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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상한 판타지-88화 (88/103)

00088  그녀의 요상한 판타지 (完)  =========================================================================

"수화야. 잠깐만 나랑 얘기 좀 해." 수화를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준이 수화를 보자마자 달려와 그녀의 팔을 낚아채며 말했다.

"자꾸 왜 이래. 난 너랑 할 얘기 없어. 나 지금 가봐야 해." 성준의 팔을 냉정하게 뿌리치는 수화였다.

"알았어. 오래 잡진 않을게. …그럼 아까 네가 했던 말… 무슨 말인지 제대로 좀 대답해 줘. 다른 사람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답답해하며 성준이 물었다.

"하… 성준이 너.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뻔뻔하다." 수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뻔뻔하다니…? 내가 왜? 너랑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풀려고 노력하는 게… 너한텐 뻔뻔한거야?" 수화의 말에 조금 당황한 성준이었다.

"응. 뻔뻔하지 왜 안 뻔뻔해? 하도 뻔뻔해서… 뻔데기가 울고 가겠어." 성준을 비꼬듯 말하는 수화였다.

"장난치지말고! 너… 솔직하게 말해. 너 정말 내가 부담스러워서… 이렇게 상처주면서까지 날 밀어내려고 하는 거야? 그런 거라면… 대답해 줘… 그럼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널… 깨끗하게 포기할게…." 성준이 눈물을 억지로 참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네가 나쁜 놈이 되고 싶다면 얘기해줄게. 나… 네가 다른 여자랑 껴안고 있는 거… 봤어." 수화가 성준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뭐, 뭐?!" 당황한 표정의 성준이었다.

"내가 오해한 건가… 싶었는데… 아니더라구. 그 뒤에는 껴안고, 키스하고… 더 얘기해줄까?" 떨리는 목소리의 수화는 계속해서 마음을 다스리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수화야. 너 그걸… 어떻게 본 거야… 다 오해야. 그건…" 놀라고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수화에게 해명하려는 성준이었다.

"있잖아. 오해는… 확신이 되지 않았을 때 하는 거야.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그래도 변명을 하겠다는거야? 난 적어도… 네가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어…." 성준에 대한 실망감으로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수화.

"미안해. 미안해 정말. 수화야. 네가 그걸… 다 본 줄 몰랐어. 근데 그거에 대해서는 내가 다 설명할게. 걔는 내 전 여자친구…" 수화의 팔을 잡으며 애절하게 설명하는 성준.

"전 여자친구…? 어쨌든… 좋아하는 마음으로써 그랬던 건 맞는 거네… 뭐, 미련이 남았었다거나… 그냥, 심심해서 그랬다거나… 이젠 다 상관없어." 팔을 뿌리치며 성준의 말을 가로막고는 체념하듯 말하는 수화였다.

"심심해서 그랬다니… 수화 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내가 널 두고, 심심해서 다른 여자 만나고 다녔다고 생각하는 거야?" 억울한 눈빛의 성준이었다.

"그만하자, 성준아. 너 그거 알아…? 너… 나한테… 상처 두 번 줬어. 넌 안 그럴거라고 믿었는데… 넌… 내가 전에 만났던 그 사람보다… 더 나빠." 떨리는 목소리의 수화였다.

"수화야… 제발…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응? 제발… 부탁이야." 수화의 손을 잡으며 눈물 흘리는 성준이었다.

"이러지 마!! 이제 그만좀해.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더 이상 나한테 상처주기 싫으면, 아니, 양심이 있으면… 나한테 다가오지 마. 부탁이야." 성준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문 밖을 나가버리는 수화였다.

잡고 싶었지만 수화가 상처받을까 잡지도 못하고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 보며 눈물 흘리는 안타까운 표정의 성준이었다.

***

꿋꿋하게 문 밖으로 걸어나오던 수화는 이내 혼자가 되고 나서야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성준… 나쁜놈… 이젠… 확실해 졌어… 내 마음… 이제… 깨끗하게 잊으려고 노력할거야.'

수화는 성준과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무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경험했던 수화였다.

저 멀리서 서연이 수화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뛰어오기 시작했다.

"언니…!!!! 어…? 언니… 울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빨개진 수화의 얼굴을 보자 이내 걱정하기 시작하는 서연이었다.

"아냐. 그냥…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했던 수화는 서연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이내 못참고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언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우리… 따뜻한 데가서 얘기해요." 서연은 수화를 위로하며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멀어져 가는 수화의 뒷모습을 뒤에서 훔쳐 보며 입술을 깨무는 진아.

'한수화 저것이 웬일로 속마음을 털어놓았대? 쳐 답답하던 것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그냥 놔뒀다간… 한수화가 오해를 풀고 다시 하성준한테 가버릴 지도 몰라. 그럼… 내 작전은 수포로 돌아가게 돼. 절대 그렇게는 안 돼. 안 된다구!!!!'

***

커피숍에 마주 앉아 있는 서연과 수화.

"언니… 그랬으면 진작… 얘기해주시지 그랬어요. 그랬음… 수소문을 했더라도 다른 데에서 봉사활동 했을 거예요. 휴… 언니 마음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는 서연이었다.

"아냐… 학교 교양교육원에서두 기관이 더 이상 없다고 그랬었잖아… 게다가 나도 이번에 꼭 특별 학점 채워야했구. 이번에 너 아니었음, 나 졸업 못할 뻔 했잖어. 난 괜찮어. 그리고 이제… 다 끝났는 걸. 잘 됐지 뭐." 수화가 눈물을 닦으며 웃어보였다.

"언니… 그러지 말구요. 그럼 저랑 바꾸는 게 어때요? 언니도 컴퓨터 잘하시니깐 언니가 컴퓨터실 담당하시구, 제가 노인요양센터로 가면 되잖아요. 네?" 서연이 수화의 표정을 걱정하며 말했다.

