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203화 (203/244)

[골렘마스터]  # 대륙연합군의 진격[3]

다만 오직 어둠과 적막만이 존재하는 성의 내부에는 아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존재들. 반투명한 유체를

허공에 띄우고 기괴한 표정을 지은 채, 둥둥 떠서 다가와 영혼

을 빼앗아간다는 고스트의 무리가 순간 성안의 어둠 속에 스

며들어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아투가 작은 문을 열자마자, 기

괴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헛!"

순간 아투는 숨이 탁 막히는 느낌과 함께 잔뜩 긴장한 얼굴

을 급히 문 바깥으로 빼내었다. 그와 눈이 맞은 고스트들이 생

명력이 충만한 그의 몸을 보고는 탐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

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라며 뒤로 주춤하는 그의 모습

에 미스티를 비롯한 제국의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는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 아투는 다가오려는 사람들을 돌아

보며 급히 소리쳤다.

"고스트입니다! 모두 경계하세요!"

"고스트뿐이에요? 다이티 세력은 없어요?"

미스티는 약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는 다급하게 물었다.

아투는 안타깝긴 했지만, 사실은 사실인지라 별 수 없이 고개

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도 급히 고스트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마나 애로우를 허리에서 뽑아들었다.

물론 제국의 기사들이 급히 황제를 보고하기 위해 우르르 앞

으로 몰려나와 그녀를 둘러쌌다. 팔찌의 정령을 부르려던 그

녀는 기사단의 능숙한 대처에 만족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미소

를 머금었다.

"큰일이군. 다이티 세력은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견

하고 장소를 옮긴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빨리 홀리 캐슬

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최대한 빨리!"

그라디우스가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면서 급히 그나

마 함께 대동할만한 능력자들을 바라보았다. 골렘술사 아투,

엔젤 나이트의 수장 화이엘, 풍검술의 전승자 샤우드. 신성 기

사단의 기사 단장 그루나시엘. 아무래도 그들과 함께 급히 돌

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지 그들을 빤히 둘러보았다.

"설마 다이티 세력이 남은 파괴의 조각들을 노리고?"

아투도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어 그라디우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잔뜩 굳어진 얼굴이 이번 일의 심각성을 뚜렷이 드러

냈다. 그루나시엘과 화이엘, 샤우드와 루미니 공작, 그리고 바

주크 등도 심각한 표정의 드래곤 로드의 주변으로 다가가 귀

를 기울였다.

"지금 여기서 말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돌아가 봐야

할 듯 싶다. 아마 늦었을 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시간을 끄는

것보다야 백 번은 낫겠지. 미스티 황제와 루미니 공작은 여기

서 고스트들을 소탕한 뒤, 연합군들과 다른 지역을 수색하도

록 해라. 고성에 남은 것들도 모조리 조사해야 할 것이다. 단

서 하나라도 찾게 된다면 큰 이득이니 말이다. 어쨌든 아투와

화이엘, 샤우드 백작과 바주크. 그루나시엘은 내 옆으로 바짝

붙어라. 지금 당장 홀리 캐슬로 공간 이동을 하겠다."

"자, 잠깐만요. 저도 함께 가겠어요. 제국의 황제로서 이런 일

에 참여할 정도의 권한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루나시엘이 능력자들과 함께 막 공간 이동을 하려하는 순

간, 미스티가 그들의 품으로 뛰어들며 말했다. 아투는 이번 일

에 심각성과 그에 합당하게 따르게 될 위험성 때문에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미스티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쉽게 물러나

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라디우스 또한 그녀의 성격을 어느 정

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설득하거나 하는 일을 포기했다. 결

국 그녀가 서있는 범위까지 공간 이동의 영향력을 넓힌 뒤, 용

언 마법을 사용하여 긴프네 왕국의 버려진 고성 앞에서 사라

져버렸다.

