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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상한 판타지-49화 (4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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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하게 신화여대 후문 앞에 서 있는 창호.

'...진아 말대로.. 진짜.. 수화가... 헤어지자고 하는 건 ...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때 멀리서 미니스커트 차림의 수화가 걸어오고 있다.

"수화야!!"

창호가 부르자, 웃으며 뛰어와 창호에게 안기는 수화.

그런 수화를 얼떨결에 안으며 동시에 안도하는 창호였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내가 수화의 첫경험 상대인데. 역시 여자들은 첫경험 상대를 쉽게 못 놓지.'

"오빠... 보고싶었어요..." 창호의 품에 더더욱 파고드는 수화.

그런 수화가 귀여운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창호.

'그래. 확실히 진아를 안을때와 달라... 이 애가 없으면... 이 애가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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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맞잡고 신화여대 캠퍼스를 걷고 있는 두 사람.

여대생들이 가득해 창호는 조금 쑥쓰럽다.

"풋." 긴장한 창호의 표정을 보며 웃는 수화.

"왜?"

"웃겨서요.. 오빠.. 여자들 많아서 좀 쑥쓰럽죠..?"

"으..응."

"그냥 우리 학생식당 가지 말구 밖으로 나가요."

"으..응. 그래."

창호를 끌고 학교정문을 빠져나오는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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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여대 앞 로데오거리를 걷고 있는 두 사람.

"수화야."

"네?"

"할 말이 뭐야?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며."

"아... 오빠.. 귀 좀 대보세요.."

어리둥절해 하며 수화에게 키를 낮춰주는 창호.

"사랑해요." 작은 목소리로 창호의 귀에 속삭이는 수화.

"뭐?" 기가 차는 창호.

"사랑한다구요. 아주 많이."

"하. 진짜 그것뿐이야?"

수화, 끄덕이며 대답없이 환하게 웃으면.. 그런 수화를 와락 안는 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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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도서관.

진아, 열람실 좌석에 앉아 책을 펴놓고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

'지금쯤이면... 한수화가 선배한테 헤어지자고 했겠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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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여대 앞 커피숍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수화와 창호, 마주보며 앉아 이야기 나누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는 거 보니까 이제 진짜 겨울인가봐요." 수화가 핫초코가 든 유리잔을 따뜻하게 두 손으로 잡고는 말했다.

"그러게."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창호.

"참, 오빠. 우리 야구 언제보러 가요?"

"아참. 그걸 깜빡했네. 근데 지금 야구 시즌 끝났을껄?"

"짠." 창호에게 티켓 두 장을 내밀어보이는 수화. 티켓에는 '겨울 프로야구 올스타전'이라고 써 있다.

"우와. 이거 어떻게 얻었어?"

"검색해보니까 나오더라구요.. 오빠랑 야구 보러 가고싶기도 했구.. 오빠 요즘 바빠서 깜빡한 것 같아서요.헤헤"

"내일이예요. 내일 오빠랑 저랑 수업끝나구 만나서 바로 가면 될 것 같아요."

"그래. 그렇게 하자. 수화 기특하네. 이런것도 준비하고." 수화의 볼을 어루만져주는 창호.

"헤헤..." 쑥쓰럽게 웃는 수화.

"아, 수화야.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네..헤헤"

핸드폰을 테이블에 놔둔 채 자리를 비우는 창호.

'오빠의 핸드폰... 확인해보고 싶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알고싶어... 오빠를 믿긴 하지만... 자꾸 뒤에서 또 만날 것만 같아... 나 몰래.. 계속 연락할 것만 같아...'

주위를 살피고는 창호의 핸드폰을 집어드는 수화.

창호가 올세라 재빨리 문자메세지부터 확인하기 시작한다.

[선배. 괜찮아요? 이거보면 전화줘요. 기다릴게요.]

'하... 기다려..? 왜? 우리 오빠를 니가 왜 기다려...? 기가차는 수화였다.

수화는 순간 진아에게 답장을 하고 싶어졌다.

아주 모질게 니까짓거 보기 싫다고 꺼져버리라고 문자를 보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착하고 바보같은 수화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거짓 문자를 보내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 멀리 창호가 오고 있다.

수화는 진아가 미웠다. 그래서 자신이 힘들어한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창호의 핸드폰으로 진아에게 전화를 거는 수화. 스피커폰 모드로 해놓고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놓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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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도서관.

진아 책 펴놓고 공부하고 있는데 전화 걸려온다. 창호선배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신나게 열람실 밖으로 뛰쳐나가 전화를 받는 진아.

"여보세용? 선배!!"

하지만 대답없는 창호.

"선배...어디예요? 잘 안 들려용..."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멍해지는 진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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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빵. 왔쪄염?" 애교있는 목소리로 창호를 반기는 수화.

"응?? 그 목소리 귀엽네."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변한 수화가 조금은 얼떨떨했지만 이내 귀엽게 느끼는 창호였다.

수화, 창호의 옆 자리로 찰싹 붙어 앉더니 창호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댄다.

"오빠랑 같이 있으니깐 너무 좋당.헤헤"

"후후. 귀엽네. 우리 수화. 이리와 봐."

