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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탑스타-41화 (42/161)

광끼 -41

욕설을 뱉으며 달려드는 무속인.

그 두 눈에는 표독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녀는 번개같이 다가와 성우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그러자 두부가 아우성쳤다.

-우어어! 저 여자 어서 떼어내!

-미치겠네.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이 미친X 같으니 같이 죽자는 거야 뭐야?

성우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반응할 틈도 없었다.

더구나 두부의 격한 반응 때문에 더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녀석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성우에게 방울이 달린 이상한 것을 들이대며 김민이 소리쳤다.

“그 몸에서 썩 나오지 못할까!”

그제야 오 실장과 진수가 정신을 차렸다.

둘은 서둘러 미친 것으로 보이는 무속인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남자 둘이 힘을 합쳐도 요지부동이었다. 그 작은 체구에서 내뿜는 힘이 어찌나 센지 쉽지 않았다.

“이거 놓고 말씀하세요.”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말로 하세요.”

“이 잡것들이! 이거 안 놔? 이 녀석 이대로 두면 큰일 난다고.”

“알았으니까 일단 놓으시라고요!”

만석이 힘을 쓰자 네 명이 뒤엉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닥에 자빠졌다. 와르르 쓰러지는 그 모습은 흡사 코미디 같았다. 그런 와중에 성우는 김민의 손에서 풀려났다.

건장한 세 남자 틈 사이였다.

그곳에서 그녀가 버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제야 성우는 그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리고는 곧 옷맵시를 바로 잡았다.

“좀 진정하시고 말로 하시죠.”

“네 녀석 빙의 된 것이 아니었어?”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그 속에 품고 있는 것이 뭔지도 알아?”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성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제야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반응에 김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세히 보니 잡귀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성우야 괜찮은 거야? 다친 곳은 없지?”

진수가 서둘러 성우의 몸을 살폈다.

당장 내일도 촬영이 있는데 다치면 큰일이었다. 그것은 오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성우는 그런 둘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둘을 위령비 방향으로 등을 떠밀었다.

“저 잠깐 이분이랑 이야기 좀 할게요. 먼저 올라가세요.”

“또 무슨 꼴을 당하려고?”

“맞아. 우리가 같이 있어야 안심이지.”

만석과 진수는 김민을 째려봤다.

두 남자의 매서운 눈빛에도 김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 정도는 험한 꼴도 아니었다. 성우는 그런 그들에게 부탁한다며 사정사정해서 보냈다.

그 순간 김민은 상당히 헷갈렸다.

처음에는 악귀에 씐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 저 녀석의 안쪽에는 이승에 있어서 안 될 것들이 득실거렸다.

그러다 옛날 일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에도 이런 증상의 아이가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곧 녀석의 독특한 이름도 기억해냈다.

“혹시 네 녀석 이름이 유성우 맞냐?”

“어떻게 아셨죠? 이름까지 맞추시다니 정말 용하시네요.”

“내가 그딴 거를 어떻게 맞춰! 전에 네 녀석 이야기를 들어봤으니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지.”

“제 이야기를 들어 보셨다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할망이 네 놈한테 팔찌를 만들어 준 거는 이쪽 바닥에서 상당히 유명한 이야기였어.”

“아! 맞다. 팔찌 만들어주셨던 그분 혹시 만날 수 있나요?”

“이미 이승을 떠나셨으니 찾아도 소용없어.”

“아··· 아쉽네요.”

성우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두부와 공존하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도움을 받은 것이 적지 않았기에 고마운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 무주귀의 폭주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비상 상황에서 그것들을 제어할 것이 필요했다.

‘네 녀석 때문에 그분이 뭘 희생한 지 아냐?’

김민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마 그 팔찌 때문에 생긴 일들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워낙 무속인 바닥이 넓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할망은 그녀에게 무척 특별한 이였다.

김민에게 신내림이 내릴 당시.

