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9 새로운 시작 =========================================================================
창호는 몸부림치는 수화의 두 손을 강하게 제압하고는 수화의 입술에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수화는 그런 창호를 피하려 고개를 돌렸지만 창호는 기어이 수화의 양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거칠게 혀를 집어 넣었다.
수화의 입술은 창호의 커다란 입술로 덮여 졌고, 곧 창호의 침으로 흥건히 적셔지기 시작했다.
"읍...으읍!!" 수화는 있는 힘껏 몸부림을 치며 창호에게 저항해 보았지만 창호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창호는 이렇게 강제로라도 덮쳐서 수화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또한 그는 사이가 소원해진 남녀사이의 관계에서 빠르게 화해하는 방법은 '성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신념처럼 여겨왔다.
"아..." 저항하는 수화를 위에서 눌러 결박시키고 있는 채로 자신의 페니스를 수화의 아래에 마구 문지르며 느끼기 시작하는 창호.
"오빠아... 흑... 이 손 좀... 놔줘요.." 강압적인 창호가 무섭게 느껴져 울먹이는 수화였다.
창호는 수화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수화의 두 손을 한 손으로 제압하고는 위에서 수화의 몸을 억누른 채로 한 손으로는 스타킹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수화의 스타킹이 수화 허벅지의 반쯤 걸쳐지자, 한 손으로 자신이 입고 있는 청바지의 지퍼를 내리고는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허겁지겁 내리는 창호였다.
"오빠아... 제발... 흑..."
창호는 수화의 애원따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수화와 빨리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핑계삼아 자신의 불타오르고 있는 성욕을 분출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힘이 빠져 더이상 저항하지도 않고 체념한 듯 울먹거리고 있는 수화의 검정 치마를 위로 대충 젖혀 올려버리고는 자신의 뜨거워진 페니스를 수화의 아래에 갖다대는 창호.
그때였다.
수화는 창호의 뜨거운 페니스가 자신의 아래에 닿았을 때 창호의 그것이 불결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절대로 자기 자신의 몸 속으로 창호의 불결한 것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고 싶지 않은 수화는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다.
'...불결해.... 더러워....!!!!!'
창호가 막 자신의 아래에 삽입하려는 순간, 자포자기 상태로 당하고만 있던 수화는 있는 힘껏 발길질을 하여 창호를 밀어내었다.
그러나 이미 성욕에 눈이 멀어 제정신이 아닌 창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수화를 덮쳤다.
'찰싹'
그때였다. 수화는 성욕에 눈이 먼 창호를 불결하게 쳐다보고는 뺨을 한 대 갈겨버렸다.
"수화야." 맞은 뺨에 손을 대고는 벙벙한 표정의 창호.
"지금.. 여기서 당장.. 나가요!!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하... 수화야... 제발...이러지마. 응?"
"제발.. 좀... 가라구욧!!"
"이제 오빠가 더 잘하겠다고 했잖아! 근데.. 도대체 뭐가 문젠데!!"
"제발..착각 좀.. 하지 마요."
"뭐?"
"내가...!! 내가 왜 아직도 오빠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거예요..?! 나랑 만나면서도 진아랑 양다리 걸치고... 배려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그런 오빠한테... 내가 아직도 마음이 있을거라는 건.. 순전히 오빠의 자만심이예요!"
"하... 듣고보니 좀 그렇네. 내가 배려없다고? 내가 너한테 배려 없었던 적이 언젠데? 물론 진아만난 건, 내가 백퍼센트 잘못했어. 그건 인정. 근데 내가 도대체 너한테 무슨 배려를 안 해줬는데? 말해봐."
"...오빠는 항상 오빠의 기준에 절 맞추려 했어요. 높은 굽이 있는 신발을 불편해하는 저한테 하이힐을 신으라고 한 것도, 오빠가 좋아하는 옷을 입으라고 강요한 것도... 멋있는 여자가 되라고 한 것도...!! 오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절 좋아한 게 아니라... 항상 오빠의 기준에 절 맞추려 했었잖아요...!!!"
"아, 그것때문에? 수화야. 그건 다 널 위해서 그랬던거야. 니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래서..."
"하.. 역시 오빠는... 오빠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네요."
