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1]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
꾸오오오오오!
갑자기 가이트리아가 침묵을 깨고 크게 포효하기 시작한 것
은 상급 마족, 죽음을 관장하는 데스 크라이와 다크 엘프의 수
장인 느비누 그리고 리자드 맨의 수장인 스파이크의 싸움이
종반쯤으로 치닫고 있을 때였다. 침울해진 얼굴로 일관하며
마족과 어둠의 종족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아투 일행의
표정은, 가이트리아의 포효 소리의 크기에 비례하며 점점 더
밝아졌다. 혹시나 가이트리아가 드래곤 하트에 저장된 기억
속에서 무언가 발견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고개를 돌린 아투가 골렘을 향해 물었다.
"가이트리아. 어떻게 됐어? 뭔가 방법을 찾은 거야?"
꾸오오오오오오!
골렘이 그 질문에 답을 하는 듯 다시 한번 포효했다. 하지만
마인드 스피커로 그 뜻을 받아들이는 것은 주인인 아투였을
뿐, 다른 사람들은 그냥 기대 어린 표정으로 골렘의 주인 아투
의 통역을 기다렸다.
"가이트리아의 말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험험. 그러니까 이
곳 마계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며, 저기 보이는 마족 데
스 크라이까지 함께 지상계로 소환할 수 있는 마법진이 존재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래 전에 사라진 마법진이라 지금은
그것을 그릴 수 있는 존재가 몇 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흐음. 혹시 암흑 절대 마법진인 마이브레드를 말하는 것인
가?"
소울드가 뭔가를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투는 그를 향해 잠시 그렇다는 뜻으로 눈을 깜빡인 뒤,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 소울드님의 말씀처럼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입니다.
그 어떤 존재이든 소환자의 능력만 된다면, 소환하지 못할 것
이 없다고 하는 궁극의 마법진. 하지만 소울드님께서도 그것
을 그리실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말이 맞죠?"
아투의 시선을 받은 흑마법사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곧이어 아투가 계속 말을 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습니다. 아니,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
라, 여기 가이트리아의 몸 속에 있는 드래곤 하트가 그 마법진
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결정적인 말에 일행 모두의 표정을 밝아졌다. 그렇다면
마법진만 그린 뒤, 급히 그것을 발동시키면 마계에서 빠져나
가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닌가. 미스티와 화이엘은 서로를 바
라보며 미소지었다. 어지간한 바주크도 작게나마 안도의 숨
을 내쉬는 듯 했다. 하지만 소울드는 한 가지의 의문점을 제기
했다.
"그러나 아투 군. 마법진은 꼭 그 마법진을 발동시킬 존재가
직접 그려야 효과가 있는 것이네. 하지만 암흑 절대 마법진인
마이브레드를 골렘이 그려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물론 제 골렘이 직접 마법
진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마법
진 생성을 골렘에게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게다가 소
울드님의 말씀처럼 마법진을 발동시킬 존재가 직접 그려야 합
니다. 마이브레드는 당연히 흑마법 계열. 흑마법사가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리가 되죠."
"혹시 마법진을 그리는 것에 대한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건
가?"
아투는 소울드의 질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고
개를 돌려 골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광채를 내뿜는 두 눈을
직시하던 그가 천천히 걸어가 골렘의 가슴 쪽으로 힘겹게 손
을 뻗어 닿게 했다. 그리고 그의 입이 살짝 살짝 들썩거림과
동시에, 가슴과 맞닿은 손바닥에서 푸른 광채가 일었다. 마나
의 흐름이었다. 일행이 시선이 모두 골렘에게로 고정됐다.
"제가 지금부터 가이트리아의 기억 속에 있는 마법진의 형태
를 추출하여 이미지 마법으로 표시할 겁니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소울드님은 그 형태를 보고 최대한 빨리
절대 마법진 마이브레드를 그려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
도 소울드님을 도와줘야 해."
나머지 일행도 도와야 한다는 말을 하며 아투는 미스티와 화
이엘, 그리고 바주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은 말은 없었
지만 결의를 다지는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무뚝뚝한 바주크는…….
"자, 이제 이미지 마법을 전개하겠습니다. 이미지 스캔!"
골렘술사이기에 보조 마법에 능한 아투의 입에서 짧은 시동
어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몇 베
타 앞쪽에서 잠깐 공간이 흔들거렸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백색의 빛의 막이 생겨나더니 이내 백색의 막 위로 무
언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일단 바깥의 원부터 그려졌다. 원은 총 네 개였는데, 커다란
원에 작은 원이, 또 그 작은 원 속에 더 작은 원이 들어가는 형
태였다. 그리고 원들의 둘레의 빈 공간에는 갖가지 기하학적
인 도형들과 마법 도형들이 그려졌고, 생전 볼 수 없었던 마법
의 문자들도 빼곡이 적혔다. 가장 작은 원의 안쪽으로는 원의
둘레와 맞닿는 두 개의 별이 그려져 겹쳐졌고, 별 사이로는 천
마전쟁 때 육체가 멸하고 천상계에 영혼이 감금당했다고 알려
진 대 마계의 군주 베이커라무 칸 시울을 상징하는 문양이 뚜
렷이 박혔다.
