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3 좋은사람 =========================================================================
"아, 잠깐만요."
진아는 창호의 핸드폰 메시지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7시에 만나기로 했구나. 두 사람..? 둘이 절대 못 만나게 할 거야.'
진아는 다시 핸드폰을 맡기고 자리로 가 앉았다.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술 잔을 기울이고는 원샷하는 진아.
"진아야. 너 안 좋은 일 있어? 표정이 어두워보인다?" - 루리
"아... 네... 그냥.. 여러모로요... 헤헤.." 슬픈 표정으로 또 술잔을 기울이는 진아.
"뭔데에. 말해봐. 응?" - 루리
"무슨 일이야?" - 창호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구... 이번 시험두 잘 못본 거 같구... 그냥...하아... 미래가 막막해서요..." - 진아
"진아 너 성진그룹 지원한다며. 너 정도면 걱정안해도 될 껄?" - 루리
"아녜요... 이번에 시험도 잘 못봐서... 평점 떨어질 거예요..." - 진아
"그래도 진아 너 지난 학기에 장학금도 받았잖아. 기말때 또 잘 보면 되니까 넘 걱정하지마." - 창호
"선배님들... 흑.. 감사합니다..." 눈물 흘리는 진아.
그런 진아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창호. 시계를 보는 창호 .
'이제 곧 수화 만날 시간이야.. 근데 진아 기분도 안 좋은데... 그렇다고 지금 나갈 수도 없고...'
고민하는 창호를 몰래 훔쳐보는 진아.
'어떻게든... 못 가게 할거야!'
"창호선배. 저 술 주세요!" 술 잔을 창호에게 내미는 진아.
"너 또 무리하는 거 아냐?" - 창호
"선배. 나 오늘은.. 술 먹고 싶어요. 오늘 먹구 앞으로는 많이 안마실게요." - 진아
'진아가 많이 힘들구나...' - 창호
진아의 잔에 술을 따라주는 창호.
술 받으면 진아 역시 창호의 빈 잔에 술 따라준다.
"자자, 진아를 위해서 다들 건배!!" - 루리
"건배!" - 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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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신화여대에서 한국대가는 골목길 걷고 있다.
손에는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다.
'오빠가... 좋아하겠지? 헤헤..'
행복한 표정으로 한국대로 향하는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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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슐.. 받으세여.." 어느새 술에 취해 혀꼬인 목소리의 진아.
"아... 나 술 많이 먹음 안되는데.." 술 잔 내미는 창호.
"안 되긴 왜 안돼여! 사랑하는 후배가.. 주는 술인데..." 웃으며 술 따르는 진아.
"야, 병욱아. 너 진아랑 자리좀 바꿔줘라." - 루리
"네?" - 병욱
"아, 너한테 할 말 있으니까 진아랑 자리좀 바꾸라구." - 짜증내는 루리
병욱, 자리에서 일어나 진아랑 자리를 바꾼다.
그러면 창호 옆에 앉게 되는 진아. 병욱과 루리는 마주보고 앉는다.
"야, 너 눈치도 드릅게 없다!" 병욱에게 속삭이며 말하는 루리.
"??" 루리의 말 뜻을 못 알아듣는 병욱.
"아참, 형. 오늘 생일인데 수화 누나 안 만나요?" - 병욱
그러자 테이블 아래로 병욱의 정강이를 차버리는 루리.
"으압!!" - 병욱
"아, 만나기로 했어. 지금 몇시지? 아, 나 지금 가봐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창호.
"아, 선배.. 이렇게 진짜 그냥 갈 꺼예요?! 아직 7시도 안 되었구만.. 좀만 더 마셔요..네?" - 창호
"안 돼." 단칼에 거절하는 창호
"선배.. 그러지 말구우. 5분만. 딱 5분만요. 네? 그럼 저두 오늘은 술 그만 마실게요." - 진아
진아의 말에 하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는 창호.
"알았어. 그럼 진짜 5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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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한국대 정문 앞에 도착한다.
도시락 가방을 한 번 쳐다보고는 미소 짓는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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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대 앞 술집.
루리, 병욱 그리고 동아리원 몇 명은 마주보며 이야기 중이고, 진아와 창호는 옆으로 나란히 앉아 고민 상담중이다.
