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97화 (197/244)

[골렘마스터]  # 추억이 깃든 곳[3]

"자, 기대하시라.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 바로 이거지!"

기스뮬은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투와 미스티를 슬쩍 바

라보면서 가져온 커다란 쟁반의 뚜껑을 자신 있게 열었다. 순

간 은으로 만들어진 쟁반에서 하얀 김이 쏟아져 둘의 눈을 가

렸지만, 무언가 냄새만큼은 그럴 사했기에 표정이 밝아졌다.

곧 김이 빠져나간 은빛 쟁반 위의 음식이 둘의 눈에 들어왔

다. 갈색의 그럴 듯한 소스가 얹힌 칠면조 고기. 고기 주변으

론 각종 빛깔의 야채들이 눈의 즐거움을 선사했고, 멋지게 조

각되어져 나온 커다란 무 드래곤은 드워프 특유의 섬세한 솜

씨를 돋보이게 했다.

"이게 뭐야. 난 또 대단한 건 줄 알았더니 또 칠면조 고기야?"

아투는 실망스러운 모양이다.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식탁에

올려졌던 포크를 들고는 칠면조 고기의 옆을 툭툭 건드렸다.

예전에 그가 이곳에서 생활할 때, 거의 맨 날 맛보던 음식이었

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스티의 눈빛은 아주 기대에 차 빛났

다. 냄새만큼이나 맛이 있을까? 기스뮬이 약간 뚱한 표정을 짓

고 쟁반을 식탁 위에 올릴 때까지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신히 감추며 기다렸다.

"여기 쟁반이 있으니까, 먹고 싶은 만큼 덜어가서 먹으면 돼."

"설마 내 말 때문에 삐친 거야? 여기 앉아서 같이 먹지 그래?"

뚱한 표정의 친구 때문에 약간 신경이 쓰이던 아투가 입을 열

었다. 하지만 기스뮬은 이내 그의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

다.

"이봐. 난 안 그래도 이거 만들면서 많이 먹었어. 사실은… 원

래 두 마리가 있었거든. 그 중 하나는 내가 벌써 삶아먹었지."

순간 아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기껏 식사에 초대했으면

서 정작 주인을 빠지겠다니. 그것도 손님보다 주인이 먼저 음

식을 먹어치워? 아투는 그게 도대체 어디 예절이냐며 크게 따

질 뻔했다. 하지만 순간 이곳은 드워프 일족의 마을이라는 게

떠올라 그의 입을 굳게 다물게 해버렸다. 인간과 드워프는 그

사상과 행동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데 어쩌겠는가.

"쩝. 나는 요즘 불이 붙어 연구하고 있는 게 하나 있기 때문

에 옆방으로 건너가 있을게. 식사 다 하고 할 일이 없으면 구

경이나 하고 가던지. 아참. 오늘까지 여기서 묵고 다시 돌아간

다고 했지? 그 때까지는 꼭 완성시켜서 하나 선물로 주고 싶

군."

그러면서 기스뮬은 옆방으로 건너가 버렸다. 아투는 녀석이

또 무슨 엉뚱한 발명을 하려고 저렇게 들 떠있는지 상당히 궁

금해졌지만, 어쨌든 녀석의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배가 많이

꺼져 있었다. 게다가 기회를 노리고 있던 미스티는 기스뮬이

사라지자마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는 칠면조의 다리 부근을

크게 잘라다 놓고 시식 중이었다.

"미, 미스티! 이건 반칙이라고! 치사하게 혼자 먹기야?"

"후훗. 배가 고픈 건 아무도 참지 못하는 인간들의 본능이라

고요. 억울하면 아투도 먹으면 되잖아요?"

그녀는 나이프로 다리 한 부분을 작게 자른 뒤, 포크로 찍어

입에 가져갔다. 앵두 같은 그녀의 입술이 자그맣게 열리며 고

기 조각을 집어 삼켰고, 곧이어 목으로 그것이 넘어가는 소리

가 아투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울렸다. 맛있게 칠면조 고기를

먹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에 아투의 식욕도 자극을 받은 모양

이다. 무언가 결심한 듯 그가 나이프와 포크를 양손에 쥐고는

반대편 칠면조 다리를 잘라 접시에 올리고는 먹기 시작했다.

"오오. 오랜만에 먹으니까 먹을 만도 한데?"

"후훗. 이건 내가 해결할게요."

미스티는 벌써 잘라간 부위를 다 해결한 모양인지 포크로 남

은 칠면조 고기를 찍어가려 했다. 막 커다란 고기 조각을 입

에 넣고 열심히 씹고 있던 아투가 빠른 반사신경으로 그녀의

포크를 나이프를 휘둘러 막았다. 하지만 미스티도 전처럼 순

순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반대편 손에 들린 나이프를 이용해

칠면조 고기를 향해 쇄도해들었다.

카강!

이번에는 아투의 포크와 그녀의 나이프가 충돌했다. 만약 예

기가 벤 검이었다면 불꽃이라고 튀었을 듯한 기세였다. 미스

티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아투에게 말했다.

