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재능의 탑스타-15화 (16/161)

광끼 -15

바이올렛 엔터테인먼트

오만석 실장.

대표가 그를 보낸 이유는 있었다.

만석의 평소 안목은 확실히 남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눈여겨 보던 이들은 대부분 스타가 되었다. 십여 년 이상 이 바닥에 있으며 실제로 증명해 내기도 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스타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물론 100%라는 것은 없었다.

제아무리 빛나는 재능이 있더라도 의지가 없으면 못 버티는 곳이 이 바닥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재능 위에 있는 재능을 발견했다. 무대 위에서 이렇게 빛나는 존재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혼자만 톡톡 튀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있음으로 다른 배우들마저 빛나는 것 같았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무대가 끝나고 난 후.

만석은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다들 박수를 아끼지 않을 때도 그의 시선은 오롯이 유성우라는 젊은 배우에게 꽂혀 있었다.

확실히 소문은 사실이었다.

아니 오히려 평가가 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연 저 무대를 보고 누가 신인 배우라 생각할 수 있을까?

그의 시니컬한 농담에 관객은 웃었고

때로 번뜩이는 거친 눈빛에 관객은 무서워했다.

유성우라는 저 친구는 그런 모든 것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냈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십여 년 이상은 굴러온 배우 같았다.

무대 위에서의 노련함.

그것은 누가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길고 긴 시각 쌓아 올린 노하우와 무대 위라는 특수한 공간에 적응하며 생기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노련한 면모를 이제 무대에 오른 지 두어 달도 되지 않은 배우가 보여주고 있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배우]

유성우라는 이름 때문일까?

그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만석은 절대 이 배우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그를 알아보고 주이호가 다가섰다. 일반 관객들이 모조리 빠져나간 이후 썰렁해진 객석이었다. 그런 곳에 만석만 홀로 앉아있으니 눈에 안 띌 리가 없었다.

“와~ 형 정말 오랜만이네요”

“7년 만인가? 극단 창립 축하해. 시나리오도 좋고 배우들도 연기 참 잘 하더라.”

“형을 여기서 볼 수 있을지는 몰랐네요. 요즘도 바이올렛에서 일하고 계세요?”

만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호는 그가 왜 왔는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형이 오신 거면 이유는 뻔하네요. 성우 저 녀석 보러 오신 거죠?”

“뭐 그렇지.”

“그런데 저 녀석 잡는 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만석은 이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곧 자신보다 더 먼저 찾아왔다는 곳들의 이름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마당 기획

씨에스컴퍼니

엘리펀트 엔터테인먼트

헤븐컴퍼니

한여름컴퍼니

하나같이 연기자 전문 기획사였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바이올렛과 비교해도 이름값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도 있었다. 이호가 말한 곳들 가운데 업계 최고라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 고만고만한 곳들만 모였다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다들 퇴짜를 맞았데?”

“저 녀석 이상한 거를 요구하나 봐요.”

“그게 도대체 뭐길래.”

“나한테는 철저하게 비밀로 해서 잘 몰라요. 일단 직접 들어봐요.”

이호는 그렇게 말하며 사라졌다.

그리고는 곧 성우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만석은 무대 화장을 지운 성우의 얼굴이 생각보다 앳된 것에 깜짝 놀랐다. 연기할 때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반가워요. 바이올렛 엔터테인먼트의 오만석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 때문에 저를?”

“혹시 아직 소속사 없으시면 저희 회사로 들어오시죠.”

만석은 돌직구를 던졌다.

괜히 돌려 말하고 그런 것은 취미에 없었다. 하지만 성우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제가 요청하는 조건만 들어주면 어디든 계약하죠.”

“도대체 그게 뭔가요?”

“일단 두 가지가 있는데요···”

*

만석이 떠난 이후.

성우는 선배들의 질투 아닌 질투에 몸살을 앓았다.

“오늘도 또 왔어.”

“이러다 너 JIP나 TG 이런 곳에 들어가는 거 아냐?”

“인기 좋은 녀석. 역시 연기는 외모가 전부야.”

마지막에 뱉은 철민의 말.

그것을 들고 혜정은 한참 웃었다.

그리고는 비수와 같은 말을 철민을 향해 가차 없이 던졌다.

“지랄하네. 성우 연기의 반만 쫓아가 봐라. 너 한테도 러브콜 들어오지.”

하지만 그 말에 철민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연기력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이었다. 무대 위에서 보낸 시각은 그가 훨씬 많았으나 재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이내 어두워지는 그의 표정을 보며 상준이 분위기를 전환했다.

“오늘도 수고했으니 소주라도 한잔 할까?”

“좋죠!”

술상이 차려지는데 필요한 시각.

그것은 불과 몇 분도 필요치 않았다.

어제 먹고 남아있던 소주 두어 병과 과자 몇 봉지만 꺼내면 끝이었다. 밖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니 무대는 곧잘 그들의 회식 장소로 애용되는 편이었다. 단장인 주이호도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딱히 막을 이유는 없었다.

“야! 흘리지 말고 먹어.”

“저 마지막에 총 맞고 쓰러지는 장면 있잖아요.”

“그게 왜?”

“지난번에 털썩 쓰러졌는데 바닥에서 술 냄새가 후욱 밀려오는 거 있죠.”

성우의 말에 다들 웃었다.

그리고는 이제 연극배우 다워졌다며 토닥였다.

생 라이브로 매일 치르는 연극이니 온갖 에피소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이 무대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했다. 때론 대사를 놓치기도 했고 때론 웃음보가 터져 곤란함에 처했다. 그런 진땀 나는 순간들은 훗날 추억으로 승화되었다.

“그런데 성우 너는 어떻게 대사를 한번 안 잊어먹냐?”

“운이 좋았죠.”

“솔직히 나도 그게 궁금했어.”

“쟤 학벌 좋잖아요. 원래 머리가 좋은 거겠죠.”

철민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구성 대학교라면 그들 역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당황하면 대사가 안 떠오르는 것은 성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대사를 챙겨주는 것은 무사귀들이었다. 심지어 안에 여럿이 있다 보니 중복 체크가 되어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그것 봐. 내 공헌이 이렇게 크다니까

‘가끔 대사 챙겨주는 게 전부잖아.’

-공연 중에 한 번 잠수 타 볼까?

두부의 으스대는 말투.

그것은 엄청 밉상이었다. 눈에 보이면 딱밤이라도 날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런 그를 조용히 시킬 방법은 따로 있었다.

‘술 마시기 싫지?’

-허억! 설마 안 주려고?

‘자꾸 시끄럽게 하면 내가 술을 확 끊어 버린다고 했어? 안 했어?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수다쟁이인 두부의 최대 약점.

최근 알아낸 그것은 바로 술이었다. 살아생전 술통을 끼고 살았다고 하더니 죽어서도 술이라면 끔뻑 죽는 그였다. 내심 두부의 말에 웃던 성우는 혜정의 말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런데 너는 기획사에 뭘 요구하는 거야?”

“나도 그게 궁금하다.”

“도대체 뭐 얼마나 큰 거를 요구하길래 다들 계약도 못 꺼내고 돌아서냐?”

“비밀이에요.”

그가 말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원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성우는 이 자리에서 그것을 공개 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계약을 성사시키기 전까지는 비밀을 유지하기로 마음 먹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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