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5 좋은사람 =========================================================================
[선배. 지금 뭐하세요?]
드르륵 진동 소리 울리자 창호, 주머니에서 몰래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본다. 진아였다.
[나 지금 수업중이야. 무슨 일인데?] 책상 아래로 조용히 답장 하는 창호.
[수업 끝나고 저 좀 봐요. 공학관 앞에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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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 수업 끝날 시간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공학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20분 후쯤, 공학관에서 우르르 나오는 학생들. 그 틈에 창호있다.
"선배...! 창호선배!" 손 흔드는 진아를 발견하는 창호, 진아에게로 다가간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선배. 진짜 그러기에요?" 입술을 삐죽 내미는 진아.
"또 왜... 응?"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선배를 찾아올 수 있는거예요? 나는 하루도 빠짐 없이 선배 보고싶다구요!"
"진아야. 조용히 좀 얘기해." 주위 눈치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창호.
"선배. 지금... 제가 창피해요? 왜 눈치까지 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진아야. 일단 조용한 데로 가서 이야기하자."
진아를 학생들이 없는 작은 숲으로 데려가는 창호.
"봤어요 그날."
"??"
"선배 생일날... 선배가... 정문에서 수화언니 안아주고.......뽀...뽀 해주던거..."
"진아야... 휴... 언제 또 그렇게 쫓아왔었어.."
"그 날 가지말라고 선배 이름 부르면서 뛰어갔는데... 선배는 들은 척도 안하구... 그냥 가버려서... 그날 제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요...?"
"못 들었어... 그 날 애타게 날 찾았구나... 약속 시간이 늦어서.. 기다리는 수화때문에 정신 없이 뛰었었어 그 날."
"기다리는 수화...? 그럼 저는요? 선배를 매일 애타게 기다리는... 나는 안 보여요?"
"진아야. 너 왜 자꾸 이래? 수화는 내 여자친구잖아! 내 여자친구한테 그러는 건 당연한거잖아!"
"그럼 저는 뭐예요? 네? 저는 선배한테... 뭐냐구요!"
"..........." 아무 말 못하는 창호.
"선배는... 진짜 나빴어요... 수화언니랑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뽀뽀하고 안아주고 내 여자친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데... 저는... 선배한테 도대체 뭐예요? 선배는 저한테 문자 한 통 먼저 보내주신 적 없잖아요... 매일 내가 먼저 보내구... 나 혼자서만 선배 좋아하는 거잖아..흑.." 눈물 흘리는 진아
"진아야. 울지마. 응?" 눈물 흘리는 진아를 보고 마음 약해진 창호, 진아를 안아주려 다가가는데...
"싫어!" 뿌리치는 진아.
"하... 미안하다... 내가 다 미안해..." 진아에게 죄책감이 들어 고개 숙이는 창호.
"다...... 좋아요...."
"??"
"사람들 앞에서 내가 선배 좋아한다구... 얘기하지 않아도 좋아요.... 근데... 선배도 내가 선배 생각하는거 만큼... 아니 그 절반만이라도... 날 좋아해줬음 좋겠어... 알잖아요... 나 선배 때문에 전 남친이랑도 깨졌던 거... 그 사람 버린 거.. 선배 때문이라는 거...."
더욱 진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창호였다.
'그래... 어쩌면... 그때... 진아랑 잘 되었을지도 몰라... 내 마음만 변하지 않았더라면...'
안쓰러움에 진아를 안아주는 창호. 그런 창호가 미워 거부하려 하지만 결국 창호의 품에 안기는 진아였다.
"선배.... 미워... 나도... 수화언니한테 했던 것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면서 키스해줘요...."
'그래.. 키스해준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수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진아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으니까..'
진아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하는 창호.
창호의 입술을 기다렸다는 듯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눈을 감는 진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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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쳐다보며 한국대 캠퍼스를 가로질러 걷고 있는 병욱. 산책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 글을 올리고 있다.
[저기요오. 혹시 우리 동아리 분들중에 '맨큐의 경제학' 책 가지고 계신 분 계시나요?] 병욱
[아, 어쩌지. 그 책 얼마전에 아는 후배 줬는데.] - 미정
[그거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지 않음?] - 정훈
[아... 학교 도서관에서 얼마 전까지 빌렸었는데.. 다른 애가 잽싸게 또 빌려가 버려서... 당장 쪽지 시험에 필요한데요... 누구 빌려주실 분 없나요? ㅠㅠ] - 병욱
[아, 맨큐의 경제학... 그 책 집에 있는데.. 제가 빌려줄게요! ] - 수화
[엇... 정말요? 감사합니다 수화누나...!! 제가 밥 살게요.] 병욱
[맛있는 걸로 사줘야돼요? 헤헤] - 수화
[네. 당연하...] 병욱이 답장을 하려는 그때... 숲 속에서 키스하고 있는 남녀를 목격하게 된 병욱.
