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64화 (164/244)

[골렘마스터]  # 마계로 소환된 사람들[1]

마계로 소환된 사람들

흑마법사 소울드의 마음을 돌려 함께 죽음의 신전으로 향한

지 벌써 사흘이 지났다. 긴프네 왕국에서도 상당히 남쪽 지역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죽음의 신전. 그곳으로 향하는 동안에

아투 일행은 마을이나 숲과 같은 쉴 곳을 찾지 못해 상당한 고

초를 겪어야만 했다. 죽음의 신전에서 발산하는 기이한 기운

이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켰고, 불모지로 변해버린 그곳에서

는 도저히 생명들이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마을이나 숲

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점을 생각지 않고 막무가내로 출발

한 아투 일행의 실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상계 엔젤이 아투 일행과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간혹 지쳐 보이는 일행을 신성력으로 치유

해 주었고, 피로도 풀어주었다. 만약 화이엘 그녀가 없었더라

면, 일행은 금방 지쳐 다시 마을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을 지

도 몰랐다.

하지만… 죽음의 신전과의 거리를 좁힐수록 점점 더 주변 환

경은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땅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질퍽거

리는 녹색의 늪. 그리고 주변으로 우거진 밀림. 길 하나 제대

로 뚫리지 않은 오지와 다름없었다. 게다가 야생 동물들도 간

혹 모습을 드러내 일행을 놀라게 했고, 특히 지금처럼 밤에 날

아다니고 기어다니는 해충들은 더욱 신경이 쓰였다.

아투는 앞쪽을 가로막는 넝쿨을 귀찮다는 태도로 손을 이용

해 거둬냈다.

"후우. 이런 상태로는 상급 마족이 아니라 하급 마물과도 싸

우지 못하겠어. 거의 탈진 상태야."

힘겹게 질퍽거리는 땅에서 발을 떼며 걸음을 옮기고 있던 아

투가 불만을 토해냈다. 그의 옆에 바짝 붙어 마찬가지 지친 모

습으로 걸음을 옮기던 미스티는 그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말

했다.

"우리 잠깐 쉬어 가면 안될까요?"

"흐으. 그럼 이쯤에서 잠깐 쉬었다 갈까?"

아투도 잠깐 밝은 표정을 짓고는 그녀의 제안을 못 이긴 척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이와 걸맞지 않게 엄청난 체력을 자랑

하며 앞 서 걷고 있던 회색 로브의 소울드는 젊은 남녀를 돌아

보며 못 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허허. 이래서야 어디 상급 마족이 갖고 있는 죽음의 낫을 빼

앗기나 하겠나? 벌써 자네들이 말했던 그 다이티라는 인물의

수하들이 신전으로 들어가 소환 의식을 진행하는 듯한 기운

이 풍겨지고 있네. 물론 상급 마족의 소환 의식이라 상당히 시

간이 걸릴 테니, 지금처럼 강행군을 한다면 늦지 않게 저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여유를 부리다가는 도착도 하기 전

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나."

이번 일에 가장 중요한 인물인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힘들

다고 쉴 수도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잠깐의 휴식이라도

맛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아투와 미스티는 노골적으로 불

만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하는 수 없이 소울드의 뒤를 따라

나섰다.

"호호호호. 아투랑 미스티가 꼼짝도 못 하네?"

소울드와 나란히 걷고 있던 화이엘이 가볍게 고개를 젖히며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다시 옆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소울드. 정말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게 느껴지는 거야?"

지금 아투 일행이 걷고 있는 장소는 죽음이 신전이 위치한 곳

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천상계 존재인 화이엘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기운을 그가 느끼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소울드는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소녀를 슬쩍 돌아

보고는 그답지 않은 말투와 어조로 대답을 하였다.

"흑마법의 모든 일생을 받쳤던 저로서는 지금 죽음의 신전에

서 행해지는 소환 의식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진척 상황은 60

퍼센트 정도. 이제 곧 소환 의식이 끝나면 상급 마족인 데스

크라이가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사실 그가 화이엘에게 보이는 태도를 달리 하게 된 것은 그녀

의 진정한 존재를 알고 난 뒤부터였다. 신관이나 백마법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소울드 그를 안심시키던 미스티가 그녀

를 엔젤이라고 소개한 뒤부터 말이다. 물론 의심이 많게 되는

나이인 그로서는 화이엘의 백색 날개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소울드. 전에 당신의 집 앞을 지키고 있던 그 골렘. 혹시 골

렘이 아니라 키메라가 아닌가 싶은데."

