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의 요상한 판타지-62화 (62/103)

00062  애증의 관계  =========================================================================

진한 키스를 나눠서 그랬는지, 찜질방의 뜨거운 온도때문에 그런건지 창호와 진아, 두 사람의 볼이 벌게졌다.

"선배... 지금 이거... 제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진아가 진지한 눈빛으로 창호를 바라보았다.

그저 고개 숙인 채 대답하지 않는 창호.

그러자 창호에게 다시 와락 안기는 진아. 그런 진아를 마지 못해 안는 창호.

"너무... 너무 행복해요... 이제... 선배가... 나한테... 드디어 오다니..." 감격스러운 표정의 진아.

하지만 진아를 안은 창호의 마음은 복잡했다.

'내가 지금... 어쩔려고 이러는 거지...? 아직도 수화를 좋아하는데...'

.

.

.

장미를 도서관에 데려다주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홀로 길을 걷는 수화.

수화의 옆으로 행복해 보이는 커플 지나가고 순간 지금 이 거리가 창호와 함께 걷던 거리로 뒤바뀐다.

창호의 곁에서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화.

'그래... 그땐 정말... 행복했었는데... 행복했었는데....'

이제 수화는 더이상 울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이상 흘릴 눈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

.

.

온천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온 산책동아리원들.

"자, 이제 각자 휴식을 취하시구요. 30분 뒤에 바베큐 파티를 할 예정이니까 야외 비닐 하우스로 모여주세요." 병욱이 말했다.

일 때문에 후발대로 도착한 종현이 숙소로 들어왔다.

"종현이 형!" 종현을 반기는 병욱.

"어. 온천에서 재밌게 놀았냐?" - 종현

"어이, 종현이. 잘 찾아왔네." - 창호

"네, 형." 오랜만에 창호의 얼굴을 보자, 수화의 집에서의 일이 떠올라 어색한 종현이었다.

"어. 30분에 비닐 하우스에서 바베큐 파티 하기로 했어." 종현과는 반대로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하는 창호.

"짐 좀 풀고 도와드리러 갈게요."

"아냐. 도와줄 거 없어. 그냥 난로만 좀 키고 불만 준비하면 될 것 같애."

창호는 병욱과 함께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그런 창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 종현이었다.

"오빠!" 활짝 웃으며 종현에게 뛰어오는 혜련.

"어. 잘 놀고 있었어?" 그런 혜련을 보며 활짝 웃는 종현.

"응. 보고 싶었어. 밥 안 먹구왔지. 우리 이제 바베큐장 가자!"

"그래."

웃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바베큐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

어느새 30분이 되어 동아리원들이 다들 자리를 잡았고 바베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종현. 수화가 안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빠, 아~~" 종현의 입에 고기쌈을 넣어주는 혜련.

혜련을 보고 웃으며 쌈을 맛있게 먹는 종현.

"근데... 수화는 안 왔나? 안 보이네." 쌈을 꿀꺽 삼키고 이야기하는 종현.

"아, 수화언니. 오늘 아침에 연락왔더라구요.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 온다구.."

"아, 그래?" 종현이 떨떠름하게 웃으며 창호 쪽을 바라본다.

창호는 아무렇지 않게 옆에 있는 진아와 웃으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뭐지...? 두 사람... 헤어진건가...?' 수화가 왠지 마음에 걸리는 종현이었다.

.

.

모두가 숙소에서 술 게임을 하는 가운데 창호와 진아는 몰래 밖으로 빠져나와 단 둘이 온천을 즐기고 있다.

"우와... 이제 드디어 좀 살맛 나네요. 아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몸 담그니까 넘 좋다." 행복한 표정의 진아.

"그러게. 여태까지 중간, 기말고사에 과제에 완전 달려왔는데 마지막에 좀 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

"꼭 그것때문만은 아닐걸요? 저같이 이렇게 예쁘고 애교많은 여자하구 같이 있어서 더 기분이 좋은 걸걸요?" 애교 섞인 눈빛의 진아.

창호는 그런 진아를 보고 피식하며 웃었다.

그때 누군가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창호와 진아를 보고 놀라며 들어오는 종현과 혜련이었다.

