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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탑스타-112화 (113/161)

< 광끼 -112 >

클라크의 퍼스널 트레이너.

크리스 콜먼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클라크는 자신의 작품이나 다름이 없는 그런 선수였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챔피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사실 오늘의 자선 경기도 그저 몸풀기에 불과하다 여겼다.

‘빨리 끝내면 재미없어. 2라운드까지 시간 좀 끌어.’

자신이 클라크에게 해준 말이었다.

1라운드의 초반은 확실히 클라크가 지배했다.

상대방은 8각 케이지에 처음 오른 초보티를 벗어내지 못했다. 케이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압박감이 무척 상당한 곳이 그곳이었다.

거의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클라크가 마음먹었다면 경기 시작 1분 이내 끝냈을 것이다. 오히려 이것도 무척 후하게 쳐줬다고 크리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살살하라고 외쳤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는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회전이 1분 정도 지났을까?

가드만 올리고 있던 상대가 완벽하게 돌변했다. 잠자고 있던 야수가 깨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야수의 코털을 건드린 것은 자신의 선수인 클라크였다.

퍼퍼벅!

연달아 쏟아지는 발차기.

그것은 일반적인 킥과는 차원이 달랐다.

킥복싱 등의 해법은 누구보다 알고 있는 클라크였다. 이미 여러 경기를 통해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경험해본 챔피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클라크는 제대로 방어를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발차기는 위험 요소가 큰 기술이다.

허공을 가르며 크게 들어오는 킥은 카운터를 맞기 딱 좋았다. 그래서 프로들도 로우킥으로 하단을 공격하는 수단 외로는 잘 사용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상단을 노려 K.O.를 시키는 경우는 정말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관념은 오늘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

다. 유성우라는 저 배우는 양발을 가지고 플리커 잽을 하듯 사용하고 있었다.

일종의 브라질리언 킥과 흡사했다.

브리질리언 킥은 일종의 변칙의 묘미를 살리는 킥이었다. 상단을 노리던 타점을 순식간에 중단으로 바꾸거나 중단에서 하단으로 바꾸는 등의 공격을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성우의 킥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조금 전에도 하단을 차는 듯하다가 뛰

어오르는 반동을 이용해 발꿈치로 찍었다. 그 모습에 크리스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땡!

1라운드가 종료되는 소리.

그것을 듣고 크리스는 서둘러 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뭔가 작전의 변경이 필요할 것 같았다. 배우라고 얕보던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성우는 생전 처음 보는 유형의 선수였다.

“크하하하!”

“웃지 말고 호흡 조절해.”

“오늘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클라크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오늘 예상외의 꿀잼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로 상대방이 선전할 거란 생각조차 못 했다. 킬리안이 추천해준 이유는 1라운드를 통해서 확실히 확인한 그였다. 그래서 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심장을 뛰게 만드는 상대는 무척 오랜만이었다.

“킥이 들어오면 안으로 파고들어. 인파이트로 가자!”

“알겠어요. 이거 후끈 달아오르네요.”

“이쪽에 얼음 마사지해.”

그의 지시에 다른 트레이너가 얼음팩을 들이댔다.

클라크의 양쪽 어깨 부근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성우의 상단 차기가 연거푸 내리꽂힌 자리였다. 하지만 그곳 하나뿐이 아니었다. 종아리며 옆구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 짧은 3분 동안 참 여기저기도 타격한 성우였다.

그때 다시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들렸다.

클라크는 양손의 글러브를 한 차례 마주치며 전의를 불살랐다. 그런 그의 모습에 경기장의 관중들은 환호했다. 다들 자선 경기에서 이런 격투를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경기는 클라크의 챔피언 방어전이라 말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

만큼 1라운드에서 보여준 둘의 수준은 뛰어났다.

-몸 좀 풀렸어?

‘아주 좋아. 나도 이제 잔재주는 그만 부려야겠지?’

-저 녀석 이제 제대로 들어올 모양인 것 같다.

두부의 지적은 훌륭했다.

성우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1라운드는 발재간의 향연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에서도 통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미 클라크의 경기를 보았던 탓이다. 챔피언의 가장 큰 장기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그는 저돌적인 스트라이커의 대명사였다. 그가 안으로 파고들면 성우도 간격의 묘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온다!

클라크는 곧장 그를 향해 달려왔다.

그런 그에 대해 성우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얼핏 보면 성우가 타격을 많이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제대로 들어간 유효타는 생각보다 적었다. 챔피언의 그 유명한 맷집을 생각하면 티도 나지 않을 것이다.

