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61화 (161/244)

[골렘마스터]  # 흑마법사 소울드[4]

순간, 그 자가 마계에서 차원의 거울을 통해 지켜보고 있는

데스 크라이를 향해 몸을 돌리며 멈춰 섰다. 그의 뒤를 따르

던 다크 엘프와 리자드 맨도 따라서 멈췄다.

"이, 이럴 수가…."

그 자는 데스 크라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조소를 띈 그 자의 입이 소리 없이 들썩이

며 데스 크라이에게 무언가 말을 전달하려 했다.

"곧. 지. 상. 계. 로. 소. 환. 해. 주. 겠. 다. 저, 저 녀석이!"

녀석의 입 모양을 따라 중얼거리던 데스 크라이가 크게 분노

하여 무의식적으로 엄청난 마기를 발산하였다. 안 그래도 천

상계로의 소환을 거부당해 어두운 마계를 떠돌던 영혼들이

그 기운에 휘말려, 환생도 꿈꾸지 못하고 완전 소멸되어 버렸

다. 근처에서 사신이라 불리는 그 상급 마족을 거들던 검은 악

령 수하들도 급히 겁을 먹고 멀찌감치 떨어졌다.

"나를 감히 무시했겠다…. 물론 네 녀석이 죽음의 신전으로

간다면 나를 지상계로 불러낼 수 있겠지. 내가 지상계로 나가

면 나의 힘은 거의 십오분의 일로 떨어질 것이고. 크하하. 하

지만 내가 네 녀석을 먼저 소환하면 어쩔 테냐? 크하하하하

하!"

데스 크라이는 갑자기 고개를 크게 젖히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지상계를 비추던 차원의 거울도 닫혔고, 다시 이곳

마계는 온통 회색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몇 일 동안 좋았던 날씨가 또다시 변덕을 부려 비를 뿌리고

있었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이 가득 들어차 햇빛의 방문을 완

전히 거부했고, 덕분에 따뜻했던 기온도 내려가 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게다가 바람도 세차게 불어 비를 흩날리게 해

시야를 흐렸고, 번개와 천둥까지 동반하여 최악의 기상 상태

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투 일행은 이런 날씨 속에서도 비를 맞으며 계속 걸

음을 재촉했다. 이제 곧 긴프네 왕국에서 숨어살고 있다는 흑

마법사 소울드를 만날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소

문대로라면 긴프네 왕국의 남쪽 다크 포레스트에 산다고 했는

데…. 아투는 제발 그 소문이 사실이기를 빌며 비바람을 막아

주는 가이트리아의 뒤를 미스티와 함께 바짝 쫓아 걸었다. 물

론 천상계 위대한 존재인 화이엘의 근처에는 자동적으로 결계

가 쳐져 비바람의 접근을 막았고, 키메라인 바주크도 그런 날

씨 따윈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조심해라. 여기가 다크 포레스트라는 곳인 것 같다.』

가이트리아가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머리를 부딪힌 아투

는 다크 포레스트라는 말에 바짝 긴장했다. 고개를 들어 숲의

입구를 살피니 과연 다크 포레스트라는 이름이 어울린다는 느

낌을 받았다. 그 정도로 숲의 나무와 풀. 그리고 안쪽 분위기

모두 어두웠다. 마치 귀신이라도, 유령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에 잠시 미스티도 몸서리를 쳤다.

"호호호호호. 모습은 이래도 마물은 없는 것 같은데? 마기를

풍기는 생명 반응은 전혀 없어."

날개를 숨기고 평상복을 입고 있던 화이엘이 언제나 그랬듯

과장된 미소로 얼굴을 포장하며 말했다. 아투는 그녀의 능력

에 감탄하면서, 기대하는 말투로 물었다.

"화이엘. 혹시 흑마법사의 기운도 느낄 수 있어?"

"뭐 그 정도야 간단하지."

"그럼 지금 숲 안쪽에 흑마법사의 기운이 느껴지나 확인 좀

해볼래?"

"좋아. 잠깐만 기다려."

화이엘은 아투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눈을 감았

다. 은은하게 피어오른 백색의 빛이 기괴한 숲의 입구를 통해

안쪽으로 쏘아졌다. 하지만 마물들의 낌새를 살필 때와는 비

교도 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표

정이 그리 밝지 못 했다.

"이상해. 분명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긴 하는데, 무언가가

나의 기운을 방해하고 있어서 확실히 감지할 수가 없어. 일단

은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은데?"

"엔젤인 화이엘의 기운을 방해할 정도의 능력이라면…."

