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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탑스타-157화 (158/161)

< 광끼 -157 >

부모님은 초대를 무척이나 반겼다.

특히 노미네이트되었다는 말에 팔짝 뛸 정도로 흥분하셨다. 두 분은 아프리카에서 미국까지 그 먼 거리는 우려치 않는 듯 했다. 하긴 곰곰이 따져보니 한국에서 아프리카도 오가시는 분들이었다.

무려 몇 년 만에 만나는 가족이었다.

벌써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난 지 3년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아예 소식을 끊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페이스타임 등을 통해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현대화된 시대에서 거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두 분에게만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성우와 미소의 연애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그 화상 통화였다. 둘은 시간이 될 때마다 통화하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마냥 기대감과 그리움에 취해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는 3월.

그전까지 성우는 최대한 시간을 쪼개 쓰기로 했다. 일단 새로운 해가 밝은 1월은 유니버스 시리즈의 촬영이 있었다. 이번 촬영지는 코카서스 산맥이 있는 조지아 등 인접국에서 찍기로 했다.

겨울철 풍경을 담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정해진 로케이션이었다.

덕분에 고생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기분 좋은 일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킬리안을 오랜만에 만났다는 것이었다. 킬리안 역시 유독 반가워했는데 그 이유가 달랐다. 그는 성우가 가져온 와인을 더 반겼다.

“캬아~ 여기 와인 죽여주네!”

“적당히 마셔. 내일도 촬영 있는데.”

“너도 나처럼 죽다 살아나 봐. 이 술 한 모금이 얼마나 귀중한데.”

“말라리아가 너한테는 감기 수준이었다고 들었는데 무슨 죽다 살아나.”

“너 말라리아 우습게 보냐? 그 병으로 해마다 죽는 사람이 몇 명인 줄이나 알아?”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수치까지 알지는 못했다.

킬리안 정말 진지한 얼굴로 바뀌었다. 평소 장난기 넘치는 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역시 죽음이란 것을 직면하니 뭔가 정말 느낀 게 있는 것 같았다.

“매년 5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죽고 있다고.”

“그렇게 많이?”

“믿어지지 않지? 그런데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왔어. 그래도 그 척박한 곳에서 의료 봉사를 해주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더라.”

성우는 그 순간 작게 미소지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생각해 보니 거기 네 팬도 있던데.”

“누구?”

“의사 선생님이 한국에서 온 부부였는데 어찌나 네 이야기를 많이 하든지 신기할 정도더라.”

“두 분 성씨가 공 씨와 유 씨 아냐?”

“어! 설마 아는 사이야?”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만난 의사 선생님은 그의 부모님이었다.

과거 그가 앓아누웠다고 들었을 때 부모님께 연락을 받았다. 덕분에 성우는 이미 일찍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다만 녀석을 만날 일이 없어 딱히 이 이야기를 할 틈이 없었다.

덕분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부모님의 실력이라면 약만 있어도 죽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헤어지는 그 날까지 설마 정체를 숨기실 줄은 몰랐던 성우였다. 두부는 킬리안을 향해 근육 바보라며 이죽거렸다. 그런 그의 이야기에 성우도 공감대를 이뤘다.

“내가 부모님이 아프리카에 있다고 했잖아. 왜 이렇게 둔감하냐?”

“오 마이 갓! 정말이야?”

“내가 설마 그런 거로 농담하겠냐. 이번 3월에 아카데미 시상식에 부모님도 초대했으니 그때 미국으로 오실 거야.”

“그때 병원으로 이송될 때 고열에 시달려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는데 잘됐네. 두 분 오시면 내가 집으로 초대 한 번 할 테니 꼭 전해드려.”

그렇게 말하며 킬리안은 와인잔을 들었다.

그는 이렇게 인연이 또 이어질 거란 생각은 못한 듯 표정이 복잡했다. 성우도 처음 이야기 들었던 당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촬영지 부근에 부모님이 계시는 의료 캠프가 없었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물론 이 녀석이라면 병도 충분히 이겨냈을 거라 여겨

졌지만, 사람의 일은 확실히 모르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네가 나보다 더 먼저 아카데미에서 남우 주연 받겠네.”

