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부활, 알 수 없는 내일[2]
너는 나를 감히 부정할 수 없다. 너는 나의 일부. 이제 그것
이 증명되리라. 그리고 파괴하리라. 모든 걸을 멸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코스모스. 대우주마저도 파멸이 길로 인도하리
라. 너는 꼭 그리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말에 넘어가지 않아요. 당신은 역시 악마인가요?'
악마와는 거리가 먼 존재. 나를 악마라 부르는 자들도 많았지
만, 난 엄연히 그와 상극인 존재. 너와 동일성을 가진 존재이
다. 아니, 나는 너 자체이니라. 그러니 나를 부정하려 발버둥
을 치지 말고 나를 따르거라. 그리고 나에게 동화되거라. 네
가 인간으로서 신을 거부하게 된 것도, 또 그들을 심판하겠다
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나의 힘이었다는 것을
너는 떠올려야 한다.
'웃기지 말아요! 당신 같은 악마의 목소리에 속아넘어간 많
은 신관들이 결국은 악마의 인형이 되어 지상계를 파괴하다
가 신의 힘에 의해 심판을 받았어요. 나는 그들과 똑같은 길
을 걷지 않겠어요.'
다이티는 애써 상대의 목소리를 부정하려 마음의 문을 닫으
려했지만, 이미 동요가 된 마음이 쉽게 진정될 리가 없었다.
다행히 마음 속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는 것은 아니니 그것
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제 죽음의 낫을 손에 쥐고 의식을 행하는 주문을 외우면
되는 거군요."
그는 아파오는 머리를 살짝 짚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몸에
충만해진 신성력이 그를 지탱하고 있기는 했지만, 조금의 긴
장이라도 풀게 된다면 엄청난 정신적 피로로 금방이라도 쓰러
져버릴 것만 같았다. 제단 위에 올려진 죽음의 낫. 은빛의 낫
자루와 그 끝에 휘어진 칼날이 달린 물체가 다이티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오므려 그것
의 자루 부분을 쥔 뒤, 몸으로 끌어당겼다.
웅웅웅웅!
공명이 시작되었다. 제기들이 그의 몸에 일치하면서 그의 몸
속이 차분히 갈무리된 신성력과 제기 그 자체의 힘이 엄청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엄청난 기의 바람이 일
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바위를 부수고 땅을 패이게
하며 나무를 베고 지나갔다. 의식이 끝날 때까지 그의 보호를
책임지게 된 타천사 루카엘조차도 세라핌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고서 급히 방어막을 쳐야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큭큭큭. 이제 거의 끝나 가는군. 이로서 우리 타천사들도 다
시 천상계 복귀인가?"
루카엘은 길다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면서 몸을 보호하
기 위해 늘였던 날개를 다시 적당한 크기의 빛으로 만들어 회
수했다. 하늘에 떠있는 그녀의 코발트빛 눈동자가 다이티를
뚫어져라 향해 있었다.
쿠아아아아아앙!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랜드 서클의 엄청난 힘만이 작용하고
있던 하늘의 저편에서 엄청난 황금빛의 기둥이 창공을 가르
며 정확히 다이티가 서있는 장소를 향해 날아왔다. 루카엘은
그 빛에 실린 힘이 엄청남을 깨닫고는 반사적으로 손을 앞으
로 내밀어 빛의 검을 소환했다. 곧 빛의 검이 길게 늘어나면
서 허공을 가르며 황금빛의 기둥을 막아냈다.
퍼버버버벙!
요란한 소음과 함께 황금빛 기둥이 그 입자를 흩뿌리며 소멸
했다. 하지만 그것을 막아낸 루카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신성력이 집약된 빛의 검이 함께 소멸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왔군, 드래곤 로드 그라디우스."
그녀의 눈빛이 먼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곧 붉은 구름 위로
치솟아 모습을 가리고 접근하던 드래곤 무리들의 모습이 뚜렷
이 확인됐다.
