가 나타나셨는데도 거리낌 없이 그가 돌아왔음을 알렸습니다. 그게 무슨 뜻일까요?”

그제야 데일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럼 네 생각은 아버지께서 그 사람에게 이 백작 가문을 넘기기 위해 날 소가주로 인정하지도 않았었고, 그 사람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걸 공표했다는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본래 권력은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합니다. 그런데 가주님께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시기는커녕 그분을 환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생각으로는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으음…….”

데일이 침음을 흘렸다.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때 프타가 조심스레 데일을 불렀다.

“소가주님?”

“으응?”

데일이 프타의 부름에 깊은 생각에서 깨어나며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 제 생각이 맞아 가주님께서 에반이라는 분을 가주로 모시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소가주님께서도 아버지의 뜻에 따를 겁니까?”

그 말에 데일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미쳤냐?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백부라는 작자에게 내 자리를 넘기게.”

“그렇죠?”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프타는 데일이 생각에 잠기자 혹시나 권력을 포기할까 싶어 조마조마했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니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권력은 나누는 게 아니지. 그것이 아무리 현재 내가 모시는 사람이라도 말이야.’

프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악하게 웃었지만 데일은 애가 달아 있어 그런 프타의 모습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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