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때가 임박하도다[1]

때가 임박하도다

언데드 드래곤의 폭주로 인하여 파괴되었던 퓨티아 제국의

수도 에리아와 황성 홀리 캐슬. 물론 시민들과 여러 각 국의

협조, 그리고 황성의 사람들과 황제의 열정으로서 복구가 되

어 예전보다 더 왕성하게 문화와 예술이 번성하고 있었지만,

이번 다이티 세력의 무력 도발로 인하여 이제는 다시 폐허를

방불케 하는 전경으로 변해 있었다.

황성 수비대 로얄 가드인 티탄의 보고에 의하면 다이티 세력

의 주 병력은 정령 마법과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다크 엘프

부대라고 했다. 이번에도 그들이 정령 마법으로서 몸을 감추

고 성벽 안까지 침투해 기습을 했기에, 피해가 컸던 것이라고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강인한 체력을 자랑하며 엄

청난 힘으로 무기를 휘두르는 리자드 맨의 공격도 아주 대단

했다고 했고, 전투 종족인 묘인족의 힘은 일반 병사 열 명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고 한다. 물론 트롤의 그

놀라운 재생력과 커다란 신장,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힘은 모

든 이들이 아는 사실이기에 간단하게 언급을 하고 지나갔다.

어쨌든 그들은 순식간에 거의 텅 비어있다시피 한 수도를 장

악하고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황성 수비대를 협박했다

고 한다. 수비대 총 책임자 및 지휘를 맡고 있는 티탄으로서

는 제국의 입장으로서 그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성문을

열었고, 결국 그들의 무력 도발로 인하여 엄청난 전투를 벌이

게 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다이티 세력의 뿌리를 뽑기 위한 좋은 의도를 가

지고 병력을 움직였던 일이 더 큰 일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다이티 세력은 황성을 휩쓸며 파괴의 조각들을 모두 가져가

버렸고 이제 다이티는 그것이 자신을 신으로 만들어줄 물건이

라 생각하면서 의식을 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음흉한 타크

니스의 계획대로 그의 몸에 잠들어있는 파괴신의 영혼이 깨어

나면서 지상계에 파괴신 디스트로이어가 부활할 것이고….

현재 다이티 세력에 의해 유린된 수도는 복구 작업이 또다시

한창이다. 성의 동쪽 지역이 심하게 파괴된 홀리 캐슬 역시 아

직 메션 왕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골렘술사들의 도움으로 복

구 작업 중이었다. 물론 연합군에 가세하기 위해 출동했던 신

성기사단과 일부 고위급 신관들, 루니미 공작의 철갑 기사단

과 와이번 나이트들도 현재 수도로 돌아와 혹시나 또다시 있

을지 모르는 무력 도발에 대비했다.

황성의 동쪽이 크게 파괴되면서 황제의 집무실을 비롯한 침

실 등등, 황제의 개인적 사무적 공간이 모두 파괴되었다. 때문

에 대륙의 최강국인 퓨티아 제국의 황제 미스티는 초라하게

만들어진 작은 막사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

공격에 의해 파괴된 곳은 궁중 마법사 실피스의 개인 공간도

포함되는 곳이었기에, 그 역시 지저분한 막사 하나를 설치하

고는 연신 투덜거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며 생활

했다.

현 제국의 황제 미스티의 막사.

제국의 황제를 비롯하여 그녀와 관계가 깊은 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게다가 하나 같이 심각하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

기에 분위기는 그만큼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잠깐이라도 멈춰주었으면 좋겠어요. 후

우. 계속 시간은 가고 있고, 다이티도 분명 의식을 행하기 위

해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답답하군요."

미스티는 현재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정말로 시

간을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고대 마도 제국 시절에도 그런 일이 가능했다

는 말은 없었으므로.

"현재 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나서서 급히 다이티 세력의 새로

운 거처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곧 좋은 소식이 올 것입니다."

그루나시엘은 약간 태평한 듯한 말로 황제의 걱정을 덜어주

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한 모든 이들이

그의 태평한 말투를 의식하고는 눈치를 주었다.

"흠.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파괴신이 부활하

여 순식간에 지상계가 파괴될 지도 모른다. 지상계가 파괴된

다면 우리 드래곤들도 별 수 없이 멸망의 길을 걷게 되겠지.

흐으음. 안되겠다. 우리 드래곤들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각 드래곤 족의 장로들을 소집하여 그

들의 힘을 빌리도록 할 테니, 너희들은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해

라. 나와는 달리 드래곤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한 녀석들이니,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럼 나는 잠시 나의 레어로 돌

아가 드래곤 회의를 소집하지."

