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파괴의 신, 디스트로이어[3]
그 대현자는 자신의 칭호와 명성을 물려받을 후계자를 찾아
다녔다고 했다. 헤르테미스에게 그는 대현자라는 칭호를 물려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제나 열심히 하는 그 모
습이 너무나 보기 좋아,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대현자. 그 모든 것을 깨닫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자의 돌. 초대 대현자의 모든 지식이 담긴 그 전설
의 물건은 헤르테미스에게 넘어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당연
히 대현자의 칭호는 그에게 물려졌다. 현자의 돌은 생명을 연
장할 수 있는 지적인 정보까지 담겨있었기에, 헤르테미스는
정말 후회 없는 400년을 살다가…, 그렇게 육체가 멸한 것이
다. 하지만 이미 대현자의 존재 이상이 된 그에게는 육체 같
은 유한성의 것 따윈 필요가 없었다. 순수한 열정의 영혼만이
있다면….
아투는 일단 헤르테미스에게서, 마족이 가져간 파괴의 전설
과 관련된 서적의 사본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미 현자의 돌
을 얻어 모든 지식을 손에 넣은 그로서는, 간단히 기억을 더듬
거리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었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일단 마족이 다이티를 속이면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만
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일단 속히 그 서적의 사본을 가지고,
에리아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과 의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아투는 더 이상 고블린의 숲에 머물 이유가 없었기에, 급히 헤
르테미스에게 인사를 하며 떠날 채비를 갖췄다.
『내가 직접 나서서 마족과 관련된 일을 해결해주고 싶지만,
만약 내가 이곳 고블린의 촌락을 떠나게 된다면, 이 불쌍한 고
블린들은 곧 다른 강한 마물들에게 희생당하고 말 거라네. 나
의 입장, 그리고 여기 있는 고블린들의 심정을 잘 헤아려서 생
각해주게나.』
헤르테미스는 자신의 영혼이 봉인된 보석을 이마에 단 매직
도어를 이용해 촌락의 작은 공터 가득 마법진을 그리게 하고
있었다. 심각한 일에 처한 아투 일행을 텔레포트 마법으로 순
식간에 목적지로 보내 주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에 전
혀 관여하지 않던 그였기에, 이런 강제 소환 마법진을 그리지
않는다면 좌표를 알 수 없어 불가능했다.
"헤르테미스님. 걱정 마세요. 대륙에 사는 생명체들. 그들이
힘을 모두 합치게 된다면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아투는 진심으로 대륙의 앞날을 걱정하는 대현자의 말을 들
으며 왠지 가슴이 찡해졌다. 결국 대현자는 고블린들의 생활
을 위해 이곳에 남겠다고 했지만, 아투는 전혀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오히려 존경하는 마음만 더해졌을 뿐이다.
"호호호호호. 헤르테미스. 마족들이 이상한 일을 꾸민다면 우
리 엔젤 나이트들이 즉시 해결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
드래곤인 그라디우스에게는 존댓말을 쓰던 화이엘이 대현자
에게는 줄곧 반말이었다. 아투는 그녀의 당돌한 행동에 이마
를 찌푸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대현자는 상대가 엔젤임을 알
고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자, 내가 써준 그 파괴 전설의 사본은 잘 챙겼나?』
헤르테미스는 매직 도어를 이용해 마법진을 완성한 뒤, 의례
적으로 물었다.
"네, 여기 품속에 잘 넣어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서 가게나. 대륙의 앞날이, 모든 생명들의 앞날
이 자네들 손에 달린 것과 마찬가지네.』
아투는 일행을 이끌고 커다란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
원 안으로 작은 원 하나가 더 추가된 기하학적 형상의 마법진
이었는데,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
다.
『혹시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찾아오게나.』
헤르테미스가 조종하는 매직 도어의 손이 높게 들어올려졌
다. 동시에 마법진의 빛이 점점 더 짙어졌다.
샤아아아앙!
그런데 갑자기 텔레포트의 마법이 시전되기도 전에, 마을 밖
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의 비명 소리가 처절하
게 울려 퍼졌고, 무언가 부셔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민
감하게 반응한 헤르테미스의 영혼은 다시 아이의 이마 속 보
석으로 빨려 들어갔고, 이내 멍해졌던 아이의 눈빛이 되살아
났다.
"큰일이에요. 상급 마물…. 상급 마물이 공격을 해온 것 같아
요."
아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아투 일행을 뒤로하고 그대로
달려갔다. 점점 더 멀어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투 일행
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뒤따라갔다.
