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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상한 판타지-55화 (55/103)

00055  애증의 관계  =========================================================================

한국대 근처 어느 모텔.

창호와 진아, 서로에게 저돌적인 키스를 하며 모텔방으로 들어오고 있다.

두 사람은 급한 듯 서로의 옷을 훌렁훌렁 벗겨냈다.

창호는 진아를 침대로 자빠뜨렸고 진아는 기다렸다는 듯 그런 창호의 목덜미를 붙잡고 또다시 격렬한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진아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창호 선배와 이렇게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감격에 겨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고 말았다.

창호는 급한 듯 다물어져 있는 진아의 다리를 벌리고는 자신의 페니스를 진아의 아래에 찔러 넣었다.

"아.....!!"

진아의 입에서 기다렸다는 듯 환희의 신음이 옅게 터져나왔다.

창호는 수화와 하지 못했던 성관계에서 풀지 못한 자신의 맺힌 성욕이 솟구쳐 흘러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곧 터져버릴 것만 같은 자신의 페니스를 따뜻하고 익숙한 그 곳에 넣고 위로를 받으며 익숙하고 그리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다.

그가 사정없이 페니스를 박아대는 바람에 진아는 약간의 통증을 느꼈지만 그것마저도 흥분과 함께 뒤범벅되어 쾌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몇 번의 강한 피스톤질이 반복되자 창호의 페니스로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그는 본능적으로 재빨리 자신의 페니스를 빼내어 그것을 진아의 배에 뿌려댔다.

짧지만 굵었던 밤이었다.

창호는 휴지를 뜯어 대충 진아의 배를 닦아주고는 침대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둘은 너무도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댔던 탓인지 얼굴에서는 온통 땀이 흘러내려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고, 그들의 숨소리도 여전히 거칠었다.

이마에 한 손을 댄 채로 눈을 감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창호에게 진아가 안겼다.

창호는 그때서야 진아의 존재를 느끼고 그녀를 마주 안아주었다.

"선배.."

"응?"

"솔직히 말해봐요.. 나랑.. 하고싶었죠?"

"뭐? 장난은. 이 녀석." 창호는 눈을 떠 진아를 바라보았다.

"선배.. 오늘 보니까... 수화언니가 굶겼죠?"

"........" 진아와의 관계를 위해 인위적으로 잠시 지워냈던 수화 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창호였다.

"맞죠? 선배가 아무 말 없는 거 보니 맞네요. 에휴. 도대체 그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아직도 붙들고 있는거에요? 선배. 그러다가 저까지 놓칠 수도 있어요. 오늘.. 선배가 저 안 잡았으면.. 선배 아마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예요."

수화를 생각하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창호는 진아의 말을 듣고는 곧장 진아를 와락 안았다.

"미안해.. 진아야.."

"치. 선배도 나 이렇게 좋아하면서. 근데요.. 나.. 이제 더이상.. 선배 못 기다려요. 이제 나두 기다릴만큼.. 기다렸잖아요." 창호의 품에 안겨 뾰루퉁한 표정의 진아였다.

한숨 쉬는 창호.

"선배. 크리스마스날 같이 보내요."

진아의 말에 수화랑 했던 약속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창호였다.

.

.

"크리스마스에두 새해에두 오빠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게. 이번에 크리스마스에는 뭐하지? 뭐 하고싶은 거 있어?"

"저는 그냥... 오빠랑만 있으면 돼요. 이렇게 옆에 붙어만 있어두 좋은걸요?"

"우리 수화는 아주 천사라니까? 얼굴도 마음도."

.

.

'그래.. 이번 크리스마스는 수화랑 보내기로 했었는데... 내 옆에 붙어만 있어도 좋다고 했던 마음씨 착한 수화잖아... 근데 그런 애를 두고... 나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지...?'

진아를 뿌리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는 창호, 그리고 그를 따라 같이 일어나는 진아.

"선배... 무슨 생각해요? 크리스마스 날... 같이 있자구요. 네?"

"진아야... 어쩌지. 그 날... 부모님이랑 선약이.. 있는데.."

"이브날에요? 아님 크리스마스날에요? 그럼 둘 중에 하루는 부모님이랑 보내구 하루는 저랑 보내면 되잖아요."

"그게... 부모님이랑 가까운 곳으로 여행 가기로 해서... 만약에 취소되면 그때 만나자. 응?"

"하. 그럼 저 선배 부모님이랑 약속 취소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거예요? 저 만년 대기조예요?"

"아니. 그러니까... 선약이 있으니까.. 일단 친구들이랑 약속도 잡고.. 즐겁게 보내."

"싫어요. 선배도 없는 크리스마스를 무슨 재미로 즐겁게 보내요. 선배.. 혹시 거짓말 하는 거 아니죠?"

"응. 아냐. 혹시라도 취소되면.. 최대한 빨리 연락줄게."

"흥. 됐어요. 그 날 솔로인 친구들이랑 클럽이나 가야겠어요. 술 진탕 먹고있으면 또 선배가 데리러 올지 어떻게 알아요?" 장난치는 진아.

"으이구." 그런 진아의 이마에 약한 꿀밤을 때리는 창호.

.

.

.

수화의 집.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는 잠들어버린 수화. 손에는 핸드폰이 꼭 쥐어져있다.

그때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깨는 수화. 창호였다.

"여보세요??" 기다렸다는 듯 다급하게 전화를 받는 수화.