대략 그 수는 십 여 마리로 보였다. 하지만 얕볼 것이 아닌 것
이 그들은 모두 4000살이 넘어선 고룡급 드래곤이라는 사실이
었다. 루카엘은 대기에 스며들어 모습을 감추고 있던 남은 타
천사들을 급히 불러낸 뒤, 그녀들과 함께 다이티의 주변을 빈
틈 없이 막았다.
아투를 비롯한 아투 일행-미스티, 바주크, 소울드의 리치, 화
이엘, 루미니 공작, 샤우드 백작-은 방금 전 실버 드래곤의 등
에서 내린 뒤, 급히 그라디우스의 거대한 등에 올라 있었다.
300베타를 능가하는 신룡급 드래곤인 그의 등판은 마치 황금
빛으로 물든 평원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
로 거대했다. 때문에 그의 엄청난 본체의 모습에 압도된 일행
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드래곤의 인도
에 따랐다.
그리고 방금 전, 앞을 내다보던 그라디우스가 입을 크게 벌리
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엄청난 크기의 빛의 기둥. 즉 골
드 드래곤의 특기인 광선 브레스를 내뿜었다. 황금빛의 기둥
이 그의 입에서부터 하늘을 가르며 늘어졌지만, 이내 그 목표
지점 근처에서 무언가에 가로막혀 폭발했다. 아투 일행도 놀
랐지만, 로드의 엄청난 힘을 아주 잘 알고 있던 고룡급 드래
곤 무리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내가 경고했던 그 타천사다. 드래곤들은 타천사들을 막기
로 하고, 아투와 다른 사람들은 빨리 아래로 내려가서 다이티
가 행하는 의식을 막아라.』
"아, 알겠습니다. 그라디우스님. 조심하십시오."
아투는 그라디우스의 명령을 듣고 재빨리 대답했다. 그리고
는 뒤를 돌아보며 미스티의 손을 꼭 잡았다. 샤우드 백작의 옆
으론 루미니 공작이 붙었고, 바주크는 대검을 등에 짊어지면
서 홀로 자세를 잡았다.
"좋습니다. 타천사는 그라디우스님과 드래곤들에게 맡기도
록 하고, 우리들은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지요. 루미니 공작님
께서는 와이번 나이트들에게 하강하도록 명해주세요. 화이
엘, 화이엘은 어떻게 할 셈이야?"
아투는 백색 날개를 펄럭이며 활공을 시작한 그녀를 보며 물
었다. 그녀는 보라는 듯이 아투의 주변을 빙그르르 회전하면
서 가볍게 답했다.
"물론 나는 드래곤들을 도와 타천사들을 막아야할 것 같은
데? 호호호호. 금방 끝내고 지원할 테니까, 조금만 버텨 줘."
"알았어. 그럼 우리들이 먼저 내려가서 어떻게든 의식을 막아
볼게. 하지만 오래 버틸 자신은 없으니까 금방 끝내고 와줘야
돼."
아투는 그녀에게 당부의 말을 건네면서 다시 고개를 돌려 일
행을 바라보았다. 미스티는 이미 굳은 결심을 한 듯, 입을 꼭
다물고는 은빛 팔찌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루미니 공작과
샤우드 백작은 검집에 손을 가져간 채, 언제라도 뽑을 수 있
게 대비했고, 바주크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투의 등에 바짝 붙
었다. 리치도 마기를 끌어올려 주변으로 이미 가득 차 있는 신
성력을 방어하기 위해 방어막까지 친 상태였다.
"그럼 갑니다!"