그녀의 나이는 불과 20대 초반이었다.

신병이 걸려 온갖 고통에 시달리던 그녀를 도와준 이가 할망이었다.

사실 할망의 실명이나 실제 나이는 그녀는 물론 누구도 몰랐다. 하지만 경기도 인근에서 활동하는 무속인치고 그분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워낙 신통방통한 존재였고 또 마음 씀씀이가 무척 넉넉한 어르신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녀석들한테 안 잡아 먹힌 거지?”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두부의 말에 의하면...”

“두부?”

“아! 그 녀석은 무사귀에요.”

성우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팔찌의 효력이 다하게 된 날부터 시작된 기묘한 동거. 그 이야기를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꽉 막혔던 속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한참 듣던 그녀는 위령탑 이야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참으로 단순 무식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 나쁜 선택은 아니었네.”

“소용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거 세운다고 끝은 아닌 거 알지? 미봉책일 뿐이야.”

“굿을 해주시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그건 여기 남아있던 것들을 보내는 개념이야. 네 속 안에 들어있는 것은 또 달라.”

그 말에 성우는 시무룩해졌다.

위령탑이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그러나 불안감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껴안고 사는 기분이었다.

더구나 자신은 배우였다.

보통 사람과는 그 여파가 달랐다.

그처럼 맛있는 기삿감을 기자들이 놓칠 리 없었다.

“혹시 그때의 그분 같이 팔찌를 만들어 주실 수 없나요?”

결국, 김민은 폭발했다.

너무 천연덕스럽게 요구하는 성우의 말 때문이었다.

“이 미친 #@%! 확 %@#$ 해버릴까 보다!”

성우는 잠시 벙쪘다.

대화를 잘 하다가 갑자기 왜 욕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 욕도 평생 처음 듣는 수준의 아주 찰진 것이었다. 김민은 그런 그에게 수차례 욕설을 더 하다가 멈췄다. 한참 씩씩거리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너 그거 대가가 어떤 건지 알아?”

“글쎄요. 부모님이 모시고 오신 거라.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돈이면 다행이게? 그때 그분이 쓴 게 10년 치의 수명이었어. 무슨 말인지 알아?”

“10년 치의 수명···이요?”

“너 아니었으면 할망은 지금도 살아있었을 거라고!”

성우는 눈만 끔벅였다.

즉각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곧 김민의 말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가 그런 대가로 만들어진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팔찌를 채워주며 웃던 할머니.

그 얼굴을 떠올리려 했지만, 생각나지 않았다. 이미 희미해진 기억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안간힘을 쓰며 제대로 기억하려 했지만, 뿌연 안개가 낀 것 같았다. 그게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런 그에게 김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뭐 해주고 싶어도 나는 불가능해. 그 정도의 실력은 아니거든.”

“아니에요. 제가 그것도 모르고 실례했어요.”

“어찌 되었든 선택은 할망이 했던 거니 신경 쓰지 마.”

“그게 맘처럼 쉽나요.”

김민은 자신의 입을 자책했다.

괜히 욱하는 바람에 그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았다.

사실 할망의 그 선택을 두고 다들 이런저런 말이 많기는 했다. 그럴 때마다 할망은 웃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녀석은 뭘 해도 될 놈이여~ 장군님이 그렇게 말혀써!’

그 당시를 떠올리며 성우를 바라봤다.

과연 할망이 천수마저 버리고 했던 예언이 맞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얼굴을 보고 운명을 점치는 관상 같은 재주는 그녀에게 없었다.

그러나 할망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성우라는 이 친구를 그냥 보내기는 조금 그랬다. 저 안의 잡것들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를 일이었다. 부적이라도 하나 써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중에 시간 되면 부적이나 받아가.”

“부적이요?”

“뭐 큰 기대는 하지 마. 그래도 효과는 조금 있을 거야.”

“수명이 대가라면 제가 사양할게요.”