그라디우스의 용언마법으로 인해 아투 일행은 순식간에 긴프

네 왕국에서 제국 사이에 그 엄청난 거리를 무시하고는 단 몇

초만에 에리아 시에 도착했다. 밝은 섬광의 폭발과 함께 공간

이 일그러졌고, 곧 그 빛의 무리들 속에서 아투 일행이 모습

을 드러냈다. 그들은 밝은 빛에 휩싸여 잠시 눈을 찌푸렸지

만, 이내 쾨쾨한 냄새에 얼굴 전체를 찡그리면서 주변을 살폈

다.

분명 에리아 시가 확실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날 때와는 다르

게 신축된 건물들의 일부가 크게 부셔지고 불이 붙어 타오르

고 있었다. 게다가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시민

들과 불에 그을려 타죽은 시체들. 무너진 건물에 깔려 고통을

호소하며 괴성을 내지르는 사람들. 진홍빛의 하늘 아래 이것

은 마치 지옥에서나 펼쳐질 듯한 무섭고 처참한 모습들이었

다. 수도를 보호하는 외성이 부셔져 있고, 또 성벽을 보호하

던 군사들이 대부분 상처를 입고 죽은 것으로 봐서는 아주 대

단한 존재들이 수도 전체를 한번 휩쓸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냉정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그라디우스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얼굴이 슬픔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이미 늦은 것 같군. 제국의 수도를 이 정도로 만들어버릴 정

도로 대단한 자들의 능력은 근처에서 잡히지 않고 있다."

그라디우스가 약간은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일행에게 말했

다. 언데드 드래곤의 출현 이후로 또다시 폐허가 되 버린 수도

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 모두 망연 자실 말도 꺼내지 못하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됐다.

"그라디우스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황성으로 간

다고 해도 별 소득은 없을 거예요. 차라리 아직 생존한 사람들

을 구출하는 게 시급한 것 같군요."

미스티는 일행을 돌아보더니 슬픈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

린 뒤,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고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생존

자에게로 다가갔다. 중년의 지긋한 얼굴을 가진 여성이었는

데, 놀랍게도 그녀는 과다한 출혈 중에서도 그녀의 자식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 꼬마아이를 꼭 껴안고 있었다. 남자 아이는

의식을 잃은 듯 했지만,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아이는 이리 줘. 내가 안고 있을 게."

아투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살짝 몸을 굽혀 그녀가 건네는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받아 들었다. 마찬가지로

의식을 잃었던 아주머니가 손이 허전해짐을 느낀 모양인지 정

신을 차리고 무언가 말을 하려 입을 들썩거렸다. 하지만 자그

마한 바람 소리만 새어나올 뿐, 무슨 말인지 분간하기는 힘들

었다.

"어, 어떡하죠? 저는 아무런 능력이 없으니……. 화이엘. 이

분을 좀 치료해주면 안되겠어요?"

미스티는 대충 옷을 찢어 아주머니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엔젤을 돌아보았다. 붉은 머리 소녀 화이엘은 심각

한 표정으로 살짝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춘 뒤, 미스티에게서 아

주머니의 축 쳐진 머리를 살짝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신성력

을 끌어올려 천천히 손바닥으로 모아 상처부위에 손을 가져

가 서서히 운용을 시작했다.

샤아아앙!

밝고 따스한 기운이 아주머니의 몸 속으로 스며들며 검상인

듯 벌어진 상처 부위를 천천히 봉합시켰다. 만지기가 무서울

정도로 흘러나오던 피도 이제는 눈에 띄게 줄었고, 조금 더 시

간이 흐르자 완전히 멈추었다. 그제야 아주머니는 심하게 느

끼던 고통에서 해방이 된 모양인지 평온한 얼굴로 다시 정신

을 잃었다.

