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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상한 판타지-59화 (59/103)

00059  애증의 관계  =========================================================================

1층으로 내려 온 수화는 춤을 추고 있는 민아와 수정이에게로 갔다.

민아와 수정이와 함께 춤을 추면서도 자꾸만 저 멀리 있는 창호와 진아에게 시선이 갔다.

역시나 창호와 진아는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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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진아와 춤을 추면서도 자꾸만 핸드폰을 살펴 봤다.

혹시나 수화에게 연락이 오진 않았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공허한 마음이 드는 창호였다.

진아가 곁에 있는데도 무언가 텅 빈 것 같은 이상한 마음을, 그때는 창호는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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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구석에서 남자 세 명이 음흉한 눈빛으로 클럽에 있는 여자들을 한 명 한 명씩 보고 있다.

"야, 오늘 성과없이 그냥 집에 갈거냐? 왜 그렇게 답답하게 서 있냐?" - 남자1

"잠깐만 기다려봐 자식아. 지금 매의 눈으로 둘러보고 있는 거 안 보이냐?" - 남자2

"야야야, 저기." - 남자3이 수화 무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러자, 남자1,2는 남자3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수화 무리에 시선이 고정되고 곧장 입이 귀에 걸릴 듯 씨익 웃는다.

"오늘 크리스마스 물 제대론데? 자, 어서가자." - 남자1이 무작정 수화 무리에게 가려고 앞성선다.

그러자 남자2는 그런 남자1을 붙잡는다.

"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작전 성공할려면 준비는 하고 가야할 거 아냐." - 남자2

"작전? 무슨 작전?" - 남자1,3 동시에

그러자, 남자2가 씨익 웃으며 주머니에서 하얀가루가 든 작은 봉지를 흔들어 보인다. 그러자 남자 1,3은 그 하얀가루의 정체가 뭔 지 알겠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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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와 수정은 여전히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고 수화는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들에게 웃어보이지만 자꾸 시선은 창호와 진아에게로 향한다.

그때 수정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다. 누구에게 온 전화인지 확인하고는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지는 수정이었다.

"수정아,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수정의 표정을 걱정하듯 수화가 물었다.

"애들아... 나... 전 남친한테.. 전화왔어." 계속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들고 망설이고 있는 수정.

"진짜?? 그럼 얼른 받아. 너 아직두 그 전남친 좋아하잖아." - 민아

"알았어. 애들아 나 잠깐 전화좀 하고올게." 곧장 전화를 받기 위해 사라지는 수정이었다.

"휴. 수정이 전 남친... 왜 수정이한테 전화한걸까?" - 민아

"글쎄... 제발 수정이 마음.. 그만 좀 아팠음 좋겠다..." - 수화

"누가 누굴 걱정해. 수화 너두 지금 힘들잖어..." - 민아

"난 괜찮아.." 친구들에게 걱정끼치지 않기 위해 활짝 웃어보이는 수화였다.

"암튼... 우리 셋 다 내년에는 진짜 좋은 사람 만났음 좋겠다. 그치?" - 민아

"응...정말... 그랬음 좋겠다..." 말꼬리를 흐리며 창호를 바라보는 수화였다.

그때 수정이 급하게 민아와 수화에게 다가온다.

"애들아. 나... 전 남친이 데리러 온대. 그래서 가봐야할 것 같아... 어쩌지..?" - 수정

"우와. 진짜? 잘 됐다. 너 아직도 전 남친한테 마음 있었잖어." - 민아

"그래. 잘 됐다. 가서 남친분이랑 얘기도 좀 하구 오해같은 것두 잘 풀었음 좋겠다.." - 수화

"응. 고마워.. 애들아.. 그리구 먼저 가서 미안." - 수정

수정은 또다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곧바로 짐을 챙겨 클럽 밖으로 나갔다.

그때, 남자 1,2,3이 수화와 민아에게 접근해 온다.

"저기..." - 남자1

그러자 수화와 민아가 남자1과 그의 무리들을 쳐다본다.

"아까부터 쭉 지켜봤는데요... 저희랑 술 한잔.. 하실래요?" 쑥쓰러운 표정으로 남자1이 말했다.

"아뇨. 됐어요. 저희는 오늘 저희끼리 놀려구요." 민아가 칼같이 딱 잘라 말했다.

