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0 좋은사람 =========================================================================
[오빠. 교수님 잘 만났어요? 이따가 우리 점심 같이먹어요. 제가 한국대로 갈게요.] 예쁜 옷을 차려입은채, 책상 아래로 조용히 문자를 보내고 있는 수화였다.
'오빠는 당연히 오케이할거야. 오빠가 진짜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사람은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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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교수실에서 교수님과 면담하고 있다.
"교수님. 오늘 면담 감사합니다." - 창호
"감사하기는. 내 소중한 제자인데. 그나저나 오늘 점심 같이 못 먹어서 어쩌지? 오늘 미국에서 친구가 오는 바람에 그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 교수님
"아, 괜찮습니다. 다음에 교수님 시간되실 때 같이 먹어요." - 창호
창호는 교수님에게 목례를 하고 교수실을 빠져나온다. 그때 울리는 창호의 휴대폰 진동소리.
[선배! 오늘 점심 같이 먹을꺼죠? 오늘 못 만남 나 진짜 삐진다구 했어용?] 진아였다.
창호, 답장 하려다가 진아보다 먼저 온 수화의 메세지를 발견한다.
'하... 누구랑 먹어야 하지...?' 고민되는 창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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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열심히 교수님의 강의를 바라보고 있지만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온통 창호 생각뿐이었다.
'오빠.. 교수님이랑 있어서 바쁜가...? 왜 답장이 없지?' 초조해 작은 한숨을 내쉬는 수화.
자꾸만 책상 아래로 메시지가 왔나 확인해본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진동 소리가 나지 않게 두 손으로 휴대폰을 꽉 잡고는 슬그머니 책상 아래로 메세지를 확인하는 수화.
[그래. 한국대쪽으로 와. 근데 점심만 먹고 바로 다시 교수님한테 가야할지도 몰라.]
급 밝아진 표정의 수화. 실실 웃으며 답장한다.
[네. 괜찮아요. 헤헤. 수업 곧 끝나니까 바로 달려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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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화는 가방을 챙겨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 했지만 마침 다른 강의실에서도 학생들 수업이 끝나서 엘리베이터 앞은 북적이고 있었다.
'아.. 안되겠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수화. 빨리 오빠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캠퍼스 밖을 뛰다시피한다.
단숨에 한국대 후문에 도착한 수화. 전화를 건다.
한국대 후문쪽은 공대가 있는 곳이라 남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런데 예쁜 수화가 이 곳에 오니 다들 수근대며 쳐다보기 일쑤였다.
"저.. 저기요.." - 무리 속에서 용기내어 수화에게 다가온 정곤.
"네?" - 수화
"아까부터 지켜봤는데요... 제 스타일이신 것 같아서요... 번호좀..." - 정곤
그때 수화의 전화벨 울리면 전화를 받는 수화.
"오빠. 저 도착했어요. 어디예요?"
"수화야." 후문 뒤에 숨어있던 창호가 수화를 놀래키며 튀어나온다.
"오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창호에게 감동받은 수화, 활짝 웃어보인다.
정곤, 창호를 보고는 무리들과 함께 사라지고 창호는 승리자의 미소를 씨익 지어보인다.
"수화.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 치마는 왜 이렇게 짧아. 다른 남자들이 보면 다 쳐다보잖아." 조금은 질투나는 듯 무심하게 이야기하는 창호였다.
"헤헤..." 창호의 질투에 기분좋은 수화였다.
"자, 이제 밥먹으러가자!"
창호, '내가 수화 남자친구다!' 하며 티내는 듯 수화의 손을 덥썩 잡고는 한국대 앞 먹자골목을 걷는다.
수화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창호의 손을 맞잡은 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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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후문 앞 어느 중국집.
"수화는 뭐 먹을래? 난 짜장면"
"음.."
수화는 메뉴를 고르는 순간에도 창호오빠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두 짜장면 먹고 싶은데... 근데 짜장면을 먹으면 입가에 묻을테구... 그럼 안 예뻐보일거란 말이야.'
"오빠, 전 짬뽕이요."
잠시후 음식이 나오면 짜장면을 후루룩 먹기 시작하는 창호.
"오빠. 오늘 많이 배고프셨나봐요?"
"응. 생각보다 일찍 끝나기는 했는데.. 아침부터 머리 쓰니까 금방 허기지더라구."
"오빠. 제 것두 좀 드세요." 작은그릇에 짬뽕을 덜어 창호에게 건네주는 수화.
창호, 씨익 웃으며 수화가 건네준 짬뽕을 후루룩 헤치운다.
"참, 오빠. 우리 야구는 언제보러가요?"
"아 맞다. 야구는 다음주에 보러가자."
"진짜요? 신난다.. 헤헤"
"수화는 야구 볼 줄 알아?"
"아.. 아니요. 사실 야구장 가는 건 처음이라...오빠가 알려주세요."
"알았어."
"야구장가면 야구응원하면서 치킨이나 피자 먹는게 꿀맛이라던데... 오빠는 보통 뭐드세요?"
