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9 좋은사람 =========================================================================
종현은 어느새 수화의 집까지 단숨에 뛰어왔다.
수화네 빌라 1층에서 전화를 거는 종현.
연결음은 가는데 받지 않는다.
"아... 얘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1층 현관문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해서 종현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때 마침 빌라에서 어떤 사람이 나오고 그 틈을 타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 종현.
'아차... 나 수화 몇 층 사는지도 모르는데...'
우체통을 막 뒤지기 시작하는 종현.
'302호 한수화'
재빨리 3층으로 뛰어올라가는 종현.
302호 벨을 누르는 종현. 그러나 아무런 기척 없는 수화의 집.
'집에 없나...?'
한참을 기웃거리던 종현은 수화가 집에 없는 것으로 단정짓고 뒤로 돌아서려는데...
수화의 집에서 뭔가 '쿵'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노크를 하는 종현.
"수화야! 너 안에 있지?" 계속해서 노크를 해대는 종현.
"아, 왜 이렇게 시끄러워?" 윗층에 사는 집주인 아저씨가 계단에서 나와 종현을 보며 소리친다.
"당신 누구야? 왜 거기서 소란을 피워?" - 집주인
"아... 죄송합니다... 302호 사는 친구가 지금 무슨 일이 있는거 같아서 찾아왔는데.. 안에서 소리는 들리는데 연락도 안 받고... 문도 안 열어주고 해서요... " - 종현
"학교.. 친구?" 집주인은 종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 동아리 친구입니다."
"아. 그래? 근데 내가 자네를 알어야지. 친구라고 해도. 어떻게 믿냐 이거야.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한번만 열어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들어가지 않고 그냥 밖에서 확인하기만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내가 아무리 집주인이라 해도... 이렇게 세입자 문을 벌컥벌컥 열어버릴 수는 없는건데... 하.. 알았네. 조금만 기다려 봐."
잠시후 집주인 아저씨는 마스터키를 가져와 수화네 집 문을 연다.
문을 열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화 보인다.
"수화야!!!" 달려가서 수화의 상태를 살피는 종현. 수화의 얼굴엔 식은땀이 가득하고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병원 데려가야하는 거 아냐?? 학생!! 눈 좀 떠봐."
그러자 살며시 눈을 떠보는 수화.
"종..현...?"
"응. 어떻게 된거야? 일단 병원부터가자." 수화를 안아올리려는 종현.
"아냐.. 됐어.. 나.. 몸살.. 걸렸나 봐.. 그냥 누워서 쉴래... " 종현의 팔을 잡는 수화.
"진짜... 괜찮겠어?"
"몸살은 무리하면 안 돼에. 그래도 오늘 하루 푹 누워서 쉬구 하면 나을껴. 기다려봐. 안 그래도 어제 집사람이 속이 안 좋아서 오늘 죽을 쒔는데 갖다줄게" - 집주인
"감사합니다!" - 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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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침대에 누워 있고 이마에 물수건 올려져 있다.
"수화야. 일어나서 죽 먹자. "
수화를 일으키는 종현.
"자, 아~ 해 봐."
죽을 조금 떠서 수화의 입에 갖다대면 조그마한 입을 벌려 죽을 먹는 수화.
"어때?"
"맛있어.."
"수화야. 너 그거 알아? 죽은 아플 때 먹으면 더 맛있대."
"그래서 맛있게 느껴지는건가...? 정말 그런 것도 같네..."
"근데 정말 전화 안 했어?"
"응... 너무 아파서 쓰러져 있었는데... 모르고 버튼이 눌렸나봐... 근데 참 신기한게... 어떻게 너한테...연락이 갔지..." 수화는 종현이 찾아온 게 신기했다.
"나도 신기해. 게다가 나도 신화여대 근처에서 밥 먹고 있었구.. 근데 너... 어제 어쩌다 그렇게 비를 맞은거야?"
"응?... 그냥...갑자기..비가 와서..." 쓸쓸하게 웃는 창백한 얼굴의 수화... 그런 수화를 왠지 안쓰럽게 바라보는 종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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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의 집 앞에 도착한 창호.
자연스럽게 현관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어느새 302호 앞에 도착한 창호.
노크를 하려는데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노크를 하며 수화를 부르는 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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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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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문이 열리면... 종현이 서 있다.
"종현이.. 니가 왜 여기..."
창호는 재빨리 종현을 스치고는 수화의 집으로 들어간다.