"아직도 생존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차라리 누군가가 황성으

로 가서 병사들과 신관들을 불러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루나시엘은 커다란 건물의 잔해를 바주크와 함께 들어올리

면서 힘겹게 말했다. 미스티는 한 시라도 빨리 생존자들을 구

출하고 싶었지만, 기사 단장의 말이 백 번 옳다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와 아투가 황성으로 가서 지원 병사들을 데리고 오겠

어요. 그 때까지만 수고 좀 해주세요."

모두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투는 말없이 서있는

가이트리아를 돌아보며 미스티와 자신을 태워달라고 말했다.

가볍게 손바닥을 뻗어 둘을 태운 골렘은 그대로 일행을 뒤로

한 채, 폐허가 된 에리아 시의 대로를 따라 그대로 홀리 캐슬

로 향하였다.

하지만 황성으로 향하는 그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지질 않았

다. 믿었던 황성 홀리 캐슬마저 수도에 침입한 듯한 다이티 세

력에 의해 유린되어 있던 것이다. 성문도 반쯤 부셔져 바닥에

나뒹굴었고, 성벽에 세워진 망루도 모두 파괴되어 있었다. 높

게 솟은 탑의 일부도 반쯤 무너져 내렸고, 제국을 상징하는 깃

발도 부러져 보이질 않았다.

"어, 어쩜 이럴 수가 있죠? 다이티 세력이 아무리 막강한 종족

들로 이루어졌다고는 해도 황성이 이 정도로 당할 정도였나

요? 언데드 드래곤 때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요."

막 파괴된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며 미스티가 힘없이 중

얼거렸다. 그래도 황성 수비대가 최선을 다한 모양인지 다크

엘프들과 묘인족, 리자드 맨과 용병들로 보이는 적군의 시체

도 파괴된 성 곳곳에서 눈에 띄었기에 조금은 기분이 풀어졌

지만, 그만큼 아군의 사상자도 많은 것 같았다.

"파괴의 조각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겠어. 그

나마 사람들이 많이 안 다쳤다면 좋겠는데."

아투는 골렘의 어깨에 안정적인 자세를 잡고 올라탄 채, 에리

아 시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파괴된 황성을 어두운 표정으로 바

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몇 일전 드

워프 마을에서 함께 황성으로 온 친구 기스뮬이었고, 스승인

실피스와 아투가 인품에 반한 소울드도 생각났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 기스뮬.'

솔직히 실피스와 소울드는 엄청난 마법사이기 때문에 그리

걱정이 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드워프 종족의 특성 상 성격

이 불같은 기스뮬이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무모하게 다

이티 세력과 싸움을 벌였다면…. 하지만 곧 아투는 고개를 절

레절레 저으며 불길한 생각을 떨쳐냈다. 말이 씨가 될 지도 모

르니.

"화, 황제 폐하!"

그때였다. 황성의 광장 부근까지 진입하자 누군가가 크게 황

제를 부르며 달려왔다. 부분 부분 파손이 심각한 황금 갑옷을

입은 자였는데, 서서히 얼굴이 확대될수록 아투와 미스티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바로 황실 근위대 로얄 가드인 티탄이었

던 것이다. 게다가 티탄의 뒤쪽을 따르고 있는 자들도 제국의

병사들이었다.

"폐하! 큰일입니다! 다크 엘프 수 천 군사와 묘인족, 리자드

맨, 트롤까지 합세한 엄청난 군대가 몰려와 파괴의 조각들을

모조리 빼앗아 갔습니다. 저희는 수도의 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아 대항했지만, 보다시피 결과는 참패입니다. 죄송합

니다, 폐하."

티탄은 다짜고짜 무릎을 꿇고 사죄를 올리며 황제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였다. 다른 병사들도 그와 똑같은 행동을 보였

다. 미스티는 일단 골렘의 어깨에서 내린 뒤, 티탄의 몸을 일

으키며 말했다.

"별 수 없었던 일이에요. 남은 병력으론 절대 그들을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철저하게 이번 일을 계획

하고 대륙 사람들 전체를 속였어요. 아마 연합군에 가세하기

위해 출발한 병력이 수도에 있었다고 해도 그들을 막아낼 수

있었을 지는 확신할 수 없답니다. 일단 황성의 피해는 어느 정

도죠?"

