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탑스타-76화 (77/161)

< 광끼 -76 >

참전 용사의 식사 초대.

살렌토 마을로 돌아온 성우는 주호민 PD부터 찾았다. 아무리 그라도 식당에 마음대로 초대하기 어려웠다. 그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

한참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는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뭔가 특별한 장면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일이라면 대환영! 아주 잘 했어.”

“제 마음대로 초대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이런 초대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안 그래도 이번에는 섭외를 따로 해야 할까 고민했거든.”

그 말에 성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을 일부러 섭외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기간 내에 분량을 뽑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그래도 단번에 이해될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에~ 그래도 손님을 섭외하다뇨...”

“그러다 정말 파리만 날리면?”

“제가 더 노력해 봐야죠.”

그가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숙소 내부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뭔가 일이 일어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것이 후속대로 오는 출연자들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가능성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성우가 슬쩍 주호민의 눈치를 보자 그

가 싱긋 웃었다.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그 이야기에 성우는 벌떡 일어났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주호민 PD도 따라 나왔다. 그 순간 멀리서 하얀 미니 버스 한 대가 다가왔다. 그 차는 성우의 눈에도 익숙했다. 바로 그가 어제 보고타에서 타고 왔던 차였다.

숙소 바로 앞에서 멈춘 차.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내렸다.

성우는 그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성우야~!”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이 반응은 도대체 뭐냐? 엄청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당연히 반갑죠. 어서 와요.”

가장 먼저 내린 유식당의 멤버.

그는 바로 ‘저승에서 온 차사’에서 같이 출연한 하지웅이었다. 처음에 그가 나타났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같은 방송국에서 현재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드라마였다.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더 단물을 뽑아 먹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다음에 내린 멤버.

그녀는 바로 ‘왈우’에서 함께 출연했던 최희선이었다. 하지웅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그녀는 정말 예상외였다. 예능에 얼굴조차 비치지 않던 누나였다. 그런 그녀가 리얼 버라이어티에 나온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누나~!”

“성우야~ 왜 이렇게 오늘따라 반갑냐.”

“이게 몇 개월 만이에요?”

“연말에 한 번 봤으니 4개월 됐나?”

잠시 해후를 나눌 무렵.

성우는 차 안을 기웃거렸다.

하지웅과 최희선 둘 외에 또 없나 싶었다.

세 명이 식당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나 다른 출연자나 경험이 없기에 더욱 그랬다. 그전에 옥식당처럼 적어도 홀에 2명과 식당에 2명이 있어야 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것을 본 성우는 몸을 슬쩍 움직여 그 안을 바라봤다. 그 정체를 안 순간 성우는 활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온 이들 가운데 가장 반가운 이였다.

“혜정이 누나!”

극단 작두의 단원 구혜정.

그녀가 유식당의 마지막 멤버라니 믿을 수 없었다.

혜정은 그런 성우를 보며 폴짝 차에서 뛰어 내렸다.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성우는 어느 때보다 열렬하게 반겨주었다. 역시 그의 고향 같은 작두 출신이라 그런지 그녀는 친누나 같았다.

“호들갑 떨기는 누가 보면 이산가족 상봉한 줄 알겠어.”

“반가우니까 그렇죠.”

“그럼 작두에 코빼기라도 평소 좀 비추지. 이게 떴다고 말이야.”

“미안해요. 요즘에 좀 바빴어요.”

성우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혜정은 그런 그를 보며 웃어야 했다.

적어도 이런 순간에 그의 반응은 예전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가 이곳에 합류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원래는 그녀가 올 것이 아니었다.

막판까지 그녀가 후보에 오르기는 했지만, 결국 결정된 것은 그녀가 아닌 손혜리였다. ‘저차사’의 멤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의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그녀의 팬덤이 훨씬 더 셌다.

하지만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바로 성우가 출발하기 직전에 터진 연애설 때문이었다. 결국, 손혜리와 유일한의 연애는 한 사진 기자에 의해 폭로되고 말았다. 매일 같이 붙어 다니더니 터질 게 터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독보도, 손혜리와 유브로의 유일한 열렬한 연애 중?]

