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5 새로운 시작 =========================================================================
수화는 성준의 말에 잠시 예전의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한국대에서 성준이가 목도리를 주워주었던 일, 그리고 클럽에서 우연히 만났던 일. 모두 수화가 울고 있을 때였다.
순간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수화였다.
"아... 그랬나? 부끄럽네... 나... 울면... 진짜 못생겼는데..." 휴지로 눈물을 박박 닦아내는 수화.
그런 수화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성준.
"귀여워."
"??"
"너 귀엽다구. 우는 모습도... 예뻐. 근데... 그 예쁜 얼굴로 눈물 흘리기는.. 너무 아까워."
멍하니 성준의 눈을 바라보던 수화는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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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서서 그 광경을 보며 이를 가는 창호.
'뭐야 저 자식은? 감히 우리 수화 옆 자리에 앉아? 옆 자리에 앉아 뭐할려고!'
창호는 당장이라도 커피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당장 불러내야겠어.'
수화에게 전화를 거는 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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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과 수화 사이에 놓여진 테이블 위로 진동이 울린다. 수화의 전화 진동벨이었다.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수화는 저장도 되어있지 않은 번호였지만 단 번에 창호의 전화번호라는 것을 알았다.
진동이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들고 머뭇거리는 수화.
"왜? 전화 왜 안 받아...?" 수화의 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성준.
"아... 미안. 나 잠깐.. 전화 좀 받고올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수화.
그런 수화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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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화장실.
"..여보...세요...?" 떨리는 목소리의 수화.
[야. 한수화.] 다짜고짜 화내는 창호.
"...??"
[너 잠깐... 커피숍 밖으로 좀 나와. 할 얘기 있으니까.]
.
.
.
커피숍 밖.
수화가 두리번거리며 커피숍에서 나오고 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수화에게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창호.
"한수화." 화가 난 표정의 창호.
"...오빠..."
"너.. 진짜 실망이야. 어떻게 헤어지자고 해놓고 바로 딴 남자를 만날 수가 있어?"
"...네? 그게 무슨..."
"다 봤거든? 니가 아까 거리에서 어떤 남자랑 붙어서 커피숍까지 온 거. 내가 다 봤다고."
"아... 그 사람은 그냥... 친구예요."
"이제 장난은 좀 그만치지 그래? 이만하면 됐잖아. 새해부터 뭘 또 질투심 유발시킬려고 그런 작전까지 써? 어차피 내 눈에는 다 뻔해 보이는데."
"..네?" 황당한 표정의 수화.
"휴. 알았어. 봐줄게. 니가 얼마나 삐졌는지 오빠가 알았으니까. 가자." 수화의 팔목을 덥썩 잡는 창호.
"무슨 일이야?" 창가에서 계속 지켜보다 수화가 걱정되어 급하게 나오는 성준.
"넌 뭐야?" 성준이를 띠껍게 바라보는 창호.
"전... 수화.. 친군데요. 그쪽은... 아.. 수화 '전'남자친구분? 맞죠?"
"뭐? '전'.. 남자친구? 허. 웃기고 있네. 전남친이 아니라 현남친이다. 그러니까 좀 비켜." 더욱 거칠게 수화의 손목을 이끄는 창호.
"..아... 아파..!!!" 손목이 아파 울상을 짓는 수화.
"그 손 놓으세요."
성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화를 끌고 가는 창호. 수화는 손목이 아파 눈물을 찔끔 흘린다.
"그 손 놓으시라구요. 수화가 아프다잖아요..!!" 소리치는 성준.
성준의 큰 목소리에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는 창호.
"니가 뭔 상관이야? 너 수화 친구라며? 수화 친구분아. 미안한데. 오늘은 수화.. 내가 좀 데려갈게. 그러니까 끼어들지말아주라. 응?"
그때, 창호의 손을 뿌리치는 수화.
"오빠.. 도대체 왜 이러세요? 오빠랑 저. 헤어졌잖아요... 근데 왜 그러세요..." 아픈 손목을 만지며 울먹이는 수화.
그런 수화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서 있는 성준.
"너... 오빠한테 서운해서 이렇게 친구까지 동원해서 질투심 유발하고.. 마음에도 없는 이별의 말 꺼낸 거.. 다 알아. 근데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니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요즘에 그렇게 행동하면 어디가서 너. 버릇없다는 소리 들어. 그나마 오빠니까 너한테 이렇게 기회를 주는거야."
"하...기회라뇨?"
"이제 그만하자. 감정 싸움하는 거.. 그거 보통일 아냐."
"기회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말씀하시는 지.. 잘 모르겠어요. 오빠랑 저.. 헤어졌는데.. 무슨 기회가 필요해요?"
