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흑마법사 소울드[1]
흑마법사 소울드
이제 거의 완벽한 외부적 안정을 되찾은 신성 제국 퓨티아.
물론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긴 했지만, 일단 국방
력이 안정됨으로서 외부의 침입에 대한 걱정을 던 상태였다.
각 나라마다 내부적으로 마물들의 득세현상이라는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한 지금은 원래의 영토를 지키기에만 급급할 뿐이
지, 무리를 하여 전쟁이나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고 있었다.
게다가 퓨티아 제국의 황성은 지금 초긴장 상태였다. 마왕의
음모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국가이니 만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막막한 상태였고, 다른 타국에 마왕과 마족들이 노리
고 있는 점을 밝혀야 하는지 조차 큰 문제 거리였다.
이에 황제인 미스티는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주변의 여러 의견을 종합하여 스스로의 판단 아래에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일단 마왕과 마족의 움직임은 외부로 발설하지 않고, 정말 다
급한 상황까지 치닫지 않는 한은 제국 내부의 힘만으로 해결
하자는 것. 또 이러한 사실조차 중요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절
대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얘기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일단 엔젤인 화이엘님의 의견을 존중하
여, 마왕의 조작으로 다이티가 모으게 될 파괴의 조각들을 먼
저 가로채어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자세한 조각들의 정
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의를 제기했지만, 천상계 창조 3
대 신들께서 직접 그것들의 정체에 대해 얘기해 주셨다는 화
이엘의 설명에 굳게 입을 다물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파괴의 조각들이 총 다섯 개나 된다고 하니,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부득이 하게 실력자들을 나누어 임무를 맡겨
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이번 중대사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
의 능력을 지닌 인물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이러했다.
골렘술사이자, 가디언 나이트인 아투. 그리고 당연히 따라가
게 되는 존재인 우드 골렘 가이트리아. 그리고 궁중 마법사를
맡고 있는 9서클 마도사 실피스. 풍검술의 전수 가문인 백작가
의 최고 실력자, 샤우드 백작, 루미니 공작의 특수 부대 중 와
이번 나이트의 대장을 맡고 있는 디트. 이들은 기본적으로 임
무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
했다. 천상계 엔젤인 화이엘이 이번에 신들이 내린 허가 덕분
에 인간계 일에 관여하게 됐다고 밝혀와 제국 사람들의 사기
를 올려주긴 했지만, 그녀 한 명으론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미
스티는 인사 행정 장관을 맡고 있는 커스테르네 후작을 불러
유능한 인물들의 추천을 받았다. 그리하여 새로이 뽑혀 제국
의 역사 앞에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낸 인물들은 이러하다.
신성 기사단 제 1기사단장, 그루나시엘. 신성 마법과 검술 두
분야 모두 능해 제 1기사단장의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던 인
물로서 역사적으로 그리 이름을 떨친 경험은 없지만, 장래성
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나이는 30대 후반.
황실 근위대 소속, 로얄 가드 티탄. 제국 전체에 창술의 1인자
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다. 미스티도 언제
부턴가 이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추천을 받아 그를 만
나 임무를 내리기 전까지는 얼굴조차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이 두 사람말고도 특별히 마물 토벌대의 선봉으로 나
섰다가 큰 피해를 입고도 살아남아 귀환해온 퓨티아 기사대
단장인 스플리터와 그 부단장인 얀이 특별히 추천됐다. 커스
트르네 인사 행정 장관의 추천이 아닌, 가디언 나이트 아투의
추천이었는데, 미스티는 그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여 받아들
인 것이다. 물론 그들이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는 인물로 택해
진 것에 대한 불만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성안에서의
그들의 용맹과 능력은 인정받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물론 이 들 총, 여덟 명의 인원으로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였
다. 하지만 여기서 더 이상 제국의 유능한 사람들을 빼내어 외
부의 임무로 돌리려 했다가는 정말로 마물들에 의해 제국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흑심을 품었지만,
조용히 지내던 귀족의 일부가 주력이 빠져나간 수도를 노리
고 반기를 들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새로이 황제의 자
리에 오른 미스티는 그 책임감으로 더 이상 모험을 하는 행동
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휘이이이이이.