[유일한 열애 인정. 소속사에서 입장 발표 예정]

[유일한, 손혜리의 강남 일대 ‘한밤 데이트’ 카메라 잡히다]

뉴스는 연일 그 소식을 싣고 있었다.

정작 그들의 큐피트 역할을 했던 성우는 그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 결과 혜리는 갑자기 두문불출하고 있었고 급하게 혜정이 대타로 온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성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얼. 결국 그렇게 됐군요.”

“그래서 뭐 결국 시간 되는 내가 온 거지.”

“작두... 아니 거긴 둘째치고 예방 접종은 어떻게 하고요?”

“공항에서도 맞을 수 있더라. 대박 신기했어.”

천만다행이었다.

비행기 표도 그렇고 정말 어렵게 온 것 같았다.

성우는 그들 세 명을 데리고 숙소를 안내했다. 그가 먼저 왔던 탓인지 마치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것 같았다.

“누나들은 한 명씩 방을 쓰시고 형은 저랑 같이 쓰는 거 어떠세요?”

“나야 뭐 상관없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

방 배정이 끝난 이후.

모두의 관심은 한 곳에 쏠렸다.

그 대상은 바로 정원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유부였다. 특히 희선이 누나와 혜정이 누나 모두 아예 녀석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지웅이 형도 마찬가지였으나 녀석은 안면 있는 형보다 누나들을 더 따랐다. 역시 여심을 홀리는 재주가 있는 녀석이었다. 아마

사람이었으면 여자 꽤나 울리고 다녔을 것 같았다.

“어머~ 완전 귀엽다!”

“얘가 성우보다 더 유명한 고양이구나. 혜정 씨도 처음 봐요?”

“저도 오늘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언니.”

“네?”

“제가 두 살 더 어린데 편하게 말 놓으세요.”

“그럴까?”

서열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가장 연장자는 당연히 허지웅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최희선이었고 다음이 구혜정 그리고 막내가 성우였다. 그의 나이가 이제 겨우 25살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돌이나 아역 배우 출신이 아닌 이상에 그보다 어린 배우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메뉴는 도대체 뭐야?”

그것을 물어본 것은 혜정이었다.

그녀가 바로 성우의 보조를 맞춰줄 주방 멤버였다. 당연히 그녀가 궁금할 내용이기는 했다. 만약 어려운 요리라면 큰일이었다. 그녀에게 어린 시절 취미로 딴 한식 조리사가 있지만, 아무래도 초심자인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만약 필요하다면 서둘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이번 촬영은 중요했다.

그녀에게 이처럼 큰 자리는 이제껏 없었다.

이곳에서 그녀만 무명이었기에 내심 부담도 되었다. 이제는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성우는 그사이 너무 커버렸다. 그나마 덜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희선도 재작년에 여우 주연상을 탄 배우였다.

“이번 메뉴는 말이야...”

성우는 하나씩 설명했다.

이미 제작진과 협의된 것이었다.

물론 중간에 바뀌는 메뉴도 나오겠지만,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이랬다.

애피타이저 : 야채 김밥

메인 메뉴 : 모듬전(호박전, 육전, 녹두전)

메인 메뉴 : 김치찌개

메인 메뉴 : 떡갈비

디저트 : 수정과와 과일

그것을 들은 혜정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래도 희소식은 있었다. 바로 그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김밥이 있다는 것이었다.

“김밥!”

“누나가 올지 몰랐는데 이거 횡재했네요. 잘 말아주실 자신 있죠?”

“당연하지. 내가 김밥 한두 줄 말아봤냐?”

희선은 희희낙락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김밥이었다.

그녀에게 그 메뉴는 가장 자신 있는 것 가운데 하나였다. 친언니가 하는 분식집에서 알바만 몇 년을 했다. 연기를 제외하면 가장 자신 있는 게 그거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말그대로 그녀에게 김밥이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성우 역시 그걸 알기에 내심

한숨을 돌렸다.

