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63화 (163/244)

[골렘마스터]  # 흑마법사 소울드[6]

"뭐 그리 대단한 정도는 아니야. 만약 상대가 골렘이 아니라

검사나 기사 등등 무기를 사용하는 존재였다면, 승리를 장담

할 수 없었을 거야."

아투는 피식 웃으며 겸손하게 답했다.

꾸오오오오오!

놀랍게도 가이트리아의 공격에 힘을 잃고 쓰러졌던 녹색 골

렘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격을 받은 부위가 파손되어

형체가 변했었는데, 놀랍게도 그 부위가 서서히 이상한 기운

에 의해 복구가 되어갔다. 녀석의 힘도 전혀 빠지지 않은 것

같았다.

"아, 아투! 혹시 자체 회복 능력까지 지닌 골렘을 만들 수도

있는 거예요?"

미스티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 속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살기

어린 눈빛과 함께 걸아 나오는 녹색 골렘을 바라보다가 말했

다. 그녀의 얼굴에는 질렸다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 골렘은 절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 못해. 골렘술의 시초

가 된 고대 마도 제국에서도 그런 골렘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없었으니까."

아투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며 다시 마나장을

전개시켰다. 만약 이런 자질구레한 상처가 아니라, 큰 파손까

지 자체적으로 회복이 된다면 이번 싸움은 상당히 힘들어질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거 싸움이 길어질 것 같은데? 호호호. 재미있어."

화이엘은 뭐가 즐거운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승리를 장

담할 수 없는 힘든 싸움 앞에서도 항상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

이는 그녀. 역시 천상계 존재라는 우월감이 남아 있는 모양이

다.

『저런 괴물 같은 녀석에게 정석을 걷고 있는 내가 질 리가

없다! 좋아, 주인이여!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한

번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가자!』

가이트리아는 호전적인 기질을 발휘하여 거친 기세로 상대

골렘을 향해 달려나갔다. 녹색의 골렘도 이번에는 눈에 보이

는 속도로 달려드는 가이트리아를 향해 맹렬히 달려왔다. 이

윽고 서로가 중간 지점에서 부딪혀 서로 접근전을 벌이기 시

작했다.

"허험! 트렘. 멈추거라."

막 두 거대한 골렘이 한 곳에서 맞붙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녹색의

기괴한 골렘이 지금까지의 그 기세는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게 차분한 모습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잠시 작은

집 한 채가 있는 곳을 돌아보고는 이내 강으로 들어가 스르르

물 속으로 들어가 잠겨버렸다.

"방금 집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바주크의 건조한 음성이 아투의 귓가에 실려왔다. 그제야 상

대 골렘술사가 나타났음을 깨달은 아투는 일단 경계를 늦추

지 않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 방금 까지 저기 서있는 것 같았는데?"

분명 집 밖으로 걸어나오는 골렘술사를 확인했던 아투였다.

그런데 지금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바라보니, 회색의 로

브를 입고 있던 그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

정으로 미스티를 돌아보았지만, 그녀 또한 멀뚱멀뚱할 뿐이었

다.

샤아앙!

아투와 미스티가 당황하는 사이, 그들의 바로 옆쪽에서 어두

운 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무시 못할 상당량의 마나가 그쪽

으로 집중되어졌고, 자연스레 일행의 시선이 그곳으로 모아졌

다.

"그래, 아무래도 날 찾아 이곳까지 온 손님 같군. 이게 거의

30년만의 객의 방문이던가…."

무언가를 깊이 회상하는 노인의 목소리였다. 어두운 빛 사이

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방금 전까지 작은 집 옆에 서있던 그

골렘술사였다. 아투는 그에게서 풍겨지는 기분 나쁜 기운 때

문에 반사적으로 미스티를 감싸 뒤로 보호하며 앞으로 나섰

다. 하지만 그를 먼저 앞질러 나선 건 바주크였다.

"흑마법사의 기운이 풍긴다. 이 자는 절대 골렘술사가 될 수

없다."

바주크는 노인치고는 상당히 건강해 보이는 그 마법사를 보

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노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고,

아직 변하지 않은 그의 생기 어린 눈빛이 바주크의 눈을 꿰뚫

어보았다.

"허허허. 과연 상당히 잘 만들어진 키메라로군. 어쩌면 나보

다 더 잘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어."

마법사는 혼자서 의미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아투는 일단 그

가 흑마법사 소울드과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

"혹시 흑마법사 소울드가 당신입니까?"

"그렇다네. 하지만 왜 흑마법사인 나를 찾는 것이지? 혹시 예

전에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죄 값을 치르라고 하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군. 하긴 젊었을 때는 정말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

는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지. 허허허허."

자신이 소울드라고 인정한 노인은 가볍게 탄식을 하며 고개

를 끄덕였다. 하지만 순간 그의 마른 몸이 검은 빛에 휩싸였

고, 다시 조금 떨어진 작은 집 옆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

치 그가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한 아투가 딱딱히 굳은 표정

으로 그에게 뭐라 소리치려 했지만, 먼저 말을 꺼낸 쪽은 오히

려 그쪽 소울드였다.