"오..빠.." 침대에 기대 앉아 창호를 바라보는 수화. 아파보인다.
"수화 너 어떻게 된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종현이는 또 왜 여기 있어?"
"아...그게..."
"형. 수화 남자친구 맞아요? 수화 아픈 것도 모르고..." - 종현
"야, 내가 말했지. 수화가 전화 안 받았다고." - 창호
"전화 안 받으면... 그렇게 걱정되면... 찾아와야 할 거 아니예요?" - 종현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근데 그게 니가 무슨 상관..." - 창호
"올거면 좀 빨리 오지." - 종현
"뭐?!?!" - 창호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수화 어제. 비 흠뻑 맞고 집에 들어와서 바로 쓰러졌대요. 근데 그걸 몰랐냐구요. 형은 수화가 걱정도 안 됐어요?! 제가 일찍 발견 못 했음. 수화 더 큰일났을지도 몰랐다구요! " - 종현
"종현아... 너 왜그래..그만해..응?" - 수화
"그래서 넌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건데? 수화 니가 불렀냐?" 추락해가는 자존심에 창호는 아픈 수화가 보이지 않았다.
"네.... 제가 불렀긴 한데..." - 수화
"아, 니가 직접 얘를 불렀다구? 한수화. 너한테 난 뭐냐? 너 혹시 이자식이랑 나랑 양다리 걸치냐?" - 창호
"...오..빠......" - 수화
"하.....형....그건 제가 설명할게요. 저 오늘 과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신화여대 앞으로 넘어와서 밥 먹고 있었는데. 그때 수화한테 전화가 왔어요. 근데 아무 대답 없더라구요. 알고보니까.. 수화가 몸살 때문에 아파서 핸드폰 옆쪽에서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버튼이 눌려서 저한테 전화가 온거예요." - 종현
"네...오빠...맞아요..." 수화는 아픔과 창호에게 의심당한 서러움에 조금씩 울먹이고 있었다.
"아...... 그런거야? 오해해서 미안하다.. " - 창호는 미안함에 수화를 쳐다볼 수 없었다.
"네. 설마 아픈 애가 거짓말 하겠어요? 믿으세요 형." - 종현
"그래. 아무튼. 이제 그만 가 봐. 내가 왔으니까. 수화는 내가 돌볼게." - 창호
"수화야. 괜찮겠어?"
종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화를 바라보면.. 애써 웃어보이며 끄덕이는 수화.
"고마워. 종현아.."
"그래. 이따 약 꼭 챙겨먹구."
종현은 화난 듯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
.
"어제 많이 기다렸어?"
"아... 아니예요...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비가오는 바람에... 근데... 오빠는.. 집안일.. 괜찮아요?"
창호는 순간 뜨끔했지만 아닌 척 했다.
"어? 어어... 이젠 다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창호는 어색하게 수화에게 웃어보였다.
"혹시... 무슨 일이었는지...물어봐도..돼요?"
"아...그게...... 수화야. 미안한데... 내가 때 되면... 그때 무슨 일이었는지.. 알려줄게."
"아... 그래요..? 알았어요..." 더이상 물어볼 힘도, 기운도 수화에게는 없었다.
말 없이 적막한 분위기.
"수화야. 우리 어제 놀이공원 못 갔으니까 다음달에 놀이공원 한번 더 갈까?"
"놀이공원...이요?"
수화는 순간 캔디랜드에서 혼자 놀이기구를 타고 비를 맞으며 처량하게 돌아왔던 어젯밤이 생각 났다.
"응, 그때는 진짜 새벽부터 만나서 막차타고 집에 오자."
"놀이공원 말구... 딴 데 가요..."
"웅? 왜에. 가자가자아. 응? 무서운 거 탈 때 수화가 손 잡아주면 나 끄떡없을 것 같은데. 가자아. 응?" 창호는 난생 처음 애교를 부려보았다.
수화는 평소 무뚝뚝했던 창호가 애교를 부리니 '풋' 하고 웃음이 절로 났다.
"수화 너. 이제 기분 괜찮은거구나? 내가 수화랑 얼마나 놀이공원 가고 싶었는지 알아? 전 날 잠도 못 잤어. 너무 기대돼서."
수화는 그렇게 말하는 창호를 보며 다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다.
'그래... 오빠는 항상 이렇게 날.. 생각해주고 있는데... 이제 그만 서운해하자...'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수화를 보면서 창호는 드디어 안심이 되었다.
'휴... 수화에게 너무 미안한 짓만 한 것 같네...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