과연 아이… 헤르테미스의 매직 도어의 말대로 거대한 크기
의 괴물이 촌락을 습격한 것이었다. 이미 출동했던 고블린 자
치대원들 대부분이 큰 상처를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울
타리와 망루의 일부. 심지어는 고블린들이 생활하는 초가집
도 무너져 내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크아아아아아악!
괴물의 입에서 포효소리가 흘렀다. 가이트리아와 비슷한 덩
치의 괴물. 검은색 매끈한 가죽을 가진, 거대한 소머리를 한
상급 마물은 크게 부풀려진 근육에 힘을 주어 다시 한번 바닥
에서 꿈틀거리는 고블린들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만둬!"
꼬마 아이가 가볍게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괴물
의 앞을 가로막으며 사납게 눈빛을 발했다.
크아아아악!
하지만 파괴의 충동만을 느끼는 마물이 멈출 리가 없었다. 거
대한 검은 주먹이 자그마한 아이의 몸을 박살내버릴 듯한 기
세로 날아들었다.
"가라, 가이트리아!"
막 아이의 뒤를 쫓아온 아투는 아찔한 장면을 목격하고는 급
히 골렘을 앞세웠다. 재빠르게 그림자 보법으로 마물에게 다
가간 가이트리아는 양손을 쫙 펼쳐 녀석의 주먹을 막아낸 뒤,
그대로 힘을 가해 뒤로 밀어냈다.
"좋아! 이번엔 내 차례다!"
아투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소머리 괴물을 보며 허리에
꽂힌 마나 애로우를 뽑아들었다. 곧 간단한 마나가 아닌, 공
격 주문 하나가 매겨지며 붉은 빛을 발했다.
"파이어 볼!"
주문을 외침과 동시에 붉은 화염 덩어리가 쏘아졌다. 그리고
검은 마물의 가슴 부근을 향해 맹렬히 타오르며 날아갔다.
빠지지지지직!
갑자기 녀석의 얼굴에 달린 뿔에서 번쩍 번개가 일며 앞으로
뿜어졌다. 강력한 번개 줄기가 부딪힌 아투의 마법이 깨어졌
고,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번개가 그대로 아투 일행이 서있는
대지를 향해 뻗어왔다.
"베리어!"
아투와 화이엘이 힘을 사용해 방어를 하기도 전에, 꼬마 아이
가 보호막을 쳐주어 뇌전을 차단시켰다. 하지만 결국 시간을
번 마물은 균형을 잡고 땅을 마구 박차며 미친 듯이 달려들었
다.
"내가 상대하겠다! 이야아아앗!"
바주크가 마물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거대한 대검을 꼬나 쥐
고는 순식간에 튀어나갔다. 마물은 일단 아이를 노리는 듯 했
지만, 이내 커다란 막대기를 들고 아래에서 왔다갔다하는 기
괴한 녀석을 밟아버리기 위해 발을 들어올렸다.
"바주크, 피해!"
아투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그를 보며 소리쳤다. 다행히 바주
크도 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던 모양인지, 옆으로 몸을 날
려 발을 피해낸 뒤, 덩치에 맞지 않게 땅을 박차고 위로 몸을
날렸다.
후우우웅!
대검이 바람을 가르며 4.5베타 정도는 되 보이는 거대한 마물
의 목을 노리고 쇄도했다. 대검의 크기도 크기인지라 치명상
을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빠지지지지직!
하지만 녀석의 뿔에서 발생한 뇌전이 대검의 날을 통해 바주
크에게 쏟아졌다. 삽시간에 검에 그을린 그의 몸이 바닥을 향
해 추락했다.
"이, 이런…. 가이트리아. 어서 우리가 나서자!"
아투는 몸을 날려 골렘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하지만 어느
새 꼬마 아이가 날아와 그를 막아서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왜 그러니, 꼬마야?"
헤르테미스라고 불러야 할까 고민하던 아투는 이내, 인형의
자의식과 대현자의 자의식은 분명히 분리되어있다고 한 말을
떠올리고는 그렇게 물었다. 아이는 아투의 뒤쪽을 손으로 가
리키며 다급하게 답했다.
"뒤에도 한 마리가 더 있어요."
"아아…. 뭐, 뭐!?"
크게 놀란 아투가 뒤를 돌아보니, 정말 소머리를 하고 있는
괴물이 뒤쪽에서도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촌락 안으로 들어
와 건물을 부수고 있던 놈이, 자기편이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원군을 와준 모양이다. 아투는 하는 수없이 한 녀석을 바
주크와 꼬마 아이에게 맡기고는 가이트리아와 함께 뒤로 돌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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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축분 거의 다 올려갑니다^^*