"내가 이기적이라고? 한수화. 너.. 말 다 했어?“
"할 얘기는 많은데... 별로 꺼내고 싶지 않아요. 저 이제 좀 쉬어야겠으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좀... 나가주세요."
"싫어. 안 나가! 니가 날 다시 받아준다고 할 때까지 절대 안 나갈거야!!"
"그럼... 할 수 없죠." 체념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드는 수화.
"네. 거기 경찰서죠?" 수화의 말에 냉큼 핸드폰을 뺏어드는 창호.
"알았어. 갈게! 가면 되잖아!!"
씨익씨익거리며 옷을 대충 주섬주섬 입고는 수화의 집을 빠져나가는 창호.
현관문이 '쾅'닫히는 소리가 나고, 텅 빈 집에서 멍하니 서 있던 수화는 그대로 침대에 주저 앉고 말았다.
창호가 반쯤 벗겨버린 스타킹은 여전히 수화의 허벅지에 걸쳐져 있었고 입가에는 핑크색 립스틱이 번져 있었다.
멍하게 앉아 있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마주하자, 참아왔던 눈물이 펑펑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흐윽......흑흑....흐엉엉엉...."
그동안 자신이 최고라고 믿어왔던 사람이 최악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수화야. 오늘 내가 한 사과는 정말로 진심이었어.. 그러니까 제발.. 내 마음 좀 알아주라. 연락 기다릴게.]
창호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고는 씩씩거리기 시작하는 수화.
"이... 씨발!! 미친새끼!! 더러운새끼!!! 쓰레기새끼!!!!"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분노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던 수화는 그렇게 한참을 울다 냉정한 얼굴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띠띠띠띠-'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바꿔버리고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한참을 서 있던 수화였다.
.
.
.
창호의 방.
창호는 침대에 누워 오늘 수화에게 맞은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수화가... 내 뺨을... 때리다니..'
그런 수화가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수화가 했던 말도 틀린 것은 없었다.
수화를 만나면서도 진아와 양다리를 걸친 것은 누가 봐도 자신의 명백한 잘못이었으니까.
가족이랑 떨어져 살아 외로운 수화가 자신을 많이 의지한다는 것, 그리고 수화의 첫경험 상대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은 창호에게 '이 아이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로 날 떠나지 못할 거야.'라는 자만심을 낳게 했다.
그러나 창호는 자신이 수화를 위해서 자신의 취향을 수화에게 고집하고, 멋진 여자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래라저래라 충고했던 것을 기분나빠했던 수화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수화가 자신의 뺨을 때리면서까지 집에서 쫓아내는 행동을 보며 정말로 이별이 실감이 나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는 창호였다.
이제는 정말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확실하게 수화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로 수화가 영영 떠나버릴테니까.
창호는 아직 답이 없는 수화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그러나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하는 멘트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래서 내일 다시 연락을 해보기로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막 잠에 들려던 창호는 책상 위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기대감을 가지고 이불을 박차고 달려나가 화면을 확인해보면 '진아'였다.
창호는 순간 자신이 수화의 연락을 기다리고, 또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얼른 진아와의 관계를 끊어내고 수화에게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는 다시 수화와 아무렇지 않게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아의 전화를 받았다.
"응." 냉정한 말투의 창호.
[선배에에. 잤어요? 내가 깨운 거 아니죠?]
"아냐..괜찮아. 근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요. 원래 연인 사이는 자기 전에 나이트콜하구, 또 아침에 모닝콜 하고 그러는 거잖아용.]
아무것도 모른 채 천진난만하게 말하고 있는 진아를 또 어떻게 떼어낼 지, 그런 진아가 또 상처 받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져 한숨이 나오는 창호였다.
[선배. 왠 한숨이예요? 무슨 일 있어용?]
"진아야... 내일 뭐해? 잠깐 만나자."
[우와아. 선배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다니..!! 이제야 내가 선배 진짜 여친이 된 것 같아요. 저 지금 넘넘 기분좋아용!!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겠어용! 헤헤]
진아와 전화를 끊은 후, 창호는 한숨을 푸욱 쉬며 다시 침대에 털썩눕고는, 어떻게 진아에게 이별의 말을 꺼내야 할 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