[응. 전화했었네? 미안. 수업 때문에 버릇이 되어서 무음으로 해놨었어.]

창호의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수화.

"아... 그랬구나... 그럼 지금.. 집이예요?"

[아니... 지금 학교 근처야.]

창호는 왠지 백 퍼센트의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이 날 것이라는 치밀한 생각을 했다. 진아와 있었던 일들은 끝까지 비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현재 한국대에 있다는 사실적인 '위치'까지는 솔직히 털어놓아야 완벽한 거짓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마... 진아를 만난건가?' 수화는 창호를 조금 의심하기 시작했다.

"학교요..? 아직까지 집에 안 가고... 뭐하셨어요?"

[이제 연말이잖아. 오랜만에 학교 친구들 만났어. 술 한잔 하느라고.]

수화는 창호의 말을 단번에 믿었다. 그리고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한 작은 의심의 불씨를 마저 꺼트렸다.

"오빠..!! 지금... 만날 수 있어요?"

수화는 아까 했던 자신의 행동들이 좀 심했던 것 같아서 창호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

.

.

신화여대 앞 커피숍.

"오빠! 여기..!!" 들어오는 창호를 보며 손을 흔드는 수화.

"속은 좀 괜찮아? 난 너 계속 자는 줄 알았어." 자리에 앉는 창호.

"그게... 그냥... 오빠 생각이 나서.. 오빠를 그렇게 보낸 게..."

"후회가 되었구나?"

"네..."

"그래도 오늘 야구장도 다녀왔지, 술도 마셨지. 피곤할 만 해. 오늘은 특별히 봐줄게."

"헤헤.. 근데.. 술.. 얼마나 마신거예요? 많이 마신 거예요?" 걱정하는 눈빛의 수화.

"응. 조금.. 아, 수화야. 나 잠깐 화장실 좀." 오늘따라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화장실로 달려가는 창호였다.

수화는 그런 창호의 뒷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커피숍을 둘러 보았다.

함께 이야기하며 웃는 연인들을 보며 수화는 안도감을 느꼈다.

'나도 저렇게 눈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연인이 있다는 것'에..

그러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창호의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만... 한 번만...'

수화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안 돼. 핸드폰을 확인하는 건... 나쁜 짓이고.. 예의 없는 행동이야. 그러지 말자.. 한수화.'

하지만 수화의 마음 속에는 조용하고 강렬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냐. 이번 한 번만 딱 한 번만. 확인하고.. 내 의심이 틀린 거라면.. 앞으로 오빠 말만 믿고. 앞으로 절대로.. 핸드폰 확인하는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수화는 창호가 올세라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고는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이, 예전에 보이던 진아와의 연락 기록들이 다 삭제되어 있었다.

'어...? 왜 다... 없어졌지?'

수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창호의 핸드폰으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수화는 핸드폰을 테이블에 그대로 내려놓으려고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신'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 쪽에서 하이톤의 여자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선배! 집이예요? 저는 집에 무사히 도착했어용.]

순간 표정이 굳어버린 수화였다.

[선배.. 왜 아무 말도 안 해용? 장난치는건가? 그럼 나두 장난쳐야징. 선배. 나 배가 너무너무 아파용. 왜 그런 지.. 알죠? 선배가 아까.. 너무 쎄게..]

수화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창호의 핸드폰을 원 위치로 돌려놓았다.

그때 창호도 마침 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수화는 멀리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창호를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한 감정들이... 다 헛 된 것이었다니...'

그녀는 분했다. 자신을 속이고 진아를 또 만난 거였다. 더 화나는 건, 자신이 잠자리를 거부했다고 곧장 다른 여자에게 달려갔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자신은 없던 수화였다.

"수화야. 너 스케이트 잘 타?" 아무렇지 않은 듯 수화의 건너편 자리에 앉으며 창호가 말했다.

"...스케이트요..?" 넋이 나간 눈빛으로 그저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수화였다.

"응. 크리스마스에 스케이트 타러 가자. 스케이트도 타고 근처에 오빠가 아는 맛집 있거든. 거기 가자. 어때?"

"아... 네." 당황한 기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웃어보이는 수화였다.

그때 창호의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창호는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약간 굳어졌고 수화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수신거부' 버튼을 누르고는 다시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수화는 그런 창호의 표정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쫓고 있었다.

'당황하는 것을 보니... 맞나 보네. 차라리 당황해 하지 말고 당당하게 받으란 말이야...!!!'

수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호에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방금 전에 들었던 핸드폰 너머의 진아 목소리에 아직도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기 때문이었다.

창호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수화는 또다시 많은 생각을 해야했다.

'역시.. 설마설마 했는데... 두 사람... 갈 때 까지 갔구나... 아니, 이미 나랑 사귀기 전에 갔었는지도 몰라...'

수화는 옷을 훌렁훌렁 벗고는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거센 물줄기를 받으면서 수화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어두운 먹구름이 조금은 물러가길 바랐다.

'그동안 진아를 만지던 그 손과, 입을 맞췄던 그 입으로... 그 눈빛으로... 똑같이 나를 만지고 바라보고 입을 맞추고...그 짓을 하다니....!!!'

수화는 순간 자신의 몸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이 들어 온 몸 구석구석, 심지어 입술에까지 샤워젤을 묻히면서 흐르는 물과 함께 빡빡 닦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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