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6 새로운 시작 =========================================================================
어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수화가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수화야! 여기!" 먼저 와 있던 수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화에게 손을 흔든다.
수화, 웃으며 수정의 건너편에 앉는다.
"축하해. 수정아." 환하게 웃는 수화.
"고마워. 자, 이거." 청첩장을 내미는 수정.
"우와. 예쁘다. 고르느라 고생했겠다... 그나저나... 4월에 결혼하면... 민아는 올 수 있으려나?"
"아, 어제 민아한테 연락해봤는데 4월에 서류 정리할 게 있어서 안 그래도 잠깐 들어올 수 있대. 잘 됐지?"
"응. 잘 됐다. 그나저나.. 수정이 네가 벌써부터 결혼한다니깐.. 좀 섭섭하다."
그때, 종소리가 울리며 수정의 남자친구 진우가 들어온다.
수정이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자 진우가 알아보고는 자리로 온다.
"안녕하세요. 박진우입니다. 수정이 남자친구예요." 예의있게 수화에게 인사하는 진우.
"전 한수화예요. 수정이 대학교 친구."
"아, 수정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작년에.. 크리스마스에 수정이 데려가서.. 죄송했어요." 겸연쩍어하며 웃는 진우.
"아, 아니예요. 잘 됐죠 뭐." 어색하지만 밝게 웃는 수화.
"아, 수화씨. 뭐 좋아하세요? 오늘 제가 맛있는 거 다 쏩니다. 드시고 싶으신 거 다 고르세요."
"그래. 수화야. 뭐 먹고싶어? 우리 맛있는 거 먹자." 메뉴판을 수화 앞에 가져다주는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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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한자 강의를 듣고 있는 창호.
그때 핸드폰 진동 소리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 책상 아래로 확인해본다.
[선배! 오늘 강의 끝나고 뭐해용?? 오랜만에 학식에서 밥 먹어요. 우리♡] 진아였다.
실망한 듯 핸드폰을 그대로 다시 주머니에 넣어버리는 창호.
'하... 수화인 줄 알고 기분 좋았다가 실망한 게 지금 몇 번째야. 왜 자꾸 한수화가 신경쓰이는거야. 짜증나게...'
창호는 수화를 잊으려고 노트에 열심히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또다시 울리는 진동소리에 '설마'하는 기대감을 가지는 창호였지만 또 이내 실망을 하고야 만다.
'한수화... 니가 그래도.. 나를 잊을 수는 없을 껄? 내가 너의 첫경험 상대자고... 또 넌 나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어.'
비정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강의에 열중하는 창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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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씨, 남자 소개받을래요?" - 진우
"네? 아하하..." 쑥쓰러워하는 수화.
"오빠. 그런 거 내가 얘기하지 말랬잖아." 팔로 살짝 진우를 치는 수정.
"아냐. 수정아, 괜찮아. 말씀은 고맙지만..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그냥 공부에만 열중하고 싶어요." 웃으며 진우에게 말하는 수화.
"아, 그래요? 뭐... 수화씨는 예쁘시고 또 마음씨도 고우시니까... 금방 또 좋은 사람 생길거예요."
"감사합니다..헤헤.."
수정과 진우가 서로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나누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수화.
'나도... 수정이처럼 저렇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웃을 날이 올까...?'
그때 수화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수화야. 친구는 잘 만났어? 이따가 시간.. 되는 거야?] 성준이었다.
수화는 그동안 성준과 연락은 해왔지만 성준이 만나자고 하는 약속에는 번번히 거절을 해왔다.
수화는 창호때문에 이제 더이상 남자를 못 믿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성준도, 그리고 모든 남자들도 다 똑같을 거라는 불신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수화의 마음 한 켠에는 아직도 '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진정한 사랑이 있을거라는' 믿음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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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앞.
수정과 수화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
"수화야, 오늘 나와줘서 고마워." 웃으며 수화를 안아주는 수정.
"고맙긴.. 다시 한 번 결혼 축하해. 결혼식 꼭 갈게." 미소 짓는 수화.
그때, 진우의 차가 주차장에서 나오고 있다. 차에서 내리는 진우.
"수화씨, 오늘 즐거웠어요. 차 타세요. 데려다 드릴게요."
"아니예요. 저 잠깐 어디 들릴 때가 있어서.. 결혼 축하드려요."
차에 탄 수정은 웃으며 수화에게 계속 손을 흔들어보였고 수화 역시 차가 사라질 때까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들이 사라진 후에 갑자기 뭔가 허탈하고 외로운 마음이 드는 수화였다.