“그럼 누나가 김밥 좀 전담해 줄래요?”

“맡겨만 줘!”

“누나 덕분에 한시름 놓았네요. 과일 때문에 골치 아팠거든요.”

“과일이 왜?”

디저트에 넣은 과일.

그것은 손이 제법 많이 갔다.

그냥 과일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꾸며야 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스타그램에 올라가 한 영상 때문이었다.

귤로 만든 고양이.

그것은 유부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겨울에 귤을 먹다가 유부가 보여서 재미 삼아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본 요한이 사진을 찍어 스타그램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냐며 묻는 이들은 물론 그가 직접 만들지 않았다는 말도 무척 많았다. 덕분에 성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은 그의 엄청난 칼솜씨 덕분이었다. 무예를 배우며 칼 솜씨가 늘어난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귤로 고양이를 만든다고?”

“그건 뭐 거의 디스플레이고 수정과가 메뉴라 봐도 무방하죠.”

“네가 고생이 많네.”

“고생은 무슨요.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내일부터 영업 시작인데 뭐 도와줄 거는 없어?”

당연히 있었다.

그의 메뉴는 대부분 밑 작업이 따라야 했다.

특히 떡갈비의 경우에는 미리 해야 할 것이 많았다. 고기의 핏물도 빼야 하고 손질도 해야 했다. 특히 갈빗살을 곱게 다지는 것도 제법 손이 많이 갔다.

하지만 이 메뉴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일부러 제작진에게 부탁해서 석쇠까지 준비한 그였다. 어쨌든 그걸 생각하자 성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장사할 준비 하러 갈까요?”

* * *

다음 날.

성우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마침내 기다리던 유식당의 문을 여는 날이었다.

하지만 긴장도 살짝 되는 그런 날이었다. 개업하는 사장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주방에서 오늘 나갈 음식을 다시 한번 체크하며 성우는 중얼거렸다.

‘오늘 손님이 없으면 어떡하지?’

-그럼 우리까지 남는 재료로 파티하는 거지.

‘싫거든.’

-버릴 바에는 그냥 숟가락 꽂아. 내가 다 먹어줄게.

성우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래 봤자 버리는 것은 어차피 똑같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잡념을 떨쳐냈다. 시작부터 초를 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혜영이 말을 걸었다.

“걱정 하지 마. 내가 경험해 보니 다 어떻게든 돌아가게 되어 있더라.’

“그렇겠죠?”

“물론이지! 일단 심호흡부터 크게 하고~”

혜정은 과장된 포즈로 심호흡을 했다.

그것을 본 성우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모습은 너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녀의 긴장감은 자신의 그것보다 무척 심했다. 물론 그녀가 긴장하는 것은 음식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카메라였다.

혜정이 살면서 이처럼 많은 카메라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성우마저도 질릴 정도인데 그녀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누구보다 그녀의 절박함을 알기에 성우는 내심 이해가 되었다.

그때 허지웅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번 유식당에서 홀 전체를 책임져야 했다.

특히 커피를 만드는 것 역시 그의 몫이었다. 커피로 유명한 콜롬비아에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역할이라니 내심 조금 부러운 성우였다. 그리고 희선이 누나는 서빙을 주로 맡기로 했다. 제법 고된 일이지만, 생각보다 강단 있는 누나라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쉐프! 문 열어야지.”

“가장 연장자인 형이 하세요.”

“에이~ 유 식당인데 유(You)가 해야지. 나는 상무고 너는 사장 잊지 마.”

“그럴까요? 헤헤.”

성우는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그리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가게 주변에는 제작진이 거의 포위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 안 보이는 곳에 있지만, 그래도 가게 주변이 북적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뒤로 다른 세 명이 따라왔다.

그가 팻말을 ‘Open’으로 바꾸는 순간 다들 손뼉을 치며 웃었다. 이 먼 타국에서 식당을 열게 될 줄은 여기에 있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과 함께라면 뭐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성우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유식당. 첫 영업 시작합니다.”

< 광끼 -76 > 끝

ⓒ l살별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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