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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요상한 판타지-15화 (15/103)

00015  동아리 MT  =========================================================================

수화는 주위를 살피며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가니 여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아와 루리, 민주는 수화의 뒷담화를 하고 있었는지 수화가 들어오자마자 쎄하게 쳐다보았다.

수화는 진아의 무리가 째려보는 것을 느꼈지만 무시하고 혜련이 에게로 갔다.

"혜련아. 날씨 춥다. 따뜻한 거 걸치구 나가자."

"네. 언니."

혜련을 챙겨주고는 수화도 머플러를 둘렀다.

"자, 지금 바베큐 파티 시작하니까 다들 야외 바베큐장으로 나와주세요!!" 병욱이 문을 열고는 외쳤다.

밖을 나가니 남자들은 바베큐 준비에 한창이었다.

수화와 혜련, 그리고 여자 몇 명과 남자 몇 명은 뛰어나가서 옆에서 접시와 젓가락을 놓고 음료수를 따르는 등 옆에서 파티 준비를 거들었다.

이렇게 바베큐 준비가 다 되었을 무렵 진아의 무리들은 뒤늦게 빈둥대며 밖으로 나왔다.

작은 둥그런 테이블에 수화와 혜련이 앉았다. 그 옆에 선규와 지훈이 앉으려고 했는데 진아, 루리, 민주가 와서 앉아버렸다.

수화는 한 테이블에서 진아와 그 무리들과 함께 술 마실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스트레스가 확 오기 시작했다.

"안녕?" 루리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인사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수화가 주눅든 말투로 응답했다.

루리와 민주는 텃새를 부리듯 수화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컵을 쎄게 탁 내려놓는가하면, 대놓고 째려보기도 하였다.

수화는 그 표정들이 다 느껴졌지만 쳐다보지 않았다.

"언니.. 저 언니들.. 무섭지 않아요?.." 혜련이 속삭이듯 수화에게 말했다.

"괜찮아." 수화는 혜련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자아. 맛있게 드세요." 종현이는 수화가 있는 테이블로 와서 바베큐를 접시에 덜어주었다.

수화는 고기를 먹으려고 하는데 루리가 접시에 담아있는 고기들을 자신의 앞 접시에 다 털어버렸다. 그래서 접시에는 비계만 붙어있거나 혹은 새까맣게 탄 바베큐 몇 점만이 남았다.

'아... 진짜... 왜저래...' 수화는 속으로 외쳤다.

루리와 민주는 고기를 신나게 먹고 있었지만 진아는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여전히 고기를 끄적거리며 먹고 있었다.

"어? 이 테이블은 벌써 고기 다 먹었어? 어? 루리야 좀 나눠먹어. 너네들만 다 먹으면 어떻게 해. " 창호가 루리 앞에 있는 앞접시에 가득 쌓인 고기를 보며 말했다.

"야. 우리가 다 먹은 거 아니거든? 쟤네 접시를 봐. 쟤네가 이미 다 먹고 우리가 남은 거 먹는거야."

"아, 그래?" 창호는 멋쩍은 듯 바베큐를 가지고 와 수화 앞에 있는 접시에 담아주었다.

"많이 먹어." 창호는 수화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혜련이두" 혜련이에게도 웃으며 말해주는 창호였다.

"네..헤헤" 수화는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창호가 구워준 따뜻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와, 언니 완전 맛있어요!" 혜련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말했다.

"그치?? 많이 먹자!!"

그러자 갓 나온 따끈따끈한 바베큐를 먹는 수화가 못마땅했는지 진아가 루리의 앞에 놓여있는 접시와 수화의 앞에 놓여있는 접시를 바꿔치기 했다.

"언니, 따뜻한 고기 드셔야죠." 진아는 루리의 앞에 접시를 놓아주며 말했다.

"아, 역시 우리 진아밖에 없어. 우리 진아 너무 착하지 않냐? 누구랑은 비교도 안 되지.." 루리는 은근슬쩍 수화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그렇지. 비교도 안 되지. 우리 진아는 진짜 내 동생 소개시켜주고 싶을 만큼 너무 착하구 예의바르다니깐." 민주도 거들었다.

수화는 고기를 먹다간 체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혜련이에게 미안했다.

'나 때문에 괜히 혜련이만 피해보는 것 같네.. 휴우..'

수화는 테이블에 있는 술만 계속 마셔댔다.

"누나. 우리 테이블와서 같이 놀아요!" 지훈이 수화 테이블로 놀러와서 말했다.

"으응? 그럴까??" 수화는 덥썩 지훈의 손을 잡고는 혜련이까지 끌고 다른 테이블로 이동했다.

"아, 씨.. 더 갈굴 수 있었는데... 저 여우같은 년..." 루리는 수화의 뒷모습에 대고 중얼거렸다.

수화랑 혜련은 지훈이네 테이블로 이동했다. 그 테이블에는 한국대 1학년인 지훈, 선규와 3학년인 민종, 4학년 민석이 있었다.