마법진의 이미지가 확연히 드러나자, 소울드는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로브 속에 감춰두었던 작은 호리병을 꺼냈다.
뚜껑을 열고 속에 든 액체를 바닥에 쏟아내자, 검은색의 점액
성 물질이 바닥으로 흘렀다. 그때도 흑마법사의 시선은 줄곧
아투가 유지하고 있는 마법진의 이미지를 뚫어져라 향하고 있
었다.
『으음?』
데스 크라이는 광기 어린 미소를 띄며, 잽싸게 몸을 피하는
다크 엘프의 몸을 두 동강내려다가 갑자기 풍겨오는 무시 못
할 압박감에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
렸다. 아슬아슬한 순간 위기를 모면한 느비누를 스파이크가
달려와 부축하여 한쪽으로 끌고 갔다.
고개를 돌린 데스 크라이의 눈에 아투 일행이 들어왔다. 그리
고 그는 그 인간들 중, 흑마법사가 하나 껴있다는 것을 지금에
서야 발견하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낯설지 않은 얼굴
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렇군. 그 녀석이었어.』
잠깐 생각에 잠겼던 그는 기억 속에서, 지금 무언가를 열심
히 그리고 있는 흑마법사와 똑같은 얼굴을 찾아내어 머릿속
에 떠올렸다. 분명 몇 십 년 전, 인간치고는 황당하게 마족을
지극히 섬겨 엄청난 마지를 찾아냈던 존재. 그리고 그 장소를
세상에 떠벌린 어리석은 존재. 분명 그의 이름이 소울드였다
는 것이 기억났다. 데스 크라이의 얼굴에 재미있다는 미소가
가득히 번졌다.
하지만 그의 여유도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흑마법사를 중
심으로 점액성의 검은 액체가 크게 팽창해나가면서 감히 이
곳 마계에 무언가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상급 마
족인 데스 크라이의 모든 감각에 적신호를 줄 정도로 대단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그리고 살짝 돌아간 데스 크라이의 시선
에 더욱 놀라운 것이 들어왔다.
『저, 저것은 천마전쟁 때 영혼을 속박 당하신 대 마계의 군
주 베이커라무 칸 시울님의 힘을 빌리는 암흑 절대 마법진, 마
이브레드!』
아투가 유지하고 있는 이미지 스캔. 그것이 형상화된 것은 분
명 절대 마법진인 마이브레드의 모양과 똑같았다. 마족에게
는 치명적인 마법진이기에 데스 크라이는 더 이상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 이내 목표를 다크 엘프와 리자드 맨에서 흑마
법사 일행으로 바꿨다.
『이 녀석들이 위험한 짓을 하려하는구나! 어림없는 짓이
다!』
데스 크라이가 무서운 속도로 몸을 공중에 띄운 채 날아왔
다. 소울드가 그리고 있는 절대 마법진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아투 일행은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
기 시작했다. 대 마계의 군주 중, 한 존재의 힘을 빌리는 마법
진인 이상, 데스 크라이 몰래 그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
이다.
"아, 아투. 어떡하죠?"
미스티가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마족을 보고는 흠칫하며
그의 뒤로 숨었다. 거대한 낫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
리게 됐다. 화이엘도 녀석이 들고 있는 낫에서부터 풍겨오는
엄청난 권능의 기운을 감지하며 언제라도 방어를 할 수 있게
내부로 신성력을 잔뜩 끌어올린 상태였다. 키메라 바주크가
언제나 그랬듯이 위험에 처한 일행의 앞으로 검을 고쳐 쥐고
나섰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해. 일단 마법진의 힘을 이용하여
저 녀석과 함께 지상계로 나갈 수만 있다면 일이 수월해질 거
야."
아투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일단 가이트리아를 앞세웠다. 5
베타 가까이 되는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의 앞을 막는 것을 확
인한 데스 크라이는 허공에서 잠시 정지하며 재미있다는, 그
리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턱을 매만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골렘같지만, 뭔가 범상치 않은 기
운이 풍기는군. 재미있어. 요즘 들어 이렇게 날 재미있게 하
는 존재들은 너희가 처음이야.』
데스 크라이가 한쪽 손으로 죽음의 낫을 허공에 한번 휘둘렀
다. 그러자 은색의 빛이 칼날에서 떨어져 나와 바람을 쉑쉑 가
르며 가이트리아의 왼쪽 팔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투는 즉시
마나장을 최대한으로 개방한 뒤, 마나 애로우에 마법을 걸때
와 비슷한 원리로 골렘의 왼쪽 팔에 윈드 계열 주문을 걸었
다. 그러자 녹색의 기류가 회전하며 두꺼운 팔을 휘감았다.
---
^^* 후아~~
이제 비축분 거의 끝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