‘내 맷집은 과연 어느 정도이지?’

성우는 그게 궁금했다.

사실 그걸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위례검을 배운 이후에 맞은 적이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점이 성우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진 펀치까지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 여파는 곧 경기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코앞까지 접근해 쏟아내는 펀치.

그것은 숨 쉴 틈도 없이 성우를 향해 날아왔다.

제아무리 가드를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를 뚫고 들어와 안면에 꽂힐 때마다 성우는 눈앞이 번쩍였다. 하지만 그것은 약과에 불과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바디 블로우였다.

옆구리와 복부에 한방씩 꽂힐 때마다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그 영향 때문에 다리의 힘이 풀려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성우라고 가만히 맞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대를 맞으면 적어도 한 대를 되돌려줬다. 그러다 보니 시합 분위기는 점차 뜨거워졌다.

주르륵.

뺨을 타고 물기가 흘렀다.

뜨거운 느낌은 단순한 땀이 아님이 느껴졌다.

바깥쪽 눈두덩이라 다행이었다. 핏물은 아슬아슬하게 눈가 바로 옆을 타고 흘렀다. 하지만 클라크도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얼굴도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둘 다 한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3분 내내 이어진 타격전.

그 격렬한 움직임에도 성우와 클라크 모두 멈출 줄 몰랐다. 아마 둘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이미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다 약속이라도 한 듯 날아가던 주먹이 동시에 멈췄다. 마침내 2라운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린 것이다.

“후으···”

“숨 조절 하세요.”

양쪽 코너 모두 분주했다.

오늘은 성우에게도 임시 트레이너가 붙었다.

성우의 상처를 만지는 그의 손은 바르르 떨렸다. 누가 봐도 한껏 흥분한 듯했다. 그런 트레이너를 향해 성우는 웃으며 말했다.

“지혈만 잘 해주세요.”

“이거 임시방편에 불과한 거 아시죠?”

“당연하죠.”

“배우이신데 흉터라도 남으면 어떡해요.”

“상관없어요.”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성우는 지금 당장 코앞에 놓인 클라크만 생각하기에도 벅찼다. 스페셜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는 클라크에게 된통 당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검을 놓고 맨손으로 싸우자니 뭔가 불편했다. 성우는 뭔가 방법이 없을까 눈을 감고 고민했다.

그의 머릿속은 무척 복잡했다.

위례검이 10배속 정도 되는 속도로 감기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성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트레이너는 움찔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본분은 잊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우의 눈두덩이에 응급처치를 하고 서둘러

케이지를 빠져나갔다.

마침내 3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이번 시합은 이걸로 끝날 예정이었다.

보통 클라크가 챔피언 방어전을 할 때 5라운드를 뛰는 것을 생각하면 짧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 경기는 판정도 없으니 승패를 나누려면 이번 라운드에 결판을 내야 했다. 클라크는 중앙으로 나오며 마우스피스를 빼고 말을 걸었다.

“얼굴 괜찮아?”

“너는?”

“크크큭 나는 이 정도로는 티도 안 나지. 오랜만에 재미있는 경기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클라크의 말에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링 위에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본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 남은 라운드도 멋진 경기를 보여달라는 부탁이었다. 그것을 들으며 성우는 마우스피스를 다시 꼈다.

하지만 경기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까지는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오던 클라크와 정면 대결하던 성우였다. 하지만 3라운드는 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했다. 위례검을 배우며 익힌 보법을 최대한 발휘했다. 그것은 일견 보기에 아웃복싱과 느낌이 비슷했다.

피하고 때린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숙제였다.

성우는 때론 물러서고 때론 옆으로 피하며 카운터를 날렸다. 클라크의 콤비네이션을 상체의 몸놀림만으로 피해내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모든 타격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흘려냈다. 그런 성우의 확 달라진 모습에 클라크는 조바심을 냈

다.

불쾌함이 손등을 타고 전해졌다.

흔하지 않지만, 경기 중에 이럴 때가 종종 있었다.

때려도 때린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바로 그 정체였다. 지혈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실히 성우는 2라운드에 비해 말끔한 상태였다. 남은 시간이 불과 1분도 되지 않았기에 클라크는 더 열정적으로 손발을 움직였다.

‘이대로 끝나면 어떻게 되지?’

‘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팬과 기자들이 오늘 경기를 어떻게 볼까?’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은 없었다.

