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탑스타-20화 (21/161)

광끼 -20

둠칫~ 두둠칫!

연습실 가득 울리는 음악 소리.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쿵쿵거리는 울림.

그것에 맞춰 성우는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몸놀림은 범상치 않았다. 그는 현재 본인의 의도와 달리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성우의 몸은 마치 꼭두각시 같았다. 누군가 줄에 연결해 움직이는 것 같이 부자연스러움이 뚝뚝 흘렀다.

“하~나 둘 세엣~ 넷!”

안무 트레이너 구한솔.

그는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춰줬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봐도 성우는 그에 따라오지 못했다. 보다 못한 그는 음악을 멈췄다. 그리고는 성우에게 다가가 구분 동작을 하나씩 다시 보여줬다.

“여기서는 몸을 이렇게 그리고 다음에는 이렇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골반은 조금 틀면서 스텝을 밟아주세요.”

“이렇게요?”

“네 맞아요. 그렇게 하시면 돼요.”

그렇게 말하며 한솔은 다시 뒤로 물러났다.

벌써 30분이 지났지만, 아직 안무 파트 하나의 진도조차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무대에서라면 겨우 5초 남짓에 불과한 분량이었다. 그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이 정도의 몸치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겨우 30분이 지났다.

성급하게 판단을 내릴 것은 아니었다. 사람마다 다 다른데 어떤 사람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그런 케이스를 봤던 그였다.

‘BY도 그랬지.’

2년 전 최고의 아이돌이라 불리던 ‘야차’.

한때 그들이 데뷔조일 때 안무를 봐주던 것이 바로 구한솔 본인이었다. 지금은 파워 넘치는 칼군무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그들이었지만, 그 멤버 가운데 유성우 못지않은 몸치가 BY였다.

그랬던 BY가 지금은 달라졌다.

오히려 지금은 춤 잘 추는 아이돌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 독종 같았던 끈기로 남들보다 서너 배 더 노력해서 이룬 결과였다. 정상에 오른 지금도 매일 안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이후 한솔 역시 달라졌다.

몸치도 연습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었다. 그렇게 한솔이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무렵.

만석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춤에는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그가 봐도 성우의 몸놀림은 처참했다. 딱히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끊기 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줘보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성우가 땀 한 바가지를 쏟아낼 무렵.

만석은 휴식을 선언함과 동시에 한솔을 밖으로 불러냈다. 그 둘이 밖으로 사라지자 성우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등에 흐르는 땀방울 덕분에 상의는 흠뻑 젖어 있었다.

“와 이것도 엄청 힘드네.”

-운동 부족이야. 그거 움직이는 게 뭐 얼마나 어렵다고.

“네가 직접 해보고 말하지. 그나저나 몸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네.”

-춤이라는 게 별거 있나? 딱 보니 동작만 딱딱딱 잘 맞추면 되겠구먼.

두부의 이죽거리는 말에 성우는 부아가 치밀었다.

원래 보는 입장에서는 쉽게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자신 역시 처음에는 이렇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못 했었다. 안무 트레이너 선생님의 시범은 물 흐르듯이 쉽게 연결되었다. 그래서 자신 역시 가볍게 해낼 수 있을지 알았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내가 좀 도와줘?

“설마 또 내 몸에 빙의하려고 수작질이냐.”

-싫으면 말고 그래도 효과는 있을 거 같은데.

“지난번에는 연극배우가 있더니 이번에는 누군데? 마이클 잭슨 뭐 이런 가수라도 있는 거야?”

-나와바리...아니 구역이 다르다고 그런 서양 친구들은 없어.

그 말에 성우는 웃음이 났다.

설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예상은 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던 우주 대스타였다. 그런 엄청난 존재가 자신 안에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했다.

-뭐 그래서 도와줘 말아?

“일단 누군지나 말해 봐. 정체라도 알아야 생각해볼 거 아냐.”

-음··· 이 친구가 도통 이름을 안 밝히는데. 무관이었다길래 우리는 그냥 장군이라고 불러.

“무관?”

-지금으로 따지면 군인이랄까.

“나도 그게 뭔지는 알거든!”