드래곤들 역시 협조를 하겠다고 말을 한 그라디우스는 곧 제

국의 황제 미스티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는 가볍게 용언 마법으로 모든 거리를 무시하고 자신이 레어

가 있는 칼리어 산맥으로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엄청난 전

력이 될 그가 사라지는 것을 잠시 안타깝게 바라보았지만, 대

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든 드래곤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아쉬움을 달랬다.

"드래곤들까지 협조를 해준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약간은 석연치 않은 일이 있으니……."

어제 연합군과 함께 황성으로 돌아온 루미니 공작이 약간 이

상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그에게 시선을 고

정했다.

"무슨 말씀이죠?"

"사실 메션 왕국에서 엄청난 도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

니 무력 도발로 인한 국가적 물건의 강탈이었습니다."

"서, 설마 그것 또한 다이티 세력의 짓인가요? 하지만 굳이 위

험을 무릅쓰면서 메션 왕국의 물건에 손을 댈 이유가 없을 텐

데."

미스티 역시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물었다.

"강탈당했다는 물건이 뭐죠?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강탈당했

다는 건가요?"

"강탈당한 물건은 메션 왕국의 국왕에게만 전해진다고 하는

마법 왕국의 로드의 상징 아크 스태프라고 합니다. 그리고 강

탈 상대는 엄청난 마기를 뿌리며 지옥의 개 켈베로스를 타고

종횡무진 수도를 농락하고 왕성 아크 로드를 침범하여 그를

따르는 용병 백 여명과 함께 아크 스태프를 강탈, 유유히 사라

졌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 용병은 모조리 죽었다고 하

더군요."

엄청난 마기와 켈베로스라는 단어가 공작의 입에서 흘러나오

자 사람들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마족인가?"

현재 수도 주변으로 형성한 결계의 유지 때문에 엄청난 마나

소모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실피스가 다 죽어 가는 것처럼 창

백해진 표정으로 조용하게 물었다. 마족이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려 했던 사람들이 모두 공작의 대

답을 기다렸다.

"마족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의 마기

와…… 엄청난 바람의 힘을 사용하는 자였다고 합니다."

"바람의 힘이라…. 마법사나 정령술사인가?"

"검을 사용하는 자였다고 하더군요."

"크흠……."

갑자기 얘기를 듣던 샤우드 백작이 흠칫했고, 곧 그의 얼굴색

이 달라졌다. 아투도 머리 속에 떠오르는 어떠한 존재가 있어

얼굴이 살짝 굳었다. 결국 샤우드 백작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어찌하지 못하여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머리가 좀 아파서…… 저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샤우드 백작. 괜찮은 건가요? 많이 아프다면 빛의 하이 프리

스트를 보내줄 수도 있는데."

미스티가 그를 배려하며 물었다. 하지만 샤우드 백작은 극구

사양하면서 그냥 조금 쉬고 싶다는 말을 남긴 채, 황제의 임

시 막사를 나섰다.

"흐흠. 어쨌든 아크 스태프를 가지고 간 자는 또 누구인지….

어쩌면 다이티 세력의 일부일 지도 모르겠군."

실피스는 혼자 탄식을 내뱉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소울드

도 그의 옆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고는 무언

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역시 실피스와 마찬가

지로 그랜드 서클의 영향력에서부터 에리아 시를 보호하기 위

해 형성된 결계 때문에 많은 양의 마나를 소모하고 있는 상태

였다.

"일단 기다리는 수밖엔 없겠군요. 수도와 황성의 복구 또한

시급하니……. 이번에 메션 왕국에게 사신을 보내어 골렘술사

들을 조금 더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그쪽

상황도 좋지 않은 것 같으니 별 수 없이 저희 제국 내에서 해

결해야겠어요."

"험. 차라리 라미트 왕국에서 대거 생활하고 있는 드워프들

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지금껏 나설 자리를 찾지 못해 약간은 적응하지 못하는 표정

을 짓고 있던 아투의 드워프 친구 기스뮬이 약간은 머뭇거리

며 말을 꺼냈다. 특이한 생김새이니 만큼 사람들은 호기심 어

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 그래요. 건축 솜씨 또한 뛰어난 드워프 종족이라면 더욱

빨리 황성과 수도를 복구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기스뮬

연구소장. 라미트 왕국에 요청하면 그들의 원조를 받을 수 있

을까요?"

"아마도 가능할 겁니다. 드워프들은 라미트 왕국의 많은 배려

로 인해 현재까지도 큰 특혜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니."

"훗. 그렇군요. 좋은 발언이었어요. 지금 당장 라미트 왕국의

국왕에게 사신을 보내도록 하지요."

미스티는 그러면서 기스뮬이란 드워프를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예의라는 것을 모르고 그냥 반말로 그

녀를 대했던 기스뮬이었지만, 현재는 궁중 예법을 어느 정도

익히고 잘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까지의 과

정에서는 아투의 압력이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신으로 제가 갔으면 합니다만."

