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탑스타-37화 (38/161)

광끼 -37

하늘을 날아오른다.

그리고 허공을 베어낸다.

성우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런 자신이 신기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택천이라는 생전의 이름을 기억해낸 무사귀 덕분이었다. 그가 생전에 쌓아 올린 무예는 빠르게 성우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부우웅~!

목검의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그리고 위력은 그에 비례했다. 성우가 목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안개는 출렁거렸다. 어느 정도 몸을 움직였을까? 점차 안개는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성우는 그 뭉친 안개를 향해 빠르게 목검을 찔렀다. 마치 안 보이는 적을 향해 최후의 결정타를 날리는 느낌이었다. 그 동작을 마치고 나서 성우는 크게 숨을 내쉬며 목검을 늘어뜨렸다.

“이게 한계인가?”

- 다음 단계를 배우면 더 위력이 강해질 거야.

“그건 나중에 하자. 아흐~ 상쾌하다.”

성우가 두 팔을 들어 쭈욱 펼쳤다.

그러자 몸 안 가득 채워져 있던 기운이 퍼져나갔다. 마치 심장에서 갓 만들어진 신선한 피가 혈맥을 타고 꿀렁이는 것 같았다. 짜르르한 그 느낌은 언제 느껴도 좋은 기분이었다.

그 순간 성우는 낯선 느낌이 들었다.

안개 너머에서 작게 빛나는 붉은 빛이 보인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하지만 안개 때문에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는 없었다. 성우가 천천히 걸어가자 처음 보는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누구시죠?”

“아···.안녕하세요! 저는 메이킹 필름을 담당하는 홍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 저 찍으신 건가요?”

그의 질문에 영태는 진땀을 흘렸다.

혹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은 아니었을까? 그만큼 그가 조금 전에 본 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헛것을 보는 게 아닌가 싶어 허벅지를 꼬집어 본 그였다.

“설마 이거 지워야 하나요?”

영태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본 것은 한편의 무협 영화에 가까웠다.

숨겨진 무림의 고수가 새벽녘에 무술 수련을 하는 컷이라 해도 다들 믿을 것 같았다. 그만큼 안개 속에서 보여준 성우의 퍼포먼스는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줬다. 그냥 지우는 것은 너무 아쉬웠다.

그것을 들은 성우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딱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장풍을 쏘거나 하늘을 날아다녔던 것도 아니었다. 평소 수련하던 장소도 동네의 한적한 공원 같은 공개된 장소였다. 하지만 흔쾌히 허락할 수는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오늘 촬영한 영상은 저한테 먼저 보내주시겠어요?”

“네? 먼저요?”

“회사에서 싫어할 수 있거든요. 먼저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보통 메이킹 필름 공개 범위는 사전에 조율해요.”

성우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볼 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잠시 망설이던 영태는 성우에게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가능하시면 조금 전에 보여주신 거 일부분만 다시 촬영할 수 있을까요?”

“다시요?”

“제가 혼자 찍다 보니 줌 장면이 많이 없어서요.”

“메이킹 필름인데 그렇게까지 해요?”

“부탁 좀 드릴게요.”

간절한 그의 표정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나니 성우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에게 매몰차게 대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나이도 적지 않아 보였다.

“촬영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면 가능할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부탁드릴게요.”

“어떻게 하면 되죠?”

“그냥 평소처럼 하시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 말에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목검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한 차례 위례검을 수련해서일까? 그의 몸에 가득한 기운이 다시 시작하라며 부추기는 느낌이었다.

부우웅!

성우가 검을 휘두르자 영태의 탄성이 들렸다.

이런 반응은 무술 감독인 홍문석이 주로 보여주던 것이었다. 그 소리가 은근히 신경 쓰였으나 어느 사이에 성우는 수련에 푹 빠져들었다. 그 몸놀림을 영태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앵글로 성우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 그것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근접 촬영을 하기 위해 조금 더 성우에게 다가섰다.

‘맞아 죽지는 않겠지?’

그것은 우려에 불과했다.

성우는 그가 어떻게 움직이든지 목검을 빗겨내며 휘둘렀다. 하지만 종종 목 언저리며 복부를 거친 바람과 함께 검은 목검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영태는 움찔거렸다.

하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점차 해가 떠오르며 안개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선 성우의 몸에서는 수증기처럼 하얀 김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리고 영태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건 대박이다!’

* * *

크랭크 인이 들어간 이후.

홍보팀장 서문희는 잠시 여유를 가졌다.

지금 단계에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별로 없었다. 물론 왈우 하나만 다루는 것은 아니기에 언제나 일은 많았다. 그래도 아예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믿고 보는 천만 배우 조강철의 영화 ‘왈우’ 크랭크인... 내년 개봉]

[개성 넘치는 배우는 다 모였다. ‘왈우’ 크랭크인]

[조강철의 ‘왈우’ 크랭크인··· 나이를 잊은 투혼의 현장]

언론사에 제공할 소스.

그것을 준비하는 것도 홍보팀의 업무였다.