그 말에 성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또 무슨 말장난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누구라도 자신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군인과 아이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가 도대체 뭘 어떻게 댄스 트레이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기색을 눈치챘는지 두부는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몸 쓰는 거는 정말 잘 한데. 네가 하던 동작들을 보더니 저 쉬운 것을 왜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던데.

“말은 쉽다니까.”

-아냐. 이 친구 말로는 박투술도 꽤나 연마를 했나 보던데.

“그러니까 그게 춤하고 무슨 연관이 있냐고!”

성우는 소리를 꽥 질렀다.

아까 들어오면서 보니 방음시설이 꽤 잘 되어 있었다. 그것을 믿고 소리를 친 것이었다. 그런데도 두부의 권유는 계속되었다. 성우는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 역시 춤을 잘 추고 싶었다. 아이돌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오기가 생긴 것이었다.

“뭔지 몰라도 해봐. 예전처럼 난 가만히 있으면 되지?”

*

그로부터 5분 후.

성우는 물끄러미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 그곳을 통해 보이는 자신은 지금 현재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분명 몸은 똑같을 진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것은 만석과 한솔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이야기를 마치고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다 그대로 멈췄다. 성우는 그들이 들어온 것도 눈치를 못 챘는지 여전히 춤을 이어가고 있었다.

춤은 완벽하게 달라져 있었다.

아까 연습하며 보여주던 어리숙한 동작은 완벽하게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집중해서 알려주던 동작을 넘어 처음에 단 한 번 보여줬던 춤까지 막힘없이 해냈다. 둘은 믿지 못하겠다며 서로를 바라봤다.

“저 녀석 뭐야?”

“그러게요. 저희 10분 나가 있었나요?”

“맞아. 이거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거는 잠시 보류해야겠는데.”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네요.”

한솔의 말에 만석은 손등으로 코끝을 훑었다.

조금 전까지 한솔과 이야기하며 이만 끝내자고 이야기했던 자신이었다. 그만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던 자신이었다. 어차피 배우였고 춤은 옵션일 뿐이었다. 그랬기에 아쉬움은 조금 있어도 딱히 실망했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성우는 두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흠칫 놀랐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 보셨어요?”

“아주 자알 봤지. 아까는 그렇게 헤매더니 갑자기 뭐야. 안 그래 한솔 씨?”

“그러게요. 안무 후반까지 다 기억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잘 추면서 왜 그러셨어요?”

한솔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성우는 미안함이 밀려왔다.

아까의 그 답답한 와중에도 한솔은 미소를 잃지 않고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완벽하게 바뀐 것이니 한솔에게 할 말이 없었다. 계면쩍은 표정을 짓는 성우를 잠시 보던 한솔은 만석에게 시간을 더 달라 요청했다.

“실장님. 30분 더 시간 가능할까요? 성우 씨 춤을 보니 갑자기 불타오르네요.”

“물론이지. 원래 10시까지였잖아.”

“그럼 뒷부분도 더 해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한솔은 성우에게 다가왔다.

다음 동작을 알려주기 전에 그가 본 성우의 춤에서 수정해야 할 곳들을 잡아줬다. 그가 봤을 때 몇 곳 수정해야 할 곳은 있기는 했다. 그래도 성우가 보여준 춤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줄만 하다 내심 평가하는 한솔이었다.

“여기는 약간 튕기는 느낌으로 해야 해요.”

“이렇게요?”

“맞아요. 성우 씨의 동작은 뭐랄까 무술 하는 것과 느낌이 비슷했어요.”

성우는 그 말에 뜨끔했다.

그 짧은 사이에 정확히 본 것이었다.

사실 그가 했던 몸놀림 대부분이 그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잠시 장군이라는 존재가 몸의 통제권을 가져갔을 때. 무술의 동작을 쪼개 춤에 적용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추가로 안무를 배울 무렵.

연습실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성우가 곁눈질로 보니 다섯 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춤을 추고 있는 성우를 잠시 바라봤다.

그러더니 그들 가운데 하나가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성우의 춤을 보고 있던 한솔을 향해 다가섰다. 머리를 빡빡 깎았기 때문일까? 성깔이 제법 있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왔어?”

“저 춤은 저희껀데. 설마 새로운 멤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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