성우의 발차기가 옆구리에 강력하게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딴생각을 한 자신에게 그럴 틈이 있냐고 몸으로 묻는 것 같았다. 그제야 클라크는 아픔 따위는 잊고 미소를 지으며 다시 돌진했다.

-저거는 무슨 성난 멧돼지냐? 왜 이렇게 저돌적이야?

두부의 말에 성우는 동의했다.

그는 한 마리의 성난 멧돼지와 같았다.

하지만 직선으로 파고는 그의 몸놀림은 먹음직한 먹잇감에 불과했다. 시기적절하게 피해가며 성우는 온몸을 이용해 타격했다. 특히 한 차례 턴하며 날린 엘보우가 클라크의 얼굴에 직격했을 때의 그 느낌은 찌릿할 정도였다.

“저 미친놈···”

강훈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이번 경기를 한다고 할 때 적극적으로 말리던 그였다.

하지만 자선 경기라기에 그저 시늉에 불과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거는 실제 격투기 대회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가 평소에 보던 어떤 경기보다 치열했다. 그것은 그의 옆에 앉은 스티브 강이나 렉스도 마찬가지였다.

“저 친구 원래 저렇게 과격해요?”

“난들아나. 자네 앞으로 저 친구 앞에서 말조심해야겠어.”

“제가 언제 틀린 말 하는 거 봤나요?”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지. 저 펀치에 한 번 맞는다고 상상해 봐.”

스티브의 말에 렉스는 움찔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스티브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손자 같은 녀석의 얼굴에 피가 흐르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배우를 업으로 하는 데 여러모로 걱정되었다. 그때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10···9···3···2···1!

그들은 입을 모아 남은 10초를 외쳤다.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시합이 끝이 났다. 케이지 안에서 피 흘리는 두 남자를 향해 그들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성우와 클라크는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채로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오늘 정말 재미있게 경기했어.”

“나도 마찬가지야. 너 정말 대단하더라.”

“그런 녀석이 나를 그렇게 개 패듯 패?”

클라크의 말에 성우는 웃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클라크는 아쉽지 않냐며 조금 더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그게 마이크를 통해 나가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성우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벨한테 고소당할 일 있어?”

“아차! 네가 배우라는 걸 깜빡했다. 무슨 놈의 배우가 그렇게 잘 싸워?”

“내가 좀 실력이 좋기는 하지.”

“배우는 그냥 접고 아예 격투기로 전향해. 너라면 충분히 먹히고도 남아.”

클라크는 자신 있게 장담했다.

그는 성우가 100% 실력을 보여줬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3라운드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었다. 만약 판정이 있었다면 이번 경기는 성우의 승리라 봐도 무방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고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때 장내 아나운서가 다가왔다.

그가 마이크를 내밀자 클라크는 성우에게 떠밀었다. 손님부터 먼저 하라는 제스처에 아나운서는 능숙하게 몸을 틀었다. 그리고 성우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오늘 경기 잘 봤습니다. 첫 경기라 들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클라크가 많이 봐준 덕분에 3라운드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와 관객은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평소에 이종격투기에 관심이 많이 있으셨나요?”

“클라크가 나오는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보는 팬입니다.”

인터뷰는 조금 더 이어졌다.

그가 한마디를 할 때마다 체육관이 들썩였다.

이내 거의 모든 질문을 마친 아나운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성우는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렉스와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그것을 미끼로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그였다.

“오늘 아쉬웠나요?”

그의 말에 다들 환호를 보냈다.

일부 관중은 라운드 하나만 더 하자고 보챘다.

성우는 그 소란이 잠시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주변이 조금 잠잠해지자 끝내 그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 아쉬움은 내년에 개봉하는 아크로를 통해 풀어 드리겠습니다.”

기-승-전-홍보.

성우는 오늘의 임무를 완수했다.

그때 클라크가 다가와 성우의 손을 잡고 위로 올렸다.

그런 둘을 향해 체육관의 모든 카메라가 일제히 플래시를 터트렸다. 둘의 사진은 그날 저녁을 시점으로 미국을 비롯해 한국까지 수많은 기사를 통해 전해졌다.

[제왕 클라크가 인정한 유일한 적수. 유성우는 과연 누구인가?]

[세계 최고의 격투기 단체 WFC가 유성우에게 관심을 보이다]

[성황리에 끝난 기아 아동 자선 모금 행사. 약 100만 달러 모금에 성공하다]

[내년에 개봉될 아크로에 쏠리는 기대감]

[제2의 브루스 리 탄생! 할리우드에 새롭게 부는 동양의 광풍]

< 광끼 -112 > 끝

ⓒ l살별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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