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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상한 판타지-61화 (61/103)

00061  애증의 관계  =========================================================================

드디어 12월의 산책 동아리 MT날이 밝았다.

수화는 그 날 아침까지도 MT에 가야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중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창호에게 연락이 없자, 그냥 가지 않기로 결심하는 수화였다.

"하아..." 한숨을 쉬며 동아리에서 만난 같은 학교 후배에게 문자를 보내는 수화.

[혜련아. 나 오늘 엠티.. 못 갈 것 같아.. 그러니까 임원진들한테 네가 말 좀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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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엠티 집결 장소로 향하는 창호.

창호는 수화에게 연락해서 혼내주고 싶었다. 왜 그깟일도 이해못해주냐고.. 그러면 수화는 당연히 '오빠, 미안해요.' 라고 얘기하고 창호는 못 이긴 듯 그런 수화에게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하며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화에게 계속 연락이 없자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창호였다.

'MT가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미안해요, 오빠' 그러겠지 뭐. 오늘 오기만 해봐. 한수화.'

한 편으로 창호의 마음 속에는 맑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을 믿어주었던 수화와 재회하자마자 와락 꼭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창호는 수화가 그리웠지만 '자존심'을 세우느라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저 수화가 잠시 삐져있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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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앞.

산책동아리원들이 기차역 앞에서 배낭을 메고 집합해 있다.

"애들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아직 도착 못한 애들 데리러 갔다올게." 사실 창호는 수화를 마중가려고 지하철 개찰구 앞으로 향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그래, 이 정도면 진짜 많이 봐준거지.' 창호는 수화를 마중가는 자신의 행동이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리 지하철이 여러 번 도착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개찰구를 빠져나오고 있었는데도 수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들어보기도 하였지만 차라리 전화하는 것보다 개찰구 앞에서 우연을 가장하여 멋지게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는 창호였다.

그때, 갑자기 창호의 두 눈을 누군가 가린다.

"어...? 누구야?" 창호는 수화의 장난인 줄 알고 씨익 웃어보였다.

"누구게요~?" 하지만 이내 진아의 목소리를 듣고 실망하는 그였다.

"장난은. 애들 기다리고 있어. 저기 문 밖으로 나가봐."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히 얘기하는 창호.

"선배. 나.. 마중나오신 거예요? 이야... 진짜 감동이다. 가요. 선배!!" 창호의 팔짱을 끼는 진아.

그때, 또 한 번의 지하철이 도착하고 개찰구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진아의 팔짱을 급하게 뿌리치는 창호였다.

"진아야. 아직 안 온 애들 있으니까..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응?"

"치.. 선배두... 알았어요. 이제 곧 출발시간이니까 빨리와요." 토라진 척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는 진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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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얘 왜 이렇게 안 와...?"

이제 곧 출발 시간이 가까워져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수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불안한 창호였다.

그때, 개찰구에서 누군가 창호를 알아보고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수화의 후배, 혜련이었다.

"어? 아.. 혜련이.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 오는 길이 좀 막혀서.. 늦어서 죄송해요. 다들 어디에 모여있어요?"

"아, 저기 문 밖에 애들 다 모여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면 돼."

"네.. 아참, 오늘 수화언니 엠티 못 온대요. 동아리 임원분들한테 전해달라구 연락왔었어요."

"뭐? 못 온다고? 언제 연락온건데?"

"오늘 아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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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으로 데려다 주는 버스를 탑승하고 있는 산책동아리원들.

버스가 출발하고 모두 자신의 옆자리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맨 앞 자리에 홀로 앉은 창호는 착잡한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한수화... 못 오면 나한테 연락을 해야지.. 근데 진짜 단단히 삐졌나보네.'

수화와 웃으며 재회할 것을 기대했던 창호는 실망감에 어찌할 줄 몰랐고, 수화 없는 동아리 엠티가 재미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동아리의 회장이었고 이미 버스는 출발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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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의 집.

침대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긴 수화,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본다.

'벌써... 버스는 출발했겠지...? ...오빠는 내가 걱정도 안 되나봐... 어떻게 연락 한 통 없을 수 있어... 아냐... 이제... 더이상은 기대하지 말자... 제발... 무의미한 기대따윈 하지 말란 말야..!!!'

떨치려고 해도 떨쳐버릴 수 없는 아주 조그마한 기대감이 자신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만 같아 괴로운 수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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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온천에 도착한 산책동아리원들.

