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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상한 판타지-58화 (58/103)

00058  애증의 관계  =========================================================================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는 재즈바에 친구들과 앉아 있는 장미.

그때 전화벨 울린다. 수화였다.

"수화야. 메리크리스마스~" 밖으로 나와 반갑게 전화받는 장미.

"......." 대답 없는 수화.

"수화야. 여보세요?"

"...흑... 장미야..."

"수화야. 무슨 일이야?" 걱정스러운 말투의 장미.

.

.

어느새 수화의 집 앞에 도착한 창호.

그런데 수화네 집 불이 꺼져 있다.

수화네 집 1층 보안키를 열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 창호.

'어떻게 그렇게 그냥 갈 수가 있어? 그런 예의없는 애인 줄은 몰랐는데... 만나면 완전 혼내줘야지.' 창호는 씨익씨익 거리는 마음으로 수화네 집 앞에 도착했다.

노크를 하고 문도 두드려보았지만 반응이 없자, 수화네 집 비밀번호 키를 누르고 들어가는 창호였다.

하지만 그 곳에 수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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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수화.

혼자서 오뎅 국물에 소주 한 병을 시켜 마시고 있다.

"어휴. 아가씨는 크리스마스에 뭔 혼자 술이여. 우울하게. 무슨 일 있었어?"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니예요...헤헤" 수화는 그저 싱긋 웃어보이고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 포장마차로 장미가 들어온다.

"수화야!!"

"흑...장미야..." 장미를 보자마자 또다시 눈물이 터져나오는 수화.

"어휴. 이게 무슨 일이야." 수화를 안아주는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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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의 집에서 나오고 있는 창호. 계속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는 수화였다.

'아. 얘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그 장미라는 친구랑 같이 있는건가? 이럴 줄 알았음 연락처라도 알아둘 걸..'

1층 현관 밖으로 나오는데 하얀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골목길로 빠져나오는데 커플들이 딱 붙어서 홀로 있는 창호를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아씨... 뭘 쳐다봐?" 작은 목소리로 기분 나쁜 듯 중얼거리며 지나가는 창호.

'아... 이런 날.. 혼자 걷고 있다니...쪽팔리게..'

수화에게 한번 더 전화를 걸어보고는 받지 않자, 외로운 마음이 들어 진아에게 전화하는 창호였다.

'아..제발 받어라. 받어.'

신호음이 거의 끊길때쯔음에 전화를 받는 진아였다.

[여보세용??]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진아.

"나야."

[선배! 가족들이랑 잘 보내고 있어요?]

"응. 어디야?"

[클럽이요.헤헤]

"실망이야 너. 진짜 클럽갔구나?"

[왜요. 대신에 아까 인증 사진도 보내줬잖아요. 근데 선배. 저 보고싶어서 전화한 거예요?]

"...응."

[음... 제가 보고싶으면.. 이 쪽으로 오시든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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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수화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는 장미.

"잘했어. 수화야. 근데 왜 헤어지자고는 얘기 안 했어."

"...오빠를.. 믿었었나 봐... 그냥 난... 오빠가...미안하다고... 다신 안 그러겠다구... 그렇게 얘기만 하면... 그냥 모든 걸 다.. 잊구 새로 시작하려고 했어...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거잖아... 근데 오빤...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거짓말만 하구... 진아랑 연락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만 얘길 하구.. 나한테 자꾸 이해만을 바라니까... 그냥 그 모습에... 너무 실망했었나봐..."

"어휴. 그 인간 진짜... 내가 말했잖아. 학교에서도 아는 사람은 다 알아. 그 인간 쓰레기인 거. 수화 니가 너무 착해서 이렇게 늦게서야 그 사람의 진가를 깨닫게 되는구나..."

고개 숙여 코를 훌쩍이던 수화, 소주 잔을 입에 털어넣는다.

"수화야, 너 술도 못하면서. 무리하지마. 응?"