"아이, 그러지 마시구요. 저희가 오늘 클럽에서 가장 비싼 술을 시켰는데 뭐 같이 오기로 했던 친구들이 약속도 파토내고 해서요. 그래서 아까운 술만 낭비죠 뭐. 정 그러시면 술만 드시고 그냥 가셔도 돼요." -남자2가 능구렁이 같은 거짓말을 술술 토해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는 민아는 순간 마음이 흔들려 수화를 쳐다보았다.

수화는 민아의 눈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데 아까 세 분이셨던 것 같은데.. 한 분은 화장실가셨나봐요?" - 남자3

"아.. 친구는 약속 있어서 그냥 갔어요. 그래서 그쪽이랑 우리랑은 수가 안 맞아서 못 놀겠네요." 마음을 다 잡은 민아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아, 그럼 잘 됐네요. 안 그래도 저희도 친구 한 명이(남자3가리키며) 갑자기 간다고 해서.. 수가 딱 맞겠는데요? 부담스러우시면 저희랑 논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이렇게 좋은 크리스마스날 비싼 술 공짜로 마신다고 생각하세요." - 남자2

그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창호와 진아가 입을 맞추기 시작하더니 이내 껴안고 격렬한 키스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수화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민아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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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2층 테이블석.

남자 1,2가 수화와 민아를 데리고 자신들의 테이블로 안내하고 있다.

"자자, 이 쪽에 앉아요. 안주가 참 많죠? 이게 다 파토낸 친구녀석들 때문이라니깐. 그러니까 오늘 계 탔다 생각하시고 비싼 술이랑 안주랑 마음껏 드시고 가세요." - 남자2

민아의 정신은 온통 술에 집중되어서 빨리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밖에는 없었다.

수화는 내키지 않았지만 창호와 진아를 보니 저절로 술에 취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제 정신에도 마음이 아픈데 술에라도 취해야 덜 아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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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은 친구들과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 후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근데 옆 테이블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수화가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성준은 그 모습을 보고 말 없이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성준 옆에 있던 현승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미친 새끼들..." - 현승

"뭐? 누가?" - 성준

"너 못 봤어? 저 새끼들 아까 술에다가 무슨 가루같은 거 타더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여자분들 오늘 무사할 지 모르겠네." - 현승

성준과 친구들이 클럽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성준이 생각이 바뀐 듯 급하게 다시 2층 테이블석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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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건배!" - 남자2

남자1,2가 서로를 쳐다보며 수화와 민아 몰래 음흉한 눈빛을 주고 받는다.

민아와 수화도 술을 마시려는데...

"잠깐!!!" 급하게 달려온 나머지 숨을 헐떡이는 성준이었다.

그러자 수화와 민아, 놀란 표정으로 성준을 바라본다.

"어..? 하성준...?!" - 민아

"어라? 서민아?" - 성준

"민아야.. 아는 사람이야?" - 수화

"응... 내 중학교 동창... 대박이다. 하성준. 여기서 만나냐? 근데 이렇게 어두운 데서 나를 어떻게 알아보고 온거야?" - 민아

"일단 민아하고 친구분. 지금 들고 있는 술 잔. 그대로 내려놓으세요." - 성준

성준의 지시대로 영문도 모른 채 술 잔을 내려놓는 두 여자.

"그리고 거기 남자 두 분. 이 여자분들 앞에 있는 술 잔 그대로 들어서 원샷하세요." - 성준

"뭐야.. 이 자식은..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와? 니네 테이블로 안 꺼져?" - 남자2

"왜 못 마시는 거죠? 왜요. 술에 약이라도 탔나 보죠?" 의심쩍은 눈빛을 보내는 성준.

그러자 남자1,2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슬금슬금 빠져나가려는데 그때 양복을 차려입은 덩치가 커다란 클럽 매니저 두 명이 와서 남자 1,2를 끌고 간다.

"너 이새끼들. 크리스마스날 눈 날리도록 한 번 맞아볼래? 어디서 약을 타 약을." - 매니저

남자 1,2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매니저들과 함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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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밖으로 나오고 있는 수화와 민아, 그리고 성준.

"진짜 성준이 너 아니었음 우리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나참. 기가막혀서." - 민아

"그러게. 누구 덕분에 달려가서 구할 용기가 생긴 거지." 성준이 수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간 수화는 성준의 눈빛을 피했다. 한국대에서 만났던 일, 그리고 클럽에서 또 재회한 일.. 모두 자신이 눈물 흘리며 추했던 날들이었기 때문에 성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조금 창피했다. 그냥 앞으로 안 볼,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괜찮았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수화였다.

"고마워요... 덕분에... 큰 일 안 당해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수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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