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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탑스타-137화 (138/161)

< 광끼 -137 >

삐익... 삐익...

심장이 뛰는 규칙적인 소리.

그것을 들으며 성우는 안도감을 느꼈다. 요한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심각하게 다친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금방 털고 일어날 수준 역시 아니었다.

총알은 어깨를 관통했다.

상처 부위 한 뼘 정도 아래에 심장이 있었다.

만에 하나 그곳에 맞았다면 바로 즉사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성우는 몸이 바르르 떨렸다. 그래도 십여 발이 훌쩍 넘는 총알 세례에서 이 정도면 다행이었다.

-그래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니 다행이야.

‘미련한 녀석이야.’

-그렇기는 하지.

‘제 목숨이 중요한지도 모르고...’

요한이 다친 이유.

그 가운데 하나가 유부 때문이라 여겨졌다.

녀석은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고양이부터 챙겼다. 물론 100% 그 때문에 총에 맞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녀석의 행동은 무척 미련한 것이었다. 그때 우현이 그의 소매를 잡으며 당겼다.

“형 좀 앉아서 쉬어요.”

“그래. 수술도 잘 끝났다고 하니까 이제 진정 좀 해.”

“정이 형. 아까 들어오면서 봤다고 했던 그 자식들 얼굴 기억해요?”

“기억 안 나. 차 타고 스치듯 지나쳤는데 그걸 어떻게 기억해.”

최정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해 질 녘이었기에 이해는 되었다.

성우는 괜찮다며 말하고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렉스가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너희들 괜찮아?”

“요한이만 다쳤어요. 나머지는 조금 놀랐을 뿐 괜찮아요.”

“상태는 어때?”

“중요 부위는 비켜 맞았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어휴··· 다행이다.”

렉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급하게 뛰어 왔는지 그의 반짝이는 두피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누군가 그의 보물을 건드렸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최근 성우는 그에게 있어 어떤 배우보다 소중했다.

아크로의 흥행.

그것은 곧 돈방석을 의미했다.

최근 마벨 스튜디오에서 들리는 소문이 제법 많았다. 그 소문의 대부분이 아크로 속편을 벌써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흥행 성적이 워낙 좋으니 그쪽에서도 서두르는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아크로는 폭주 중이라 할 수 있었다.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단독 히어로 영화로 모처럼 10억 달러(약 1조 원)를 돌파할 가능성이 보였다.

차기작의 몸값?

당연히 올라갈 예정이었다.

아마 단번에 3,000~4,000만 달러 이상은 돌파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 상황이 오면 렉스는 앉아서 수십억의 수익이 난다. 그런데 그 황금 돈방석에 누군가 잿물을 뿌린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번 일의 범인이 누군지 궁금했다.

“내가 에이전시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저도 모르죠.”

“거의 테러 수준인데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혹시 짐작이 가는 거 없어?”

렉스의 말에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요한이 수술을 받는 동안 경찰의 조사를 잠시 받았던 성우였다. 그때도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총알 세례를 받을 정도로 누군가를 해코지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내 두부의 말을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너 얼마 전에 뒷골목에서 정의 구현했던 거 기억 안 나?

‘그거? 나는 그저 한두 대 때린 거밖에 없는데.’

-나는 그 때문일 거 같은데.

‘그 당시 나는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어. 그걸 누가 알아봐?’

말은 그렇게 했어도 의심은 되었다.

그냥 평범하게 살던 성우였으니 더 그럴 만 했다. 그때의 일을 제외하면 딱히 의심되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당장 뭘 어쩔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성우는 최정과 우현을 잠시 바라봤다. 이 두 사람까지 다치기 전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위험하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요.”

“너만 놔두고?”

“저는 요한이 회복되면 같이 갈게요.”

“네가 이 녀석 병간호하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움직이려면 같이 움직여.”

최정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의 팔뚝도 붕대로 감겨 있었다.

“그리고 나도 다친 거 잊지 마. 확 이 녀석 옆자리에 입원한다?”

“형도 입원해요.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요.”

“어휴 말을 말자.”

“저도 혼자는 못 가죠.”

우현마저 성우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적어도 본인의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자신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성우를 두고 갈 수 없었다. 가라는 이와 거부하는 이들 덕분에 병실은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간호사가 들어오며 외쳤다.

키가 작지만 덩치가 제법 있어 보이는 그녀는 단호했다. 지금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사람을 불러올 기세였다. 확실히 한국과 달리 미국의 간호사들은 무서웠다. 그녀 덕분에 병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환자 깨우지 말고 다들 여기서 나가요!”

네 명의 남자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그 문을 통과하자 경찰 한 명이 밖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당분간 녀석의 병실은 경찰이 상주하고 있을 예정이었다. 혹시 모를 2차 피습이 염려되기 때문이었다. 아직 묻지마 테러인지 원한에 의한 습격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우는 일행을 이끌고 휴게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음료수를 뽑아 자리에 앉았다.

“렉스. 잠시 이야기 좀 하죠.”

“왜?”

“버스커 촬영 일정 아직 안 나왔어요?”

“4월 무렵에 뉴욕 현지 촬영이잖아. 아직 한 달 반도 넘게 남았지.”

성우는 머리가 복잡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이곳을 떠나 뉴욕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요한을 병원에 홀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 녀석 없이 다니는 것은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보낸 세월이 벌써 5년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함께했던 요한이기에 살짝 과장을 더 하면 한 몸처럼 느껴졌다.