"장미야... 있잖아... 나... 마음은 뻥 뚫린 것 같아... 그래도.. 여태까지 오빠가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근데... 이제는 아예 내 마음 가운데에 '뻥'하고 뚫려나간 것 같아... 그냥..멍해...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긴 뭐.. 근데 나도 이런 말 하긴 싫지만... 오늘 니가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고 나갔는데도 붙잡지 않은 걸 봐... 그건 두 가지야. 너보다 자기 자존심이 우선이거나... 자만심에 일부러 잡지 않은 거..."

"........"

"이제 이렇게까지 됐으니까. 난 수화가. 꼭 헤어졌음 좋겠어. 넌 착하고 이쁘구 공부도 잘하니까.. 더 좋은 남자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

"장미야... 나... 이제... 앞으로 누군가를 못 만날 것 같아..."

"휴........" 수화가 안쓰러운 장미 역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 이제 곧 12월 31일이야... 그러니까.. 내 년이 오기전에.. 깔끔하게 정리해. 며칠 안 남았잖아. 그때까지.. 차근차근.. 마음 정리해서.. 헤어져."

수화, 자신 없는 듯 고개만 숙이고 있다.

"어쩌다 우리 수화가.. 이렇게 착하고 예쁜 수화가... 그런 사람을 만나서...." 눈물 흘리는 장미.

그런 장미를 보며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수화는 활짝 웃어본다.

"장미야. 나 이번해는 이렇게 힘들었지만.. 내 년에는 공부도 더 열심히하구.. 여러가지 그동안 안 해봤던 일들.. 하고싶은 일들 찾아볼거야. 장미 너두.. 내 년에 행시 붙어야지. 우리 같이 힘내자. 응?" 활짝 웃는 수화.

"그래. 우리 힘내자." 눈물을 닦고 웃어보이는 장미.

그때 장미의 핸드폰 벨소리 울린다.

전화를 받는 장미, '알겠어'하는 대답만 하고는 끊는다.

"수화야. 나 지금 모임에서 잠깐 나온건데.. 너도 같이갈래? 다들 기다리고 있어서."

"아냐아냐. 난 그냥 집에 갈게. 오늘 좀 피곤하기도 해서... 좀 쉴려구."

"진짜 괜찮겠어? 그러면.. 내가 택시타는 데까지 같이 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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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앞에 도착한 창호, 전화를 건다.

1분 정도 지나자 딱 달라붙은 짧은 원피스 차림의 진아가 클럽 밖으로 나온다.

"선배!" 술을 마셔서인지 두 볼이 발그레해진 진아가 창호를 보자마자 안긴다.

"어휴.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그런 진아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지만 한 편으로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 드는 창호였다.

"선배. 들어가용. 들어가서 우리 춤춰용."

창호를 끌고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진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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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헤어지고 택시를 탄 수화.

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과 아름답게, 하얗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함박눈.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수화. 그것이 바로 수화가 원하던 크리스마스였다.

하지만 현실은 홀로 외로이 택시 안에서 그저 그것들을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였다.

일 년에 하루밖에 없는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슬프고 외롭게 보내는 것에 갑자기 서러워지는 수화였다.

그러나 아까 펑펑 울었던 탓인지, 아니면 창 밖에 아름답게 내리는 눈을 말끔하게 보고싶었던 탓인지 수화는 더이상 울지 않았다.

'억울해... 왜 내가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보내야 해...?' 창호가 미워지는 수화였다.

깊은 한숨을 쉬던 수화는 갑자기 민아와 전화 통화했던 것이 떠올랐다. 전화를 거는 수화.

"민아야."

[응. 수화야. 왠 일이야? 남친이랑은 잘 보내고 있어?]

".....민아야. 너 지금 어디야?"

[나 지금 수정이랑 술 한잔 마시고 있어. 한잔 마시고 클럽이나 갈려구. 근데 넌 어디야?]

"그럼... 나 지금 거기 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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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술집 안.

"수화야. 여기!" 민아가 수화를 보고 손을 흔든다.

"수화야아아~~" 술에 조금 취한 수정이 수화를 보자마자 껴안는다.

"민아야. 수정아. 오랜만이야."

"수화야 여기 앉아봐. 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응?"

수화는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민아와 수정이에게 털어놓았고 수정이는 수화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었다.

