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222화 (222/244)

[골렘마스터]  # 빛의 사도들[5]

『트롤들 중에서 빙설의 야수라 불리는 존재가 함께 끼어있

을 것입니다. 물론 소문으로만 들었던 존재지만, 아마도 확실

히 트롤들을 이끄는 수장이 그일 것입니다. 다행히 보통의 트

롤들만 있다면 저 혼자 나서도 될 테지만, 아무래도 뒤쪽의 트

롤들을 상대할 때는 두 분께서도 함께 하셔야 할 것 같습니

다.』

『호오. 그렇군. 우리 드래곤들과 인간들과의 전투 방식이 다

르다보니, 이렇게 우리가 배우게 될 점도 나오는군 그래.』

두 드래곤은 아트란이라는 골렘술사를 새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그가 마인드 스피커로 전한 말을 전혀 바꾸지 않

고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다른 능력자들에게 전했다. 곧

그들은 뛰어난 드래곤-사실은 아트란-의 머리에 감탄들을 하

면서 급히 편성된 4개조로 나뉘어 앞뒤, 양옆으로 흩어져 유리

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참여한 능력자들 중 유일하게 모든 파티에서 제외된

마법 호구 능력자 네이에르는 아주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여실

히 드러내며, 일행들의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허리까지 자라

난 길다란 풀숲을 주시하는 드래곤에게 물었다.

"위대하신 드래곤이시여. 왜 저에는 아무런 명령도 내려주시

지 않으십니까?"

네이에르라는 인물은 과연 중소 도시 연합에서 온 능력자답

게 상당히 자유분방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재 입고 있는 옷

도 귀족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자연스러움이 풍겼

고, 얼굴 표정에서도 귀족이나 강한 능력자 특유의 카리스마

가 없는 그런 편안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편안하고 따스

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화려한 마법 호구를 몸에 주렁주렁 걸치고 있었는데, 가장 유

명한 것들을 꼽자면 목에 걸린 '염화의 분노'와 손가락에 껴

진 '풍신의 눈'이 대표적이었다.

『그렇다. 아트란이라는 인간. 왜 이 자는 모든 파티에서 제

외된 거지?』

레드 드래곤이 항의를 해오는 당돌한 인간을 잠시 노려보다

가 모든 작전을 짜 준 아트란에게 마인드 스피커로 물었다. 그

의 반응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얼굴에 밝은 미소를

머금은 아트란은 가볍게 대꾸했다.

『저 사람은 마법 호구에 의존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전투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리 효율적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차라리 상황이 그렇다면 저 사람은 모든 파티

를 엄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기면 됩니다. 상황을 냉철히 지

켜보다가 밀리는 쪽이 있으면 그쪽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명령

을 내리신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과연… 말을 들어보니 그럴 듯 하군. 어쨌든 네 말을 믿고

따르도록 하지.』

그린 드래곤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아트란이라

는 인간의 뛰어난 머리를 인정했다. 물론 그의 말을 네이에르

에게 전하자, 금새 표정을 풀고 사방으로 흩어진 일행들의 중

앙에 자리를 잡았다.

쿠구궁.

겨우 일행이 안정을 되찾고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었는데, 갑

자기 아트란과 드래곤들이 맡은 지역의 앞쪽 풀숲 저편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거대한 그림자가 굉장한 수를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반사적으로 사방을 둘러보니 다

른 파티들이 맡은 지역 또한 어둠의 종족들이 직접적으로 모

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트롤입니다. 아마도 트롤들을 이끄는 빙설의 마수라는 녀석

만 해결한다면 다른 트롤들은 금세 드래곤분들의 존재감이 밀

려 항복하거나 도망칠 것입니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빙설의

마수만 잡고 다른 파티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트란은 양쪽으로 자리를 잡은 레드 드래곤과 그린 드래곤