"동쪽의 내성이 그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사상자도 총 전력

의 삼 분의 일 가량 됩니다. 다행히 퓨티아 기사단의 피해가

그나마 적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성보다는 수도의 피해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수도 수비대는 전멸입니다."

낮게 가라앉은 침울한 그의 목소리가 상당히 떨렸다. 아마도

분노에 못 이겨 부르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활동이 가능한 사람들과 황성 수비대 대원들은 황성의

생존자들을 구조하도록 해요. 그리고 퓨티아 기사단 전원은

지금 당장 수도의 생존자들 구조에 참여하라고 지금 당장 전

해야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티탄은 황제의 시원스런 대처에 감탄한 모양인지 놀라운 낯

빛으로 예를 갖추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뒤를 따르던 수

대 대원 중 한 명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달하자, 수비 대원

이 급히 부셔진 내성 쪽으로 달려갔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아, 잠깐. 티탄. 실피스님과 소울드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막 몸을 돌리려 하는 그를 향해 잠자코 미스티의 곁에 서있

던 아투가 급히 물었다.

"으음. 그 분들은 다행히 수도 외각 지역에서 결계를 형성하

고 유지하고 있던 상태였기에, 적의 주력과 만나지는 않으셨

던 모양입니다. 약간의 상처를 입으시긴 했지만, 두 분다 경미

한 상처라 활동이 가능하십니다. 지금 이리로 모셔올까요?"

"아닙니다. 제가 폐하를 모시고 그 분들을 만나러 가겠습니

다. 그 분들이 현재 있는 장소가 어디입니까? 아, 그리고 몇 일

전 저와 함께 왔던 그 드워프는 어떻게 됐습니까? 이름은 기스

뮬인데."

"드워프라……. 아! 마법 과학에 대한 연구 때문에 오셨던 그

드워프 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잠깐 멀뚱멀뚱한 표정을 짓던 티탄이 잠시 후에서야 생각이

난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되물었다. 아투가 그의 물음에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다시 답했다.

"그 분도 역시 무사합니다. 적의 주력과의 싸움에서 큰 활약

을 하셨습니다. 과연 드워프답게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 빈틈

이 없는 것 같더군요. 음음. 어쨌든 그 분의 연구실도 무사합

니다. 지금은 실피스, 소울드님과 함께 임시 거처에서 머무르

고 있습니다. 임시 거처는 현재 홀리 캐슬 북문에 설치됐습니

다. 그럼 저는 이만, 구조 작업 때문에."

가디언 나이트 아투. 백작의 작위를 소유한 그에게 티탄은 고

개를 숙이며 황제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예를 갖춘 뒤, 수비대

원들과 함께 사라졌다.

"후우. 그럼 우리는 그 분들을 만나러 가볼까?"

아투는 잠시 주변을 둘러본 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말

을 놓았다.

"바깥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일행도 불러야 하는 거 아

닌가요?"

"뭐 그거야 우리가 직접 갈 필요는 없잖아. 병사에게 시키면

되니까 일단은 우리가 먼저 가서 기다리자."

"뭐 그래요, 그럼."

아투는 다시 미스티와 함께 뒤에서 대기 중이던 가이트리아

의 어깨위로 올랐다. 물론 가이트리아가 상당히 투덜거리면

서 거칠게 움직이긴 했지만, 그 둘은 나름대로 편히 걷기 힘들

게 변해버린 황성 안을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되는 줄 아나? 크으으.』

한 동안 가이트리아의 입에서 그 말이 떠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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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연참은 웬만해선 못한답니다. ㅜ_ㅜ

제가 고3인거 아시죠? 모르시려나... 어쨌든 시간이 없어요.

죄송하구요, 수능 끝나면 항상 연참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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