“미쳤냐? 내 수명을 그런 데 쓰게!”

그렇게 말하며 김민은 명함을 꺼냈다.

그리고 성우에게 건네주고는 자리를 떴다. 위령비에 다시 올라가서 굿 준비를 해야 했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은 그저 술 한 잔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할망 불러내서 한잔할까?’

* * *

1개월 후.

성우는 부적 한 장을 받았다.

최대한 빨리 받고 싶었지만,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재촉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공짜라는데 그럴 염치는 없었다. 성우는 주머니에 든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두부가 바로 성을 냈다.

-그거 내 앞에서 꺼내지 마라. 나 진짜 정말 완전 심각하다.

‘그 정도야?’

-망할 녀석 같으니! 왜 이딴 거를 주고 그래!

두부는 성이 잔뜩 나 있었다.

그런 녀석의 투정을 들으며 성우는 웃음만 나왔다. 부적의 효과는 간단한 것이었다. 무사귀와 무주귀에 대한 통제력이 조금 더 올라간 것과 더불어 빙의를 방지하는 개념의 것이었다. 그 효과는 두부의 반응으로도 충분히 검증되었다.

-종종 분식집 가던 재미도 이제 끝이구나.

‘너 설마? 나 잘 때도 빙의하는 거야?’

-그···그럴 리가!

당황해하는 목소리.

그것을 들은 성우는 찜찜해졌다.

하지만 증거가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오늘부터 지갑의 현금을 없앨까 고민하다가 부적을 떠올리고 관두기로 했다. 이제는 두부의 일탈도 염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한계는 분명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6개월에서 길어야 1년 정도라 했다. 그 기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했다. 조금 아쉬운 점이 그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성우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밴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수가 고개를 돌렸다.

“금방 다녀왔네?”

“물론이지.”

“혹시 돈 달라고 하지 않았어?”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진수는 그녀를 만나는 것을 반대했다.

혹시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부적을 써야 한다거나 굿을 해야 한다며 수천만 원씩 뜯어갔다는 뉴스를 종종 본 탓이었다.

솔직히 성우 역시 약간의 의심은 했다.

하지만 김민이라는 그 무속인은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부적 한 장만 휙 던지고 등을 돌렸다. 워낙 찬 바람이 쌩쌩 불어서 계속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거야?”

“상암동의 스튜디오로 가야 해.”

“다행이네. 점점 추워지고 있어서 다들 고생이던데.”

그렇게 말하며 책을 집었다.

그것을 보며 진수는 혀를 찼다.

오늘도 성우는 대본이 아닌 이상한 책을 끼고 있었다.

“그거 볼 시간에 대사나 외워라.”

“내가 언제 대사로 NG낸 적이 있었어? 걱정하지 마.”

“워~ 지금 좀 재수 없었어. 다른 배우들이 이걸 들어야 하는데.”

“하아~ 나도 나름 피곤한 것들이 있단다.”

한숨이 나왔다.

성우는 책을 잠시 덮었다.

표지에 적힌 책의 이름은 [한국의 전염병사]이었다.

최근 무사귀의 책 취향이 이상해졌다.

전에는 온갖 잡다한 상식과 과학의 비중이 높았다면 요즘에는 의학 서적이 많았다. 그 덕분에 책의 두께도 덩달아 늘어났다. 확실히 의학 계열의 책들은 평균 5~600 페이지 정도는 되었다.

무게도 장난이 아니었다.

책으로 운동을 해도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맘잡고 모서리로 후려치면 곰이라도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비용도 적지 않았다. 그가 보는 책들은 대부분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한 달에 60만 원.

이번 달에 책을 산다고 쓴 비용이었다.

이러다가는 책을 다 보기도 전에 통장 잔고가 다 털릴 것 같았다. 한동안 책을 읽던 성우는 눈꺼풀이 서서히 감겨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왔다.

성우는 마침내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그는 곧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한 무사귀의 전생에 관련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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