바람이 귓가를 시원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하늘을 날고 있는
아투의 머리칼이 뒤쪽으로 휘날렸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
의 허리를 양손으로 꼭 감싸고 얼굴을 등에 기대고 있던 미스
티는 연인에게서 풍겨오는 남자답지 않은 향기로운 냄새에 기
분이 좋아졌다.
"그나저나 미스티. 정말 이번 일이 해결될 때까지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실피스 스승님의 허락을 받아낸 거야?"
아투는 방금 전 수도를 떠나오기 전 갑자기 튀어나와 이번 일
에 동행하겠다고 하던 그녀의 말을 떠올리고는, 아무래도 믿
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훗. 걱정하지 마요. 다 나에게도 생각이 있으니까. 뭐 내
가 없어도 제국의 일은 잘 돌아가도록 해놓았으니까, 별 문제
는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내젓는 그녀의 얼굴에는 장난기 가득
한 미소가 떠올랐다. 도대체 어떤 행동과 말로서 괴팍한 노인
네 성격을 가진 스승님을 꺾고 허락을 얻어낸 것일까. 아투는
쉽게 불안한 마음을 없애지 못하고 연신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투. 앞이나 잘 보고 비행하는 게 좋을 텐데?"
자꾸 한 눈을 팔고 있는 아투를 향해 화이엘이 말했다. 날개
한 쌍을 펼쳐내 하늘을 날고 있는 그녀의 자태는 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엔젤의 말이 맞다. 안 그래도 내 무게를 지탱하기 힘들어하
는 것 같은데, 비행에만 정신을 집중해라. 안 그랬다간 주인
인 너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죄없는 나까지 추락하게 된
다.』
가이트리아는 도무지 주인을 걱정하는 것인지, 자기 자신을
걱정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아리송한 말을 중얼거렸
다. 그동안에도 잠깐 한 눈을 팔던 아투 때문에 잠깐 집중이
풀렸던 비행 마법으로 인해, 하늘을 멋지게 날고 있던 골렘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아,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겠지?"
방금 전의 흔들림으로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
질 뻔하여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아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
댔다. 미스티도 불안한 듯 시선을 허공에 두며, 그의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아투와 미스티. 그리고 화이엘. 지금 그들은 파괴의 조각들
중, 가장 얻기 힘들겠다고 판단되는 죽음의 낫 문제로 수도를
떠난 것이었다. 현재 죽음의 낫이라는 엄청난 권능의 발현체
는 죽음을 관장하는 상급 마족, 데스 크라이가 지니고 있으
니, 분명 그것을 얻으려 하는 다이티는 녀석을 소환하여 흥정
을 하려 한 뒤, 여의치 않다면 무력으로 빼앗을 것이 분명했
다. 그렇다고 가정을 한다면, 일단 녀석을 소환할 수 있는 유
일한 장소인 죽음의 신전. 죽음의 기운이 가장 강한 그곳으로
갈 것이다. 게다가 마족의 소환은 엄청난 실력의 흑마법사만
이 가능하다고 하니, 흑마법사를 구하는 것에도 힘을 쓸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일단 아투 일행도 다이티보다 먼저 손을
써보기 위해 대륙에서 이름이 나있는 흑마법사 한 명을 찾아
대륙의 중앙인 긴프네 왕국으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후우. 그나저나 정말 모든 것들이 작게 보인다. 상당한 높이
인가 봐."
아투가 문뜩 지상을 내려다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의 눈
에는 모든 세상.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과 길을 걷고 있는 사
람들. 그리고 숲과 나무. 강과 산들 모두가 아주 작은 점과 선
으로 보였다. 물론 미스티도 아주 작게 축소되어 한 눈에 들어
오는 제국의 영토를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물이 득세한다고는 하나, 이쪽 지방은 마물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갑자기 음침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아투와 미스티의 뒤쪽에
서부터 들려왔다. 미스티는 무의식적으로 팔목에 차고 있는
은빛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뒤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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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이제 비축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