오늘의 날씨는 햇빛도 없고 하늘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 수화가 딱 좋아하는 날씨였다.
한숨을 한 번 쉬고는 홀로 거리를 걷기 시작한 수화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성준의 문자를 다시 한 번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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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공학관 강의실 앞.
강의를 마친 창호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던 진아가 기다렸다는 듯 창호 앞에 나타난다.
"선배!!" 방긋 웃는 진아.
"아..깜짝이야. 언제 왔어?"
"치. 선배. 제가 안 반가워요? 난 선배가 엄청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저를 껴안아줄 것을 기대했는데.."
"하하. 당연히 반갑지."
"치. 요즘 무뚝뚝한 남자 매력없는 거 몰라요? 적당히 남자다우면서 다정다감한 남자가 인기 많다구요."
"근데 진아야. 너 행동은 논리에 안 맞아. 그렇게 따지면 오빠는 무뚝뚝한데. 진아가 좋아하잖아. "
"아.. 뭐. 그렇긴 하네요. 그래도 선배는 뭐.. 충분히 매력있으니까."
"게다가 나 여친도 있었는데 뺏기까지 했구. 그렇지?"
"선배..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제 앞에서는 그 얘기.. 하지마요." 토라진 진아.
"알았어. 미안. 미안한 의미로다가.. 학식말고.. 교직원 식당가서 밥 먹자. 어때?"
"뭐..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그래요. 가요!"
창호에게 팔짱을 끼는 진아. 그러나 슬쩍 피하는 창호.
"왜요. 선배. 이제 우리.. 팔짱 눈치 안 보고 껴도 되잖아요. 눈치 볼 사람도 없구."
"아.... 그런가..?" 어색하고 불편한 미소를 짓는 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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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던 길에 우연히 한국대를 지나는 수화.
장미가 생각 나 전화를 걸어본다. 하지만 공부하느라 전화를 받지 않는 장미였다.
하는 수 없이 한국대 캠퍼스를 걷기 시작하는 수화.
그때, 저 멀리서 팔짱을 끼고 가는 창호와 진아 보인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멍하니 둘을 바라보는 수화.
"수화야!?" 수화를 알아보고는 멀리서 뛰어오는 성준이었다.
성준의 큰 키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회색 롱코트가 잘 어울려보인다.
"어..? 성준아..." 당황하는 눈빛의 수화.
"너 왜 답장을 안해. 오늘 시간 되면 연락준다며? 아무리 그래도 우리 인연인데... 자꾸 이렇게 나오기야?!" 서운한 성준.
"미안해.. 오늘.. 좀 정신이 없었어..." 스스로 거짓말을 하며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는 수화.
"그럼 지금은 시간 돼? 나 오늘 너 만나려고 이렇게 신경쓰고 나왔는데. 넌 그거 알려나 모르겠네." 이야기를 해놓고 쑥쓰러움에 끝을 조금 흐리는 성준.
수화는 이미 사라진 창호와 진아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공허한 마음의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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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공학관 교직원 식당.
먼저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창호.
"치. 선배. 같이먹어야죠." 식판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진아가 말했다.
"미안. 배고파서."
"여기 진짜 오랜만에 오는 것 같아요. 시험기간에 시간 아낄려구 학식가서 밥 먹으려다가 학식이 너무 맛 없어서 교직원 식당 와서 밥 먹었었거든요."
"그렇구나. 난 학식 자주갔어.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잖아."
"그래요? 저는 학식 별로던데..." 입을 삐죽내미는 진아.
그런 진아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는 창호.
'수화라면... 학식이라도 맛있게 먹었을 텐데...' 수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지는 창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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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주차장.
성준이 차 키 버튼을 누르자 잘 빠진 검정색 자동차에 번쩍 하고 불이 들어온다.
"타." 문을 열어주는 성준.
"어? 어..어.." 얼떨결에 차에 타는 수화.
성준이 능숙하게 운전을 하며 학교를 빠져나간다.
그런 성준을 힐끗 바라보는 수화. 왠지 긴장이 되어 안전벨트를 두 손으로 꼭 쥐어본다.
그 모습을 보던 성준.
"수화 너.. 떠는 거 아니지? 이래봬도 나 운전 경력 3년차야."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며 미소 짓는 성준.
"아.. 아냐. 너 운전 잘하는데? 부럽다. 난 무서워서 운전 못하겠던데."
"처음에야 그렇지. 하다보면 늘어. 다음에 공터가서 운전 연습하자."
성준의 적극적인 모습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수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