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216화 (216/244)

[골렘마스터]  # 신과 드래곤의 화합[3]

"쿨럭쿨럭. 쿨럭. 진작에 텔레포트를 사용할 걸 그랬구먼. 나

의 실수였네. 자, 이리로 모이게나. 지금 당장 빠르게 이동하

겠네."

실피스의 말에 일행 모두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

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 말 없이 그의 옆으로 다닥다닥 붙

어 자리를 잡았다. 일행 모두가 범위 안에 들어왔음을 확인한

그는 곧 입술을 들썩이면서 주문을 읊기 시작했고, 그랜드 서

클이 사라지면서 해체한 결계에서 돌아온 마나가 충분히 작용

하며 시전되기 시작했다.

샤아아앙!

순간 밝은 빛이 그가 쥐고 있던 지팡이에서 터져 나왔고, 그

빛에 갈무리된 일행 모두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흐아아아압!"

그때였다. 잠깐 눈을 감은 사이,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졌

다. 함성소리. 그리고 기합소리. 신음소리. 게다가 강렬한 파

공음과 파열음이 일행의 정신을 바짝 들게 했다.

『텔레포트가 완료됐다! 빨리 정신 차려라!』

꾸오오오오!

텔레포트의 힘으로 이동된 일행들 중, 가장 먼저 눈을 뜬 가

이트리아가 크게 포효하며 일행에게 경고했다. 그리고선 막

주인을 내려다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하던 골렘은 갑자기 왼편

에서 날아드는 가느다란 흑색의 줄기들을 보았다. 심상치 않

은 기운이라고 생각한 골렘이 손바닥을 뻗어 줄기를 막았는

데, 손바닥과 부딪힌 흑색의 기운들이 큰 폭발을 일으키며 골

렘의 몸을 일정 거리 밀어냈다.

콰과과과광!

"가이트리아! 괜찮아?"

다행히 골렘의 포효소리로 인해 정신을 차린 아투가 저만치

밀려나는 가이트리아를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다른

일행들은 어디선가 공격을 가해오는 존재 때문에 바짝 긴장

한 채, 각 각 나름대로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가이트리아는 주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가볍게 몸을 일

으켰다. 그리고 한쪽 손을 들어 공격해온 방향을 가리키며 말

했다.

『저기다! 저기 나이츠…. 아니 중급 마족 섀도우 나이트가

있다.』

나이츠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아투의 고개가 골렘의 손가

락 끝을 쫓고 있었다. 다른 일행 역시 스산한 기운이 풍겨오

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곧 이번 소동의 원흉을 발견할 수 있었

다. 특히 샤우드 백작의 표정은 아주 기묘하게 일그러졌는데,

아투는 그의 얼굴을 보고 그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친

구를 잃은 슬픔. 그것보다 더한 마음일 것이니라.

"크크크크. 이거 내가 직접 성까지 가지 않아도 되겠군."

섀도우 나이트. 나이츠의 몸을 빼앗은 녀석은 지금 지면에서

3베타 정도 거리에 있는 허공에 떠 있었다. 이미 그를 제압하

려 했었던 신관들은 대부분이 상처를 입고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고, 이 일대에는 죄 없는 퓨티아 제

국의 병사들의 시체만이 즐비했다.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보고

그 처절함과 비참함 때문에 눈에 불을 켠 아투가 일행의 제일

앞으로 나서 소리쳤다.

"섀도우 나이트! 치사하게 인간의 몸을 차지하고서 무슨 짓

을 하는 거냐! 당장 나이츠를 돌려줘!"

"나이츠? 크크크. 이 몸의 주인 이름이었지. 흠. 내가 지금 이

몸에서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되는 지나 알고 말하는 것이냐?

지금 나이츠라 불리던 인간의 영혼은 육체에서 소멸한 지 오

래이다. 내가 빠져나가는 순간, 이 몸은 죽게되는 것이지. 크

크크크."

