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탑스타-46화 (47/161)

광끼 -46

합주 영상은 홍보팀의 손을 거쳐 공개됐다.

그것을 받아든 바이올렛 엔터 홍보팀의 사람들은 조금 아쉬워했다. 영상의 화질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핸드폰이 아닌 캠코더로 찍었더라면 더 보기 좋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찍자는 말에 성우의 반응은 간단했다.

핸드폰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찍어서 보내준 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 이후부터 그런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어쨌든 그 영상은 유일한의 SNS와 성우의 팬 카페 등에 공개됐다.

영상의 시작은 장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들을수록 둘의 실력이 진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본 유일한의 팬들은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천재 싱어송라이터라고 떠받들던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 : 우리 원님 옆에서 기타 치는 분은 뭐 저렇게 잘 생겼데요?

ㄴ### : 가수가 아니라 배우해도 되겠죠?

ㄴ ### : 배우 맞대요. 이번에 영화 찍었다고 하던데요.

### : 와~ 저 비주얼로 기타를 잡으니 그냥 그림이네.

### : 혹시 말이죠. 저번에 그 안개 속에서 칼춤 추던 영상의 남자 아닐까요? 제법 닮았는데요.

그날 저녁.

메이비의 실시간 검색어.

그곳에 유일한의 이름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 성우의 이름도 등장했다.

3위 : 유일한

4위 : You Bro

8위 : 유성우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컸다.

하지만 정작 성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왈우에 캐스팅되었다는 것과 문제의 안개 속의 영상이 전부였다. 오히려 별똥별에 대한 것들이 훨씬 더 많이 검색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성우는 다시 바이올렛을 찾았다.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유일한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만나자는 그의 말에 운동을 마치고 곧바로 온 성우였다. 그가 연습실에 들어서자 일한은 그의 상처부터 확인했다.

“손가락은 괜찮냐?”

“며칠 지났다고 거의 다 아물었어.”

“뭐 그렇게 빨리 아물어?”

“약을 잘 발라서 그런가 보지. 그런데 왜 불렀어?”

성우는 그게 궁금했다.

일단 오라고 해서 오긴 했다. 하지만 왜 오라고 한 건지 일한은 절대 말하지 않았다. 성우의 말을 듣고 그는 벽에 기대놓았던 뭔가를 집어 들었다. 기타를 담는 하드 케이스로 보였다.

“이거 가질래?”

“뭔데.”

“내가 쓰던 기타인데. 너한테 선물로 주려고.”

그렇게 말하며 일한은 케이스를 열었다.

그러자 검은빛을 띤 진한 갈색 테두리가 인상적인 기타 하나가 나왔다. 하지만 그 위에 적혀 있는 브랜드는 무척 낯설었다. 깁슨의 빈티지 썬버스트라 적혀 있었다. 성우는 그것을 집어 들고 가볍게 피킹을 해봤다.

촤아앙~!

여섯 개의 현이 울리는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성우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한은 그 모습을 보더니  조용히 미소지었다. 너라면 알아볼 수 있지 않냐는 의미 같았다.

“소리 좋지?”

“완전 대박! 이거 정말 내가 받아도 되는 거야?”

“물론이지. 너 주려고 일부러 가져온 건데.”

그 무엇보다 소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지난번에 연습실에서 사용했던 것도 제법 좋았지만, 이것에 비교할 수 없었다. 기타라는 악기의 형태를 띤 것 중에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거 얼마짜리야?”

“선물로 받으면서 뭘 그런 걸 물어? 그냥 쿨하게 받으면 되지.”

“에이~ 딱 봐도 엄청 비싸 보이니까 그렇지. 어차피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그냥 말해.”

“500. 아니다 이젠 중고니까 뭐 400 정도 되겠네.”

“허얼 500만 원?”

그 가격을 듣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0이 하나 더 붙었다. 보통 기타라면 10~20만 원 정도라 생각했었다. 확실히 입고 다니는 것이 명품이라 잘 사는 집안 같기는 했지만, 이처럼 통이 클 줄은 몰랐다. 성우는 기타를 일한의 앞으로 슬쩍 밀었다.

“이거는 부담돼서 못 받겠다.”

“누가 공짜로 준다고 했어? 부담되면 몸으로 때워.”

“뮤직비디오에 출연이라도 해주랴?”

일한은 피식 웃었다.

자신의 뮤직 비디오에 남자 배우라...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예쁜 여배우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 모두가 말려도 두 손을 번쩍 들며 반겼을 것이다.

“그건 내가 반대일세. 사실 안 그래도 부탁 좀 하려고 했는데... 나 작업하는 것 좀 도와주라.”

“무슨 작업을 하는데?”

“나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프로듀싱해서 미니 앨범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냐고.”

“나랑 앨범 하나만 같이 하자.”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별로 달갑지 않은 제안이었다.

괜히 창피만 엄청 당할 것 같았다. 프로들 틈에 껴서 자신이 뭘 어쩌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자신보다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는 무척 많았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그건 좀 아니다. 나 가수 할 생각 없다니까.”

“어차피 영화 개봉할 때까지 백수잖아.”

일한의 설득은 계속되었다.

자신도 노래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했다.

때로는 그 역시 예능에 나갈 때도 있었고 온갖 활동을 한다고 했다. 유일한 이라는 이름 석 자와 얼굴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모든 것을 승부 볼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안 그런 뮤지션도 많잖아.”

“그건 그들의 선택이고 나는 내 선택을 한 거지. 그래서 너는 연기만 하고 싶은 거야?”

“글쎄.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사실 그런 것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아직은 예능이고 뭐고 누구도 유성우라는 배우를 찾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무대 위에 서는 것이 즐거웠기에 연예계라는 곳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건 아주 먼 훗날의 일이니까...”

