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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190화 (190/244)

[골렘마스터]  # 1급 어쌔신 루시노[1]

1급 어쌔신 루시노

험한 산맥이 눈앞에 펼쳐졌다. 확실히 산악 지대에 자리잡은

나라, 라미티 왕국의 영토라서 그런지 산록이 우거진 지형이

그 어느 곳을 둘러봐도 펼쳐졌다. 산맥의 한 자락을 따라 흐르

는 자그마한 강도 정겨웠고, 특히 산맥의 낮은 지형에 자리잡

은 촌락들은 예전의 드워프 마을 때의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아투는 잠시 아래로 고개를 향한 채, 예전의 즐거웠던 기억을

머리 속에 그려보고는 밝게 웃었다.

"훗. 아투. 무슨 생각을 하는데 표정이 그렇게 밝아요?"

부드러운 실프의 바람과도 같은 음성이 아투의 고개를 이끌

었다. 곧 그의 시야에 아찔한 광경이 펼쳐졌다.

"으아아아악!"

"어머, 아투. 왜 그래요?"

미스티는 자신을 바라본 뒤 갑자기 놀라며 고도를 떨어뜨리

는 아투의 손을 꽉 잡았다.

"아, 아니야. 잘못 본 것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애써 변명을 했지만,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현재 일행은 모

두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투는 가이트리아에게 간단한 비행

매직 아머를 입힌 뒤 그 어깨에 타고 있었고, 폰네스 후작은

바람의 정령의 힘으로 바주크와 그루나시엘, 그리고 소울드

를 이끌고 비행 중이었다. 그리고 아투의 옆으로 바짝 붙어 날

고 있는 미스티는 팔찌의 정령을 몸에 받아들여 비행 중이었

는데, 속으로 스며든 정령의 형태가 살짝 비춰졌다. 한 마디

로 요약하자면 눈부신 미스티의 나신이 옷 바깥으로 비춰지

는 것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으윽. 말을 해줘야 하는 건가…….'

하지만 다른 일행을 둘러보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괜

히 그녀를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아투 자신만의 과민 반응일 뿐

이다.

"저곳이 라미트 왕국의 3대 국경 도시 중 하나인 첼로바입니

다. 정보에 의하면 레전드 크로우의 모든 의뢰는 저곳에서만

받는다고 하니, 접촉할 수 있는 확률도 높습니다."

그루나시엘이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켰다. 원래는 예정

된 일행에 그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만일에 대비해 한 명의

기사를 더 충원하여 편성된 인물이었다. 일행의 시선이 곧장

그의 손가락 끝을 쫓아 떨어졌다.

고딕 풍의 건물들이 낮은 분지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

은 험난한 산과 계곡. 그리고 그 가운데 자리한 국경 도시. 자

연적인 요새 그 자체인 곳에 자리한 도시라서 그런지 위풍당

당한 느낌이 풍겼다.

"좋아요. 그럼 내려가 보도록 하죠. 일단 정상적으로 문으로

들어가야겠어요. 괜히 성벽을 넘어 들어간다면 의심을 살 수

도 있고 말이죠."

"그럼 하강하겠습니다."

폰네스 후작이 먼저 바람의 정령을 조종하여 일행을 밑으로

향하게 했다. 아투도 미스티를 자신의 옆에 앉힌 채, 가이트리

아를 밑으로 이동시켰다.

성벽은 그다지 견고해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의 지형이 험해

방어력에 신경을 쓰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투 일행이 곧장 성

벽 가까이에 착지하자, 성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병사들이 쏟

아져 나와 다가왔다. 아마도 가이트리아의 우뚝 솟은 몸체가

그들을 놀라게 한 원인인 듯 싶었다.

『흠흠. 라미트 왕국의 병사들이 그리 달갑게 우리를 맞아주

는 건 아니군.』

가이트리아는 살짝 몸을 숙였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성문

이 열리고 쏟아져 나온 병사들이 상당한 훈련을 받은 듯한 솜

씨로 일행을 둘러쌌다. 병사들은 가벼운 호구를 차고 손에 창

을 들고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현재 득세하는 마물들로 인해 도시의 출입

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으니,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을 내

놓으시오. 만약 한 치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출입을 허

가할 수 없소."

병사들 사이에서 갈색 머리의 기사가 걸어나왔다. 그의 손에

는 장검과 방패가 들려 있었다. 만약 상대가 도발한다면 언제

라도 벨 수 있도록 검을 비스듬히 잡고 있었다.

"아, 저희는 퓨티아 제국에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여기 신분

을 증명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아투가 품속을 뒤져서 무언가 고급의 재질로 된 종이를 꺼내

기사에게 건넸다.

"흠. 헛! 이것은 퓨티아 제국의 황제 직인이 틀림없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실례를 해버렸습니다. 들어가십시오."

