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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재능의 탑스타-39화 (40/161)

광끼 -39

성우와 홍문석의 대결이 시작됐다.

그러나 서로의 실력은 비슷했다.

물론 위례검만 따지면 당연히 성우가 월등했다.

괜히 그가 사택천의 단 하나뿐인 전승자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홍문석이 지금껏 쌓아 올린 무예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그가 가진 실전 경험은 성우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웃차!”

“다른 무예까지 섞어서 쓰다니 너무 치사합니다.”

“문답무용! 말보다는 칼로 대화하자.”

그렇게 말하며 문석은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성우의 하단을 노리며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성우 역시 쉽게 당할 실력은 결코 아니었다. 살짝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문석을 향해 쇄도했다. 변칙적인 문석과 달리 성우는 위례검의 정석에 가까웠다.

부우웅!

사사삿~사삿! 타악~탁!

허공을 수놓는 쾌검.

점차 검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런 상황이 되자 문석의 손발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워낙 빠른 속도에 그마저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성우의 목검을 절묘하게 쳐냈다.

하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문석의 자세가 무너지며 벌어진 빈틈을 성우가 그냥 놓칠 리는 없었다.

“하앗!”

성우가 기합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목검은 빠르게 찔러 넣었다.

목검의 끝은 정확하게 홍문석의 목젖 바로 앞에서 멈췄다. 불과 1cm 남짓한 차이였다. 다른 이들이 봤다면 오금이 저릴 모습이었다. 그제야 문석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내가 졌다. 하지만 이 원수는 다음에 꼭 갚겠다.”

문석은 이를 갈며 말했다.

무예에 있어서는 투쟁심이 엄청난 그였다.

하지만 성우는 콧방귀를 끼며 웃었다. 그와 한두 번 대련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그런 그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혼자 영화 찍지 마시고요. 이제 1무 4패입니다.”

성우의 말에 문석은 좌절했다.

지금껏 대련에서 성우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첫 대련에서 무승부를 따낸 것도 요행에 가까웠다.

“너는 도대체 뭘 먹길래 그러냐?”

“뭘요?”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잖아. 그게 쉬운 것은 아닌데 말이야.”

문석에 말에 성우는 빙그레 웃었다.

그 이유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의 사부인 사택천이 떠나며 그에게 남긴 것 덕분이었다. 해솔이 연기력을 남겼다면 사택천은 몸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떠났다. 같은 스펙의 몸이라도 제어하는 능력은 성우 쪽이 훨씬 뛰어났다.

더구나 나이에서 벌어지는 체력의 차이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였다. 문석은 성우의 아버지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가 피지컬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성우가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성우는 이겼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조금 더 수련을 열심히 해야겠는데?’

그 순간 성우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뭔가 뜨거운 시선이 등판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마치 누군가 따가운 살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성우는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두 여인이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

헤어와 의상을 담당하는 두 실장님이었다. 성우는 그제야 자신이 금방 오겠다며 말해 놓고 둘을 바람 맞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뭐죠? 인사만 드리고 온다고 하더니!”

“한참 기다렸잖아요. 어서 안 와요?”

“어머 피부에 땀이! 이래서 촬영하겠어요?”

“옷도 다 젖었네. 쯧쯧.”

잔소리는 끝도 없었다.

성우는 잠시 정신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두부가 이번에는 진수가 아닌 자신의 유체이탈을 봤다며 이야기를 걸어올 것 같았다.

그렇게 성우가 끌려간 이후.

다시 그가 나타났을 때는 완벽하게 변했다.

얼굴에는 분장이 되어 있었고 의상 역시 검은색의 옷으로 바뀌었다.

오늘 처음 입는 의상이었다.

오후의 촬영 씬은 순박하던 만주 청년이 흑표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그가 다시 나타나자 홍 감독이 그를 반겼다. 아까의 그와 달리 지금은 무술 감독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옷이 잘 어울리네. 이젠 슬슬 합 맞춰야겠다.”

“예전에 봤던 콘티 그대로 가나요?”