"아냐. 나… 지금 맡고 있는 할머니랑도 많이 친해졌어. 할머니보니깐 꼭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생각나서… 울 할머니한테 못 해드렸던 거 대신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 서연아, 난 진짜 괜찮아."

웃으며 말하는 수화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의 서연이었다.

***

병실 침대에 걸터 앉아 생각에 잠긴 성준.

'수화가… 어떻게 딱… 그럴 때만 본 거야… 하늘도 무심하지… 하지만 그건… 내 진심이 아니었어. 물론 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화 너에게 상처될까봐 일부러 그랬던 거라구…!!'

억울함에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치는 성준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눈물을 닦으며 성준이 물었다.

그러자 천천히 문이 열리며 수진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저… 수진이요. 들어가도… 돼요?" 분위기를 눈치챈 듯 조심스럽게 묻는 수진이었다.

"아, 응… 수진아. 들어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수진을 반기는 성준이었다.

"오빠.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표정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저 그냥… 다음에 올까요?" 성준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묻는 수진이었다.

"아냐. 잘 됐다. 이렇게 왔으니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좀… 상담 좀 해주라." 힘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는 성준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오빠… 다 얘기해 보세요." 의자에 걸터앉으며 수진이 말했다.

"사실은… 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얼마전부터 나를 계속 찾아왔었거든. 근데 난… 이제 이 친구한테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애절하게 매달리더라구. 하… 그래서 매몰차게 가라고 했는데… 한 번 만 안아주면… 다시는 안 오겠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안아줬는데… 그걸… 내가 좋아하는 그 애가 봤었나 봐……." 성준이 눈물을 꾹 참으며 말했지만 이내 눈물 방울들은 다시 성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머… 어쩜… 그런 타이밍에…… 그럼 단단히 오해를… 했나 보네요." 수진은 놀라는 척 하며 성준의 말을 받아쳤다.

"내가 오늘 다 설명하려고 했는데… 한 마디도 들으려고 하지를 않더라. 다 내 잘못이지 뭐… 그런 일 조차 없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아픈 상처가 있는 애한테… 난… 두 번이나 상처를 줬어…"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성준이었다.

음흉한 속내를 숨기고는 울고 있는 성준의 어깨를 감싸며 토닥이기 시작하는 수진.

"아픈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또 다시 상처주지 않는 방법은… 그 사람을 그냥 보내주는 거예요." 안쓰러운 척 하며 성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수진.

"아냐… 아냐. 못 보내겠어… 오늘 얼굴보니까… 나 아직도 그 애 아니면 안 되겠더라." 눈물을 닦으며 말하는 성준이었다.

"오빠.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알려드릴게요. 제 얼굴 봐봐요." 성준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가 눈을 맞추는 수진, 성준은 눈물 머금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가 그 여자분이라면… 오빠가 지금 그냥 이렇게 보내주면…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 여자분에게 오빠는… 영원히 죽을 때까지 나쁜 남자로밖에 안 남을 거예요. 더 나쁜 기억을 만들어주지 말구… 보내줘요. 네? 그리고… 새롭게… 좋은 여자만나서 다 잊구… 새 출발해요… 그게 그 여자분에게 상처주지 않는 방법이예요. 그냥 위로하는 말이 아니라… 저도 오빠와 같이… 이별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안타까워서 그래요." 수진이 가엾다는 눈빛을 보내며 성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순간 성준의 눈빛이 조금 떨려왔다. 성준은 수진에게 감동받은 듯 했고, 잠시 동생이 아닌 여자로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런 수진을 밀어내는 성준이었다.

"근데… 내가 아직도… 그 애를 많이 좋아해. 지난 며칠동안에도 계속 그 애 생각만 했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론은… 그애와 다시 한 번… 잘해보고 싶어."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다시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성준이었다.

수진은 '곧 죽어도 수화'를 외치는 성준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고집을 자신의 힘으로 꺾을 수는 없었다. 이내 수진은 다른 작전을 생각해보기로 하고 다시 성준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오빠… 울지마요. 그래도… 한 가지는 다행인걸요." 다시 의자에 바로 앉으며 말하는 수진이었다.

"…한 가지…?" 고개를 들어 수진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성준.

"네. 적어도 이번 기회로… 그 여자분이 오빠를 부담스러워했다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잖아요. 앞으로 오빠가 그 여자분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하구, 둘 사이에 있는 오해를 풀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말… 그럴까?" 수진의 눈을 간절하게 바라보는 성준.

수진은 성준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성준은 그런 수진의 말을 듣고는 한 줄기 희망을 찾은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의지하고 있는 성준을 향해 수진은 계속해서 안타까운 미소를 흘리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쳇. 그까짓 한수화가 도대체 뭐가 좋다고 다들 난리야? 내가 남자면 한수화 같은 앤… 거들떠도 안 봤을텐데 말야. 저 두 사람이 서로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도록 강한 작전을 짜야겠어….' 성준을 위로하는 척 하며 뒤에서는 부들부들 거리는 주먹을 꽉 쥐는 진아였다.

***

버스에서 내려 집 근처 골목을 힘 없이 걷고 있는 수화.

'하…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또 성준이랑 마주칠 지도 모르는데… 최대한 안 마주치게 6층에만 있어야겠어. 휴… 그래도… 속마음에 있던 걸 털어놓으니까… 한결 마음은 편안하네…….'

그래도 뭔가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 위에 얹어져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은 사그라들지 않는 수화였다.

========== 작품 후기 ==========

〈이지시스 독자님〉 출석체크 감사드립니다!

솔아와 할머니의 관계가 앞으로 흘러갈 스토리에서 희극을 낳을 지, 비극을 낳을 지,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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