기사는 종이를 보고는 급히 고개를 푹 숙이며 다시 아투에게

그것을 건넸다. 그 종이는 바로 미스티 황제의 직인이 찍힌 가

디언 나이트 임명장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아투는 기사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길을 터주는 병

사들을 지나 첼로바 시로 들어갔다. 확실히 하늘에서 멀찌감

치 본 그대로였다. 고딕 풍의 뾰족하고 각이 진 건물들. 작고

크고 그런 기준을 떠나 모든 건물들이 깔끔하고 뭔가 기품이

느껴졌다. 아마도 라미트 왕국에서 많이 생활한다는 드워프

건축가들의 작품인 듯, 아투 일행의 시선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어쨌든 일행은 곧 첼로바를 방문한 목적을 떠올리고는 아쉽

게 발걸음을 돌려 시에서 가장 크다는 용병소를 찾았다. 일단

레전드 크로우처럼 커다랗고 비밀스런 집단을 찾으려면 용병

소에서 의뢰를 받는 자를 통해 가는 것이 가장 쉽다는 전제하

의 움직이었다.

"흠. 이곳인가?"

슬쩍 일행들의 얼굴을 확인한 아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높게

솟지는 않았지만, 옆으로 길게 늘어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길

이가 길이인 만큼 문도 양쪽 옆으로 하나씩 나 있었는데, 두

개의 문 위쪽에 모두 용병소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어 방

문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아투는 일단 가이트리아를 건물 밖에 대기시켰다. 골렘이 들

어갈 정도로 거대한 성과 같은 건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

미트 왕국은 마법이 그리 발달하지 않아 골렘을 처음 보는 사

람들이 이미 일행을 멀찌감치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보초를 세워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골렘

스스로도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정도가 되니 괜히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사람들 정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한 일

행은 그대로 건물로 들어갔다.

커다란 도시. 그것도 용병들의 일자리가 많다는 국경 도시이

기 때문인지, 건물 안에는 사람들로 득실거렸다. 무장을 한 근

육질의 전사들. 그리고 마른 체형과 학자풍의 마법사들. 여성

용병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의뢰를 하러 온 일

반인들도 꽤 눈에 띄었다. 일행은 그들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레전드 크로우 집단의 공식적인 의뢰를 맡고 있는 자를 찾아

갔다. 의뢰를 받는 접수원들은 각각 작은 방에서 사람들을 기

다리고 있는데, 아투는 두 번째 방문에 붙은 레전드 크로우라

는 팻말을 알아보고는 그쪽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하지만 그

들은 줄을 선 사람들이 모두 일을 마치고 나서야 방안으로 들

어갈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최강의 암살 의뢰 집단인 레전드 크로우입니

다. 사소한 원한 같은 것에 의한 살인 의뢰는 받지 않고 있으

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언제까지나 공익을 위한 의뢰만을

받는 선의집단입니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낮게 깔린 중후한 목소리가 일행의 귀

에 들려왔다. 방안은 약간 어두운 조명으로 밝혀져 있었는데,

원목 책상을 사이로 작은 의자가 하나 놓여져 있었고 반대편

으로는 책상 위로 손을 올려 턱을 괸 중년의 깡마른 남자가 앉

아 있었다. 눈매가 날카롭게 찢어져 얼굴 전체가 사납게 비춰

졌다. 얼굴을 보면 아직은 그리 늙지는 않은 것 같았으나, 머

리색은 희끗희끗한 회색이었다.

"물론 그러한 일로 이곳을 찾은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단지

레전드 크로우의 대장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투가 일행의 앞으로 나서서 회색 사내에게 말을 꺼냈다. 그

러자 상대는 건조한 웃음으로 컬컬거리더니, 살기 어린 눈빛

으로 아투를 올려다보았다. 책상 밑으로 가려진 그의 손에는

단검 한 자루가 은색의 예기를 발했다.

"레전드 크로우의 대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당신들, 그 분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그 분께서 당신들을 그렇게 쉽게 만나줄

거라 생각하나? 일단 기본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기간은 한

달. 게다가 대장님께서 싫다고 하시면 그대로 끝이야."

어이가 없다는 듯한 사내의 말투였다. 동시에 아투 뒤에 서있

던 일행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일이 꼬이는 듯 했기 때

문이다.

하지만 아투는 묘한 표정으로 사내를 직시하며 무언가를 품

속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바로 황제 직인이 찍힌 가디언 나이

트의 임명장이었다.

"가디언 나이트. 황제 직속 기사라…. 흠. 그랬군. 하긴 레전

드 크로우의 대장을 만나려 하는 인물들이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겠지. 좋소. 당신들을 지금 당장 대장에게로 안내

하겠소. 하지만 중간에 허튼 짓을 하려는 생각은 마시오. 이

곳 첼로바는 레전드 크로우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라 소속 어

쌔신들이 주변에 깔려 있소.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면 그 순간

당신들의 목이 날아갈 것이오."

회색 사내는 임명장을 다시 아투에게 돌려주며 몸을 일으켰

다. 어느새 그의 말투도 약간 바뀌어 있었다. 손에 들었던 단

검은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고, 뒤로 넘겨두었던 후드를 깊

게 눌러 썼다. 아투 일행은 무시무시하게 협박을 하는 사내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을 꺼내진 않았다.

"따라 오시오."

사내는 그대로 아투 일행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

다.

