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9 좋은사람 =========================================================================
"자기. 하아... 우리 이제... 궁합이 착착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침대 헤드에 걸터 앉아, 수화의 허리를 두 손으로 받쳐주며 흥분된 눈빛으로 수화를 바라보는 창호였다.
"네... 하응..." 정신없는 수화였다.
"좋아?" 창호는 흥분한 수화를 맞춰 주기위해 허리에 힘을 주고는 엉덩이를 적당히 통통 튀겨주었다.
"아하앙..." 창호의 움직임에 넋이 나가고 있던 수화였다.
창호는 이제 더이상 수화가 첫경험때의 수화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수화는 처음이고 자신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너무 선수같다는 걸 수화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수화에게 느리게 박자를 맞춰주고 있었던 창호였다.
이제는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들이랑 했던 것처럼 수화랑도 능수능란하게 놀아도 될 것 같았다.
창호는 다양한 자세를 요구했고, 수화는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이내 가르침에 익숙해지며 점점 창호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으아압...!!" 창호는 오래간만에 자신의 본능대로 제대로 분출한 것 같아서 만족도가 거의 100%에 가까웠다.
수화 역시 창호의 다양한 요구에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여느때보다 신음소리를 내면서까지 관계에 진지한 창호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창호는 수화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하고는 말했다.
"자기, 나 씻고올게."
수화는 격렬하게 움직였던 탓인지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누워 눈을 감고 쉬고 있다.
그때, 창호의 옷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울린다.
수화, 그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진동이 울리고 있는 창호의 옷을 바라본다.
'아냐.. 아냐.. 나.. 오빠 믿기로 했잖아... 아냐... 그래도 확인하고 싶어... 아... 안 돼... 어떻게 하지....'
수화는 마음 속에서 창호의 핸드폰을 '확인할까, 말까' 고민만 수 백번을 하고 있었다.
'그래. 찝찝한 마음이 조금은 있었으니까 오빠가 샤워하고 나오기 전까지 그때까지 딱 확인하고. 다시 예전처럼 아무일 없던것처럼 돌아가는거야..'
수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호의 옷가지를 뒤져보았다.
주머니에서 나오는 창호의 핸드폰.
수화, 조심스럽게 창호의 핸드폰 메세지 함으로 들어간다.
[선배. 어디예요?]
[응. 지금 지하철.]
[어디가는데요?]
[왜. 찾아오게?]
[치. 나한테 상냥하게 말해주기로 했어요. 안 했어요?]
[알았어.. 지금 한강가는중이야.]
[한강요? 저 한강 안 간지 꽤 되었는데. 오늘 바람쐬러 한강이나 갈까.히히.]
[올꺼면 동아리 애들이랑 와. 너 혼자오면 괜히 오해사니까.]
[히히.. 알았어용. 이따 가서 연락할게용!]
'뭐야.... 오빠가... 진아를 부른 거였어...? 그래... 이 정도까지는... 괜찮아. 동아리후배고... 워낙 사이좋았던 선후배 사이였으니까...'
수화는 핸드폰을 도로 넣으려다 궁금함에 계속 메세지함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선배에. 잘 들어갔어용?]
[선배! 우리 오늘 두 번이나 봤는데... 또 보고싶다. 헤헤.]
'두 번...? 그럼... 병욱이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던거야...?' 굳어버린 표정의 수화.
[선배!! 왜 답장이 없어요. 선배는 나 안보고싶어요? 맨날 나만 연락하구... 이러다 나 진짜 삐지면 오래가용?]
[윤창호. 보고싶어요..많이많이. 내 사랑... 우리 내일 점심 같이먹어요. 내 약속 거절하면.. 나 진짜진짜 삐질거니까. 알아서 해용?]
그때, 샤워실에서 샤워기 꺼지는 소리 들린다.
재빨리 핸드폰을 창호의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고는 침대에 누워버리는 수화 .
"자기. 힘들어? 아직두 누워있네?"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닦으며 나오던 창호는 누워 있는 수화의 옆으로 가 휴지를 뜯어서 수화의 온 몸에 묻은 자신의 정액들을 정성스레 닦아준다. 그리고는 수화를 껴안으며 침대에 눕는 창호.
"자기. 그거 알아?" - 껴안은 채로 수화의 눈을 바라보는 창호.
"네..?"
"자기.. 첫경험때랑 많이 달라진 거."
"아... 그래요...?"
"응. 이제 야한 자세들도 다 하구. 자기 야한 여자 다 된 거 같애."
"에헤헤...."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수화.
"이제 오빠 가봐야겠다. 내일 아침에 교수님이랑 만날려면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워 입기 시작하는 창호.
그런 창호를 말 없이 지켜보는 수화.