"나도 뭐 똑같아. 친구들이랑 가면 주로 치킨에 맥주 먹지."
"우와.. 야구보면서 치맥... 진짜 환상이겠다아." 야구장 갈 생각에 들뜬 수화.
창호는 그런 수화가 귀엽다는듯 씨익 웃는다.
그때, 창호의 핸드폰 진동 울린다.
[선배. 아직 멀었어요?]
"오빠. 누구예요?"
"응? 아.. 교수님."
"아. 그럼 저 괜찮으니까 급하시면 전화하셔도 돼요."
"아냐. 문자로 해도 돼."
자연스럽게 진아에게 답장하는 창호.
[금방 갈게.]
답장 보내고는 얼른 주머니속으로 핸드폰을 집어넣는 창호였다.
"오빠랑 밥만 먹구 헤어져야한다니까.. 좀 섭섭하긴한데. 그래두 오늘 얼굴 봤으니까 좋아요."
"그러게. 나두 우리 수화랑 같이 있고 싶은데. 교수님 약속 째고 우리 수화랑 놀러나 갈까?" 장난치듯 말하는 창호.
"에이. 그건 안 돼요. 교수님이랑 한 약속이 먼저죠. 우리는 언제든지 또 만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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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갈게요. 교수님이랑 약속 끝나면 연락해요."
"응. 알았어."
수화는 아쉬운 듯 자꾸만 뒤돌아서서 창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창호 역시 그런 수화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지만 창호의 주머니 속에서는 계속해서 재촉하는 듯한 알림이 울렸다.
"오빠. 어서가요. 약속 늦겠어요."
"응. 알았어. 나 진짜 간다."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후문으로 들어가는 창호.
수화는 사라져가는 창호의 뒷모습을 그자리에 서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어? 한수화?" - 장미
"어? 장미? 신장미?" - 수화
"이야. 수화야 너가 여긴 왠 일이야! 너 신화여대 갔다며. 소식은 들었는데." 반가운 표정의 장미.
"응. 나도 너 소식 애들한테 들었어. 근데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너 연락처도 바꾸구 SNS도 안하는 거 같구 해서.. 연락을 못했었어. 그래두 이렇게라도 보니까 진짜 반갑다!" - 수화
"응. 사실 나 지금 행시 준비하거든. 근데 스팸전화가 너무 많이와서 연락처도 바꾸구 SNS도 다 탈퇴했어. 공부만 할려구." - 장미
"예전이나 지금이나 장미는 모범생이구나? 헤헤" - 수화
"수화 너야말로 더 예뻐진 것 같다?" - 장미
"그래? 헤헤. 고마워. 근데 지금 어디가는길이야?" - 수화
"음. 그냥 같이 공부하는 애들이랑 스터디하구 차 한잔 마시고 들어가려던 참이었거든. 수화 너 시간되면 커피 마시고 갈래? 우리 학교에 엄청 저렴한데 진짜 맛있고 분위기 죽이는 커피숍 있거든." - 장미
"진짜? 그래!! " -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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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듯 조용한 건물로 들어가는 창호.
3층으로 올라가 복도를 거쳐 어느 강의실의 문을 여는 창호.
"선배!!!" 창호가 문을 열자마자 튀어나와 와락 안기는 진아.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선배. 보고싶었어요."
"점심은? 먹었어?"
"아니요.. 선배가 누구랑 밥 먹기로 한 바람에..." 입을 삐쭉내미는 진아.
"그럼 뭐라도 간단히 먹을래? 사줄게. 가자." 밖으로 나가려는 창호.
"선배." 그런 창호의 팔을 잡는 진아.
"좀 이따가요. 이렇게 단 둘이서 있고싶단말야." 창호의 품에 안기는 진아.
창호, 그런 진아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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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진짜? 수화 너 남친이 우리 학교 다닌다구?"
"응. 헤헤.." 수줍은 듯 고개 숙이는 수화.
"이야. 누군지 궁금하네.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이름이 뭔데?"
"윤..창호."
"윤창호..? 어디서 많이 들어보긴 한거같은데..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구. 아무튼 다음에 소개시켜줘."
"응. 다음에는 셋이서 만나자. 참, 너 이제 들어가봐야 하지 않아? 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뺏은 것 같아."
"아, 그러네. 그래. 그럼 우리 학교도 가까우니까 자주 만나자. 점심에 오면 내가 밥 사줄게."
"응. 너도 우리 학교 놀러와. 맛집 다 데려다줄게.헤헤"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을 빠져나오 두 사람.
"근데 여기 커피 진짜 맛있다." - 수화
"그렇지? 여기 좀 유명해. 아, 다음에는 케이크 진짜 맛있는 데 있거든? 거기 가자." - 장미
"그래. 그러자. 헤헤. " -수화
웃으며 캠퍼스를 걷고 있는 두 사람.
그때, 갑자기 굳어지는 수화의 표정.
저 멀리서 창호와 진아, 서로 장난치며 웃으며 걷고 있다.
"수화야. 너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 장미
".............."
뭐가 그리 즐거운지 행복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멍한 표정의 수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