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마스터-155화 (155/244)

[골렘마스터]  # 두 가지의 사실을 알게 되다[1]

두 가지의 사실을 알게 되다

요즘은 하늘의 변덕이 죽이 끓듯 했다. 언제는 검은 먹구름

이 잔뜩 몰려와 비를 뿌리고, 또 언제는 구름 한 점,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햇살이 내려 찌고. 기온도 마찬가지였다. 옷을

몇 겹이나 껴입을 정도로 추워지는 날도 있고, 또 언제는 아

예 알몸으로 다녀야 속이 시원할 것만 같은 찜통 더위의 날도

찾아왔다.

하지만 아투는 그런 날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추위

와 더위. 그 어떤 것이라고 개인적인 수행에 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에겐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갑작스런 기후의 변동 현상을 그리 달갑게 받아들일 수

만은 없었다. 그만큼 이 세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점을 반

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러 대륙. 또 그 각 국의

마법사들이 이런 불균형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는 하지

만, 과연 그 원인을 밝힐 수 있을지 조차 의문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었다.

"아투! 지금 딴 생각하죠?"

으왓! 갑자기 들려오는 뾰로통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아투

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물에 젖은 머릿결이 눈부시

게 빛나고 있는 미스티가 삐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 하. 하하하. 아니야. 정말 바닷가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넋이 나갔던 거야."

아투는 유치한 변명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그리고 백색의 모래사장. 그 위에 만

들어놓은 작은 테이블과 햇빛 가리개. 정말 바다에 온 것 같

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사실

은….

"내가 잠깐 지방에 다녀온 동안 이런 걸 만들어 놓다니. 정말

대단한데?"

미스티가 아투와 함께 즐겁게 놀러 나온 듯한 기분을 즐기게

만들어놓은 인공 바닷가였다. 바다에서 직접 퍼온 바닷물로

공간의 일부를 채웠고, 모래사장의 모래 역시 바닷가에서 직

접 가져온 순수 바다 모래였다. 사실 미스티가 이것을 만들 때

의 명분은 성안이 너무 차갑고 딱딱하게 보이기 때문에, 무언

가 변화를 줘야한다는 것이었지만, 문무대신 모두 황제의 말

을 믿고 있지 않았다.

"후훗. 황제의 권한이 이 정도는 되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에 젖은 머리칼을 위로 쓸어 올

렸다. 지금 인공 바다에 반쯤 몸을 담그고 있는 그녀는 고급

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데, 치부만을 간

신히 가릴 정도로 대담한 의상이었다. 그녀가 양팔을 위로 올

리자, 아투의 얼굴이 괜히 붉어졌다.

"어머. 아투. 더워서 그래요? 얼굴이 빨개졌어요."

"하. 하. 하하하. 아니야. 덥기는. 이렇게 시원한 물에 들어와

있는데."

아투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하긴, 물 속에서 입는 옷인데 옷

자락이 길 필요가 없었다. 아투 그도 지금 하반신의 치부만 가

리는 짧은 반바지 차림임을 생각하고는, 이내 머릿속에서 이

상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촤아아아!

"꺄아악! 이…. 에잇! 아투!"

아투가 갑자기 얼굴에 물을 끼얹자, 짐짓 화가 난 표정을 지

은 미스티도 양팔을 마구 휘저어 물장구를 쳤다. 잔잔했던 바

다가 출렁거렸고, 이내 두 사람의 물장난이 시작됐다.

한 참 물장난을 하며 재미있게 놀던 미스티가 양손으로 아투

의 머리를 바다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 당

한 그는 물 속을 허우적거렸다.

"후후훗. 내가 이겼죠? 아투, 그러니까 빨리 포기해요."

미스티는 자신 있는 얼굴로 아투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갑자

기 그녀의 몸이 기우뚱하며 균형을 잃고 물 속으로 쑥 빠져버

렸다.

푸우우우!

"하하하! 어때? 전세 역전이다!"