"웃기지 마라! 마족의 사악한 영혼에게 패할 나이츠가 아니

다! 네 녀석이 빠져나간다면 나이츠는 분명 정신을 차릴 것이

다! 치잇, 빨리 나이츠의 몸을 돌려주란 말이다!"

섀도우 나이트의 말을 들고 있던 샤우드 백작이 발끈하여 누

가 말릴 새도 없이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티탄과 황성 수비

대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급히 뒤따랐지만, 풍검술의 부드러

운 동작을 마스터한 그를 쫓기에는 황성 수비대가 익힌 기술

이 너무 투박했다.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질 뿐이었다.

"오호? 대륙에서 풍검술을 전수 받은 자 중, 한 명인 샤우드

백작인가? 좋아. 과연 이 몸의 주인인 나이츠의 풍검술 수준

이 높은 지, 네 녀석의 수준이 높은 지 시험해보도록 하자!"

순간 섀도우 나이트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이 피어올랐

다. 샤우드는 진지하지 못한 마족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나는 모

양인지 재빨리 허리에 찬 보검을 뽑아들고는 녹색의 기류를

주입했다.

"타핫!"

그가 땅을 박차고 허공에 떠있는 마족을 향해 날아올랐다. 비

릿한 웃음을 흘리며 백작을 도발시키던 섀도우가 양쪽으로 손

을 펼치자, 그를 중심으로 막대한 양의 마기가 뿜어져 샤우드

백작을 포함한 작은 공간 안쪽에 막을 생성해냈다. 녀석은 방

해받지 않고 백작과 일 대 일 대결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흐아앗!"

하지만 백작은 그 무서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조건 섀

도우 그 한 녀석만을 눈에 담은 채 검을 휘둘렀다. 녹색의 호

선이 넓게 허공을 가르며 섀도우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후우우웅!

"크크크크. 과연 날 벨 수 있을까?"

녀석이 그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내뱉은 순간, 백작의 검 끝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섀도우의 목 언저리에서 절묘하게

멈춰 섰다. 동시에 회심의 미소를 지은 녀석이 검을 쥐지 않

은 손을 쭉 내밀어 가까이 접근한 백작의 가슴을 가격했다.

퍼버벅.

강력한 타격음과 함께 백작이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으

로 떨어졌다. 등부터 떨어졌기에 그 충격은 배가 되었는지, 백

작은 잔기침을 하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 다시 싸울 자세를

잡았다. 마족의 기운으로 생성된 막의 바깥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

었다. 막을 깨기 위해 실피스의 마법이 작렬했고 가이트리아

의 거대한 다크 바스타드가 허공을 갈랐지만, 아직까지는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런… 백작. 너무 시시하지 않은가? 크크크크."

"네 녀석의 여유도 지금까지다! 나이츠를 죽이지만 않으면 되

는 것이지, 그렇다고 널 공격하지 못할 것도 없다!"

순간 몸을 웅크리고 있던 백작이 뛰어난 탄력으로 몸을 솟구

쳐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방심하던 섀도우는 놀라운 그 동

작에 저도 모르게 감탄을 하면서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흑세검

을 쥔 손을 위로 끌어올렸다.

카강.

금속성 마찰음. 불꽃이 튀며 백작의 검이 뒤로 튕겨나왔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재차 공격의 기세를 늦추지 않기

위해 몸을 낮게 깔며 발목을 노리고 검의 흐름을 이어갔다. 그

렇다고 섀도우가 당할 존재도 아니었다. 가볍게 코웃음을 친

녀석은 살짝 몸을 띄워 공격을 피한 뒤, 그대로 날고 있는 자

세에서 한쪽 발로 강하게 발차기를 시도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발이 백작의 얼굴에 꽂혔다. 휘청

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백작의 얼굴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코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하지만 백작의 얼굴에는 기

필코 해내겠다는 그런 의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풍검술. 바람을 지배하는 자의 힘을 보여주소서! 광풍검!"