“훗날은 개뿔! 이쪽 바닥은 하루 만에 만리장성을 쌓는 곳이야. 너 당장 왈우 개봉하면 각종 섭외가 들어올 텐데 미리 적응한다고 생각해.”

“잘 몰랐는데 너 은근히 낙관론자다?”

“사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까지 너한테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건 마치... 네 매니져가 된 기분이잖아.”

그 말에 성우는 한껏 웃었다.

일한의 비유는 무척 적절한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절대 기타가 탐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다음 작품이 예정된 것도 아니었다. 일한과 작업하며 시나리오를 찾아봐도 전혀 문제는 없었다. 더구나 기타만 치는 거라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나도 노래해야 한다고?”

“당연하지.”

“내가 왜?”

“기타만 칠 거면 기타 세션을 부르고 말지. 너도 같이해야 You Bro의 케미가 완성된다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건 생각지 못했던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이틀 곡이 따로 내정되어 있다고 했다. 그 의미는 무대에 서는 불상사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한은 다른 배우들이 앨범에 참여했던 사례를 꺼내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은근히 배우가 가수로 성공했던 사례는 제법 많았다. 물론 성우는 그들처럼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너 이거 다 준비했지?”

“당연하지. 내가 사전 조사를 조금 해왔지.”

“아휴~ 모르겠다. 일단 노래부터 듣고 별로면 나 안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일한의 말에 성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런 기색을 눈치챘는지 일한은 곧바로 악보를 꺼냈다. 그 위에 적힌 것을 본 순간 성우는 아찔했다.

“이게 뭐야?”

“엄청 어렵지? 사실 이게 원래 연주곡이었거든. 한 번 쳐볼래?”

“보는 것보다 쳐보면 더 빠르겠지.”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빠르게 악보를 살폈다. 그것만 봐도 벌써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곧 일한이 선물해준 썬버스트를 집어 들고 연주를 준비했다. 그제야 손가락에 감은 반창고가 보였다.

성우는 묵묵히 테이핑을 풀었다.

아직 상처가 덜 여물었지만, 고통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이 새로운 곡에 대한 환희이자 또 연주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따라랑~!

악보를 보며 성우는 손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왼손에서 통증이 약간씩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점차 어려운 부분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걸 느낌 틈도 없었다.

챠락 챠착! 챠라락!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한참 연주하던 성우는 그대로 멈췄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제대로 연주했건만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았다. 마치 맞지 않은 옷으로 한껏 멋을 부린 것 같았다. 부자연스러웠다.

“왜? 곡이 별로야?”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미묘한데.”

“미묘해?”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연습실 한쪽 벽에 세워져 있던 일렉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조명에 비친 그것은 반짝였다. 마치 자신을 집어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성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기타를 집어 왔다.

“일렉으로 치려고?”

“그게 맞는 것 같아서.”

“이상하네. 전에 내가 이거 받았을 때 그런 말은 없었는데. 그런데 그거 세팅할 줄 알아?”

성우는 답할 수 없었다.

그래도 왠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그의 예상처럼 성우의 손은 분주히 세팅을 이어갔다. 간단하게 튜닝하고 앰프에 연결하자 그 특유의 바지직 거리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지이잉!

가슴까지 전해지는 울림.

그것을 들은 성우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마치 바로 이거라며 누군가 귀에 대고 외치는 것 같았다. 통기타를 연주했던 것과는 완벽하게 달랐다. 전에 연주하던 것이 봄날이라면 이것은 태풍이라 할 수 있었다.

성우는 다시 연주했다.

그리고 저절로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확실히 악보에 그려진 그것은 일렉에 훨씬 더 어울렸다. 물론 악보에 미묘한 주법까지 표시된 것은 아니었다. 성우는 그 빈틈을 노련하게 채워갔다.

한편, 일한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일렉 기타를 치는 성우의 모습은 무척 생소했다. 머리를 위 아래로 흔드는 것이 Rock Spirit을 외치는 하드 락을 하는 밴드의 기타리스트 느낌이 났다.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코드를 잡는 왼손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 미친 속도로 달리면서 박자는 기가 막히게 맞춘다는 것이었다. 이거는 누가 알려줄 수도 없는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런 미친!’

연주는 점차 절정으로 향했다.

성우의 손가락은 무자비하게 현을 농락했다.

때로는 격하게 움직였고 때로는 지그시 누르기도 했다. 그러자 그의 연주 속에서 음은 춤을 추었다. 그리고 마침내 연주가 끝났다.

-Perfect!

두부가 외쳤다.

어디서 보았는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그래서인지 리듬 액션 게임을 올 퍼펙트로 마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밀려오는 통증에 왼손을 부여잡았다.

“아오~ 아프다.”

손가락의 상처.

그것이 버텨낼 재간은 없었다.

다시 터진 그의 손끝은 피로 물들었다. 그것을 보며 성우는 매번 기타를 칠 때마다 이런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굳은살이 생겨야 했다.

남이 평생에 걸쳐 이룩한 경지를 단숨에 성취하는 자신이었다. 그 정도의 부작용은 어쩔 수 없었다. 검술을 수련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성우였다. 일한의 도움으로 지혈하며 성우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8월까지다.”

“응?”

“9월부터는 개봉 일정이 있으니 그전에 끝내라고. 그리고 You는 뭐야? 둘 다 유 씨라 그렇게 붙인 거면 Yoo나 Yu가 맞잖아?”

“하나가 붙인 거라 나도 모르지. 그럼 U-Bro 어때?”

“네 맘대로 해라···”

그 말에 일한은 한참 웃었다.

그리고 서로 악수를 나누며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임시 프로젝트 그룹 ‘유브로(U-Bro)’가 결성되는 순간이었다. 성우는 이때만해도 이 앨범으로 인해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첫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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