"어...? 선배님들 계셨네요?" 쑥쓰럽게 웃는 혜련.

"아.. 응. 너네.. 사귄다며..? 축하해." 당황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무뚝뚝하게 이야기하는 창호였다.

"네... 근데... 선배님들은 여기서.. 뭐하고 계셨어요...?"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혜련이 물었다.

진아와 창호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형. 저 물어볼 게 있는데 잠깐만 나와주시겠어요?" 침묵의 흐름을 깨는 종현이었다.

.

.

실내 온천 밖.

"그래. 물어볼 게 뭔데?" 추운지 자신의 양 팔을 감싸안으며 이야기하는 창호.

"... 형.. 수화랑.. 어떻게 되신거예요? ..헤어지신거예요?" 조심스럽게 묻는 종현.

"아... 수화... 근데 그걸 왜 물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아... 그냥요.. 오늘 수화도 안 왔길래요. 그리고.. 형이 진아랑 같이 있는 거 보고..."

"넌 혜련이나 신경써.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거니까. 괜한 일에 신경쓰지마." 냉정하게 이야기하고 돌아서는 창호.

종현은 순간 '무슨 일이 있긴 있구나.' 직감했다.

수화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자신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괜찮은지 연락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혜련이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종현 역시 조용히 돌아서야 했다.

.

.

.

수화는 내일 출국하는 민아와 긴 전화통화를 끝내고 밀린 설거지와 방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올해도 끝나는구나. 내년에는.. 즐거운 일만 있었음 좋겠어...'

수화는 자신이 닦으면 닦을수록 깨끗해지는 컵과 그릇들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도 덕지덕지 붙어있는 상처받은 마음들이 다 씻겨내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거지와 방청소를 다 끝내자 어느새 시간은 자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이불을 덮고 기대 앉은 수화.

'제발... 12시가 넘어가기전에... 연락이 오면 좋겠다...'

이제는 간절한 기다림이 아닌 체념의 기다림이었다.

어느새 12시가 되어 날짜는 12.31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숙소에서 동아리부원들이 술게임을 하고 있다.

그때 창호의 핸드폰 벨소리 울린다. 수화였다.

창호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배. 어디가요?" 조그마한 목소리로 창호에게 이야기하는 진아.

"어... 전화 좀.. 하고올게.."

"치. 설마... 아니죠?" 째려보는 진아.

"....금방올게." 전화벨이 꺼질세라 곧장 숙소 밖을 빠져나가는 창호.

그런 창호를 보며 입술을 깨무는 진아.

'그래.. 뭐.. 아직 정리도 안 한 것 같으니까.. 정리는 하게 해줘야지.' 이내 동아리부원들과 섞여서 웃고 떠드는 진아였다.

.

.

숙소 밖.

"여보세요..?" 자신이 수화의 연락을 기다렸다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 무뚝뚝한 척 애쓰는 창호였다.

[..오빠.. 저예요.] 창호의 아무렇지않은 듯한 목소리를 듣고 조금은 상처받은 수화였다.

"어... 오늘.. 안 왔더라...? 연락이라도 해주지."

창호의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순간 수화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지나갔다.

[...오빠... 내일... 아니.. 오늘... 만날 수 있어요...?]

"아.. 몇 시간 후 오늘? 뭐... 바쁘긴 한데.. 그래. 만나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뻐하는 창호였다.

.

.

전화를 끊은 창호는 숙소로 돌아가면서 기뻐하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 그렇지. 수화 네가 날 떠나서 어디를 가겠냐. 하.. 역시 이놈의 인기란...'

진아는 숙소에 밝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창호를 보면서 조금 불안했다.

'뭐야... 왜 웃는거지..? 설마 한수화랑 다시 붙은거야?'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는 진아였다.

.

.

1박 2일 엠티는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온천과 찜질방을 즐기고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며 바베큐 파티를 하고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아쉽게도 집에 갈 시간이 왔던 것이다.

산책 동아리원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모두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창호는 올때와는 달리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나 설렜다.

창호 자신도 스스로 설레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수화를 좋아하긴 하나보다 느꼈다.

창 밖을 보며 수화를 와락 껴안아주는 장면을 상상하며 피식 웃는 창호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