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75화 (175/244)

[골렘마스터]  #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4]

그 둘은 무섭게 증강하는 핏빛의 기운을 무모할 정도로 정면

으로 막아보려 하는 것 같았다. 둘은 대검과 환도의 검날을 각

각 옆으로 뉘여 순식간에 날아온 마족의 검기에 대항했다.

"크으으으윽!"

하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핏빛 검기는 대검과 환도 둘의

검날을 아주 가볍게 박살내버리고는 검의 주인인 두 존재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작 살짝 닿은 것뿐인데도 그들의 몸

에서 녹색의 체액에 솟구쳤고, 힘이 빠진 듯 쓰러져서 잃어서

질 못했다.

물론 미스티도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반투

명한 그녀의 팔찌 정령체가 눈부신 나신을 뽐내며 앞으로 나

아가 손을 내밀어 무형의 막을 형성했다. 허나 그것 또한 헛수

고였고, 핏빛 기운에 몸을 관통 당한 정령은 힘을 잃고 팔찌

로 돌아갔다. 그 와중에 팔찌 자체에 강한 충격이 와 미스티

도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이제 남은 사람…, 아니 존재들은 아투와 다크 엘프인 느비

누, 그리고 가이트리아, 화이엘이었다. 하지만 아투는 미스티

가 쓰러지자마자 정신을 못 차리고 그녀에게 달려가 버렸기

에 최종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화이엘과 느비누 그 둘

이었다.

"어둠을 이기지 못하는 빛은 없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침

범할 수 없는 것은 코스모스의 법칙. 라이트 베리어!"

화이엘이 신성주문으로 거칠 것 없이 쇄도하는 핏빛 기운을

막아보려 했다. 흰색의 막이 그녀의 앞으로 둘러지며, 대기를

압축했다. 허나, 그녀의 힘 또한 최상으로 끌어올려진 데스 크

라이의 힘을 저지하기는 부족했던 모양인지, 금세 흰색의 막

이 깨어지며 그녀 또한 커다란 임팩트의 휘말려 저만치나 날

아갔다. 느비누도 자신에게 퍼져오는 임팩트를 보며 마계에서

는 정령력이 발휘되지 않음을 잊고 급히 정령력을 사용하다

가, 어이없이 내상을 입고는 무릎을 풀썩 꿇었다. 이제 핏빛

의 기운은 더 이상의 방해조차 받지 않고 그대로 흑마법사 소

울드를 향해 쇄도해들었다.

쿠가가가가강!

그때였다. 갑자기 소울드를 중심으로 엄청난 기운이 뻗어 나

오기 시작했다. 붉은 빛이 치솟자마자, 그가 그린 절대 마법

진 자체에서 심연의 마기가 뿜어져 일종의 막을 형성했고, 마

계의 일부 공간을 헝클기까지 하며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갔다.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 지금 대 마계의 군주 중 하나의 힘

을 빌려 발동하는 그 거대한 마법진이 발동되고 있었다. 비록

남아있는 영혼조차 속박 당한 존재의 힘을 끌어오고 있다고

는 하지만, 그 압박감과 거대한 기운은 장난이 아니었다. 데

스 크라이는 잔뜩 질린 얼굴을 한 채, 멍하니 서서 발동되기

시작한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이, 이런 젠장!』

마족답지 않게 욕지기를 내뱉은 그는 이미 반응을 시작해버

린 마법진의 모습을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

었다. 그의 낫에서 뿜어지던 핏빛의 기운.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짙은 붉은 빛이 마법진을 휘감았고,

천천히 퍼져 마계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힘이 쫙 빠진 모습으

로 서있던 소울드가 마족에게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가볍게 퉁겼다.

샤아아아아앙!