"거기서 무얼 하는가? 날 만나러 왔다면 필히 무슨 중대한 사

안이 있을 것인데, 집 밖에서 그런 얘기를 나누기는 조금 그렇

지 않는가? 허허허허. 어서들 오게나. 거기 드래곤 하트를 지

닌 골렘은 일단 밖에 대기시켜 놓던지 하게. 우리 집은 너무

작아서 그런 거인 손님을 맞이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는 거, 보

다시피 잘 알 것이라 믿네. 허허허."

이제는 처음 보는 인물들인 아투 일행에게 농담까지 건네던

소울드가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화이엘과 미스티를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어쨌든 가이트리아

가 드래곤 하트를 지녔음을 알아 맞춘 마법사이다. 절대로 행

동과 겉모습만 보고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

고 있는 그는 일단 한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소울드의 초대

에 응하였다.

시골 풍의 조용한 집을 완벽히 재현해낸 흑마법사 소울드의

집에 들어간 아투 일행은 그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즉이 테

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모여서는 이런 곳까지 방문한 목적을

밝혔다. 일부분만 얘기했다가는 소울드의 마음을 얻기가 힘

들 것이라 여긴 아투는 다이티와 마왕과의 관계, 그리고 파괴

의 전설과 이제 곧 파괴의 신이 부활될 수도 있다는 얘기 등

등. 지금 현재 아투와 일행들이 처한 상황을 모두 설명해주었

다.

물론 한 때 악명을 떨치던 위대한 흑마법사 소울드도 그 엄청

난 얘기들을 듣고는 잠시 얼굴빛을 달리하며 당황하는 눈치였

다. 하지만 과연 오래 살아온 존재들 중 한 명답게 다시 평정

을 되찾고는 잠시 동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던 아투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죽음의 신전이라…. 내가 뿌린 씨앗이니 내가 거둬야겠지.

나도 젊었을 때 저지른 일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상당

히 기분이 좋아지는군."

하지만 아투는 그의 말의 의도를 쉽게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말투로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허허허. 젊은 사람이 이해력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어디 쓰겠

나? 사실은 데스 크라이를 소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죽음

의 신전 그곳은 내가 젊었을 때의 과욕으로 인해 만들어놓은

곳이라네. 젊은 시절을 그것에만 쏟아 부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곳이지."

"소, 소울드님께서 죽음의 신전을 만드셨다는 겁니까?"

아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또 되물었다. 이 정도가 되면 소울

드가 짜증을 낼만도 했지만, 오히려 침착하게 답을 해주었다.

"그렇다네. 내가 흑마법사의 절정 계열에 올랐을 때, 모든 힘

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아니 찾아낸 곳이라 할 수 있지."

"소울드. 찾아냈다는 말은 역시 죽음의 기운이 강하게 풍기

는 곳의 그 기운 자체를 가지고 증폭시켰다는 말로 받아들여

도 되는 거겠지?"

잠자코 있던 화이엘이 요즘 그녀가 사용하는 말투를 바꾸지

않고 물었다. 소울드는 아직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그녀를 보

면서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

실을 파악한 모양인지 말의 높임에 대해선 별 언급 없이 친절

하게 대답했다. 흑마법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푸

근한 시골의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여기 이 아가씨도 마법사인가? 내가 연구했던 이론을 이렇

게 쉽게 알아맞히다니, 상당히 소질이 있어 보이는군. 흑마법

사가 되어볼 생각은 없는가?"

"풋. 이봐, 소울드. 나중에 그 말 꼭 후회하게 될 텐데, 지금이

라도 그냥 없었던 걸로 해주겠어."

화이엘은 능숙한 태도로 흑마법사의 권유를 뿌리쳤다.

"어쨌든 저희와 뜻을 함께 해주신다고 하니, 저희에게서는

큰 전력이 보태진 것과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죽음의 신전으로 갈 생각인가?"

"그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왠지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의 소울드를 보며 아투는 혹

시 이 노인네가 변덕이라도 부리는 것인가 불안한 마음에 휩

싸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아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걱정

이 흘러나왔다.

"상급 마족을 소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네. 게다가 그

상급 마족과 싸움을 벌여 그 존재가 지닌 무기를 빼앗는 일이

라니. 아무래도 우리들만의 힘으로는 벅찰 것이네. 마족을 상

대할 수 있는 신관이나 백마법사가 필요하니, 일단 다른 곳에

들려 용병으로 일하는 자라도 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자네들의 생각은 어떤가?"

"후훗. 소울드님.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화이엘님이

우리 곁에 있는 한, 마족도 쉽게 힘을 쓰진 못할 거예요."

활짝 개인 웃음을 보인 미스티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화이

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곧 이어진 그녀의 타당한 이유로 인해 소울드는 곧장 짐을 챙겨 숲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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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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