"선배... 저... 고민이 너무 많아요..." - 진아
"고민이 뭔데?" - 창호
"저요... 고등학교 다닐 때 지인짜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대 왔어요. 왔는데... 사람들은 다 한국대 다닌다고 그러면 '우와' 하면서 부러워하는데... 막상 그동안 대학교 올려고 공부만 해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한숨쉬는 진아
"그래. 나도 가끔 그런 생각 들 때 있어. 사실 한국대 다닌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랑 다른 건 아니거든. 다 똑같잖아 사람은. 그래서 나도 가끔 사람들 만나면 한국대 다니는 거 말 안할때도 있어. 그리고 진아야... 그렇게 생각하는 건 진아 너만이 아닐거야. 한국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있는 모든 학생들이 그런 고민을 할 걸?" - 창호
"선배..." 눈물 글썽이는 진아
"인생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건 어려우면서도 가치있는 일이잖아. 진아 너도 지금부터 찾아가면 되는거야. 힘내라. 정진아. " 진아의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창호.
"고마워요... 역시 선배밖에 없어..." 창호의 어깨에 기대는 진아.
그러자 그 광경을 병욱이 쳐다보고, 그 시선을 느끼는 창호는 재빨리 진아를 떼어낸다.
"아, 지금 몇시지? 허.. 시간이 벌써 이렇게...!!" - 창호
"야, 윤창호! 오늘 니가 주인공인데 벌써 갈려구? 너 가면. 나 진짜 왕실망한다. " - 루리
"내가 약속있다고 했잖아. 애들아, 미안. 조만간 정모에서 보자." 가방을 들고 뛰어가는 창호.
술집에서 나가려는데 '아차'하며 카운터로 간다.
"저기요. 아까 핸드폰 충전 맡겼는데.." - 창호
"아, 잠시만요. 어? 코드가 왜 빠져있었지?" 어리둥절해하는 알바생.
핸드폰 전원을 켜보는 창호. 그러나 충전이 전혀 안 되어있었는지 켜지지 않는다.
'이런...!'
밖으로 뛰어나가는 창호.
그 뒤를 몰래 쫓아가는 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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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응? 왜 전화가 안 되지? 무슨 일 있나?" - 수화
정문으로 휑하니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게 느껴진다.
"아...추워... 오빠한테 잘 보일려구.. 짧은 치마도 입구 왔는데..." -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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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로 가득한 거리를 헤집고 나오며 뛰고 있는 창호.
시계를 들여다보면...
'7시 40분...!!'
'가뜩이나 핸드폰도 꺼져 있어서 걱정할텐데..' 더욱 빨리 뛰는 창호. 하지만 학생들이 너무 많아 제 속도를 내기 힘들다.
뒤에서 창호를 향해 쫓아오는 진아.
"선배..!! 선배..!!"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이 느리게 뛰어가는 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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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정문.
커플로 보이는 학생들이 여럿 지나간다. 말 없이 바라보고 있는 수화.
"하.. 춥다.. 오빠는..도대체... 어디있는거야...지난 번처럼...또..." 쓸쓸한 표정 짓는 수화.
"아냐. 오빠는 이번엔 꼭 올거야. 난 믿어.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씩씩하게 닦아내보이는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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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드디어 정문 근처에 도착한다.
뛰어가다보면 정문 앞에 서 있는 수화 보인다.
'수화야..!!'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저렇게 한결같이 기다려주는 수화에게 감동받은 창호였다.
뛰어가 수화를 뒤에서 힘껏 와락 안는 창호.
"!!!!!!!" 놀란 수화.
"고마워. 기다려줘서... 날 믿어줘서.." - 창호
그제서야 수화는 창호오빠인 것을 알고는 웃어보인다. 자신을 안아주는 창호의 팔을 함께 잡아주는 수화.
"고마워요. 늦게라도 와줘서." - 수화
수화는 뒤를 돌아보고 그런 창호에게 방긋 웃어주었고 창호 역시 다시 한번 수화를 와락 안는다.
"오빠.. 생일 축하해요.."
"내 생일... 어떻게 알았어?"
"오빠 여자친군데 이 정도는 알아야죠. 그리고... 이거..." 도시락 가방을 건네주는 수화.
"이게 뭐야?"
"미역국이랑 불고기랑... 이것저것 만들어봤어요... 오빠네 부모님 외국에 가계시잖아요... 그러니까 오빠 오늘 아침에도 미역국 못 드셨을 것 같아서... 사실은 아침에 드리고 싶었는데...오빠두 많이 바쁘시구 그래서... 그래도 지금이라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예요."
도시락 가방을 받아들고는 수화의 입에 입을 맞추는 창호.
그러자 지나가던 학생들 환호성 지른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