'진아가 일방적으로 오빠를 좋아하는거지... 오빠가 진짜로 좋아하는 건 나야.. 정신차려 한수화... 오빠가 너무 착해서... 일방적으로 저렇게 다가오는 진아를 차갑게 못 내치는 걸꺼야...'
수화는 거울을 보며 단장하고 있는 창호에게 다가가 꽉 안겼다.
창호 역시 그런 수화를 꽉 안고는 수화의 정수리에 '쪽'하고 뽀뽀를 했다.
마주보는 두 사람. 문자와 진아에 대해 뭐라도 물어보고 싶지만 그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야한 여자." 장난치듯 수화의 머리를 쓰다듬는 창호.
"피.. 다 오빠가 절 이렇게 만든거예요... 책임져요.."
"어떻게 책임질까?"
"몰라요...." 쑥쓰러워 고개를 숙이는 수화.
"이제 오빠 갈게. 추우니까 나오지마."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창호.
"오빠."
"응?"
"내일.... 또 만날래요?"
"내일? 음... 내일은 교수님 만나고 이래저래 바쁠 것 같긴 한데... 내일 연락하자. 시간되면 점심에 같이 밥먹든지 하자."
"네... 알았어요. 연락해요.."
씨익 웃어보이며 문을 닫고 나가는 창호.
그 자리에 오랫동안 그대로 서 있는 수화.
'오빠가 집에서 나가니까... 너무 외로워...... 오빠의 빈자리가 정말 큰가봐.........'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하는 수화.
'내가 오빠 정말 좋아하나봐............ 흑흑...'
창호가 가고 나서도 계속 창호의 연락을 기다리는 수화였다.
수화는 계속 핸드폰을 쥐고 놓질 않았다. 혹시나 화장실에 갔을때 오빠에게서 연락이 오진 않을까 하고.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 없는 창호였다.
[오빠... 잘 들어갔어요?]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창호에게서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응. 집 도착했어. 잘자.]
'............'
너무나 외로운 수화는 그날 밤, 베개를 창호라고 생각하며 꼭 껴안고 잠을 청했다.
.
.
.
어두운 밤, 수화네 집에서 나와 골목길을 걷고 있는 창호. 그때, 핸드폰 전화 진동 울린다. '진아'다.
"어, 진아야."
[선배. 왜 답장이 없어요?]
"응? 문자 했었어? 못 봤어."
[피... 여태 수화언니랑 있었어요? 참.. 수화언니.. 어때요? 괜찮아요?] 삐진 말투의 진아.
"으응.. 수화가.. 처음에 우리 사이를 의심했었어."
[.. 진짜요? 뭐래는대요?]
"그때.. 너 병원에 입원했을때.. 사실.. 그 다음날.. 수화랑 놀이공원 가기로 했었거든... 근데 못 갔어..."
[선배... 나 때문에... 수화언니랑 약속도 깬거였어요?] 감동받은 척 연기하는 진아.
"아... 응. 그래서 너랑 있었다고 거짓말 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집안일 있어서 못 간다고 했었거든. 근데 신경쓰지마. 이젠 잘 해결되었으니까. "
[선배... 나 때문에 거짓말두 하구... 선배도... 나만큼 이렇게 날 위해주는 지 몰랐어...]
"그래. 내가 너 이만큼 많이 생각해. 근데 맨날 넌 나한테만 연락안한다 그러구."
[피.. 알았어요.. 이젠 안 삐질게요. 참, 선배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요?]
"내일? 음.. 내일 교수님이랑 만나기는 한데... 뒤에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근데 수화도 내일 만나자고 하기는 했는데."
진아는 순간, 또다시 질투심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선배. 내가 아까두 문자 보냈었는데. 내일 점심 같이 먹자는 데이트신청 거부하면.. 나 완전 삐질거라고 했거든요?]
"아, 그랬어?"
[네. 내가 수화언니보다 먼저 선배한테 데이트신청 한 거니까. 나랑 먹어야 돼요. 꼭이요.]
"내일 상황좀 보고."
[피.. 끊어요. 나 완전 삐졌으니까.]
"야야야! 삐지지마. 그럼 내일 시간되면 연락줄게."
[됐어요. 난 맨날 기다리기만 하고. 오늘도 수화언니랑 지금까지 놀았으면서.]
"진아야... 왜 또 질투하고 그래."
[그니깐. 나한테도 시간좀 많이 쓰라구요. 그러다 나 진짜 완전 나가떨어지면 그땐 나도 몰라요.]
"알았어. 상황보고 내일 연락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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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안.
교수님은 칠판에 그래프를 띄워 놓고 강의중이다.
매일 앞 자리에 앉던 수화는 오늘은 교수님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아 있다.
[오빠. 교수님 잘 만났어요? 이따가 우리 점심 같이먹어요. 제가 한국대로 갈게요.] 예쁜 옷을 차려입은채, 책상 아래로 조용히 문자를 보내고 있는 수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