창호, 수화의 두 볼을 잡고는 입술에 찐하게 뽀뽀 한다.

'쪽쪽.'

"아이 우리 수화. 애교쟁이 다 됐네?" 그리고는 계속 뽀뽀 해대는 창호.

"헤헤. 오빠가 절 이렇게 만들었잖아. 책임져용."

그러자 수화의 이마, 눈, 코, 입에 뽀뽀를 마구 퍼붓는 창호.

"오빠앙.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용..." 쑥쓰러운 수화.

"쳐다보면 어때? 내껀데."

"아이. 오빠두? 난 오빠꺼. 오빠는 내꺼. 맞죵?"

"아냐, 수화는 내꺼. 나는 내꺼."

"잉? 무슨 소리예요!! 오빠는 내 꺼!! 자꾸 그럼 수화는 수화꺼 할 꺼예요?!" 귀엽게 토라진 눈으로 창호를 째려보는 수화.

"으이구. 귀여워." 수화의 볼을 꼬집는 창호.

"으아앙. 오빠 아파요. 그러니까아 오빠 내 꺼 맞죠?!"

"그래. 알았어."

"그럼. 핸드폰에 녹음해둘래요."

안 보이는 곳에 두었던 창호의 핸드폰을 꺼내는 수화.

"이렇게 말해요. '나 윤창호는 한수화꺼다. 수화말고 다른 여자는 다 별로다. 나한테 여자는 수화밖에 없다.' "

"뭐? 하참. 그래. 알았어. 나 윤창호는. 한수화꺼고, 수화말고 다른 여자는 다 별로다. 나한테 여자는 수화 딱 하나밖에 없다. 됐지?"

이제야 흐뭇하게 미소 짓는 수화. 창호가 안 보이게 진아와의 통화연결을 끊고는 창호 앞에 다시 핸드폰을 놔둔다.

"으이구. 아무튼 사랑쟁이 다 됐다니까? 오빠한테 수화밖에 없는 거 알면서 그래?"

"알죠오." 다시 창호의 팔짱을 끼고는 기대는 수화.

'훗. 정진아. 당해보니까 어때? 내가 아팠던 만큼.. 너도 한번 아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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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 열람실 밖에서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서 있다.

'하... 어이없어.. 뭐야..? 왜 나한테 전화를 한 건데...?? 선배 나한테 왜 그래요...??'

문자를 보내는 진아.

[선배. 어떻게 나한테 이래요? 진짜.. 실망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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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서 여전히 나란히 앉아 꽁냥꽁냥 대는 두 사람.

"크리스마스에두 새해에두 오빠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게. 이번에 크리스마스에는 뭐하지? 뭐 하고싶은 거 있어?"

"저는 그냥... 오빠랑만 있으면 돼요. 이렇게 옆에 붙어만 있어두 좋은걸요?"

"우리 수화는 아주 천사라니까? 얼굴도 마음도."

그때, 창호의 핸드폰 메세지 알림 울린다.

창호, 수화가 안 보이게끔 몰래 확인해보면 '진아'다. 갑작스러운 문자에 당황하는 창호.

수화, 진아에게 문자가 온 것을 눈치는 챘지만 모른 척 한다.

"오빠.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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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진아에게 전화를 거는 창호. 하지만 받지 않는다.

[진아야. 무슨 일이야? 실망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자, 바로 문자 답장 온다.

[방금... 일부러.. 전화한거죠? 나 떼어놓을려구.. 정 뗄려구... 일부러 그런거죠?]

[정 떼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 듣게 자세히 좀 얘기해보라고.]

창호, 자신의 핸드폰 통화내역 확인해보면 진아에게 발신한 내역 뜬다.

'어...? 어떻게 진아한테 전화가 걸린거지..?'

진아에게 전화를 거는 창호.

"진아야. 내가 걸었던 거 아냐. 아마 잘 못 눌렸나봐." 변명해보는 창호.

[선배.. 나 지금 마음이 너무 아파요... 지금.. 선배.. 안 보면..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지금 다시 학교로 와주세요..]

"하.. 진아야. 나 지금은.. 수화랑 있는 거 알잖아.. 지금 당장은 못 가.. 내일 보자.. 응?"

[안 돼요... 내일은... 나 이미 죽어있을지도 몰라... 오늘 꼭 봐야겠어요.]

한숨을 깊게 쉬는 창호.

"알았어. 지금 바로는 못 가. 핑계대고 갈게."

[네...선배.. 기다릴게요...]

수화, 벽 뒤에 숨어 통화를 다 듣고 있다.

'그럼 그렇지.. 근데 어쩌지? 나 오늘 오빠 안 보낼건데..? 오늘 혼자 외롭고 처절하게 기다려봐!!'

수화, 웃으면서 창호쪽으로 다가간다.

창호, 수화가 오니 심각한 얼굴을 애써 정리하려고 웃어본다.

"오빠..!!" 달려와 창호의 팔에 팔짱을 끼며 안기는 수화.

"응. 수화야.."

"나 오늘... 오빠랑.. 술 한잔 하고 싶어요."

자신의 품에 안겨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수화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창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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