"수화야. 니가 하는 행동.. 되게 어린거야. 니가 남자를 많이 안 만나보고 사회생활도 안 해봐서 그래. 하지만 오빠는 이해해. 너 어딜가도 이렇게 오빠같이 이해심많은 남자 못 만난다?"
그러자 한숨을 쉬는 수화.
"성준아. 미안한데.. 잠깐만 자리 좀 비켜줄래? 나.. 이 오빠랑 할 얘기가 있어."
"응. 알았어. 커피숍에서.. 기다릴게." 수화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는 뒤돌아서는 성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집으로 가지 그래? 수화는 나랑 갈 거니깐." 빈정대는 창호.
"...오빠." 입술을 깨무는 수화.
"응. 밥 안 먹었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수화의 손목을 다시 잡으려는 창호.
"이러지 마요!" 그 손을 뿌리치는 수화.
"수화야."
"제가 말했죠. 우리.. 헤어진 사이라구. 근데 헤어졌는데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나타나신 이유가 뭐예요?"
"이제 그만 좀 하자. 응? 오빠가 다 미안하니까. 새해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오빠도 너한테 더 잘 하려고 노력할게."
"아니요. 오빠랑 저... 다시 시작하는 일 없을거예요. 절 잡으시려면 제가 뒤돌아섰을 때... 그때 잡았어야했어요..!!"
"하.. 그거는.. 아니, 오빠 눈에는 니가 일부러 그러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오빠가 아까 그랬듯이 수화 니가 그렇게 행동하는 거. 예의없는 행동인 거 알지? 그래서 버릇을 좀 고쳐주고 싶었어."
"...버릇을.. 고쳐주고 싶었다구요...?" 황당한 수화.
"그래. 난 평소에 여자들이.. 남자의 마음을 잡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헤어지자는 소리하는 거.. 진짜 별로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수화 너도 그럴 줄 몰랐지 오빠는. 그래서 오빠가 널 위해서 그랬던거야. 이게 꼭 남녀사이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니가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게 될 때도 도움되는 거니까."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오빠.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말 나온 김에.. 얘기할게요. 저... 오빠랑 진아랑... 학교에서 만나는 거.. 봤어요."
"...뭐? 또 그 얘기야? 동아리 회의때문에.."
"한국대 경영관.. 빈 강의실에서요."
"어.. 어떻게? 미행이라도.. 한 거야?" 수화의 말에 당황스러운 표정의 창호.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하.. 수화 넌.. 오빠를 믿는 줄 알았는데... 지금 굉장히 배신당한 기분드는 거 알아?"
"오빠는... 참.. 한결같네요."
"뭐?"
"잘못한 건.. 오빠면서.. 미안하다는 한마디도 못해요? 저야말로.. 오빠한테 배신감이 드는데요."
"허.. 무슨 배신감..?!"
"오빠를 믿었지만 진아와 저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쳤다는 배신감...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안하구..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사람인 줄 몰랐다는 배신감이요...!!!!"
할 말을 잃은 듯 수화를 보며 가만히 서 있는 창호.
"저.. 가볼게요. 친구가 기다려서..." 뒤돌아서는 수화.
"미안해..!! 그리고 진아 만난 거... 인정할게. 하지만 너도 알잖아.. 진아가 날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거." 수화의 손목을 잡는 창호.
"하.. 이제 그만해요. 오빠는 지금도.. 저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일방적인 거라면... 키스까지.. 아니 어쩌면 그 이상도 하지 말았어야죠!" 창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커피숍으로 들어가는 수화.
또 수화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는 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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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문이 열리고 수화가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온다.
"수화야.. 괜찮..아?" 수화의 표정을 살피는 성준.
"아... 응... 저기.. 성준아. 나.. 오늘은 일찍 들어가봐야 할 것 같은데...어쩌지?"
"아..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바래다줄게." 가방을 챙겨 일어나는 성준.
"아냐. 나 혼자 갈 수 있어.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보자." 일어나는 성준에게 손사래를 치고는 가방을 들고 커피숍 밖을 빠져나가버리는 수화.
그런 수화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의 성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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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로데오 거리.
수화가 생각에 잠긴 듯 길을 걷고 있다.
'버릇을... 고쳐준다고...? 하... 어이없어... 누가 누구 버릇을 고쳐준다구...!!'
하지만 이내 창호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약해지는 수화였다.
'그래도... 오빠가 날 찾아온 거면...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까...?'
그때 저 멀리서 낯익은 얼굴의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창호와 진아였다.
'...윤창호...!!! 니가... 그럼 그렇지....!!!!'
벌벌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수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