“아니 그걸로는 조금 아쉬울 거 같아. 그렇지 않아?”

그 말에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콘티 그대로 찍는다면 조금 밋밋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아꼈다. 어차피 그 부분에 있어서 결정권은 홍 감독에게 있었다.

“1대 3의 싸움이죠?”

“맞아. 성우 너는 맨손으로 가야 하는데 문제없지?”

“그럼요.”

“다들 이리 와봐.”

문석이 소리치자 세 명의 남자가 다가섰다.

그들을 보자 성우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맞이했다. 그들 모두 액션 스쿨을 오가며 적어도 몇 번은 스쳐 가며 본 얼굴이었다. 특히 그 가운데 한 명은 성우가 잘 아는 이였다.

“민상이 형은 언제 오셨데요?”

“방금 왔어. 오늘 첫 액션 씬을 찍는다며? 그런데 긴장도 안 되나 봐?”

“긴장을 안 하긴요. 저 긴장한 거 안 보여요?”

그렇게 말하며 성우가 불안한 듯 시선 처리를 했다. 그러자 민상은 한껏 웃었다. 둘이 이렇게 친한 이유는 분명 있었다. 그가 바로 액션 스쿨에서 성우의 교육 담당이자 성우에게 위례검을 배우는 네 명의 실장급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윤성이 그리고 이쪽이 철호.”

“반갑습니다. 유성우라고 합니다.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홍 감독은 그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것은 그가 가진 하나의 버릇에 가까웠다. 지금의 그는 어디 가서 무시당할 존재는 아니었지만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턴트맨은 그렇지 않았다.

배우를 대신해 몸을 날리는 존재.

그들은 언제나 부상을 달고 사는 이들이었다.

자칫 작은 실수라도 나오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홀대받았다.

배우들은 그런 그들의 존재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게 옛날부터 한이 되었던 그였다. 그렇기에 홍문석은 액션 씬을 찍기 전에 그 수가 몇이라도 배우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시켰다.

“자! 일단 맞춰온 거 성우한테 보여주자.”

홍 감독의 신호가 떨어지자 공기가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웃고 즐기던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제아무리 액션 배우라 해도 어느 정도의 연기력이 있어야 했다. 특히 이들은 홍 감독의 액션 스쿨에서 신경 써서 데리고 나온 이들이었다. 나름 액션 배우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성우가 맡아야 할 역은 홍 감독이 직접 재연해주었다.

액션은 순식간에 끝났다.

워낙 빨리 지나가 주변에서 구경하던 스태프들은 뭐가 뭔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성우는 조금 달랐다.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눈에 선명하게 담겼다.

“한 번으로는 안 되겠지?”

“아뇨 가능할 거 같아요.”

“정말? 너니까 가능할 거 같아서 짜오기는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 거야.”

“일단 천천히 한 번 맞춰 보죠.”

성우는 자신 있게 말했다.

20초 정도의 제법 긴 분량이었다.

하지만 가능할 것 같았다. 조금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실력이 이들보다 더 좋았다. 합이 조금 안 맞아도 충분히 피해낼 자신은 있었다.

홍 감독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성우의 실력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신호를 받은 민상은 윤성, 철호와 함께 나란히 섰다. 성우 역시 자세를 잡자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졌다. 그러자 세 남자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거기서 반 바퀴 돌며 팔꿈치. 그리고....”

홍 감독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조언해줄 필요가 없어 보였다.

성우는 아까와 보여 줬던 것과 똑같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처음 맞추는 거라 다소 느린 속도였지만, 모든 합을 단 한 번에 외웠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아니 그보다 더 군더더기가 없어 보였다. 너무나 깔끔해 아름다워 보였다.

“여기서 두 손으로 막고 하단 차기 후 돌아서 스트레이트. 마지막으로 540도 발차기. 맞죠?”

마지막으로 발차기를 마친 이후.

성우는 조용해진 홍 감독을 보며 물었다.

마치 시험을 치고 채점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 같이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잠시 멍하게 있던 홍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민상을 불러 조용히 물었다.