고통을 참으며 검을 가슴으로 끌어당겼던 그가 소리치자, 갑

자기 검날을 둘러쌌던 녹색의 기류가 잠잠해졌다. 섀도우는

갑자기 힘을 거두는 그를 보며 그가 포기를 했다고 생각했는

지 킥킥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백작은 그것을 노렸

다는 듯이 회심의 미소를 띄며 최대한 빨리, 그리고 몸 안에

갈무리해둔 모든 기운을 검날을 통해 뿜어냈다.

푸쉬이이이이!

"뭐, 뭐냐, 이 기술은!"

마족 섀도우, 그가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백작의 검날을

타고 뿜어진 복잡하게 뒤엉킨 칼날 기류들이 수백 개나 뿜어

져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낙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던

터라, 피하기가 쉽지가 않아 보였다. 결국 피하는 것보다 차라

리 맞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녀석의 검이 앞쪽으로 튀어

나왔다. 흑세검에는 백작과 동일한 녹색 기류가 강하게 맺혀

빛을 발했다.

"과연 풍검술이 전해지는 가문의 혈통답군! 풍검술의 힘으로

는 내가 당해낼 수가 없겠어! 크크크크크. 하지만 난 인간이

아니라 마족이다! 풍검술 따위의 힘에 의존하지 않으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지!"

돌연 흑세검에서 풍겨지는 바람의 기운이 사라지고, 짙은 마

기가 서렸다. 심연의 어둠이라 생각되는 검은빛이 묘하게 검

날을 둘러쌌고, 그것이 완벽해지자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섀

도우가 날아드는 녹색 기류의 칼날을 일일이 베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녹색 기류의 칼날들은 녀석을 노린 것이 아닌 모

양인지 허공에서 크게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쇄도하고 있

었다.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아차'싶은 섀도우가 급히 주변을

둘러싼 마의 보호막을 강화하려 했지만, 이미 한발 늦은 후였

다. 날카로운 기류가 벌써 막을 갈가리 찢어놓았던 것이다.

"막이 사라졌습니다! 빨리 샤우드 백작을 보호해요!"

바깥에서 골렘과 함께 발만 동동 구르던 아투가 가장 먼저 막

이 소멸함을 발견하고는 앞으로 튀어나가며 소리쳤다. 이에

대기 중이던 황성 수비대와 티탄이 바람처럼 달려가 힘을 모

두 소진한 듯 쓰러진 샤우드 백작을 부축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아투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어느

새 달려온 바주크. 우드 골렘 가이트리아와 궁중 마법사 실피

스, 제국의 황제 미스티가 남았다.

섀도우 나이트는 백작의 기지에 당했다는 것 때문에 약간 충

격을 먹은 모양인지 멍해진 표정을 짓고 있다가 주변을 둘러

싸는 제국의 인물들을 보며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 이런…. 쟁쟁한 인물들이 다 모이셨군 그래. 비

정상적으로 강한 골렘을 소유한 골렘술사. 그리고 드래곤이

선물한 팔찌에서 정령을 불러내는 소녀. 9서클 대 마도사인 궁

중마법사와 죽음을 불사하는 키메라 전사라. 하지만 가장 거

슬리는 녀석은!"

녀석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지며, 검은 기운이 뿜어져 한쪽 공

간과 부딪혀 폭발했다. 하지만 다크 임팩트는 곧 잠잠해졌고,

폭발을 일으킨 공간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왔다. 그 빛을 보고

익숙하다고 느낀 아투는 시야에서 확인되는 존재들을 보며 희

색을 띄었다. 바로 엔젤 나이트의 수장인 화이엘과 지상계에

강림한 절대 존재 창조신 3명이었기 때문이다.

"후우. 섀도우. 이제 저 분들까지 나타나셨으니, 포기하는 게

어때?"

아투는 자기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는 생각 때문인지

골렘을 위해 전개했던 마나장을 줄였다. 가이트리아 또한 화

이엘과 함께 나타난 인물을 확인하고는 그들이 곧 누군 지를

깨닫고 다크 바스타드를 아래로 내렸다.