'어...? 어디서 많이 본...'
'!!!!!!!!!!!!!!!!!!'
아무리 봐도 진아와 창호가 틀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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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여대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병욱.
여대생들이 병욱 옆으로 지나갈 때마다 공대생 병욱은 괜히 긴장이 돼 얼굴도 들지 못한다.
여대생들 역시 그런 병욱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간다.
그때 여대생들 사이로 누군가 병욱을 부르는 목소리. 수화였다.
"여기!" 환하게 웃으며 병욱에게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수화.
"아... 누나...!" 수화를 보며 어색하게 웃는 병욱.
"여기요. 맨큐. 근데 이 책은 왜요? 전공 과목도 아니면서." - 수화
"아... 저 사실...존경하는 경제학과 교수님계셔서 교양으로 경제학 수업 듣거든요..." - 병욱
"아... 그랬구나.. 혹시 교수님 성함이?" - 수화
"아... 홍주찬.. 교수님이요.." - 병욱
"어? 홍주찬 교수님?! 우와! 나 예전에 홍주찬 교수님한테 경제학원론 수업 들었었는데. 다른 학교로 가셨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한국대로 가셨구나아!" - 수화
"아, 진짜요?? 와 신기하다! 저 그 교수님 엄청 좋아하거든요." - 병욱
"저도 그 교수님 엄청 좋아했어요. 매주 보는 쪽지 시험만 빼면." 킥킥 웃는 수화. 병욱 역시 수화의 말에 동의하며 웃는다.
"아참, 저 교수님한테 수업 들었을 때 시험 공부하면서 요약했던 노트 집에 있는데. 그것도 줄까요?" - 수화
"엇!! 진짜요??" - 병욱
"네! 요약 잘 해놔서 노트에 있는 대로 공부했더니 쪽지시험이랑 중간, 기말은 다 만점받았었어요..헤헤" - 수화
자신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웃는 수화를 보고는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 병욱이었다.
'수화누나는... 나한테 이렇게 잘 챙겨주는데... 난 창호형이 진아랑 그러고 있는 것도 얘기해주지 못하잖아...'
"무슨 생각해요? 요약노트 빌려줄게요!!" - 수화
"아... 누나.. 괜찮아요... 그냥.. 이 책 보고 공부할게요..." 풀이 죽은 듯한 병욱.
"에이.. 갑자기 왜그래요오. 혹시 미안해서 그래요? 미안하면 맛있는 거 사주면 되잖아요. 우리 학교 앞에 진짜 맛있는 밥집 있는데." - 수화
"아...." 머리를 긁적이는 병욱. 수화는 이런 병욱을 끌고 후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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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현관으로 내려오는 수화.
웃으며 요약노트를 내민다. 받아드는 병욱.
노트 넘겨보면 정말 열심히 정리했던 흔적 보인다.
"우와... 누나... 공부 진짜 열심히 하셨네요...!" - 병욱
"네. 제가 말했잖아요. 저도 그 교수님 엄청 좋아했다구.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A+ 받았구. 병욱씨두 열심히하면 A+받을 수 있을거예요. 화이팅!" - 수화
"고마워..요.. 누나..." - 병욱
"자자! 배고프네요. 우리 밥먹으러가요!" 병욱을 끌고가는 수화. 병욱, 그런 수화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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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참치돌솥비빔밥이랑 치즈돌솥비빔밥 주세요!" - 수화
허름하고 작지만 학생들로 가득차 있는 밥 집을 둘러보는 병욱.
"여기. 엄청 오래되었구. 우리 학교, 아니 여기 주민들한테도 나름 유명한 맛집이에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구." - 수화
"저.. 누나... 저한테 말 편하게 놓으세요." - 병욱
"아...그럴까...요?헤헤" 장난치는 수화.
"네...하하.."
목이 말라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병욱. 남중, 남고 출신에.. 현재 역시 여학생들과 교류가 별로 없는 공대생인 병욱은 원체 성격도 내성적이며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상냥한 수화에게는 어느새 마음이 확 열어지고 있었다.
병욱 앞에 숟가락이랑 젓가락을 예쁘게 놓아주는 수화.
그런 수화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병욱.
'이렇게 예쁘고 착한 수화누나를.... 창호 형은... 진짜... 나쁜.... 하아...... 오늘... 수화누나한테.... 이 사실을 얘기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