그러자 엄청난 빛이 순간적으로 모든 존재하는 것을 물들였

다. 그리고 마계에 존재하던 모든 생명들을 포근하게 감싸고

는 어딘 가로 그들을 이동시켰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아투는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다행

히 이번의 이동 상태에서는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사태를 파악한 그였다. 분명 소울드님의 절대 마법진이 발동

했고, 그 기운이 마계 전체에 영향을 준 듯 한데…. 아투는 분

명 마계에서 빠져나온 것이 확실하다고 여기며 완전히 회복되

지 않은 시야의 눈을 깜빡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이상한 곳에 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계의 어두 침침한 분위기와는 정반대인 곳. 녹색

의 실록이 푸르게 빛나고,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한

들판에 아투와 그의 일행이 떨어진 것이다. 물론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의 흔적이 들판의 녹색 풀 위로 남아 있어 지금까

지의 일이 모두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으응?"

아투는 그제야 자신들이 처했던 방금 전까지의 상황을 기억

해내고는 급히 충격파 때문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미스티를

찾았다. 다행히 그녀도 무사했다. 몸에 상처 따위도 없었고,

얼굴은 약간 지쳐 보였지만 고른 숨소리를 냈다. 풀밭에 살며

시 그녀를 편한 자세로 눕힌 아투가 이번에는 화이엘과 바주

크, 소울드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들도 무사했다. 화이엘은 날개가 부러진 듯, 고통스

러운 얼굴이었지만 이내 괜찮다는 듯 아투에게 손을 흔들어주

었고, 바주크도 대검을 회수하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슬쩍 눈

빛을 보냈다. 마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대해 가장 큰공을 세

운 흑마법사 소울드도 몸에 별 이상은 없는 모양인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 지지대로 삼으며 몸을 일으켰

다.

『크으…….』

기괴한 음성. 아투는 섬뜩한 느낌을 받으며 빳빳이 굳은 몸으

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예상대로 상급 마족은 데스 크라이가

길게 뻗은 멋진 두 다리로 지상을 밟고 있었다. 마계의 이상

한 공간이 아닌, 확실한 형태를 가진 지상계의 대지. 분명 그

것은 상급 마족 데스 크라이가 위험에 쳐했음을 의미하는 것

과 같았다. 이제 처지가 바뀌었으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가

진 아투가 급히 마나장을 펼쳐 가이트리아를 불렀다.

꾸오오오오오!

갑자기 아투의 키만큼이나 높이 자라난 갈대 숲 밭에서 무언

가가 크게 몸을 일으켰다. 갈색의 거인 가이트리아. 아투의 명

령을 받고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급히 데스 크라이의 앞을 막

아섰다.

『아무리 골렘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지금도 현재 전투율이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

진 것 같으니까. 속전속결로 빨리 끝내지 않으면 저 녀석이 지

상계에서 적응하면서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활

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골렘의 말이 옳았다. 눈으로 보아도 골렘이 입은 피해는 심각

해 보였다. 일단 가슴이 크게 함몰되어 있었고, 왼쪽 팔과 어

깨 부근에도 커다란 검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물론 지금 당

장은 무리가 없겠지만, 다시 한번 크나큰 싸움에 휘말린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괜한 걱정이 생겨나자

아투의 얼굴이 곧장 일그러졌지만, 한숨을 내쉬고 마음의 평

정을 찾았다.

『크으크으.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 결국 그 힘으로 나를

지상계로 소환해버렸구나. 크흐흐흐.』

데스 크라이가 죽음의 낫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 하지만 광

기 넘치는 웃음과는 다르게,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낫 자체에서 뿜어지는 은은한 기운인 은빛의 검기만이

살짝 씌워졌다. 그러자 마족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데스 크라이. 피해가 크긴 했지만, 우리가 이긴 것

같은데?"

씨익. 아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가이트리아의 양손에 강

력한 풍계 마법의 힘을 읊었다. 그러자 토네이도 펀치의 기초

가 되는 녹색의 기류가 강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빨리 해결하자. 점점 더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이러다가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체가 버티질 못한다.』

"좋아! 데스 크라이! 죽음의 낫은 우리가 가져가겠다! 어차피

원래는 네 녀석의 것도 아니었으니 그리 억울하게 생각하지

는 말기를! 가라, 가이트리아!"

쿠구구궁!

가이트리아의 거친 발걸음 소리에 곧 그의 음성이 묻혔다. 데

스 크라이는 애써 태연한 척 하려 했지만, 그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마족. 위대한 존재인 상급 마족

이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다.