수화와 혜련이 오자 남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의자가 부족했지만 남학생들은 금새 의자를 가지고 와서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민석이와 민종이는 수화에게 관심이 있었고, 선규는 혜련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술을 마셔댔다. 그렇게 술자리가 무르 익어갔다.

"민석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무슨 게임? 어떤 게임! 게임 스타트!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 소개 하기! 혜련 셋!!"

"....!!!" 신입생이라 술게임을 잘 모르는 혜련은 바로 걸려버렸다.

혜련은 하는 수 없이 만들어놓은 폭탄주를 들이키려고 잔을 들었다.

"잠깐!! 흑기사 없어요?" 선규가 혜련을 막으며 외쳤다.

"오오~~ 김선규 너 혜련이 흑기사 해주려고?"

"하하. 네... 대신!! 소원 하나 들어주기!! 어때 혜련아?"

"아하하.. 소원이 뭔데? "

"음...그건 비밀인데. 일단 이거 마실꺼야 말꺼야?"

"아... 나.. 술 약한데... 그럼 흑기사 해줘."

혜련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선규는 벌컥벌컥 폭탄주를 마셔댔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오~~~~~~~"

"자, 소원" 민석이 선규 입에 숟가락을 갖다대며 말했다.

"음. 사람들 앞에서 '김선규 최고!!' 외쳐봐. "

혜련이 당황하며 수화를 쳐다보았다. 수화 역시 황당했지만 이내 귀여워 웃음을 지었다.

혜련은 몇 초를 망설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선규!!!!!!!!! 최고!!!!!!!!!!" 혜련이 눈을 꼭 감고 소리를 지르자 동아리 사람들은 혜련에게 집중하며 모두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혜련이의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는 수화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앙... 어떻게해요. 언니"

"괜찮아." 수화는 그런 혜련이가 귀여운 듯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선규는 호감이 있던 혜련이가 너무 귀여워 아빠 미소를 지었다.

"자자. 그럼 다음 게임으로 가자. 혜련이가 걸렸으니까. 혜련이 하고 싶은 게임으로 하자. 뭐 할까?" 지훈이 말했다.

"음.... 나 게임 잘 모르는데... 그냥 민석오빠가 하고 싶은 게임으로 하면 안돼여??"

"음. 그래 좋아. 그럼 민석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손병호 게임!! 다들 손가락 펴!" 민석이 외쳤다.

"손..병호 게임? 그게 뭐예여??" 혜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지훈은 옆에서 혜련에게 게임 규칙을 설명해주었다.

"간단해. 이렇게 한 손을 들고 돌아가면서 하나씩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맞는 사람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는거야. 그래서 다섯 손가락을 제일 먼저 접는 사람이 벌칙을 받는거지."

게임이 시작되었다. 민석부터였다.

"동아리에서 호감가는 사람이 있다. 접어!" 민석은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접었다.

민석에 이어 선규, 민종, 그리고 수화가 손가락을 접었다.

다들 "오오..." 하면서 의미심장한 소리를 질렀다.

"음.. 동아리에서 호감가는 사람이.. 이 테이블에 있다! 접어! "

민석, 선규, 민종이 손가락을 접었다.

게임이 무르익고 어느새 혜련이 빼고 다들 손가락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이거는.. 좀... 식후금 일수도 있는데... 해도 되나 모르겠네." 민종이 쑥쓰러워 하며 말했다.

"해요. 해봐요. 형 뭔데요?" 선규가 거들었다.

"음.. 연인하고 키스 이상... 해본 사람.. 접어!"

그때 수화는 '아차' 했다. 이 손가락을 접으면 안될 것 같았다. 아무리 솔직해도 이런 것은 숨겨야 할 것 같았다.

근데 그것은 수화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남자아이들도 쑥쓰러워 다들 손가락을 접지 않았다. 모두가 키스 이상 안해본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야야. 너네 거짓말 하는 거 아니지? 너네 다 손가락 안 접으면 이 폭탄주 내가 마셔야 되는데!!" 민종이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형. 형이 거짓말하는 건 아니고요? 킥킥" 지훈이 대답했다.

하는 수 없이 민종은 소주 반 맥주 반이 가득 들어간 폭탄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자자. 날도 추우니까 이제 정리하고 다들 안으로 들어갈게요!!" 종현이 외쳤다.

수화는 혜련과 팔짱을 끼며 숙소로 들어가려고 했다.

"수화야" 창호였다.

"아, 오빠.."

"저기. 저번에 동아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있다고 해서. 이제 설명해주려고 하는데.. 잠깐 얘기할까?" 창호가 교묘하게 수화를 빼낼 작정이었다.

"아.. 혜련아. 미안한데.. 나 저번에 오빠한테 뭐 물어볼 게 있다구 해서.. 오빠랑 잠깐 얘기 좀 하다 들어갈게."

"아 그래용? 히히. 괜찮아요!! 그럼 저 지훈이랑 선규랑 놀고 있을게요!" 혜련이 웃으며 이야기하고는 숙소로 들어갔다.

"수화야. 갈까?" 방금 전까지 사무적인 표정을 지었던 창호가 이내 초점이 흐린 눈으로 수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표정은 꼭 발정난 수캐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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