후드를 깊게 눌러쓴 존재가 소울드의 뒤통수에다 대고 말을

꺼냈다. 대검을 등에 찬 존재, 키메라 바주크였다.

"허허허허. 역시 자네도 키메라답게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모

양이군. 맞네. 자네 말대로 그 골렘처럼 생긴 존재는 내가 트

롤의 재생 유전자 일부와 골렘의 형성 과정을 합쳐 만들어낸

일종의 키메라라고 할 수 있지. 만약 그게 골렘이었더라면 어

떻게 내가 흑마법사가 될 수 있었겠는가? 마법사 계열에도 다

그만한 상관 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과연 그랬군요. 어쩐지 흑마법사가 골렘까지 부린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비교적 친절히 설명해주는 소울드를 보며 아투가 이제야 알

았다는 태도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동안 가장 궁금하

게 여겼던 점이었지만, 쉽게 질문을 할 수 없었는데, 오늘 갑

작스런 바주크의 말로 의문점을 풀게 된 그였다.

"허험. 어쨌든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보게

나. 목표하고 있는 것을 달성한 뒤에 맛보는 그 성취감. 나는

항상 그것이 좋았다네."

소울드는 그동안 살아온 연륜을 자랑하는 듯, 멋진 말 한 마

디로 일행을 격려하며 힘차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옆

으로 얼굴에 엷은 웃음을 띈 화이엘이 총총 걸음으로 뒤따랐

다.

『상급 마족이라…. 흥미롭군.』

가이트리아의 목소리에서도 그가 흥분하고 있음이 느껴졌

다. 사실 골렘과 마족의 싸움은 원래 골렘쪽이 불리한 것이 정

석이었다. 거대한 몸을 지닌 골렘과 육체의 형태 조절이 자유

로운 마족과의 싸움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던 것이다. 하지

만 가이트리아는 다른 평범한 골렘과는 달랐다. 그래서 스스

로도 자신감이 넘치는 지도 모른다. 아투는 마족과의 싸움을

앞에 두고도 태평한 모습의 골렘을 보고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후훗. 아투. 뭘 망설여요? 우리 일행은 천상계 엔젤인 화이엘

님. 그리고 예전에 큰 악명……. 훗. 어쨌든 대륙에 이름을 날

리셨던 흑마법사 소울드님. 그리고 키메라 검사 바주크. 게다

가 드래곤 하트를 가진 골렘까지 있는걸요. 물론 나도 이 마

법 호구로 꼭 한 몫 거들 거예요. 그러니 힘내서 우리 한번 부

딪혀 보도록 해요."

미스티는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는 아투의 등을 떠밀면서 거

대한 발을 힘차게 움직이는 가이트리아의 뒤를 쫓아 점점 더

죽음의 신전이 위치하는 늪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상급 마족과의 전투…. 이것으로 벌써 두 번째의 싸움이 되

겠군."

마지막으로 일행의 뒤를 지키며 질퍽거리는 늪을 걷는 바주

크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조심스럽게 중얼거리면서 어둑

어둑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술집이었다. 여느 술집과 다름없이 얼

큰하게 취한 사람들이 여자를 한 명씩 허리에 끼고는 꼬부라

진 말투와 함께 술잔을 연거푸 들이키는 모습을 어느 테이블

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홀로 쓸쓸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스스로 흥취에 취하여 눈물

을 흘리는 중년의 남자들. 아니면 용병처럼 보이는 복장을 하

고는 거칠게 술잔을 들이키는 용맹한 사내들. 이곳 '흐르는

강'이라는 술집에는 오늘따라 유난히 손님들이 가득 들어찼

다. 그리고 그 손님들 가운데 유난히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잘 생긴 미소년의 외모. 그리고 무언가 강한 힘이 느껴지는

눈빛. 물론 그런 것들 또한 다른 술에 취한 사람들을 불쾌할

정도의 사유는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청년을 보고 있

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바라보고 있었

다.

그것은 정식 기사를 떠올리는 청년의 외모와는 썩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여성형 세검과 비슷한 형태의 검은색 검. 날이

가늘고 길었지만, 남성이 쓰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를 정도로

섬세한 솜씨를 요구하는 검이었다. 사실 그런 것 또한 편견이

라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도 여성이 많이 사용하는 검의 형태

였다.

게다가 모양도 특이했다. 검의 손잡이는 심연의 검은색을 띈

가죽으로 돌돌 말아져 있었다. 검 받침 부근은 일부러 모양을

축소한 듯,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풍

겨지는 검은 이미지는 오히려 청년의 깊은 눈동자 속에 담긴

무언가가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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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독자분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일단 비축분은 다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막판 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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