“아직 정해진 것도 없는데 그러지 마. 나중에 떨어지면 창피하잖아.”

“그래도 흥행은 내가 이긴 거 알지?”

“췌! 그 기록은 내가 다음 영화로 박살 낼 테니 딱 기다려.”

킬리안의 레오파드 속편.

그 영화는 아크로의 기록을 깼다.

마벨 스튜디오의 단독 히어로가 출연하는 영화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물론 기존에 아크로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다. 성우는 그런 그의 기록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있었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

유니버스의 촬영은 금방 끝났다.

성우가 나오는 분량은 그리 많지 않은 덕분이었다.

이럴 때는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애매했지만, 그래도 스케줄의 여유는 조금이나마 생겼다. 물론 다음 시리즈에서는 대폭 분량이 늘어날 거란 말은 벌써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었다.

성우는 촬영 후.

곧장 한국으로 향해야 했다.

그가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그중에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이 바로 빌딩 문제였다.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

그것은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절대적으로 피해야 했다. 그걸 건축 회사에서 의식한 덕분에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건물은 10층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이제는 인테리어만 마무리하면 1~2달 후에는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오늘 그는 한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

“이게 얼마 만이야.”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선 한 남자.

그는 과거 첫 만남 때처럼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성우는 그의 얼굴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과거에 동활 제약 등의 독립 자금을 처리해준 오한근이었다.

“아직 탐정 일은 계속하고 계세요?”

“먹고 사려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이것도 조만간에 접어야겠어.”

“왜요?”

“지금 쓰고 있는 사무실이 서촌 부근인데 임대료가 너무 올라갔어. 이번에 계약 기간 끝나면 300씩 더 올려 달라는데 날강도가 따로 없더라.”

“그냥 사무실만 옮기면 되죠.”

“몸도 예전 같지 않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쩌면 그런 그의 말은 핑계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제는 다 커서 대학교에 들어간 딸 때문에 결정한 내용이었다. 언제 그만둘지 정한 것은 없지만, 훗날 딸내미가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그런 날 자신의 직업이 남부끄러운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혹시 그만두실 생각이면 저 좀 도와주세요.”

“뭐 또 알아봐 줄 일이 있어?”

“그건 아니고요. 제가 한국에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 믿을만한 분이 필요해요.”

“나는 뭐 믿을 만 한가?”

성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그에게 맡겼던 패물 가격만 합쳐도 수십억이 넘어갔다. 만약 그때 나쁜 마음을 먹고 손이화 경매사와 그걸 가지고 도망쳤다면 어쩌면 팔자를 바꿀 수 있었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제 빌딩 좀 관리해주세요.”

“나 아직 경비로 취직할 마음은 없다.”

“그런 일은 적성에 안 맞으실 테니 경비 아저씨는 따로 뽑으시고요. 제가 원하는 건 관리라니까요.”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사진을 보여줬다.

바로 어제 공사 현장으로 직접 가서 찍어온 것이었다. 10층짜리 건물의 외관이 100%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모던한 그 모습은 벌써 기대되게 만들었다. 연극계의 멀티플랙스를 꿈꾸는 장소라 설계 과정부터 상당히 신경 쓴 보람이 있었다. 아마 완공되면 대학

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야~ 빌딩 예쁘다. 이런 거는 얼마나 하냐?”

“글쎄요. 적어도 300억 이상 들어간 거 같아요.”

“허얼···”

오한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성우는 설명을 이어갔다.

한참 그 이야기를 듣던 한근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빌딩의 임대를 관리해달라는 거네?”

“네. 월급은 부족하지 않게 드릴게요.”

“그런데 너 여기 극단 임대료를 시세보다 반으로 한다면서. 그러면 내 월급은 나오겠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반값 임대료로 받아도 월 3,000은 나올걸요. 그리고 나머지 층도 임대할 거잖아요.”