“혹시 성우한테 먼저 합 알려준 적 있냐?”

“아뇨. 감독님이 개인 코치 해주셨던 거 아니에요?”

“크음··· 알겠어.”

홍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유성우라는 이 친구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졌다. 그런 그의 고민을 알고나 있는지 성우는 빙그레 웃으며 어떻게 할 거냐 묻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번에는 정상적인 속도로 가보자. 안 다치게 조심하고!”

그 이후.

성우는 몇 차례 더 합을 맞췄다.

하지만 그 이상을 할 필요는 없었다.

서너 번 만에 이미 모든 합은 완벽하게 맞춰진 상태였다. 오히려 그를 상대하는 윤성과 철호의 실수가 종종 나올 뿐이었다. 한 차례는 철호의 발이 잘못 들어와 다칠 뻔도 했지만, 성우의 순발력 덕분에 간신히 피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그들이 찍을 차례가 되었는지 추정만 감독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홍 감독님. 준비 다 됐나요?”

“네. 합은 다 맞춰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액션이 많이 바뀌었는데 확인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사실 별로 달갑지 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추 감독은 딱히 내색하지는 않았다.

액션 씬에 대해서는 무술 감독을 믿고 가야만 했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감 놔라 배 놔라 할수록 영화가 망가진다는 것을 알 정도의 경력은 되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일단 보고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추정만은 그 액션에 홀딱 빠졌다.

한 차례 시범을 보여준 성우의 몸놀림은 아크로바틱했고 퐌톼스틱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몸에 와이어라도 달고 있는 듯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와···”

“잘 나올 거 같죠?”

“물론이죠. 세팅 바꾸고 10분 후에 촬영 들어갈게요. 하윤씨! 조명하고 카메라 감독 좀 불러줘요.”

*

마침내 촬영하는 순간.

성우는 카메라 앞에 섰다.

그의 정면에는 일본군 세 명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등 너머에서 순사 하나가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뻔했다.

왈우 선생님의 블라디보스토크 행을 막기 위해서였다. 어디서 냄새를 맡은 것인지 신기할 뿐이었다. 혹시 마을에 내통하는 자가 있는지도 몰랐다.

단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은 선생님이 떠날 수 있게 시간을 끌어줘야만 했다.

“칙쇼! 어서 안 비키면 죽을지도 몰라.”

“조선인이면 조선의 말을 써. 난 이곳에서 단 한 걸음도 비킬 수 없으니 알아서 피해가 봐.”

“빠가야로! 어서 처치하지 않고 뭐해?”

순사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군인 세 명이 동시에 칼을 뽑았다.

무기도 안 든 민간인을 상대로 총을 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날이 바짝 선 일본도를 든 그들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성우에게 둘러싸며 천천히 다가섰다.

다섯 걸음 남짓.

거리를 재던 성우는 크게 발을 딛으며 달려갔다.

그리고 일본군이 반응하기도 전에 날아올라 니킥으로 복부에 크게 한 방을 먹였다. 선빵필승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신속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베고 찌르는 세 자루의 검.

그 사이에서 성우는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피해냈다. 카메라 감독이 저절로 입을 쩍 벌릴 정도였다. 화면에서 보이는 그의 몸놀림은 칼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내고 있었다. 물론 가짜 칼인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몰입감은 물론이고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날 정도로 박진감이 있었다.

‘일단 하나!’

성우가 손날로 군인의 성대를 힘껏 가격했다.

그러자 일본군을 맡고 있던 윤성이 목을 부여잡으며 주저 았다. 물론 직접 친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무척 리얼했다.

그 모습에 성우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저런 명연기를 NG로 날려 보내기는 싫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민상까지 쓰러뜨린 이후에 성우는 순사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오케이! 좋았어.”

추 감독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마치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그것은 다른 스태프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손뼉치며 환호성을 보낼 정도였다. 지금까지 여러 영화를 찍으며 수많은 경험이 있던 카메라 감독인 황창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을 끔벅이며 혼자 중얼거렸다.

“저 녀석 혹시 이소룡이 환생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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