“위험하니까 일단 그 집에는 돌아가지 마.”

“경찰이 신경 써서 살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어차피 수리도 해야 하잖아. 유리도 다 깨지고 난리도 아니었다면서?”

“아차···”

그제야 성우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 집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임대한 곳이었다. 집의 원래 주인인 클라크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막막했다. 자신은 피해자지만, 왠지 가해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상황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 잠시 호텔 신세를 져야겠네요.”

“아무래도 그게 좋을 거 같아. 호텔하고 경호해줄 사람은 내가 알아봐 줄 테니 그렇게 알아.”

“경호는 됐어요. 갑자기 날아오는 총알을 누가 막을 수 있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좋잖아.”

렉스는 강하게 어필했다.

성우는 재차 거절하려다 최정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경호하는 것보다 일행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보고 렉스는 잘 생각했다며 다독였다.

“금방 알아보고 연락해줄게.”

*

할리우드 스타를 향한 총격.

그것은 미국 내에 무척 큰 충격을 주었다.

그걸 언론이 놓칠 리 없었다. 온갖 방송국과 뉴스는 연달아 자극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요한이 입원한 병실까지 들어오려 하기도 했다. 입구에서 성우와 병원 직원에 의해 저지되었지만, 쉽게 볼 일은 아니었다.

[할리우드 스타의 피격 사건. 원한에 의한 것일까? 테러일까?]

[아크로의 주인공 습격당하다]

[총기 규제의 필요성! 다시 벌어진 난사 사건에 경종이 울리다]

[No gun, No die!]

[한인타운에서 시작된 총기 규제 시위, 들불처럼 옮겨붙다]

한동안 잠잠했던 총기 규제 시위.

그것도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에 벌어진 시위보다 한층 더 많은 이들이 모였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전과 달리 조금 더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한국인 등의 아시아인은 물론이고 종종 유명 가수와 배우까지 보이기도 했다.

반면 예상치 못한 효과도 있었다.

이번 사건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과 같은 반응을 일으켰다. 기존에 아크로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유성우라는 배우가 누군지 궁금증을 가졌다. 덕분에 이제 막바지로 향하던 영화 상영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박스 오피스의 역주행.

점차 추락하던 순위도 반등했다.

이런 것은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다시 치고 올라가던 아크로는 2위를 찍고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성우는 카페에 앉아 그 내용이 담긴 기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실 그에게 그 소식이 단순히 기분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요한이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복수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누군가 정말 잃어버릴 것 같았다. 성우가 그 분노를 참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위로금 두둑하게 줄 거라며?

‘그게 돈으로 지워지냐? 흉터는 평생 갈 텐데.’

-아 몰라! 그거 이상으로 뭘 어떻게 해줄 건데. 시간을 돌릴 수도 없는데 이제 적당히 해!

두부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닫았다.

하긴 녀석으로서는 최선을 다하기는 했다. 최근 성우는 자책과 걱정으로 연일 술독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이걸로 끝이었다. 요한이 퇴원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제 슬슬 호텔 생활도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형. 누가 찾아 왔는데요.”

우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의 뒤로 한 남성이 보였다.

외모만 딱 봐도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민머리의 그는 딱 봐도 근육이 가득할 것 같은 거인이었다. 성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겨주었다.

“반갑습니다.”

“제논 서큐리티의 아놀드입니다.”

“설마 혼자 경호를 맡으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죠. 총 3명의 팀으로 24시간 경호할 예정입니다.”

“3명으로 가능할까요? 저희는 인원만 4명이고 교대로 해야 하는데.”

성우는 그걸 지적했다.

하지만 아놀드는 그게 아니라며 답을 했다.

“제가 의뢰받은 것은 성우 씨 한 명입니다. 나머지 분들은 제 영역이 아닙니다.”

“저 하나는 그 정도면 가능하다는 뜻이군요?”

“그렇죠.”

아놀드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우는 그런 그를 무표정한 눈길로 바라봤다. 과연 어느 정도 실력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총을 제외하면 자신을 이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과연 최정 등을 잘 보호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성우는 슬쩍 우현을 바라봤다.

저 녀석도 몸을 쓰는 재주는 확실했다.

그런데 그보다 못한 보디가드를 쓴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았다. 그 생각이 들자 아놀드를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상당히 높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사실 총을 제외하고 우리 일행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저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그럼 저 친구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겠죠?”

성우는 우현을 지목했다.

아놀드는 살짝 성질이 났다.

물론 성우의 능력은 그 역시 인정하는 바였다. 과거 격투기 챔피언과 겨뤘던 그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스포츠에 가까운 경기였다. 실전은 또 그와 다르기 마련이었다. 실제 날이 서 있는 칼 앞에서 굳지 않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구나 직접 겨루자는 것도 아니었다.

성우가 지목한 남자는 핏덩이에 가까운 애송이였다. 얼굴을 봤을 때 이제 막 하이스쿨을 졸업했을 것 같은 나이였다. 아놀드는 갑자기 혈압이 확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이 아시아 친구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성우가 말을 이어갔다.

“렉스가 얼마에 계약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친구를 이기면 제가 두 배의 보수를 드리죠.”

“그러면야 저야 좋죠.”

“승낙하신 겁니까?”

아놀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처럼 실력을 발휘할 생각에 근육이 꿈틀거리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우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번 성우와 대련했지만, 처참하게 깨지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런 찰나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 역시 성우에게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본 성우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테스트하러 가볼까요?”

< 광끼 -13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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