한근은 생각보다 단위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10층이나 되는 빌딩이라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수치였다. 대신 성우는 조건 하나를 덧붙였다. 극단 시설의 유지보수를 무료로 해주라는 것이었다. 한근은 너무 퍼주는 것이 아니냐 물었지만,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 수년 동안.

재정 악화로 문을 닫는 극단만 십여 개가 넘어갔다.

성우의 바람은 자신이 임대료를 조금 덜 받더라도 극단과 배우가 돈을 버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한근은 이 이야기가 밖에 퍼져나가면 난리가 날 것이라 여겨졌다.

“극단 건물주들이 난리 치겠는데?”

“그건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사실 이거 반값이라고 해도 불과 4~5년 전의 임대료에 불과해요. 그만큼 짧은 사이에 엄청나게 오른 거죠.”

“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완공될 무렵부터 일하면 되지?”

“그 말은 승낙하신 거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성우의 말에 한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급을 잘 챙겨준다는 데 이런 기회를 마다할 그가 아니었다. 노후 퇴직이 없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가 형사를 그만둔 이후에 하던 일은 수입이 불안정했다. 어느 달에는 목돈을 벌 때도 있었고 아예 수입이 없

을 때도 있었다.

사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그의 탓이기는 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지저분한 일들은 맡은 적이 없었다. 사실 가장 많이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 치정 문제였다. 그런 일을 맡으면 언제나 뒤끝이 좋지 않았다. 남들처럼 눈을 딱 감고 해도 되겠지만, 그 정도로 바닥에 떨어지기는 싫었던 그였다. 그런 생각

에 빠져있는 그에게 성우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그 이후.

성우는 곧장 작두로 향했다.

오늘은 작두의 소극장에서 작품 두 개가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나는 작두의 정예 멤버가 꾸민 ‘열정’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진수가 연출가로 데뷔할 ‘운명 같은 만남’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물론 이 자리는 관객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작두의 좌석은 모두 문화 & 연극계의 관계자와 기자들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늘 무대에는 성우의 자리가 없었다. 그 역시 ‘열정’의 멤버였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상준이 될 예정이었다.

연습할 수 있는 기간.

그것이 너무 짧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더 많이 노력했던 상준이 형이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했다. 더구나 성우도 일종의 투자자이니 그 첫 연극은 객석에서 보고 싶었다. 하여튼 그가 작두 안으로 들어서니 무려 30여 명의 단원이 그를 반겨주었다. 그런데 그 반응이 너무 격했다.

“휘이익!”

“능력자가 오셨다!”

“성우 형! 그 기사 정말이에요?”

한꺼번에 밀려드는 질문들.

그것은 성우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사라는 말에 성우는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불안한 느낌이었다.

“무슨 기사?”

“오빠 지금 검색어 1위 찍었어요.”

“소속사에서 연락 없었어요?”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충전하는 것을 잊어먹고 그냥 나와서 먹통이었다.

미소와 연락할 수 없는 불편한 점은 있지만, 은근히 편하기도 했던 하루였다. 충전은 작두에서 하려고 미뤘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터진 것이 분명했다. 성우는 그들 뒤편에 서 있던 진수에게 다가가 그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무슨 기사인데 그래?

“일단 한 번 봐봐. 나도 진짜인지 믿어지지 않으니까.”

진수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성우는 그런 그를 한 번 흘겨보고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그러자 단원들의 말처럼 그의 이름이 가장 처음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이름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았다.

검색 순위 1위 : 유성우

검색 순위 2위 : 미소

검색 순위 3위 : 아이슬란드

그리고 그에 관련된 기사도 메인에 보였다.

그것을 읽자 심증은 확증으로 바뀌었다. 대충 상황을 보니 어제 입국한 이후에 바로 미소를 만났던 장면을 포착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보도는 그것뿐만 아니었다. 어떻게 찍었는지 둘이 아이슬란드에 같이 있던 사진도 몇 장 보였다.

[리얼포토 : 아이슬란드의 엘프 커플 유성우X미소]

[리얼패치 단독 : 할리우드 스타 유성우와 블링의 미소, 한강 데이트 포착!]

< 광끼 -157 > 끝

ⓒ l살별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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