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흑마법사 소울드[5]
"좋아, 하늘의 분노 라이트 볼!"
빠지지지직!
화살로 형성화한 노란 줄기가 화이엘의 막을 가볍게 통과하
고는 흡혈 박쥐들이 잔뜩 모여 있는 큰 나무를 향해 쇄도했다.
퍼퍼벅! 퍼버벅!
일순 엄청난 뇌전에 휩싸인 흡혈 박쥐 때들이 파르르 몸을 떨
며 완전 익혀진 모습으로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간단한 2서
클 마법의 효과치고는 엄청난 결과였기에, 마법을 쏘아낸 아
투가 오히려 먼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영혼
체에게 명령해 그를 도와보려 했던 미스티도 명령을 내리던
손을 내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파드드득.
순간 안심하며 마나 애로우를 다시 허리에 차고 있는 아투의
귓가에 박쥐의 날개가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곧 이어 묵중한 것이 바람을 가르
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아투의 얼굴로 튀어왔다.
"흡혈 박쥐들은 사실 피를 얼마 빨아먹지 않는다. 다만 그것
들이 옮기는 전염병 등등의 기타 이유들로 흡혈 박쥐에 물린
존재들이 죽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조심해라. 지금처럼 내
가 지켜줄 수 없을 때가 올 수도 있다."
바주크였다. 그가 검에 뭍은 박쥐에 피를 닦아내며 무표정하
게 다시 검을 등에 매었다. 아투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것이
박쥐의 피임을 확인하고는 흠칫하여 소매로 피를 쓱쓱 닦아냈
다.
"고마워, 바주크. 바주크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
어."
아투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하지만 키메
라인 그는 그냥 본분을 다 했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이더니, 이
내 뇌전 마법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진 박쥐들의 시체가 쌓여
있는 숲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화이엘은 왠지 일행의 리
더가 바뀐 듯한 느낌을 받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의 뒤를
따랐고, 혹시나 다른 존재들의 습격을 염려한 아투는 전투력
이 가장 취약한 미스티를 가이트리아의 어깨에 태우고는 조심
스럽게 그들을 따라갔다.
어두운 숲의 길을 따라 얼마쯤이나 걸었을까. 갑자기 저쪽 숲
의 반대편에서부터 밝은 빛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빛을 보게
된 아투 일행이 전부 눈살을 찌푸렸지만, 바주크는 아무렇지
도 않다는 듯 후드를 뒤쪽으로 벗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바주크, 단독 행동은 위험해!"
아투가 그에게 소리치며 달려갔다.
"걱정하지 마라. 내 몸 정도는 스스로 지킬 수 있으니까. 그나
저나, 네가 찾는 인물이 이곳에 사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저기
작은 집이 한 채 보인다."
"저, 정말이네? 과연 집이 있긴 있어. 하지만 저게 흑마법사
소울드가 사는 곳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니까, 미리 기뻐할 수
만은 없을 것 같은데?"
아투는 바주크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에서 작은 집을 한 채 발
견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뒤늦게 다크 포레스트를 빠져나와
빛을 본 화이엘과 미스티도 그들이 보고 있는 집으로 시선을
향했다. 가이트리아는 그저 머리에 부딪히던 나뭇가지들이 없
어진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아투가 골렘에게서
발산되는 기운의 파장이 달라졌음을 느낄 정도였다.
"어쨌든 여기서 우리끼리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직접 가서 확
인하는 게 낫겠지."
아투는 옷에 묻은 흙을 탁탁 털어 내고는 머뭇거림 없이 발걸
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집 한 채와 아투 일행
이 빠져 나온 다크 포레스트 사이로 흐르고 있던 작은 강의 중
앙 부근에서 하얀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 자체의 색깔
이 워낙에 검게 변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려 해도 무시
할 수 없을 정도로 거품의 기세가 대단했다. 아투는 이상한 낌
새를 눈치 채고는 흠칫하며 멈춰 섰다.
푸아아아아!
그때였다. 순간 강을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야로 강의 물
줄기가 위로 솟구치는 게 들어왔다. 동시에 그 물줄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큰 몸집을 가진 기괴한 생김새의 거인이
었다. 회색의 돌과 녹색의 부드러운 피부가 합쳐져 더욱 기괴
하게 보여지는 존재. 가이트리아와 신장 면에서도 전혀 뒤지
지 않는 그 괴 존재를 확인한 아투와 일행들은 놀라움을 감추
지 못했고, 눈도 떼지 못하였다.