"훗. 아투. 이번에는 그냥 포기하는 게 좋을 텐 데요?"

'이상한데? 항상 이런 상황이 되면 미스티가 먼저 포기했었는

데. 뭔가 믿는 게 있는 것 같아.'

아투는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을 미리 예상할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기에 별 수 없이

나이프를 뒤로 살짝 빼낸 뒤, 완력을 밀어붙이던 그녀의 포크

를 뒤로 흘렸다. 그리고는 맹렬한 기세로 나이프로 칠면조 고

기의 옆을 향해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다.

"훗. 그렇게는 안 되죠. 팔찌의 정령 소환! 아투의 손을 잠깐

잡아줄래?"

순간 쾌속으로 소환된 팔찌의 정령이 그녀의 명령을 받고는

무형의 기운으로 아투의 손을 잡아버렸다. 아차, 그도 깜빡 있

고 있던 존재를 이제야 생각하고는 입을 딱 벌렸지만, 이미 소

용없는 일이었다. 미스티는 장난기가 짙게 벤 웃음을 남기면

서 유유히 나이프와 포크로 우아하게 남은 칠면조 고기를 자

신의 접시로 옮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한 아투였다.

콰과과과과과광!

막 아투에게 웃음을 흘리며, 미스티가 썰어진 칠면조 고기를

입에 넣으려하는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집이 크게 진동하

며 옆방의 문을 통해 검은 연기가 새어나왔다. 게다가 문이 식

탁과 상당히 붙어있었기 때문에, 연기에 휩싸였던 아투와 미

스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은 칠면조 고기가 연기에 포함된

재 때문에 시커멓게 변했다.

기스뮬은 검은 연기 속에서도 능숙한 솜씨로 창문으로 다가

가 닫혀있던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러자 방안에 가득했

던 연기들이 빠르게 바깥으로 빠져나가며 방안의 상황이 눈

에 들어왔다. 실험실로 사용할 방이기 때문에 일부러 두께를

두 배 정도로 강화시켰던 벽이 반쯤 함몰되어 꼴이 말이 아니

었고, 천장도 순간적인 폭발로 인해 무너질 듯 가운데가 밑으

로 쳐져 있었다. 그나마 기스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어

제 간신히 마물 한 마리를 잡은 돈으로 사왔던 마나석이 폭발

에 휩싸이지 않아 멀쩡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쿠광쾅!

순간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다 부서진 방문이 거칠

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있던 도중, 때아

닌 봉변을 당해 시커멓게 변해버린 아투와 미스티가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벌써 식사가 끝난 거야?"

기스뮬은 능청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만약을 대비하여

등뒤에 배틀 액스를 감추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연 그의 예상

대로 아투가 다짜고짜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이봐, 기스뮬.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을 초대해놓고는 혼

자 사라지질 않나. 이제는 폭발까지 일으켜서 사람을 놀래 키

고 이 꼴을 만들어 놓다니. 장난이었다면…… 곱게 넘어가지

않겠어!"

그러면서 아투는 자신의 엄포가 거짓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

해 마나 애로우를 뽑아 살짝 마나를 맺히게 했다. 기스뮬은 장

난이 아닌 그의 기세에 잠깐 흠칫하면서 급히 한 손을 절레절

레 휘저었다.

"그, 그게 아니라고. 내가 요즘 연구하고 있는 게 마나가 봉인

된 보석. 즉 마나석과 관련된 기구란 말이야. 하지만, 마나석

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 매번 이런 폭발을 일으켜. 아, 고

의는 정말 아니었으니, 기분이 나빴다면 정말 미안해. 미스

티, 당신에게도 너무 미안해."

"훗. 좋아요. 사과를 받아들이겠지만, 대신 조건이 있는데, 들

어줄래요?"

미스티가 무언가 생각한 듯 피식 웃으며 물었다. 기스뮬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면서도 하

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뜸을 들이던 미스티가 천천

히 입을 열었다.

"대신 방금 전과 똑같은 칠면조 고기를 하나 더 만들어줘요.

우리가 떠나기 전까지 만들어주었으면 하는데, 괜찮겠죠?"

기스뮬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환한 웃음. 그 속에 가려진

장난기를 보았다. 게다가 칠면조 고기는 그가 항상 즐겨 해먹

는 요리였기 때문에, 요즘에는 거의 도가 터서 빠른 시간에 만

들 자신이 있었다. 그리 문제되는 제안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

의 얼굴이 밝아졌다.

"당연히 괜찮지.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원한다

면 요리 방법도 가르쳐줄 수 있지. 내 칠면조 고기 그 맛의 비

결은 바로 소스에 있거든."

"후우. 뭐 미스티가 괜찮다고 하니, 나도 그냥 넘어가겠어. 어

쨌든 내가 떠날 때보다 집이 더 망가진 것 같았는데, 그 이유

를 이제야 알겠군, 알겠어."