기스뮬이 갑자기 사신을 자청했다. 사람들은 굳이 그가 갈 필

요가 있는 것인가 하는 시선으로 그를 향했다.

"비록 라미트 왕국의 은혜를 입은 드워프들이라고 해도 타국

에 가서 자신들의 솜씨를 발휘하는 것은 그리 달갑게 생각하

지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제가 가서 국왕 폐하의 허락을 받아

낸 뒤, 드워프들도 설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훗. 그런가요?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대신 혼자서는 위험

해서 안됩니다. 퓨티아 기사단 소속 기사 다섯 명을 호위로 붙

어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스뮬은 고개를 푹 숙인 뒤, 몸을 일으켜 막사 바깥으로 나

가려 했다. 이때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했던 실피스가 급히 그

의 뒤통수에 소리쳤다.

"아, 잠깐. 자네 마법 과학이라는 것을 부흥시켜 보고 싶다고

했었나? 옛 고대 마도 제국에서 발달했다는 그것을?"

"네? 아, 네. 그렇습니다. 현재 동력 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초는 아투……백작님의 도움으로 완성된 상태입

니다. 연구 결과 공격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

하였지만, 아직 마나석을 원동력으로 하여 개발할 수 있는 것

은 많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기스뮬은 마법 과학이라는 말에 갑자기 흥분하면서 열 번을

토해냈다. 실피스 또한 그의 자신감 서린 말을 듣고는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울드도 실피스와 눈

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언제부터 저 둘이 저렇게 죽이 착착 맞게 된 거

지?'

아투는 실피스와 소울드의 묘한 눈빛을 보며 속으로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소울드의 좋은 성품을 스승님이 그 괴팍한 성

격처럼 바꿔버린다면…. 아투는 곧 기스뮬이 나간 뒤 다시 침

묵이 감도는 막사 안에서 회의가 끝날 때까지 연신 실피스의

성격을 지닌 소울드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몸서리쳤다고 한다.

막사에서의 회의가 대충 끝나자 아투는 화장실과 침실을 제

외한 그 어디라도 쫓아다니는 키메라 바주크를 대동한 채, 머

리가 아프다고 먼저 막사를 나섰던 샤우드 백작을 찾아 다녔

다. 분명 그 분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셨을 거야. 위로라도

해드려야 할 텐데….

처음에는 샤우드 백작에게 배정된 홀리 캐슬의 방으로 가보

았다. 하지만 그 분의 방은 예전부터 깨끗이 청소되어있던 모

양인지 모든 것이 정돈된 모습이었다. 그의 짐이나 옷가지 등

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아투는 황성을 순찰하는 수비대 대

원들에게 샤우드 백작의 행방을 물어 겨우 현재 그의 위치를

알아냈다.

"아, 저기 있군."

수비대 병사의 말대로 남쪽 성문 근처 망루로 향했던 아투가

곧 성벽 위에 올라있는 백작을 발견했다. 그랜드 서클의 영향

력으로 인해 붉은 마법진이 그려진 하늘과 더불어 그의 모습

이 왠지 쓸쓸하게 비춰졌다. 아투는 그의 마음속 혼란을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바주크와 함께 성벽 위로 올랐다.

"안녕하십니까, 아투 백작님."

성벽 위로 오르자 성벽 수비대 대원이 아투를 알아보고 인사

를 했다. 확실히 가디언 나이트와 백작의 작위를 얻은 그는 병

사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모양이었다. 살짝 인사를

받고 아투는 그대로 넓은 성벽 위를 걸어 반대편을 향하고 뒤

통수만 보이는 샤우드 백작의 뒤로 다가갔다.

"샤우드 백작님……."

"응? 아, 아투 백작. 여기까지 왜 왔는가? 혹시 무슨 일이라

도 터진 건가?"

지긋이 백작을 부르자 곧 샤우드가 뒤를 돌아보고 의아하다

는 눈초리로 물었다. 애써 태연하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

느 정도 그의 심정을 예상하고 있는 아투는 그의 눈빛 속에 가

려진 혼란을 읽을 수 있었다.

"아닙니다. 다만… 그냥 얘기나 좀 할까 해서요."

"흐흠. 그랬군."

샤우드 백작은 바주크를 슬쩍 돌아보더니 다시 태연하게 바

라보고 있던 남쪽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아투는 바주크를 향

해 조금만 떨어져 있어달라는 신호를 보내며 그와 나란히 성

벽에 섰다.

"나이츠. 역시 그라고 생각하나?"

막 먼저 얘기를 꺼내려던 아투는 순간 백작의 입에서 흘러나

온 이름에 입만 뻐끔거리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주말과 휴일에는 낮에...

그리고 평일에는 밤에 올린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여기서 확실히 알아두세요^^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