회색의 사내가 안내한 곳은 놀랍게도 첼로바 시의 모든 상수

와 하수를 담당하고 있는 지하 수로였다. 도시 외각에 자리하

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을뿐더러, 대부분의 사람

들이 대규모의 집단을 이루고 있는 레전드 크로우의 본거지라

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곳을 사용하는 듯 싶

었다.

하지만 보안은 철저히 하기 위해 뛰어난 어쌔신들을 주변에

매복시켜 놓은 모양인지, 회색의 사내가 아투 일행을 이끌고

지하수로의 입구로 접근하자 모습을 드러내 막아섰다. 자그마

한 환도를 양쪽에 쥔 어쌔신들. 회색의 사내의 설명에 그들은

납득한다는 낯빛으로 다시 몸을 감췄고, 일행은 아무런 저지

없이 지하 수로로 향하는 층계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다

행히 지하수로는 바닥과 천장과의 높이가 아주 높다고 하여

골렘인 가이트리아도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 수로로 이

용되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사는 건물과는 건축 방식과 모양

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저벅저벅.

층계는 예상외로 길었다. 회색의 사내를 따라 으슥한 곳으로

발을 내딛던 일행은 지루함을 막 느끼기 시작했을 때가 돼서

야 가장 아래쪽의 수로에 도착했다. 미끈거리면서 질퍽한 바

닥. 이끼와 오물이 잔뜩 낀 천장과 벽. 게다가 작게 나있는 길

옆으로는 도시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하수가 흐르는 수로가 있

어 고약한 악취마저 풍겼다. 일행 중에서도 가장 얼굴을 찌푸

리며 코를 막은 것은 당연히 미스티였다.

"왜 하필 이런 곳에 본거지를 마련한 거죠?"

코를 막고 있는 그녀가 코가 맹맹한 소리로 물었다. 일행들

은 그녀의 코믹한 목소리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았다.

"이건 그저 이방인들의 호기심을 차단시키는 방패막이 역할

을 하는 것뿐이오. 조금만 더 들어가면 레전드 크로우의 진정

한 본거지가 보일 테니, 조금만 참으시오."

회색의 사내는 이러한 악취도, 기분 나쁜 감촉들도 이제는 익

숙해진 모양인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조금

만 들어가면 제대로 된 곳이 나온다고 하는데 당장 누가 뭐라

말하겠는가. 일행은 하는 수 없이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회색의 사내의 뒤를 또다시 한참이나 따라야했다.

물론 다들 고통스럽게 코를 막고 발 밑을 조심하며 걷는 것

은 아니었다. 골렘인 가이트리아와 바주크는 아무 거리낌도

없다는 듯 시원 찬 걸음을 옮겼다. 폰네스 후작은 정령을 사용

해 살짝 바닥에서 몸을 띄워 이동했다. 습기차고 이끼가 가득

한, 그래서 질퍽거리는 바닥을 그대로 딛고 걷고 있는 사람은

아투와 미스티, 소울드와 그루나시엘뿐이었다.

"후우."

아투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가이트리아의 어깨를 바라보았

다. 하지만 비행을 할 때도 느꼈던 것처럼, 예전에는 넓기만

했던 골렘의 어깨가 오늘은 유난히도 좁아 보였다. 바로 왼쪽

어깨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막대 때문이었다.

『이제 어깨에 올라탈 생각은 줄이도록 해라. 네가 아공간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 이렇게 검을 짊어지고 다니는 수밖엔 없

으니까.』

드래곤 하트로 전해지는 아투의 마음을 읽은 가이트리아가

고개를 돌려 마인드 스피커로 말했다. 그러면서 골렘은 어깨

에 짊어진 검을 한번 번쩍 들어올려 반대편 어깨로 옮겨 들었

다.

블랙홀. 바로 그 검이 실피스 마법사가 맞기로 했던 블랙홀

원석으로 제작된 골렘 전용 바스타드 소드였다. 이번에 레전

드 크로우의 대장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를 들은 실피스가 급

히 제작한 뒤 보관하고 있던 검을 전력 보강용으로 내어준 것

이다.

검을 선물 받은 아투는 일단 이름부터 지었다. 가이트리아와

이미지가 어울리는…. 결국 고민 끝에 결정된 이름은 다크 바

스타드. 사실 골렘의 이름과는 별 상관없이 검의 이미지와 어

울리는 단어가 붙여진 것뿐이었다. 어쨌든 검날은 바스타드답

게 상당히 넓었다. 대략 1베타 가까이 되는 검날의 폭을 지닌

검, 그 검신의 총 길이는 3베타를 능가할 정도로 길었다. 거대

한 크기를 생각해 화려한 디자인은 삼가고 수수하게 제작된

듯 싶었는데, 그래도 드워프 특유의 섬세한 제련 기술이 여실

히 묻어났다.

'후우. 그나저나 가이트리아는 여태껏 검을 무기로 한 전투술

을 훈련한 적이 없으니… 과연 전투 때에는 괜찮을까?'

비록 강력한 무기가 생긴 것은 대 환영이었지만, 아투는 벌써

부터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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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드디어 나왔죠?

과연 어떤 전투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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