졌다는 듯이 아투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

에 들려있던 마나 애로우의 푸른 마나가 다시 자자들어 사라

졌다. 기스뮬은 한동안 친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문뜩

그동안 연구하던 마나석과 관련된 기구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짧은 다리로 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친구의 양손을 붙잡고는 마구잡이로 흔들며 물었다.

"아투, 너 마법사지? 골렘술사라고는 하지만, 지식은 가지고

있을 거 아니야?"

"응? 으응. 그렇지. 공격 마법만 사용할 수 없다 뿐이지, 이론

적으론 조금 쌓아둔 게 있어. 그런데 갑자기 그런 얘기는 왜

하는데?"

"으흐흐흐흐."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너 딱 걸렸어' 라는 눈빛을 던지

는 기스뮬. 드워프의 고정적인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모습에 아투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이곳을 방

문한 것 자체가 큰 잘못이었다는 그런 막연한 느낌. 그런 아투

의 생각은 곧 드워프 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얘기로 인해 현

실로 드러났다.

"내가 요즘 마나석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했잖아? 그런

데 마법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과학적인 원리로는 해

결이 쉽게 되지 않더라고. 장로들도 항상 드워프가 마법을 등

외시하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을 해서 한번 손을 대

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많이 힘든 상황이야. 지금도 중간 정도

의 진척 상황에서 벽에 가로막혀 쩔쩔매고 있지. 그런 의미에

서…… 마법사인 네가 오늘 하루동안만이라도 나를 좀 도와주

면 안될까?"

"크윽. 역시……. 너란 녀석은 정말."

아투는 씁쓸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겉으로는 별로 내키

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지만, 친구의 부탁을 매정하

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마법사적 기질 때문인지 자

꾸 호기심이 이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후우. 좋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정도는 들어줘야지. 하지

만!"

승낙을 내리는 자신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을 깜빡이는 기스

뮬을 보며, 아투는 잠시 말꼬리를 늘였다. 그러자 몸이 바짝

단 기스뮬이 왜 그러냐며 대답을 재촉했다.

"여기서는 절대 안 돼. 또 폭발이라도 하게 된다면 집이 무너

질 지도 모르잖아? 좋은 뜻으로 방문한 마을에서 비명횡사하

긴 싫어."

"당연하지! 친구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다고! 자, 나가자. 내

가 좋은 곳을 알고 있어."

기스뮬은 완전히 자신에게 넘어온 듯한 아투의 대답에 크게

기뻐했다. 친구의 능력을 잘만 이용한다면 두 달 동안 연구했

던 마나석 연구의 성과를 얻을 지도 몰랐다.

"잠깐. 내가 더 좋은 곳을 알고 있어. 그곳이라면 아무런 방

해 없이 연구를 할 수 있을 거야. 으음. 그나저나 미스티. 어떡

할래? 우리랑 함께 가볼 거야, 아니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 있

을 거야?"

아투는 막 기스뮬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와 함께 방문을 나가

려는 도중, 약간 심술이 난 표정으로 서있는 미스티를 향해 물

었다. 아마도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나도 함께 가겠어요. 지금 집으로 돌아 가봤자, 할 일도 없

는 걸요."

"좋아. 그럼 다 같이 가보자. 이 녀석의 연구가 도대체 어떤

건지도 구경 해보고."

아투의 말에 미스티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고는 약

간은 풀린 표정으로 그의 한쪽으로 다가가 살짝 팔짱을 꼈다.

기스뮬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왠지 아투가 우정을 소

중히 여기는 사람 같아 불안한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투가 그런 그녀의 속마음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여자 관계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아니었다. 팔에 달라붙어

얼굴을 기대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 뿐이었다.

"후우. 여기서라도 조금 편히 쉴 수 있을까 했더니, 아니었

군. 에휴. 좋아, 가자. 가자고."

아투는 투덜거리면서 미스티와 기스뮬을 이끌고 집밖으로 나

왔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이트리아는 자신의 주인과 잠

시 눈빛을 교환하더니, 명령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

투의 움직임을 쫓아 어슬렁어슬렁 왠지 축 쳐진 분위기를 풍

기며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아투가 그들을 인도한 곳은 가이트리아도 잘 알고 있는, 그리

고 절대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그런 장소였다. 물론 가이트리

아. 우드 골렘인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

다. 바로 자신이 탄생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나무 뿌리만 가득히 널려있던 풍경과는 완전히 달

라져 있었다. 파미파미 나무들의 기둥뿌리만 남아있던 것과

는 달리 현재는 그 기둥에서 푸른 새싹이 싹 텄고, 또 아투의

목 부근까지 자라있었다. 이제 몇 십 년의 세월이 지난다면 예

전의 그 푸르렀던 숲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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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

오늘은 힘겨운 월요일...

야자는 역시 피곤하군요.

배도 고프고...

글 올리고 뭐 좀 먹어야겠습니다.

즐독하세요^^

아, 그리고 배경 때문에 글 보시기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

들 댓글 남겨주세요. 그런 의견이 많으면 당장 하얀 바탕으

로 다시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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