"크크크크. 저 여성은 엔젤 나이트의 수장 화이엘이군. 하지

만 그 뒤에서 더욱 강한 신성력을 풍기는 존재 셋은 누구지?

못 보던 얼굴인데… 새로 파견된 엔젤들인가?"

섀도우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흑세검을 쥐고 방어 자세를 잡

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강력한 신성력이 주변을 가득 메워 마

기가 재대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모두가 타크니스의 명을 곧장

따르지 않고 장난을 치려한 녀석의 잘못이지만 말이다.

"섀도우 나이트라고 했습니까?"

빛의 신 샤이트리아가 조용히 물었다. 아투는 숨을 죽이며 섀

도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런 이름 따윈 중요하지 않지.

크크크크. 그나저나 네 년의 정체는 뭐냐? 이 정도 신성력이라

면 엔젤들 중에서도 상급 이상은 갈 것 같은데 말이다."

"그건 지금 말씀드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당신이 이

곳에 방문한 목적을 밝혀주십시오."

샤이트리아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마족에게 다시 말했다. 다

른 두 창조신들 또한 묘한 표정으로 섀도우를 바라보고 있었

다. 그들의 태도에서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낀 녀석은 조금 주

눅이 든 얼굴색을 한 채 낮은 어조로 답했다.

"타크니스. 어둠의 마왕님이 전하라는 말씀이 있었어 왔지.

원래는 그분의 말씀만 전하면 가려고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말해줄 수 없습니까?"

섀도우는 순간 깡마르고 병약하게 생긴 소녀가 수작을 걸려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비릿하게 웃었다. 잠시 머리

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던 녀석은 이내 좋은 방법이 떠오른 모

양인지 손가락을 흔들며 거절했다.

"말해줄 수 없겠는데? 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의 움

직임을 방해하는 이 신성력의 막을 거두면 또 모를까?"

협상을 하려하는 마족의 태도에 샤이트리아는 속으로 허허거

렸다. 하지만 최대한의 평정을 유지하며 일관된 표정으로 손

을 들어올려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튕겼다.

탁.

작은 소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있던 신성력의 막이

사라졌다. 섀도우는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 마기를 느끼고

더욱 기세가 살아났다.

"크크크크. 말귀는 잘 알아듣는 년이군. 그래, 나의 요구에 따

랐으니 타크니스님의 말씀을 전하지. 잘 들어라. 지금 네 녀석

들이 죽기살기로 찾고 있는 파괴신과 타천사 무리들은 현재

천공섬 이카루스에서 힘을 회복중이다. 물론 마왕님의 입에

서 직접 나온 말이니 틀린 것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마왕님

의 심중까지 알 수는 없지만, 네 녀석들에게 이런 정보를 흘린

다는 것이 그렇게 내키지는 않는군. 크크크크."

"천공섬 이카루스……. 좋은 정보입니다. 이제 더 이상 전할

말은 없습니까?"

"크크크크. 이제 없어. 어쨌든 난 내 역할을 다 했으니 그만

가봐야겠어. 아무래도 너희들의 능력이 너무 신경 쓰이거든.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계속해서 엄청난 존재감을 풍기는 세 명 때문에 속으로 불안

감을 느끼고 있던 섀도우는 애써 당당한 태도로 마기를 끌어

올려 재빨리 이곳에서 사라지려 했다. 하지만 순간 녀석의 눈

에 손을 들어올리는 그 세 명의 동작이 눈에 들어왔고, 지금

껏 안정적이던 인간의 육체 속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들끓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미 주변으론 또다시 강력한 신성력이 펼

쳐져 한 톨의 마기로도 대항할 수 없었기에, 이대로 가다간 소

멸할 수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녀석의 머릿속을 스쳤다.

---

후아.. 내일은 결전의 날. 16강전입니다.

모두 응원합시다^^*

13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