방금 미스티의 발을 잡아당겨 그녀를 물에 빠뜨리는 것에 성

공한 아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간신

히 발을 딛고 물 밖으로 몸을 일으킨 미스티도 얼굴에 달라붙

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아투를 강하게 쏘아봤다.

"흥! 어떻게 여자한테 그렇게 할 수 있죠?"

"아, 미스티가 여자였지. 미스티가 내 머리를 누르는 힘 때문

에, 잠시 남자로 착각해버렸어. 하하하하."

아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재빨리 물 밖 모래사장으로 도망

쳤다. 그의 말을 곰곰이 되씹어보던 미스티는 그의 말을 이해

하고는 열을 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투, 지금 그 말 농담이에요? 아니면 진담이에요?"

"자, 열내지 말고, 이거나 마셔."

아투는 그녀의 관심을 딴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모래사장 테

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주스를 건넸다. 막상 화를 내기 위해

달려들었던 미스티는 친절한 그의 태도를 보며, 얼떨결에 주

스 잔을 받아들고는 한 모금 입안으로 머금었다.

"카아. 정말 시원하다. 확실히 물놀이 후에는 이런 주스 한 잔

이 최고지."

휘이이이이.

주스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아투에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든 그가 성 탑 꼭대기에 달린 풍향

계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한 마디로 이곳 인

공 바다에만 바람이 불고 있었던 것이다.

"후훗. 이제야 눈치 챈 거예요? 저길 봐요. 저길."

미스티가 아투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을 하며, 손으로 한쪽

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과연 누군가가 정립 자세를 한 채, 이

쪽으로 잠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간간이 그가 손으로 허

공을 휘젓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엘, 엘프잖아?"

호리호리하게 생긴 남성의 길다란 귀를 확인하고는, 아투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마도 바람의 정령이라는 실프의 힘

을 빌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았다. 미스티는 엘프를 알

아보는 아투를 보며 화사하게 웃었다.

"맞아요. 엘프. 예전부터 황궁에 몸을 담고 있는 정령술사죠.

물론 날렵한 검 솜씨도 대단하고, 상급 정령까지 소환 가능한

유능한 인물이에요."

"후우. 지금까지 엘프라고는 딱 한 번. 그 엘프의 모습으로 형

상화하고 있던 다크 엘프 마족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빛의 엘프도 보게 되네. 하하. 아무튼 소문대로 남성조

차 아름답게 생겼어. 남자인 내가 이렇게 말할 정도니, 여자들

이 보면 아주 기절할 지도. 아, 미스티. 네가 보기엔 저 엘프

가 어때?"

아투는 은근히 부러운 듯 말을 꺼내며 그녀에게 물었다. 잠

깐 장난스럽게 웃던 미스티는 아투와 엘프를 번갈아 바라보고

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풋. 아투가 훨씬 예뻐요. 후훗."

"예, 예쁘다니! 아름답다는 말과 예쁘다라는 말의 차이는 엄

청나다고!"

휘이이이.

"호호호호호. 뭐가 그렇게 즐거워?"

그때였다. 막 아투가 장난으로 미스티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

으려 하는데, 어디선가 발랄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변을 두리번거리던 아투의 볼에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하얀

깃털이 와 닿았다.

차르르릉.

맑은 방울 소리와 함께 아투와 미스티의 시야가 백색으로 가

려졌다. 곧 그 백색의 빛이 하얀 깃털에서 뿜어지는 백광임을

확인한 아투는 날개의 주인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 화이엘! 돌아왔구나!"

아투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전과는 달리 다시 한 쌍이

되어있는 그녀의 날개를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 사

람은 미스티 뿐이었다.

"호호호호. 천상계에서 아주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지. 그것

도 두 가지나 된다고."

"정말인 것 같네? 표정도 밝아 보이고."

"호호호호호. 당연하지. 자,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 이렇

게 바닷물에 서서 나눌 얘기는 아니니까."

화이엘은 날개를 잠깐 펄럭여 아투에게 물을 끼얹은 뒤, 모래

사장 쪽으로 사뿐히 날아와 착지했다. 주스를 마시다가 물벼

락을 맞은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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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 호화로운 생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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