그의 외침에 그라디우스는 인간들이 뛰어내리기 편하도록 고
개를 아래로 숙였다. 제일 먼저 황금빛 곡선을 따라 아투의 몸
이 아래쪽으로 쭈르륵 미끄러졌다. 뒤이어 미스티가 그의 뒤
를 따라 뛰어내렸고, 아투가 그녀의 가녀린 몸을 받아들고는
비행 마법으로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루미니 공작은 풍
검술의 힘으로 날 수 있는 샤우드 백작의 도움으로 함께 아래
로 내려갔고, 바주크는 어이없게도 아무런 도움 없이 홀로 무
작정 뛰어내렸다. 가장 늦게 움직인 리치가 그를 붙잡아주려
했지만, 이미 강한 중력의 영향으로 영향력 안에서 훨씬 벗어
난 뒤였다.
탁.
아투는 가볍게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는 미스티를 편
히 바닥에 내려주었다. 곧 그 둘의 시야에 환한 빛이 들어왔
다. 동시에 강력한 기의 폭풍이 그들이 내려선 대지를 휩쓸며
요동쳤다. 칼날 같은 바람이 아투와 미스티의 옷을 볼썽 사납
게 찢어냈고, 부드러운 살갗에 가느다란 상처를 입혔다.
제단이 놓여져 있고, 그 앞에 파괴의 조각 전부를 몸에 걸친
다이티가 보였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살펴보더라도 그의 몸
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파괴의 기와 신성력을 느낄 정도로 푸
르스름한 빛이 커다란 구를 이루어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게
다가 예전의 온화하고 평온하던 다이티의 얼굴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로지 살기와 파괴의 충동. 그리고 붉은 눈빛
만이 넘실거리며 아투 일행을 압도했다.
"이제 의식을 끝맺는 주문을 읊는 것만이 남았도다. 너희들
이 아무리 날 방해하려 해도 날 막을 순 없다."
평소의 다이티가 아니었다. 차분하고 예의 바르던 그의 말투
가 이제는 완전히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가 되어 있었다. 아투
일행. 특히 다이티를 눈에 담던 미스티의 얼굴이 보기 좋게 질
렸다.
"다이티. 지금 당장 모든 의식을 중지하십시오! 당신도 타크
니스에게 속은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신이 되는 방법을 건네
받은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몸 안 깊숙이 잠들어 있는 파괴의
존재. 바로 파괴신이 부활하는 방법을 건네 받은 것입니다!"
"웃기지 마라! 지금도 계속 내 마음속에서 이상한 녀석이 지
껄이고 있었다. 물론 악마의 속삭임이겠지. 아니면 너희들이
나에게 수작을 거는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절대 속지
않는다! 내 온 몸의 감각 하나 하나가 지금 하는 일이 아주 잘
된 일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미 나는 신의 경지에 거의 다다
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힘을 포기하고 다시 평범한 인간
이 되어 지금껏 벌여놓은 일의 책임이나 지게 하려고 하는 수
작이라면 입 다물고 지켜 보고나 있어라."
아투의 설득에도 다이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예 마
음의 문을 닫아버린 듯 그는 완고하면서도 딱딱한 표정이었
다.
"다이티. 지금 당신은 마음 속 파괴신의 의해 조종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당신은 빛의 신을 섬기는 존재이
니, 그 분의 뜻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새기면서 파괴신
의 영혼을 멸해야합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아투는 마
지막으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예상대로 역시 다이티
는 그의 말을 철저히 무시했다. 미스티가 아투를 도우며 다시
설득의 말을 건네려 했지만, 이미 다이티는 무언가를 하려는
듯 손을 휘저으며 입을 들썩였다. 그를 본 루미니 공작이 외쳤
다.
"머뭇거릴 시간이 어디 있나! 빨리 저 자를 막아야 하네!"
바닥에 내려선 루미니 공작이 제법 능숙한 동작으로 검을 뽑
아들고는 바닥을 박차고 달려갔다. 하지만 제단을 등지고 서
있던 다이티는 그의 움직임을 보면서도 일관 똑같은 표정이었
다.
"루미니 공작님! 혼자 행동하면 위험합니다! 아투 백작, 바주
크, 리치. 모두 공작님을 보호하게나!"