"자, 다들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12시에 저기 온천 입구로 집합해 주세요." 창호가 말하자, 부원들은 분주하게 탈의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선배." 조용히 창호를 부르는 진아.

"응?"

"오늘... 근데... 수화언니.. 안 왔네요?" 살며시 떠보듯 창호의 표정을 살피는 진아.

"어? 그러게... 혜련이가 말해주더라. 수화 오늘 못 온다고..."

"엥? 혜련이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배가 남친인데... 남친한테 얘길 왜 안 했대요?"

"나도 몰라. 걔 오던지 말던지." 진아의 말에 갑자기 자존심이 상해 짜증을 내는 창호였다.

탈의실로 들어가는 창호의 뒷모습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진아였다.

'선배가 저러는 건... 아마도 좋은 신호겠지...? 훗... 이제 곧 있음.. 창호 선배가 내 꺼 되는 건 시간 문제네. 후후.'

콧노래를 부르며 탈의실로 들어가는 진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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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앞 음식점.

장미와 수화가 마주 앉아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연락 한 통 없단 말야?" 어이없다는 듯 이야기하는 장미.

"응.." 고개 숙인 수화.

"하... 진짜 심하다. 그렇다고 지금 뭐 헤어진 것도 아니잖아?"

장미의 말에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수화였다.

"이 해가 가기 전까지 결단을 내려. 수화야."

"........"

"이제 내일 모레면 새 해야. 새 해의 시작과 함께 그 놈 깨끗히 잊구 더 좋은 사람 만나. 수화 넌 충분히 좋은 사람한테 사랑받을만한 애야."

"....응.."

대답은 했지만 그 이후부터 수화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깨끗히... 잊으라구...? 근데... 어떻게 잊지...?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인데... 처음으로 내 몸과 마음을 다 준 사람이었는데...'

수화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어휴. 한수화. 너 왜 또 울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화를 바라보는 장미.

"흑.....흑흑....." 그저 말없이 참아왔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수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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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어느 온천.

산책 동아리원들이 5명씩 그룹을 지어 야외 온천과 찜질방을 즐기고 있다.

임원진 그룹은 찜질방(황토방)에 모여 회의중이다.

"오늘 저녁은 여기 온천에서 특별히 준비해준다니 진짜 다행이네요. 근데 우리가 준비해 온 바베큐는 어떻게 해요?" 병욱이 말했다.

"저녁은 한 번만 먹니? 원래 엠티에서 저녁은 두 번 먹는거야. 저녁에 간단히 한 번. 그리고 술과 함께 한번 더." 루리가 맞받아쳤다.

"아... 그런가?" 머리를 긁적이는 병욱.

"아.. 이번 엠티는 너무 빨리가는 것 같아요. 어느새 저녁 시간이네." - 민주

"그러게요. 게다가 이렇게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은 온천과 찜질방을 딱 하루밖에 못 즐기고 간다니.. 넘 아쉬워요." 입을 삐죽내밀며 창호를 보며 이야기하는 진아.

"그러게. 근데 다들 31일에 약속있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1박 2일로 결정한거야. 다음에는 더 길게 일정잡는 걸로 하자. 자, 우리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너네들 마음껏 즐겨." - 창호

병욱, 루리, 민주는 온천을 즐기러 밖으로 나갔고 진아와 창호 둘만 남았다.

"선배... 우리 둘만 남았네요..?" 사람들이 나가자마자 창호 옆에 바짝 붙어 앉는 진아.

"어... 그러네..."

"선배... 나.. 할 말 있어요..." 조심스럽게 이야기 꺼내는 진아.

"...할 말? 뭔데?"

"선배... 이제 결단을 내려주세요. 저... 기다릴 만큼 기다렸잖아요... 이번 해가 가기전까지 확답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도 선배와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지.. 아니면 힘들겠지만... 선배가 수화언니랑 계속 사귄다고 하시면... 저도 새출발... 하려구요..." 진아는 창호와 수화의 사이가 소원해진 틈을 타서 은근히 창호에게 압박하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창호는 영악한 진아의 작전에 휘말렸다.

'수화한테는 미안하지만... 내 옆에 있는 진아까지 잃기는 싫어... 근데 왜 꼭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하는거야...'

사실 창호의 마음은 수화에게 더 가까웠지만, 진아도 한 때는 좋아했던 상대였기 때문에 갑자기 사라지면 허전할 것 같았고 그래서 계속 진아를 옆에 두고 싶었다. 한 마디로 '내가 갖긴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상대였던 것이다.

창호는 대답 대신 진아의 입술을 과격하게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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