"저, 저거 혹시 골렘 아니야?"
화이엘은 눈을 비비면서 기괴한 존재의 모습을 부정해보려
했다. 하지만 외관상으론 영락없는 골렘이었다. 물론 녹색의
피부로 반쯤 덮여 있다는 것은 마치 거대한 괴물을 연상시키
기에 충분했지만, 어쨌든 그 본체는 골렘과 다름없었던 것이
다. 골렘술에 대해선 나름대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
각하던 아투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괴상한 골렘을 관찰하
고 있었다.
꾸오오오오오!
갑자기 녀석이 아투 일행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동시에 녀석
의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졌다.
『괴물 같은 녀석이 설치려 하는군.』
가이트리아가 녀석의 도발적 눈빛에 대항하며 아투의 명령
없이 움직였다. 이미 미스티를 바닥에 내려놓은 골렘의 움직
임은 그림자 보법으로 인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이트리아! 우리를 공격하려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일단 지
켜보도록 하는 게 좋겠어. 섣불리 행동하지 마."
아투는 강제로 마나장을 펼쳐 골렘의 행동을 저지시켰다. 방
금 녹색 피부의 골렘의 옆으로 접근해 주먹 공격을 먹이려 했
던 가이트리아가 으르렁거리며 동작을 멈췄다. 하지만… 이
번 아투의 판단은 그리 옳지 못함이 즉시 드러나 버렸다.
후우우웅! 퍼버벅!
녹색의 골렘 주먹이 순간적으로 번쩍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가이트리아의 얼굴을 가격한 후, 되돌아갔다. 주인의 명령으
로 인해 정신을 팔고 있다가 졸지에 기습 공격을 받은 꼴이
된 가이트리아의 몸이 충격으로 인해 옆으로 기우뚱했다.
"이런…. 어택 모드 오픈!"
아투는 가이트리아의 공격 허가를 내린 뒤, 마나장을 최대한
으로 펼쳤다. 정말 오랜만에 보게되는 골렘들끼리의 격투. 분
명 저 골렘의 주인은 저기 보이는 작은 집 안에서 명령을 내리
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투는 잠시 그가 내다볼만한 창문으
로 시선을 돌렸다가 자신 있는 태도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하
였다.
"좋아! 그림자 보법으로 녀석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거야!"
『차라리 진작에 내가 한 방을 먹였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알았어. 내 잘못이었다고 인정할 테니까, 일단은 전투에 집
중 좀 하자고."
다급한 아투의 말에 가이트리아는 일단 누구의 잘잘못은 나
중에 따지기로 했다. 순간 드래곤 하트로부터 자체 공급되는
마나를 두꺼운 두 다리로 흘려보냈고, 주변에 펼쳐진 마나장
의 흐름을 따라 그대로 몸을 맡겨 내달렸다.
슈슈슈슈슉!
잔상만이 남아 상대 골렘을 교란시키고 있었다. 녀석은 첫 공
격 이후로는 그 어떤 동작도 취하지 못하고 그저 가이트리아
의 그림자만 쫓았다.
"그런 식으로 조종해서는 우릴 이길 수 없어!"
일부러 상대 골렘술사가 듣기 좋게 커다란 목소리로 외친 아
투가 힘차게 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마치 주인의 동작을 흉내
내기라도 하듯이 골렘의 거대한 주먹 또한 바람을 가르며 녹
색 골렘의 몸통으로 쇄도했다.
콰과광!
꾸오오오오오!
빠른 주먹 공격에 기습적으로 가슴판을 직격 당한 녹색 골렘
이 뒤로 크게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강물 속에 빠져버
린 녀석의 빈틈을 놓치지 않은 가이트리아가 팔꿈치를 세워
녀석의 얼굴을 내리 찍어버렸다.
『시시하군.』
완전히 물 속에 잠겨 축 쳐져버린 녹색 골렘을 뒤로하고는,
물 밖으로 가이트리아가 걸어나왔다. 조금 더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기대했던 아투는 괜한 실망감을 느끼며 마나장을 거두
어들였다.
"호호호호. 아투. 요즘 골렘술이 부쩍 향상된 것 같은데?"
화이엘이 왠 일로 아투를 칭찬하며 나섰다. 미스티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아투를 치켜세웠다.
"후훗. 정말이지 아투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따로 검을 사용
하는 자를 수행 기사로 둘 필요가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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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 가이트리아 오빠 멋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