아투는 직감적으로 흑마법사가 숲 안에 있음을 간파했다. 미

스티를 돌아본 그는 그녀의 시선을 교환하고는 화이엘을 향

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투가 뒤쪽으로 손을 올려 살짝 신호를

보내자, 비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서는 바주크가 있었다. 그가

거대한 검을 꺼내들고 어두운 숲의 입구로 발을 들여놓자, 뒤

를 따라 가이트리아와 아투. 그리고 미스티와 화이엘이 짝을

지어 숲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숲 안쪽도 바깥에서 볼 때와 크게 다른 광경이 존재하진 않았

다. 나뭇잎조차 검은 색인 마른 나무들이 하늘조차 터널처럼

서로 엉켜진 모습으로 가려주고 있었고, 빛은 일절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오히려 비바람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고 있었

지만, 한 낮에도 밤처럼 느껴지는 것이기에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확실히 귀신이나 유령 같은 영혼 속성 마물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였지만, 화이엘이 장담한 말이 있어 애

써 평정을 유지하며 걷고 있는 아투였다.

"확실히 마물들은 없는 것 같다. 살기가 느껴지질 않는다."

앞 서 걸으며 주변을 경계하던 바주크가 앞을 가로막고 있던

가시넝쿨을 대검으로 크게 베어내며 길을 뚫었다. 아투와 미

스티는 듬직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은 마음을 놓고

뒤따랐다. 화이엘은 뭐가 좋은지 연신 피식 피식 웃음만 터뜨

렸고, 가이트리아는 자꾸 머리 부근에서 걸리는 나뭇가지들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인지, 전에 없이 발소리를 크게 내

며 투덜거렸다.

"으휴. 말로만 드래곤의 후예니, 드래곤 하트를 지닌 골렘이

니 하더니, 속은 이렇게 좁아요. 좁아."

아투는 골렘의 행동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흥분을 해버린 골렘은 그의 비꼬

는 말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걷기만

했다.

"후훗. 아투. 만약 가이트리아가 그 말을 듣기라도 했으면 어

쩌려고 했어요?"

미스티가 아투에게 다가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주인은 나라고. 내가 왜 골렘의 눈치를 봐야돼?"

"호호호. 아투.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가이트리아에게 아투

가 했던 말을 전해줄까?"

화이엘이 장난스럽게 물어왔다. 아투가 미스트에게 보이던

그 자신감 있는 모습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다시 몸을 사리는

그가 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잠깐. 일단 멈춰라."

앞에서 걷고 있던 바주크가 잠시 멈춰 섰다. 숲 안쪽으로 점

점 더 들어올수록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지금은 아예 한

밤 중에 숲을 걷는 느낌마저 들었다.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

였다. 하지만 이런 어둠 속에서도 바주크는 무언가를 본 모양

이다.

"왜 그래, 바주크?"

아투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화이엘이

경고음을 높이며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위험해! 저 앞쪽에는 지금!"

하지만 오히려 조심하라고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언가

를 깨우는 자극이 된 셈이었다. 앞쪽에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그녀의 외침 뒤에 갑자기 파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투는 곧 눈앞을 까맣게 매우는 비행 생물들을 확인하고는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곧 그 비행 생물들이 크게 벌려진 입

안으로 파고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굳게 입을 다물고는 허리

에 찬 마나 애로우를 뽑아들었다. 미스티도 팔목에 차인 팔찌

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그녀의 용모를 똑같이 빼 닮은 영혼

체를 불러냈다.

"흡혈 박쥐다! 마물은 아니지만, 야생 동물 중에서도 상당히

위험한 놈들로 알려져 있다."

바주크가 급히 뒤로 물러섰다. 흡혈 박쥐도 한 두 마리 정도

가 되야 검이 먹히는 것이지, 지금처럼 거대한 나무에 주렁주

렁 매달려 있는 수 천 마리에 녀석들을 상대할 순 없었다. 뒤

로 물러선 것은 탁월한 판단이었다.

"역시…. 하긴 이런 숲에 이런 짜릿한 모험 거리도 있어야 하

는 거 아니야? 호호호호."

화이엘이 잠깐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손을 앞으로 내밀자,

반투명한 막이 둘러쳐졌다. 날개를 완전히 펼치고 입을 쫙 벌

려 이빨을 드러내며 날아들기 시작했던 몇몇 박쥐들이 그 막

에 부딪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뭉쳐져 있는 놈들이라면 역시 뇌전 계열이 좋겠군."

아투는 마나 애로우를 멋진 폼으로 잡고는 활시위를 당겼다.

빛의 입자가 모여들며 허공에서 손짓을 하던 아투의 손에 시

위를 생성시켰고, 곧 그의 주문과 함께 노란빛을 띈 라이트 볼

이 화살로 매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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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 박쥐...

요즘 때에 맞춰 나타난 모기 때문에 고생이라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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