특히 현장을 담은 사진과 같은 것은 가장 중요했다. 팬덤을 가진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기분이 종종 들었지만, 그 중요성이 낮다 할 수 없었다.

관심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것.

그것이 홍보팀장인 그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해에 개봉되는 영화가 천여 편이 넘는다. 그 가운데 한국 영화는 200편 내외였다. 그 수많은 영화 가운데 관객이 기억하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구나 이번 영화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주연 배우의 파워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강철이라면 어느 배우보다 관객 몰이에 압도적인 파워를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취약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10~30대 여성 관객.

그들을 휘어잡을 매력이 부족했다.

그것이 지금 서문희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이었다.

남자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그나마 제2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유성우라는 신인 배우가 있기는 했다. 나이도 어리고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 조각 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훈남이라 여길 수준은 충분히 되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팬덤은 극히 미미했다.

포털 사이트 메이비.

그곳에서 발견한 유성우의 팬 카페 ‘페르세우스’

메두사의 목을 벤 영웅의 이름이자 가장 유명한 유성우라 붙은 이름 같았다. 그리고 그곳의 가입자는 불과... 40명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 그의 연극을 보고 가입한 것 같았다.

하지만 활동량은 거의 없었다.

4~5일에 글 하나 정도 올라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가입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잠시 얼굴을 찡그리던 그녀는 카페에 가입만 해놓고 다시 나온 상태였다.

“흐음··· 일단 현장 사진부터 봐볼까?”

천석현이 보낸 스틸샷 폴더를 열었다.

그가 현장에서 찍어서 보내준 사진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딱히 눈에 확 띄는 것은 없었다. 대부분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에 불과했다. 문희는 쓸데없이 자신의 기대감이 너무 높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사 현장에서 찍었던 심령사진.

그 몇 장의 사진이 주었던 영향은 적지 않았다.

많은 사람과 언론에서도 집중해준 덕분에 ‘왈우’라는 영화가 촬영 중이라는 소식이 널리 퍼졌다. 그 덕분에 홍보비를 엄청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다시 없을 것 같았다.

“흐으···”

문희는 앓는 소리를 냈다.

특별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진이라면 평범한 기사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 뻔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메일함을 닫으려 할 무렵. 한 통의 메일이 새로 들어왔다. 발신자는 스태프 가운데 하나인 메이킹 필름 담당자였다.

[메일 제목 : 죽여주는 메이킹 필름. 꼭 확인하세요!]

제목부터 유치찬란했다.

그것을 보며 문희는 허탈하게 웃었다.

죽여주는 메이킹 필름이라니?

그게 아니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일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런 식의 스팸 메일 같은 느낌의 것들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더구나 메이킹 필름이 나설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소스를 모을 단계였다.

다운로드

13%··· 34%··· 51%···

다운로드 속도는 무척 느렸다.

워낙 용량이 크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을 노려보며 문희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참기로 했다. 쫄 때 쪼더라도 일단 영상부터 봐야 했다. 그래야 제대로 쪼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긴 기다림에 끝에 문희는 영상 파일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파일명 : 왈우 촬영 현장, 유성우 배우 (편집본)]

일단 유성우라니 의외였다.

그가 메이킹 필름의 주요 타깃은 아니었다.

적어도 조강철이나 최희선을 촬영한 것인지 알았다. 일단 문희는 영상을 클릭해서 재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면 속은 어두웠고 안개가 가득했다.

“장난하는 거냐?”

이것은 숫제 공포 영화에 가까웠다.

메이킹 필름이라더니 배우의 모습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마침내 인내심이 한계를 느낀 그녀가 핸드폰을 집어 들 무렵. 화면 속에서 검은 형체 하나가 불쑥 나왔다가 사라졌다. 워낙 빠른 속도에 문희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안개 속에서 펼쳐지는 칼춤(?)은 안개를 흩트려놓았다. 그리고 그 검은 형체가 유성우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쥔 채로 화면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적절한 효과음과 편집도 되어 있었다.

이것은 뭐랄까?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이라 여겨도 될 수준이었다. 그만큼 성우가 화면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대단했다. CG도 없이 이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국내에 있었던 적이 있을까? 문희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중국 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무술 영화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옛 명성을 뒤를 이을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10분 후.

문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영상은 끝이나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재생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렇게 몇 번을 돌려봤을까? 그 이후에야 문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이톤의 목소리로 팀원들을 향해 소리높여 외쳤다.

“다들 모여! 회의할 게 생겼다.”

홍보팀에 전달된 영상.

그것은 다시 한번 그들을 들썩이게 했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그 영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물론 바이올렛 엔터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 현재 유성우라는 배우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상이 곧바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전문적인 편집 피디와 음향 감독까지 달라붙어 뜯어고쳤다. 그나마 성우에게 다행인 것은 추가 촬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급 인력이 투입되니 영상은 더 흥미롭게 바뀌었다.

[왈우의 주연 유성우의 숨겨진 매력! 그 베일을 벗다.]

[영화 속의 캐릭터보다 더 강해 보이는 유성우의 실제 실력은?]

[안개를 헤집는 귀신같은 검술을 선보인 유성우, 영화 왈우의 기대감을 높이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