을 바라보았다. 레드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형상인 붉은 머리

청년은 아주 가느다란 곡도를 손에 쥐고 있었고, 그린 드래곤

이 폴리모프한 형상인 근육질의 갈색 머리 남성은 짊어지고

있던 커다란 해머를 양손에 잡고 보라는 듯이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트롤의 포효소리가 풀숲을 가로질러 아트란이 서있는 곳까

지 퍼져왔다. 동시에 녀석들의 발소리가 빨라졌고, 멀리서 보

이던 검은 그림자가 확실한 형상으로 빠르게 바뀌어갔다. 곱

슬거리는 털이 듬성듬성 난 녹색의 거구. 기괴한 얼굴에는 누

런 이빨이 쫙 찢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나자 끈적이는 침이 뚝

뚝 떨어졌다. 어떤 녀석들은 치부를 가리고 있었지만, 몇 몇

의 녀석들은 미처 가리지를 못해 강한 혐오감을 자아냈다. 특

히 엄청난 불쾌감을 느낀 듯한 두 드래곤들이 얼굴 가득 분노

한 표정으로 각자의 무기를 확인하고 아트란이 미처 반응하기

도 전에 달려나갔다.

"하하하. 마치 예전의 그라디우스를 보는 것 같군. 그 때 그

역시도 저 드래곤들처럼 열혈 청년이었지. 나이는 이미 신룡

급에 다다랐지만, 생각하는 것은 여느 드래곤들과 다를 바 없

는 이기적인 종족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모습. 다만 저 드래

곤들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살아온 세월의 차이뿐인가?"

하지만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아트란은 드래곤들의 전투력

을 믿었다. 인간으로 모습을 바꾸어도 그들이 최강임에는 틀

림이 없으니 말이다. 두 드래곤을 선봉으로 내세운 꼴이 된 그

는 느긋해진 마음으로 천천히 마나장을 전개하면서 아공간에

서 대기 중인 자신의 골렘, 와이더반을 소환하기 위해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나에게 허락된 공간의 문이여, 마음으로 연결된 거인을 지

금 내 앞에 보여라. 스페이스 오픈!"

간단한 주문과 시동어가 끝나자 그의 몸에서 푸른 마나가 솟

구치며 한쪽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푸른빛이 출렁이면서 열

린 심연의 어둠은 아주 길게, 그리고 크게 팽창하면서 일정한

모양을 갖춰갔다. 아트란의 거대한 골렘. 15베타 짜리 중형급

와이더반이 아공간에서 나올 매개였다.

쿠구구구궁!

순간 심연이 막을 뚫고 거대한 존재의 발이 먼저 밖으로 드러

났다. 회색 빛의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

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깥으로 드러난 다리는 섬세하면서도

잘 조각되어진 조각상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정말로 갑옷

을 잘 차려입은 느낌의 형태였다.

쿠구구궁.

한쪽 발이 지면을 밟자 심연의 막을 통해 다른 부분이 드러나

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이어진 부분은 다리와 마찬가지로 갑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팔이었고, 그 뒤를 이어

몸통이 드러났고, 마지막으로 파란 안광을 쏟아내는 얼굴이

빠져나옴으로써 아공간과 통하는 공간의 문이 닫혔다.

와이더반. 스톤 골렘으로 분류되는 중형 골렘. 15베타를 웃도

는 엄청난 신장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주변의 모든 존재들의

시선이 그 회색 빛의 골렘에게 쏠렸다. 완전 개폐식 투구를 눌

러쓰고 있는 듯한 멋진 얼굴은 알 수 없는 위압감을 풍겼고,

플레이트 메일을 차려입은 형태를 하고 있는 전신은 와이더반

이라는 골렘의 전용무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와이더반. 탑승!"

『알겠습니다.』

8서클의 골렘술사. 그의 능력으로 인해 간단한 자아가 심어

진 와이더반이 주인의 명령에 반응하면서 거대한 손바닥을 아

래로 내리며 몸을 굽혔다. 안정감 있게 골렘의 손바닥 위로 오

른 아트란은 다시 골렘에게 명령하여 자신을 어깨에 올리게

했다.