지상계에 전혀 피해를 끼친 적이 없는 그였다. 항상 중립적

인 자세를 유지하여 같은 동족들 사이에서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던, 그런 쓸쓸한 존재가 바로 데스 크라이였다. 괜

히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소멸 당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마기를 끌어올리려 해도 무언가 꽉 막

고 있는 듯 무언가 꽉 억누르는 듯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하

는 수 없이 달려드는 골렘을 향해 데스 크라이는 죽음의 권능

을 담당하는 죽음의 낫을 힘껏 휘둘렀다.

슈아아아아앙!

녹색의 기류에 휩싸인 골렘의 거대한 주먹이 대기를 찢으며

쇄도했다. 곧 죽음의 낫을 둘러싼 미약한 은빛 검기를 흩어내

고는 그대로 데스 크라이의 인간형 체구에 주먹이 박혔다. 어

마어마한 충격으로 인해 녀석의 손에 들려있던 죽음의 낫이

손을 떠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일단 아투는 그것을 향해 급

히 내달렸다. 화이엘이 데스 크라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

기 때문이다.

"호호호호. 마족치고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상대였는데, 아

쉬워. 하지만 나도 맡은 임무가 있기 때문에…."

화이엘은 상처를 입은 날개로 조심스럽게 날아올라 골렘의

손바닥에 눌려 쓰러져 있는 마족을 향해 말했다. 녀석은 고통

스럽고 치욕스런 표정으로 뭐라 입을 열려 했지만, 검은 피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화이엘은 그런 그를 보며 잠깐 묵념을 해

준 뒤, 한쪽 손을 하늘로 치켜올렸다.

샤아아앙!

하얀빛이 모여들어 일정한 검의 형태로 변화했다. 곧 형상화

를 마친 검이 화이엘의 손에 야무지게 잡혔고, 백광을 내뿜는

검날이 골렘에게 제압 당한 데스 크라이의 육신을 갈랐다.

『크으아아아아악! 비록 상급 마족이 지상계에서 쓸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제약을 받고 있어 이렇게 돌아

가지만, 내가 다음 번에 힘을 보충하고 몇 백년이 되건, 몇 천

년이 되건 간에 다시 나타나 공포를 뿌리며 나의 이름을 떨치

리라!』

검에 의해 정확히 육신이 갈라진 녀석은 저주와 같은 말을,

예언과 같은 말을 크게 외치면서 그대로 검은 재로 화하여 사

라졌다. 그가 사라진 곳 주변으로 갑자기 생물체들의 빛깔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지만, 화이엘이 잠깐 손을 쓰자 이내 잠잠

히 마기가 마계로 송환되어 사라졌다.

"휴우. 아투. 다행히 상급 마족이라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거야. 하급 마족이었다면 지상계에서 발현할 수 있는 힘이 현

재로선 가장 크기 때문에 힘들었을 지도 몰라."

화이엘은 싱긋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방금 전 얻은 승리의 기쁨도 잊은

채, 딱딱히 굳어졌다. 바로 깜빡 잊고 있었던 존재인 다크 엘

프 느비누와 리자드 맨 스파이크의 손에 죽음의 낫이 들려 있

었기 때문이었다.

"다, 당했어!"

아투가 절규에 가깝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이곳은 지상

계. 느비누와 스파이크를 경계하지 못한 아투 일행의 실수였

다. 긴 머리칼을 뒤로 살짝 쓸어 넘긴 느비누는 순진한 골렘술

사를 향하여 한 마디 말을 남겼다.

"후후. 덕분에 그다지 큰 노력은 하지 않고 원하는 걸 가져가

는 것 같아. 고맙군. 그럼 다음 번에도 잘 부탁하지."

"고맙다. 골렘술사여. 그럼 우리는 이만 가봐야겠군. 너무 시

간을 오래 끌었어."

스파이크마저 아투를 조롱하며 말을 끝맺었다. 급히 달려간

아투가 급한 김에 마나 애로우로 공격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

만, 벌써 다크 엘프의 마법으로 그들은 이곳 들판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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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x장...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상황.

저 녀석들 너무 얍삽하당....;;;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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