"에휴. 우리 한 잔씩 마시고 오늘 크리스마스를 완전히 불태우자. 건배!!!" - 민아

세 개의 잔이 부딪히고 술을 마시며 수화는 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술처럼 상처도 아픔도 모두 넘어가기를 바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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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안.

신나는 음악에 맞춰 진아가 창호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춤을 잘 추지 못하는 창호는 그냥 어설프게 박수만 치며 어색하게 웃고 있다.

그때, 수화 무리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온다.

수화는 기분이 한결나아진 듯 밝은 표정이다.

"2층이 테이블 석이긴한데, 춤출려면 1층으로 가는 게 더 재밌어. 오늘 DJ두 유명한 그 뭐더라. 베이컨이래." 민아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와, 베이컨이 한국에 왔단 말야? 진짜 대박. 베이컨 보러 가자." 수정이의 목소리도 들떴다.

"우와앙. 가자가자. 베이컨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완전 궁금해. 가자 1층으루!!" 술에 조금 취해 혀가 살짝 꼬인 목소리의 수화였다.

수화의 무리가 1층으로 내려가려는데, 수화의 눈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어...?"

"왜 그래, 수화야?" - 민아

"아, 아냐.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올게. 너네들 먼저 내려가있어."

"괜찮겠어? 사람 많아서 못 찾을 수도 있단 말야." - 수정

"괜찮아. 여기서 1층 잘 보이잖아. 못 찾음 전화할게." - 수화

민아와 수정이 1층으로 내려가고 수화는 2층에 서 있는채로, 1층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진아와 창호를 내려다보았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진아는 자신의 엉덩이를 창호에게 부비적거리기도 하고 창호의 손을 진아 자신의 가슴에 얹어놓고는 백 허그를 한 채로 웨이브를 타기도 했다.

그것보다 수화가 유심하게 바라보았던 것은 창호의 표정이었다. 창호 역시 그런 진아와 함께 즐거워보였다. 그래서 수화의 마음은 더욱 더 아파왔다.

수화는 울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또 그런 장면을 갑자기 목격하게 되니 어느새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놀라움과 배신감과 착각에 대한 눈물이었다.

수화는 난관을 잡고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때 뒤에서 어떤 남자가 수화의 팔목을 잡았다.

"같이 놀아요."

그러자 수화가 그 남자의 팔목을 뿌리쳤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수화의 팔목을 또다시 잡아댔다.

"싫다니깐요!!"

"외로운 크리스마스인데 같이 놀아야 쓸쓸하지 않죠." 능글맞게 수화에게 받아치는 남자였다.

그때, 수화의 팔목을 꽉 쥐고 있는 남자를 밀치는 어떤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여자분이 싫다잖아요."

그러자 그 남자는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리를 떠났다.

"감사합니다." 눈물을 닦으며 수화가 그 키 큰 남자를 바라본다.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키 큰 남자 역시 수화와 같은 생각을 했다.

"아, 한국대!" 동시에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었다. 남자는 다름 아닌 수화가 한국대에서 펑펑 울던 날 목도리를 주워주던 성준이었다.

"맞네요. 여기서 또 보다니. 이거 인연인가요?" 성준이 말했다.

"그러게요.." 수화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또 울었어요?" 수화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눈물을 닦는 수화.

"근데.. 한국대..맞죠? 몇 학년이에요?"

"아뇨.. 저 신화여대 3학년이에요..."

"아.. 나보다 후배. 아니 동생이시네. 전 24살이요. 성준이라고 합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성준.

"아, 저랑 동갑이시네요. 저도 24살이에요. 휴학하느라고 아직 3학년이구요."

수화가 성준이 내미는 손을 잡지 않자 무안한 성준이 멋쩍어 손을 거둬간다.

"아무튼.. 반가웠어요. 그럼..." 목례를 하고는 1층으로 내려가는 수화였다.

그런 수화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는 성준이었다.

"얌마, 거기서 뭐해. 누구 만났냐?" 성준의 친구 현승이었다.

"...처음이야." 멍한 눈빛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성준.

"뭐?"

"처음이야... 나한테 등을 보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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