"8서클 골렘술사라더니, 과연 대단하군. 관리를 상당히 잘 한

형태야."

그린 드래곤이 갈색의 삐죽 머리를 괜히 매만지면서 해머로

대지를 살짝 내리쳤다. 그리 강한 힘이 실린 것도 아니었지

만, 해머와 부딪힌 바닥이 움푹 파이며 주변에 금이 갔다. 아

트란은 새삼 그 엄청난 완력에 감탄하면서도 거의 가까이 다

다른 트롤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평범한 트롤들의 무리. 하

지만 그가 찾는 것은 그런 무식하게 힘만 센 녀석들이 아니었

다. 빙설의 마수라 불리는 순백의 존재. 트롤과 흡사하지만,

키메라 형태로서 마법도 사용하고 강한 지성을 지닌 모든 마

수들의 왕이라 칭할 수도 있는 녀석. 바로 그것을 찾기 위해

눈알을 굴렸다.

쿠오오오!

그때 갑자기 달려오는 속도를 올린 트롤 한 마리가 털이 듬성

듬성 자라난 녹색의 주먹을 뻗어왔다. 작은 나무하나를 통째

로 뽑은 듯이 보이는 초라한 몽둥이가 그 주먹에 쥐어진 채,

바람을 갈랐다. 아트란은 골렘에게 방어를 명령한 뒤, 로브 속

에 감춰 매고 있던 마나 보우. 그라디우스에게 선물 받은 그것

을 꺼내들고 주문을 읊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허무의 힘. 아이스 볼트!"

낮은 서클의 마법이 마나 보우에서부터 빛을 발해 작렬한

뒤,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자세가 골렘에

의해 저지된 그 트롤은 갑자기 얼굴 정면을 향해 날아드는 그

푸른 기운을 피하지 못하고 정확히 직격 당했고, 그대로 얼굴

의 일부가 얼어버려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자

아를 지닌 와이더반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바닥에 쓰러진 녀

석의 복부를, 깍지를 낀 손으로 가격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

15베타나 되는 몸으로 겨우 4~5베타에 다다르는 트롤을 상대

하니 어려울 것이 없는 것이다.

"역시 대단해. 비교적 인간의 나이로 따지면 젊은 것 같은데

도 8서클의 뛰어난 골렘술을 익혔으니, 이제 십 년 정도의 세

월만 흐르면 역사에 길이 남을 9서클 마도사가 되겠군 그래."

레드 드래곤은 멋진 포즈로 붉은 머리칼을 쓸어넘 긴 뒤, 그

에게 다가가 몽둥이를 휘두르는 트롤 한 녀석을 가볍게 상대

하고 있었다. 일단 날렵한 동작으로 몽둥이를 피한 뒤, 이어지

는 날카로운 쾌검 일격. 그럴 때마다 완만하게 휘어진 장검의

예기가 실린 검날이 트롤의 몸 부위를 잘라내며 피를 튀겼다.

"어이, 카이드로시안! 네 녀석만 멋지게 활약할 셈이냐? 인간

의 형상으로 싸우는 것도 꽤나 오랜만인 것 같은데, 나도 내

실력을 보여주지!"

고작 인간인 주제에 커다란 골렘으로 활약하는 골렘술사 아

트란과 같은 드래곤 일족의 카이드로시안의 검술을 보며 괜

히 질투심을 느낀 올리사덴부르크는 해머를 크게 회전시키면

서 말릴 틈도 없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가장 가까이 있던 트

롤 세 마리가 그를 보고 겁도 없이 달려들었지만, 당연히 그

린 드래곤은 당황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와라!"

순간 그의 해머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강철

로 이루어진 넓적한 해머의 헤드 부분이 둔한 소리로 대기를

가르며 다가선 트롤의 발등을 내리찍었고, 가격을 당한 트롤

이 발등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쿠오오오오!