샤우드 백작은 성급히 행동하는 공작을 보면서 불길한 예감
을 했다. 풍검술을 극도로 끌어올리자, 그가 쥔 검의 검날이
녹색의 기류에 휩싸였다.
"마지막으로 외우는 신성 주문이 될 것이다. 어둠 속 한 가닥
희망. 그 희망을 지키려는 아련한 빛이 소생하여 나와 그대,
그리고 모두의 것을 지켜주리라. 신의 의지가 담긴 장막이여,
나타나라. 이지스 전개!"
신의 방패라 칭해지는 이지스. 지금 신성 마법의 최고봉인
그 마법이 예전 신성 제국의 교황 다이티의 입에서 흘러나와
엄청난 신성력을 머금은 막을 형성하였다. 막 상대의 목을 정
확히 노리고 휘둘렀던 루미니 공작의 검이 그 막에 부딪혀 퉁
겨 나왔고, 반발력을 이기지 못한 공작이 뒤로 넘어졌다.
"큰일이다! 이지스라면 드래곤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은… 고
서클의 마법이 아닌 이상은 절대 뚫을 수가 없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방어 자세를 잡긴 했지만, 공작의 얼굴
에 낭패의 빛이 떠올랐다. 그의 옆으로 다가간 샤우드 백작은
조급해진 그를 진정시키면서 함께 뒤로 물러섰다.
"안 되더라도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저는 해
보겠습니다! 가라, 가이트리아. 토네이도 펀치!"
순간 조금 쳐져 있던 아투가 호기로운 목소리로 외치며 앞으
로 달려나왔다. 그의 신형을 쫓아 거대한 갈색의 그림자, 가이
트리아가 대기를 찢는 강렬한 기류에 휩싸인 주먹을 치켜들고
는 무게를 실어 이지스 막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콰과과과과광!
상당한 폭음과 함께 이지스 그 푸른 신의 방패가 흔들거렸
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 골렘의 공격에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웃기지 마라. 신의 방패. 그들의 어리석은 권능이 담긴 마법
이긴 해도, 인간이 신의 힘에 대항할 수는 없다. 너희들도 그
들에게 화가 치밀지? 그렇다면 나를 믿어라. 내가 곧 그들을
정화하고 이 세상을 인간들이 원하는 곳으로 만들어주겠다."
분명 아무런 마법도 사용하지 않은 다이티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대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면서 하늘에 생성된 그랜
드 서클. 그 파괴의 힘이 담긴 신성 마법진과도 반응했다. 심
상치 않은 그의 모습에 아투 일행은 점점 더 조급해져만 갔다.
"자, 봐라. 내가 신이 되는 모습을. 모든 것을 창조하는 대우
주 코스모스의 힘이여. 그대의 힘으로 창조된 위대한 권능을
지닌 존재, 갓. 내가 지금 갓으로서 부활하려 한다. 피를 머금
은 하늘이여, 분노를 토해내는 대지여, 눈물을 흩뿌리는 바다
여. 나에게 너희들의 그 순수한 자연의 힘을 전해라."
"큰일이에요! 다이티가 의식을 끝맺는 주문을 읊기 시작한
것 같아요!"
미스티가 급히 다이티의 행동을 보며 소리쳤다. 그녀를 보호
하는 임무를 제 1 목적으로 삼고 있는 리치는 그녀의 앞을 막
아선 채, 잔뜩 마기를 손에 모으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투가 가이트리아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도록 명령했다.
순식간에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마나장의 세기가 증가했고, 골
렘의 노란 안광이 더욱 짙어졌다. 녹색 회오리에 휩싸인 거대
한 골렘의 깍지 낀 손이 신의 방패 이지스를 향해 해머처럼 떨
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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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부분 쓰면서...
뭔가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지만, 글빨이 받지를 않네요.
이상하게 써진 것 같지만, 이해해주세요. 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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