같은 동족이 쓰러지자, 다른 두 마리의 트롤이 몽둥이를 마

구 휘두르면서 그린 드래곤을 덮쳤다. 두 개의 나무 몽둥이가

갈색의 남성을 짓이겨버릴 듯 쇄도했다. 하지만 그 기세가 민

망해할 정도로 공격은 허무하게 차단됐다. 강철 해머의 헤드

와 나무 몽둥이가 부딪히자 그 크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트

롤의 것이 부셔져버린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당황하게 된 것은 무식하지만 그래도 본

능적으로 감정을 느낄 수는 있는 트롤들이었다. 갈색의 근육

질 인간이 거대한 해머를 휘두르며 트롤들의 신장인 4~5베타

높이를 단번에 뛰어오르자, 입을 쫙 벌리고 뒷걸음질치던 트

롤은 애써 다가온 노력도 생각지 않고 급히 도망치려 했다.

"어딜 도망치려고!"

퍼버벅!

순간 탁한 은빛의 호선이 허공을 수놓으며 그 트롤의 머리로

이어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터진 머리에서는 녹색의 체액

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다른 트롤들은 더 이

상 아트란 일행에게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였고, 뒤만 바라

보며 도망치려 몸을 돌렸다.

쿠어어어어어어!

그때였다. 트롤들이 아트란과 두 드래곤의 힘을 이기지 못하

고 급히 몸을 돌리려 하는데, 트롤 무리의 뒤쪽에서 엄청난 포

효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도망치려 몸을 돌렸던 트롤들의

얼굴이 일순 굳어지면서 움직이질 않다가 다시 아트란 일행에

게 몸을 돌리며 처음 돌격해 올 때의 기세를 회복했다.

"포효소리 한번에 저렇게 또다시 태도가 바뀌다니. 아트란,

그대가 말한 그 녀석이 나타난 건가?"

카이드로시안이 완만하게 휘어진 장검의 검날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린 드래곤도 곧

아트란과 레드 드래곤이 선 자리로 다가와서는 서서히 모습

을 드러내는 존재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였다.

『우리 트롤들은 자유를 원한다. 인간처럼 대륙에서 마음대

로 돌아다니며 살 수 있는 그런 생명의 권리를 얻고 싶다. 파

괴신은 그것을 우리에게 약속했기에, 절대로 너희들을 살려보

낼 수 없다. 내가 죽던지, 너희들이 죽던지 둘 중 하나뿐이

다.』

놀랍게도 마인드 스피커로 녀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대 마

도 제국 시절부터 존재했던 고대의 존재, 빙설의 마수. 과연

마법 키메라의 일종이라서 그런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상당히 당당한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 두 드래곤은 어

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고, 아트란만이 상황을 직시하

며 잔뜩 긴장했다.

"빙설의 마수를 얕잡아보면 안됩니다. 고대 마도 제국의 기술

이 응집된 키메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드래곤 정도의 힘을 발

휘할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확인된 바는 아니지

만,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겁니다."

"호오, 그래? 드래곤과 비슷하단 말이지?"

오히려 드래곤들은 아트란의 의도했던 거와는 다르게 역반응

을 보였다. 조심하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꺼낸 말인데, 오

히려 그들은 드래곤의 특성 중 하나인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실실 웃고 있었다.

쿠구구궁.

드디어 트롤 무리들 사이로 빙설의 마수가 완전히 모습을 드

러냈다. 트롤들을 이끄는 녀석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들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 흰색의 털이 복슬거리며, 눈과 코, 입 모두

가 털에 덮여 왠지 순한 인상으로 보이고 있었다. 얼굴과 동일

하게 온 몸도 흰색의 털로 가득했고, 바깥으로 드러난 부분

중 손톱과 발톱은 아주 날카롭고 길었다. 차라리 트롤이라기

보다는 설인이라고 칭하는 것이 나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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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결국 우리 4강까지 갔습니다.

일단 화요일이 임시 공휴일이 될 수 도 있는 희망이 있다죠?

하핫. 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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